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필드> 출신 개발자들이 만들어 화제를 모았던 넥슨 산하 엠바크 스튜디오의 FPS <더 파이널스>가 두 번째 베타 테스트를 시작했다.
<더 파이널스>는 3명으로 구성된 팀이 정육면체 형태의 ‘금고’를 ‘캐시아웃’(송금 단말기)으로 옮겨 점수를 버는 방식의 PvP 슈터다. 금고를 캐시아웃으로 옮기는 동안에는 ‘깃발 뺏기’와 비슷한 양상으로 게임이 진행되고, 금고를 캐시아웃에 삽입한 이후부터 송금이 완료되기까지는 이를 방어하거나 강탈하는 ‘폭탄전’처럼 플레이된다.
입체적인 맵 구조, 캐릭터들의 높은 기동성, 전장 파괴 시스템이 만나 복잡하고 창의적인 게임플레이를 창출하는 점이 특징이다. 낯선 게임 방식, 그리고 맵 크기 대비 적은 플레이어 수로 인해 경기가 산만하게 진행된다는 비판도 따른다.
앞선 테스트는 3월이었다. 당시 유저들은 독창적인 게임 룰과 메카닉에 큰 흥미를 표하면서도, 밸런스 및 기술적 이슈들에는 불만을 제기했다. 더 나아가 난해한 룰로 인해 근본적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다. 많은 잠재력을 보여줬지만, 흥행 가능성에서 몇 가지 물음표를 남겼던 <더 파이널스>. 얼마나 많은 개선이 이뤄졌을까? 실제 게임플레이와 유저 반응을 통해 알아봤다.
지난 첫 테스트에서 유저들은 매우 빠른 게임플레이에 어울리지 않는 다소 답답한 조작감과 캐릭터 움직임을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특히 ‘집라인’과의 상호작용은 딜레이 현상이 뚜렷해 다급한 상황에서 플레이 경험에 악영향을 미쳤다. 벽을 타고 오르거나 장애물을 뛰어넘는 이른바 ‘파쿠르’ 동작들에도 다소간 나타나던 현상이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집라인을 즉각 탈 수 있을 뿐 아니라, 상호작용 가능한 반경까지 늘어나면서 집라인을 이용한 화려한 기동이 수월해졌다. 맵을 3차원적으로 활용하는 게임의 기본 성격을 생각할 때 반가운 변화다. 집라인을 통해 도주와 추적, 급습 등 복잡한 전략을 펼치는 유저들을 전보다 자주 볼 수 있다.
점프, 방향 전환, 앉기 등 기본 모션의 조작감 측면에서는 의견이 갈린다. 일각에선 여전히 엉성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하지만, 다른 일각에서는 기존 대비 반응성이 향상됐다는 감상을 전했다. 제작진은 캐릭터 움직임을 개선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 변경 요소나 그 정도를 세세히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 외 밸런스 변경 사항은 대부분 기존 유저 피드백을 반영하고 있다. 대표적 예로 ‘보통 체격’ 클래스가 장착할 수 있는 주특기 ‘치료 광선’의 치료 속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 기존에는 1초 안팎의 짧은 시간에 아군을 최대 체력까지 회복시킬 수 있어 불만이 컸다. 덕분에 치료 광선으로 모든 공격을 받아넘기며 진격하는 식의 플레이는 힘들어졌다.
무기 밸런스 측면에선 큰 잡음이 일지 않는 듯하다. 지난 베타에서 제작진은 짧은 테스트 기간에 여러 번 무기 성능 조절 패치를 하는 등 밸런싱에서 다소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었다.
이번 테스트에선 공식 디스코드, 레딧 등 관련 커뮤니티 반응을 통해 볼 때, 모든 유저가 입을 모아 특정 무기나 장비를 ‘사기’(OP)로 비판하는 경향은 없다. 다만 샷건류 전반, 그리고 ‘은폐 장치’(투명화)에 대한 불만이 상대적으로 더 잦다.
반대로 활용도가 너무 낮다는 불만이 나왔던 ‘검’ 무기에 추가 기능을 더한 점이 흥미롭다. 기존의 ‘검’ 무기는 평범한 베기 공격을 제외하면 다른 기능이 없었다. 이제 검을 장착했을 때 우클릭을 길게 누르면 강력한 찌르기 공격을 가할 수 있다.
이번 테스트에서 제작진은 새로운 게임 모드 ‘퀵 캐시’를 도입했다. 퀵 캐시는 기존의 ‘빠른 대전’을 대체하는 단일 라운드 경기다. 모든 유저는 ‘퀵 캐시’ 모드를 4회 이상 플레이해야 ‘토너먼트’ 모드와 ‘랭크 토너먼트’ 모드를 해금할 수 있다.
‘퀵 캐시’에는 이전보다 간소한 룰이 적용된다. 기본 경기에서는 두 개의 금고가 등장하고 총 4팀이 경쟁하지만, 퀵 캐시 모드에서는 하나의 금고를 두고 세 팀이 경합을 벌인다. 더 나아가 퀵 캐시 모드는 전체 경기 시간이 길고, 리스폰 횟수 제한이 없으며, 리스폰 대기 시간이 짧아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다.
게임 초반에 이러한 퀵 캐시 모드 플레이를 강제한 이유는 이 모드가 게임 튜토리얼 기능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목표물(금고)이 하나로 줄어든 결과, 3팀은 한 라운드 안에 적어도 한두 번은 ▲금고 수송 ▲금고 강탈 ▲캐시아웃 방어 ▲캐시아웃 강탈 등 핵심 활동에 관여하게 된다.
지난번 테스트에서는 세 팀이 한 금고를 두고 격렬한 전투를 벌이는 동안 남은 한 팀이 평화롭게 다른 금고를 차지해 쉽게 점수를 버는 상황이 잦았다. 플레이어 대다수의 게임 이해도가 낮아, 전체 전황을 읽지 못한 채 눈앞의 전투에만 현혹되는 경향이 짙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편하게 승점을 챙긴 팀은 게임플레이에 흥미를 잃기 쉽고, 반대로 열심히 싸우고도 경기에 진 팀들은 불합리함을 느낄 확률이 높다. 어느 쪽이든 게임에 나쁜 첫인상을 갖게 되는 ‘루즈-루즈’의 상황인 셈.
따라서 유저들을 단일한 목표에 묶어 두는 퀵 캐시 모드는 게임에 대한 기본적 흥미를 키워 줌과 동시에 게임 이해도를 향상하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토너먼트 모드와의 게임 경험이 상이하기 때문에, 두 게임 모드를 두고 팬베이스가 나뉠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여전히 임무를 혼자 수행하던 중 쓸쓸히 사망하는 일은 종종 벌어진다.
한편 게임의 근본 디자인에 대한 유저 불만 일부는 이어지고 있다.
가장 많이 제기되는 비판은 게임의 승점 획득 방식에 관한 것이다. <더 파이널스>의 승점은 ‘상금’이라고 불린다. 금고를 캐시아웃 기기로 가져가 삽입한 뒤, 일정 시간이 지나 송금이 완료되면 해당 팀에게 대량의 ‘상금’이 입금된다.
문제는 송금이 완료되기 전 다른 팀이 캐시아웃 기기와 일정 시간 상호작용해 그 소유권을 빼앗을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송금이 완료되기 직전 캐시아웃 소유권을 빼앗는다면, 상금을 전부 가로챌 수 있다.
이때문에 방어자들의 박탈감이 과도하다는 것이 유저들의 의견이다. 실제로 금고 수송과 캐시아웃 방어에는 힘쓰지 않고, 캐시아웃 강탈에만 관심을 두는 게임플레이 방식이 선호되고 있기도 하다. 이에 송금 완료 시점뿐만 아니라 송금 과정 중에도 주기적으로 상금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제작진은 아마도 일반적인 공격자와 방어자의 입장차를 고려한 듯하다. 적의 정확한 공격 목표를 알고 있는 방어자는 이에 미리 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론상 공격자보다 크게 유리하다. <더 파이널스>에는 이런 유리함을 극대화할 다양한 함정과 도구가 마련되어 있기도 하다.
문제는 게임 특성상 공격팀이 시도할 수 있는 팻감 또한 무수히 많다는 점이다. 유효한 진입 루트를 차단하는 것만으로 방어가 용이해지는 다른 대다수 FPS와 비교해, 상하좌우 대부분의 벽면과 바닥, 천장이 파괴될 수 있는 <더 파이널스>에서의 방어는 좀 더 난해하다. 다만 유저들의 연구로 방어 전략이 현재보다 더 고도화된다면, 이런 유불리 관계는 역전될 가능성이 있다.
일례로 캐시아웃 기기를 중심으로 모여 외부에서 다가오는 적을 방어하는 전략보다, 캐시아웃 주변에 보이지 않게 포진한 뒤 기기에 접근하는 적을 사살하는 전략이 대처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크게 유리하다.
실제로 후자는 개발자들의 전작인 <배틀필드 4>의 ‘러쉬’ 게임모드에서 많은 사용자가 보여줬던 플레이 방식이다(단말기와 상호작용한 뒤 일정 시간 방어해야 하는 기본 룰이 <더 파이널스>와 흡사하다). 하지만 아직 <더 파이널스>에서는 전자의 전략을 펴는 유저들을 더 많이 목격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