"숲속에서 돌멩이라도 주우며 평화롭게 걷고 싶어요."
시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같은 말이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누군가에겐 '마음의 평화'가 정말 '꿈'처럼 소중한 순간일 수 있겠구나. 오늘 소개할 힐링 어드벤처 게임 <스머쉬 컴 홈>은 귀여운 버섯 '스머쉬'가 숲을 지나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6월 11일 출시 이후 남겨진 스팀 리뷰 150개 중 98%가 긍정적인 '매우 긍정적' 게임이다. 이 조그만 버섯의 귀갓길엔 과연 어떤 이야기가 펼쳐졌을까?
게임명: <스머쉬 컴 홈>
장르: 3D 플랫포머, 어드벤처
출시일 및 플랫폼: 2023년 6월 11일/ 닌텐도 스위치, PC(스팀)
정가: 21,500원(스팀 기준)
개발사/배급사: SomeHumbleOnion/ Mooneye Studios
한국어 지원: X
게임은 작은 버섯 '스머쉬'가 잠에서 깨는 것으로 시작된다. 스머쉬와 닮은 다른 버섯 친구들도 모두 평화로운 아침을 보내고 있었다. 친구들은 물에 둥실둥실 떠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피크닉을 떠날 준비도 한다. 친구 '우미'는 자신의 나무 피리를 건내주며 무당벌레 '포키'를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힐링 게임에도 적절한 갈등 구조는 필요한 법. 피리 소리를 듣고 주인의 품에 돌아온 포키의 모습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바로 그 때, 스머쉬는 커다란 새에게 붙잡혀 홀로 숲속으로 던져지게 된다. 정신을 차린 스머쉬는 주변을 돌아본다. 눈 덮인 숲속에서 새의 알들과 함께 둥지에서 눈을 뜨게 된 스머쉬. 이때부터 파란만장한 귀갓길이 제대로 시작된다.
스머쉬는 숲속에서 개미나 달팽이와 같은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며 집으로 돌아갈 방법을 묻는다. 숲 주변에는 강이 있고, 강을 따라가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을 듣고 강을 찾는 스머쉬. 그런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꼭 지나가야만 하는 길목을 막고 있는 도롱뇽은 자신이 좋아하는 블루베리를 주지 않으면 길을 비켜줄 생각이 없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플레이어는 블루베리를 찾기 위해 숲을 샅샅이 살펴보게 된다.
사정을 들은 숲속 친구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스머쉬를 돕는다. 갈고리로 벽을 탈 수 있게 해주고, 나뭇잎을 이용해 활강하는 것을 알려주기도 한다. 곳곳에 숨겨진 크리스탈을 모아서 모험에 도움이 되는 물건들과 교환하고, 동물 친구들의 부탁을 들어주며 여러 보상을 얻다 보면 스머쉬가 갈 수 있는 곳이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이나 <원신>이 생각나기도 하는 탐험은 확실한 재미를 보장해줬다.
숲에서 뛰고 날아다녀봐야 어디까지 가겠냐 싶겠지만, <스머쉬 컴 홈>은 탐험에 정말 진심인 게임이다. 높은 꼭대기에 올라가 시야를 확보하고, 아직 크리스탈을 줍지 못한 곳을 찾아가 보면 그에 합당한 보상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스머쉬가 고생 끝에 찾은 강의 끝에는 막힌 하수구가 있었고, 이를 뚫기 위해 폭탄을 터트릴 준비를 하는 것이 다음 목표가 되는데, 이 시점을 전후로 모험의 무대는 어두운 동굴과 물속으로 이어진다.
새로운 공간으로 갈 때마다 외형을 바꿀 수 있는 스킨, 그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버섯 균류에 대한 도감 작성, 숨겨진 크리스탈, 새로운 모험 능력 등 다양한 요소들이 플레이어의 발걸음을 즐겁게 해준다. 참고로 3D 플랫포머 게임이지만 점프 구간에 대한 스트레스는 거의 없는 수준에 가까웠기 때문에, 힐링 게임하다가 혈압 오르는 불상사는 없을 것이다.
<스머쉬 컴 홈>은 한국어 지원을 하지 않지만, 게임에 사용되는 영어 문장이 중학교 교과서 수준에 가까워서 플레이에는 큰 지장을 주지 않았다. 게임에 등장하는 다양한 퍼즐의 난이도 또한 마찬가지다. 동화적인 분위기에 맞게 단순한 조건과 확실한 동작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해법이 단순한 대신, 퍼즐을 풀기 위한 조각들은 흩어져 있는 때도 많아서 맵 곳곳을 꼼꼼히 살펴야 하는 수고로움은 존재했다.
다양한 친구들이 보여주는 서사 또한 흥미로운 지점이 많았다. 카피바라 3남매의 싸움을 말리기 위해 여러 섬을 오가며 부탁을 들어주는 챕터에서는, 힘겹게 찾아온 구슬에 기대했던 마법의 힘은 없었지만, 남매를 닮은 카피바라 모래성을 만들며 화해하는 장면으로 큰 감동을 줬다. 항상 터프한 척을 하며 살아왔다던 돌멩이와의 만남에서는 주인공 스머쉬가 "나는 사실 약한 녀석일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내 모습 그대로도 행복해"라는 대사를 남기며 정신적 성장을 보여주기도 했다.
5~6시간 내외로 엔딩을 볼 수 있었지만, 알찬 탐험 덕분에 짧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던 <스머쉬 컴 홈>이었다. <동물의 숲>처럼 "앙냥냥"하는 목소리로 말을 하는 동물 친구들도 귀여웠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와 시야 안에 나아갈 길에 대한 표식들을 적절히 배치한 센스로 플레이어가 집중력을 잃지 않게 만들어줬다.
만약 당신이 귀여운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감동적인 이야기와 스트레스 없는 힐링 게임을 찾고 있다면, 이 작은 버섯의 귀갓길에 동행하길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