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맨 에그제>와 <언더테일>이 섞일 수 있는 게임이었던가?
스팀 넥스트 페스트 참가작 중에서 깔끔한 아트 디자인과 도트 그래픽으로 시선을 사로잡은 게임이 있었다. 서기 30XX년의 달을 배경으로 하는 SF 액션 어드벤처 게임 <루나럭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여러 게임에 대한 재치 있는 오마주와 함께, 자신만의 스토리와 게임성을 충분히 보여준 작품이었다. <루나럭스>는 어떤 매력을 가진 게임이었을까? 2시간 분량의 데모 버전을 직접 플레이해봤다.
게임명: <루나럭스>
장르: SF, 액션, 어드벤처, RPG
출시일 및 플랫폼: 2023년 연내/ 스팀
정가: 미정
개발사/ 배급사: CosmicNobab Games/ Freedom Games
한국어 지원: X
※ 개발 중인 게임의 데모 버전 플레이를 기준으로 작성한 기사로, 정식 출시 버전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루나럭스>는 2022년 10월 킥스타터 트레일러를 공개한 당시부터 "<록맨 에그제> 시리즈가 생각나는 멋진 게임"이라는 반응과 함께 <록맨> 팬들의 기대를 받았던 작품이다. <록맨 에그제> 시리즈는 인터넷 속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오가며 주인공 넷토로 대표되는 인간과 록맨으로 대표되는 네트워크 내비게이터 사이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반면, <루나럭스>는 이보다 더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불모지가 된 지구형 행성 '테라'에서도 인류가 살 수 없게 된 이후로, 거주 행성을 찾던 생존자들은 테라의 궤도를 도는 달 '루나'에 머무르게 됐다는 설정에서 시작된다. 주인공 '벨라'는 '테트라'라는 로봇과 동행하며 달에 있는 생존자들을 돕고, 이들을 각종 위협으로부터 지키고 있다.
전투 시스템에서도 <록맨 에그제>의 향취가 물씬 풍긴다. 전투 진입 장면부터 'WARNING' 사인이 크게 뜨는데, 이는 <록맨> 시리즈에서 보스를 만나기 전에 항상 등장하던 연출이다. '액티브 스킬'을 먼저 선택하고, 함께 사용할 '서포트 스킬'을 선택하는 턴제 전투 방식을 보여주는데, 이는 <록맨 에그제>에서 칩을 선택해 공격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독특한 점은 <루나럭스>의 턴제 전투는 방어적인 면모도 강조되어 있다는 것이다. <록맨 에그제>처럼 타일에서 캐릭터의 위치를 옮기는 것으로 회피하는 것은 물론이고, <루나럭스>만의 스타일로 SP(스킬 포인트) 소모를 컨트롤하기 위해 '충전'의 시간이 필요할 때도 있으며, '실드'를 타이밍에 맞춰 사용하면 적의 공격을 방어할 수도 있다. 특히 '실드'는 방어할 때마다 소모되기 때문에, 실드 갯수를 충전해주는 스킬을 사용하거나, 실드를 채워주는 서포트 스킬을 잘 활용해야 한다.
<록맨 에그제>에서 여러 칩을 조합해 사용하는 필살기 개념인 '프로그램 어드밴스' 또한 <루나럭스>에 다른 형태로 구현되어 있다. 럭스 포인트가 가득 차면 액티브 스킬 3개를 조합해 강력한 필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것. 가장 기본적인 형태인 동일한 스킬을 3번 선택하는 조합부터, 게임 안에서 다양한 스킬 조합을 찾을 수 있다.
기자는 '포톤 캐논'+'포톤 캐논'+'홀로 실드'의 조합으로 나가는 '더블 팀 캐논'이라는 필살기를 애용했다. 주인공 '벨라'와 '테트라'가 합동 공격을 하는 기술이며 일반 공격의 4~5배에 달하는 위력을 보유하고 있다.
'벨라'와 '테트라'는 어떤 존재로부터 사람들을 지켜내고 있는 것일까? 장기적으로는 반물질 혜성을 막아야 하는 과제가 있지만, 챕터 1의 이야기에서는 '머크'라는 생명체들로부터의 위협이 주로 다뤄지고 있다. 그리고 어째선지 벨라는 머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완벽한 소통은 아니지만, 아무도 듣지도 느끼지도 못하는 머크의 마음을 벨라는 조금이라도 감지하는 것이다.
<루나럭스>에는 다양한 인물과 집단이 등장하는데, '닐라' 박사로 대표되는 생존자 그룹, '머크 슬레이어'와 같은 폭력적인 수단을 마다하지 않는 존재들도 있다. 이들 중에서 유일하게 주인공 벨라만 머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입장이기에,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이들의 갈등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를 느끼게 된다.
여기서부터 <루나럭스>의 재치가 돋보이기 시작하는데, 각종 명작 게임들에 대한 오마주가 끊임없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벨라가 마음을 읽어내는 머크들은 '포켓몬'처럼 보여질 때가 종종 있는데, 특히 머크의 대장은 <포켓몬스터 루비·사파이어> 시리즈 전설의 포켓몬 그란돈, 가이오가를 닮은 실루엣을 보여준다. 머크의 대장은 게임 초반부터 데모 버전의 엔딩에 해당하는 구간까지 벨라 내면에 자신의 말을 전달하며 여러 차례 존재감을 과시하기 때문에, 더더욱 이 오마주를 잊을 수가 없다.
여기에 더해 <언더테일>의 '불살'에 대한 변주도 나온다. 주인공 벨라가 머크와 공존하는 세계를 꿈꾸는 것도 '불살'에 대한 개념적 변용이지만, 전투 중에 적의 공격을 피하는 방식 중 하나로 <언더테일>처럼 하트를 움직이는 미니게임이 등장한다. 개발자가 직접 언급한 영향을 받은 게임은 <록맨 에그제>, <스타 포스>, <언더테일>, <마리오 & 루이지 RPG> 시리즈 등이 있다.
<록맨 에그제> 시리즈를 해본 사람이라면 전투 외에도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맵을 탐험하며 각종 퍼즐을 푸는 재미가 매우 큰 게임이었음을 기억할 것이다. <루나럭스> 역시 탄탄한 스토리와 매력적인 전투 외에도 탐험 또한 크게 강조된 게임이다.
태양광 패널 10개를 모아오는 미션에서는 퍼즐로 구성된 시설의 내부를 꼼꼼히 수색해야 하는 구간이 등장한다. 벽 너머로 빛이 새어나오는 숨겨진 길의 존재, <록맨 에그제>의 '플러그 인' 장면을 오마주한 사이버 세계에서의 해킹 미니게임도 소소한 재미를 더해줬다.
이렇게 맵 곳곳을 파헤치고 다니다 보면 어느 순간 달리기가 절실히 필요해지는 시점이 온다. 걷는 것만으로는 탐험의 속도가 느리다고 느껴지는 그 순간, <루나럭스>는 벨라가 하늘을 날 수 있는 기능을 해금해준다. 하늘을 나는 순간부터 게임의 속도는 급격하게 빨라지며, 답답했던 체증이 순식간에 해소된다.
<루나럭스>는 데모 버전 안에 이후 이어질 챕터 2에 대한 예고도 남겨뒀다. 달을 지키기 위한 벨라와 테트라의 전투는 어떤 국면으로 나아갈까? 반물질 혜성은 결국 달을 덮치게 될까? 벨라가 원하는 것처럼 머크와의 공존은 가능한 것일까? 정식 출시가 기대되는 SF 게임 <루나럭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