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디펜스 더비>는 크래프톤의 '원 히트 원더'라는 오명을 씻어줄 타이틀이 될까?
결론부터 먼저 말하면 4명의 플레이어가 유닛을 사기 위해 칩을 거는 특유의 '베팅로얄'이 가진 심리전이 일품이었고, 어렵지 않은 룰로도 독특한 플레이와 긴장감을 보여준 게임이었다. 사전 예약자 수 100만 명을 돌파하며 기대감을 한층 끌어올렸다.
게임의 진행 방식은 단순하다. 9개의 칸에 빙고를 하듯 유닛을 채우며 몰려오는 적들을 막아 캐슬을 지키면 된다. '영웅'은 중앙에 고정으로 소환되고, 필요한 '유닛'을 사거나 얻는 과정을 통해 강력한 조합을 만든다. 기본 모드인 더비 모드는 4명의 플레이어가 얼마나 오래 캐슬을 방어하는지 순위를 경쟁하는 방식이다.
<디펜스 더비>에는 물리와 마법으로 나뉘는 공격 '타입'과 인간, 야수, 정령 3개의 '종족'이 있다. 같은 종족을 인접하게 배치하면 공격력이 20% 상승하고, 같은 타입을 가로, 세로, 대각선으로 한 줄에 배치하면 공격력이 30% 상승하는 시너지가 있다. 빙고처럼 채우면 된다고 표현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여기서 <디펜스 더비>만의 독특한 제약들이 전략에 변수를 만든다. 일단, 자신이 만드는 덱은 단일 덱 구성이 안 된다. 덱 구성은 영웅 1장, 유닛 8장으로 총 9장으로 이루어지는데, 인간 마법 영웅을 골랐다고 해서 덱의 유닛을 인간 마법으로 모두 채울 수가 없다. 소프트 론칭 버전을 기준으로 같은 종족, 타입의 유닛은 최대 6장. 즉, 다른 타입 또는 종족의 카드도 함께 채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다른 플레이어가 필요로 하는 유닛을 내가 선점하는 전략 등의 다양한 심리전이 펼쳐진다.
이미 배치한 유닛과 같은 유닛을 얻으면 최대 3성까지 합성(Merge)할 수 있다. 종족, 타입 시너지의 밸런스를 고려해 동일한 유닛을 다른 칸에 배치하는 것은 불가한 형태다. 2성, 3성 유닛은 2배, 3배보다 더 강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되팔 때의 가격도 매우 높다. 특히 게임 후반부에 들어서면 3성 유닛 배치 여부가 승패를 가를 정도로, 압도적인 성능을 보여준다.
소프트 론칭 버전을 기준으로 영웅은 9명이 존재하며, 각각의 영웅은 액티브 스킬 하나와 패시브 스킬 하나씩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인간 물리 영웅인 스칼렛은 3번째 공격은 항상 크리티컬인 패시브와 적이 몰려오는 경로에 포화를 쏟아붓는 액티브 스킬을, 정령 마법 영웅인 세리아는 자신의 공격력이 캐슬 체력에 비례해 상승하는 패시브와 캐슬이 받는 대미지를 4초간 90%까지 막아주는 액티브 스킬을 가지고 있다.
유닛들의 공격도 다양하다. 공격 범위, 공격의 분산 여부의 차이뿐만 아니라 경로에 폭탄을 던져 놓거나, 용암을 뱉기도 한다. 유닛들도 자동으로 사용되는 특수 능력이 있어서 활용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 적을 일시적으로 기절 시키거나, 이동 속도를 느리게 만들고, 뒤로 물러나게 만드는 능력을 가진 유닛들이 가장 유용했으며, 종족 및 타입 시너지 효과를 더 받는 유닛들은 배치에 따라 폭발적인 공격력을 보여줬다.
참고로, 쿨타임이 있긴 하지만 전투 중에도 유닛을 옮길 수 있어, 적들의 공격에 맞춰 유닛 배치를 적절히 해줘야 한다. 빙고 시너지 외에도 유닛의 사거리, 능력이 중요하게 작용했으며, 배치에만 익숙해지면 PvP 더비 모드를 기준으로 9칸 중 6칸만 채워도 충분히 1등을 차지할 수 있었다.
기본적인 PvP 더비 모드에서 룰이 변형되는 테마 모드는 독특한 재미를 줬다. 소프트 론칭 버전에서 선보인 것은 '밴 픽'으로 상대방이 특정 유닛을 사용하지 못하게 지정하는 룰이었으며, 차후 추가될 '임무 달성'은 주어진 미션을 먼저 달성하며 살아남는 유저가 승리하는 방식을 보여줄 예정이다.
'돌파' 모드는 플레이어가 원하는 대로 구성한 덱으로 캐슬을 막아내는 싱글 모드로, 스테이지 단위로 구성되어 있으며, 돌파 모드에서만 얻을 수 있는 재화가 있기 때문에 핵심적인 콘텐츠 중 하나다. '시련의 협곡' 던전은 인간, 야수, 정령 3가지 던전 중 하나가 매일 하나씩 등장하는 형태로, 동일한 종족으로만 덱을 구성해 몬스터의 공격을 방어하는 싱글 모드다.
<디펜스 더비>에서 자신의 덱을 강력하게 만드는 방법은 크게 3가지 정도가 있다.
레벨 상위 8개 유닛은 자동으로 '아미'(Army)에 등록되며 8개 유닛 중 상대적으로 제일 낮은 레벨의 유닛이 영웅의 레벨로 공유된다. 또한 아미 아래에 있는 슬롯에 등록하는 유닛은 영웅 레벨과 동일한 수준으로 성장 수준을 공유할 수 있다. 다만, 유닛의 등급에 따른 레벨 상한까지만 레벨 공유가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유물과 특성이 있다. 유물은 하나의 덱에 3개까지 고를 수 있고, 매일 주어지는 미션을 수행할 때마다 유물을 습득할 수 있는 구조다. 영웅, 유닛의 공격력 증가 및 보스 몬스터에게 받는 대미지를 줄여주는 등 효과도 다양하다. 특성에서는 종족 또는 타입의 능력치 지정해 강화해줄 수 있다. 특성에 투자하는 재화는 싱글 모드인 돌파 모드에서만 얻을 수 있다.
<디펜스 더비>의 성장 방식에 대한 체감은 '꾸준히 차곡차곡'이었다. 하루에 최소 5판 이상의 플레이만 꾸준히 한다면 미션을 클리어하는 것에도 큰 무리가 없었고, 성장에 대한 압박도 적은 편이었다. 결국 게임의 승패와 재미는 PvP 모드 안에서의 심리전, 유닛의 전략적 배치에서 갈렸다.
게임 내 일러스트나 3D 캐릭터 디자인을 보면, 독특한 화풍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우리가 국산 모바일 게임에서 흔히 보던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한 디자인과는 조금 다른,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게임 안에서 활약한다. 라이징윙스의 전작 <캐슬번>의 캐릭터를 계승한 것으로, 당시에도 글로벌 출시를 염두에 둔 개성 있는 캐릭터를 선보였다.
부엉이 캐릭터는 "나도 똑같이 밤에 잠을 자거든", 고양이 캐릭터는 "난 생선 알레르기가 있다고!"와 같이 상식을 비틀기도 하고, 미형의 캐릭터들은 "내가 사실 널 좋아하는 걸까?", "오늘은 약속이 있어서" 같은 대사로 플레이어와 밀당을 했다.
<디펜스 더비>는 출퇴근 시간에도 계속 손이 갈 정도로 중독성 있고, 특유의 긴장감이 매력적인 게임이었다. 완전히 다른 장르지만 <마블 스냅>의 론칭 초기 모습이 떠올랐다. <마블 스냅>은 신규 카드 출시와 새로운 메타 정립으로 출시 직후보다 더 화려한 전투를 만들어왔다.
<디펜스 더비>도 그런 지속적인 재미를 보여줄 수 있을까? 8월 3일 글로벌 출시 이후의 모습에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