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맨> 시리즈 정규 신작은 아니지만, 오히려 좋아?
게임 기자로 일하다 보면 인생 게임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곤 한다. 그럴 때마다 한결같이 <록맨> 시리즈를 가장 먼저 언급해오곤 했다. <록맨> 특유의 서사와 플레이를 워낙 좋아했기 때문에 클래식, X, 제로, 젝스, EXE, 대쉬 등 모든 시리즈의 타이틀을 플레이했다. 후속작에 대한 루머만 가끔씩 나올 뿐 이미 명맥이 끊겼다고 봐도 좋을 이 시리즈를 기자처럼 아직도 그리워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세상에 많다.
<30XX>는 록맨 시리즈의 장점을 끌어와 로그라이트로 재해석한 게임이다. 2021년에 얼리 액세스를 시작한 이후로 록맨 팬들 사이에서 관심을 받았던 게임으로, 이번 8월 10일에 드디어 스팀에서 정식 출시됐다. 스팀 리뷰에는 "<마이티 No.9> 연전연패"라거나 "록맨 재밌게 한 사람이라면 무조건 추천"이라는 평가도 있는가 하면, 부정적인 평가도 적잖게 섞여 있다. <30XX>는 어떤 게임이었을까?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봤다.
<30XX>의 메인 캐릭터는 둘이다. <록맨X> 시리즈의 엑스처럼 버스터를 사용하는 '니나'와 제로처럼 세이버를 사용하는 '에이스' 중 하나를 선택해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스테이지 비주얼은 X 시리즈 중에서도 <록맨X4>와 가장 흡사하다.
그런데 게임의 진행 방식 및 캐릭터 디자인은 X 시리즈보다는 제로, 젝스 시리즈에 더 가까웠다. 에어 대쉬, 이단 점프를 로그라이트 보상으로만 얻을 수 있고, 근거리 캐릭터인 에이스가 세이버 차징을 할 수 있고, 보조 공격 수단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었다. 또한 오토 차징, 오토 연사를 기본적으로 지원한다.
난이도 선택을 할 수 있지만, 게임의 난이도는 꽤나 높은 편이다. 영구적인 업그레이드를 충분히 하지 않는 한, 스테이지 진행부터 쉽지 않으며, 몬스터 및 함정의 수도 많다. 대쉬 점프나 벽 차기, 삼각 차기 등 록맨 시리즈 특유의 움직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순차적으로 밟지 않으면 사라지는 발판이 있는 스테이지 등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다행히 가시, 용암 등에 의한 즉사 개념은 없다.
그에 비해 보스전의 난이도는 어렵지 않았다. 보스마다 다른 패턴을 보유하고 있지만, 패턴을 어느 정도 파악했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정도의 공격이 많았다. 영구적인 업그레이드를 충분히 하기 전인 초반에는 체력이 부족하게 느껴져서 방어적인 플레이를 하게 된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공격적인 플레이로 나아가며 게임의 재미가 커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30XX>는 로그라이트 방식으로 진행하는 일반 모드와 세이브를 지원하는 메가 모드, 유저들이 만든 스테이지를 즐길 수 있는 커뮤니티 모드로 구성되어 있다. 로그라이트로 플레이할 때는 스테이지 진행 순서도 랜덤으로 주어지며, 진행 구간마다 나사로 능력을 구매하거나, 미션 수행을 통해 능력을 얻을 수 있다.
<록맨제로> 시리즈의 정령처럼 캐릭터 주변을 날아다니며 전투를 보조하는 '펫', 외형과 플레이 방식 자체가 달라지는 무기 교체, 다양한 방식으로 능력을 강화해주는 코어(Core)와 오그(Augs)가 있다. X 시리즈의 아머 같은 개념은 없지만, 코어 중 일부는 레그, 헤드 등 각각의 부위에 적용되어, 비슷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X 시리즈에서도 일부 아머만 활용할 수 있던 방향 지정 에어 대쉬도 사용할 수 있다.
니나는 버스터의 크기를 키우거나, 앞뒤 또는 위아래로 발사하기도 하고, 벽이나 몬스터를 통과하는 샷 등 다양한 공격을 할 수 있었다. 에이스는 망치, 낫, 던지는 수리검, 부메랑 등의 무기로 스타일리쉬한 전투를 즐길 수 있었다. 무기들은 전투 중에 언제든 교체할 수 있고, 코어와 오그는 중복 적용, 무기는 2차 강화 등이 존재했다.
보스를 클리어할 때마다 얻는 특수 무기는 본작에서 '파워'라는 명칭으로 불린다. 스테이지 끝에서는 해당 보스의 무기를 얻을지, 이전에 클리어한 보스의 무기를 강화하거나, 나사를 얻을지 선택할 수 있다. 이런 다양한 경우의 수가 반복 도전을 상대적으로 덜 지루하게 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에이스 상단의 게이지가 모두 차면 일시적으로 공격할 수 없는 제약이 있다.
앞서 기술한 내용을 보면 <30XX>는 꽤 재미있는 게임으로 보인다. 실제로 조작키에만 익숙해지면 록맨 시리즈의 팬이 아니더라도 게임을 재밌게 즐길 수 있다. 1,301개의 스팀 평가 중 92%가 긍정적인 매우 긍정적 게임이지만 왜 혹평이 적잖게 보였던 것일까?
일단, 한국어 지원을 하지만 한국어 번역 상태가 좋지 못했다. 굉장히 어색한 단어 선택과 말투를 보여줘 몰입을 깼다. 그래서 처음 1시간을 제외한 이후의 플레이는 모두 영어로 플레이했을 정도다.
또한 서사가 빈약했다. 튜토리얼을 포함한 인트로, 진행을 선택하는 헤드쿼터 등에서 실마리가 등장하나, 게임의 9할 이상은 스테이지 단위의 전투로만 구성되어 있다. <록맨> 시리즈가 시간이 지나도 꾸준히 회자된 데에는, 와일리 박사를 비롯한 빌런들의 서사, 록맨, 엑스, 제로, 액셀 등의 메인 캐릭터의 분명한 성격이 큰 역할을 해왔다. 이런 지점에서 <30XX>가 보여준 매력의 깊이는 상대적으로 얕게 느껴졌다.
몇몇 아쉬운 점이 있음에도 <30XX>는 록맨 시리즈 신작을 애타게 기다리는 팬들에게 훌륭한 대체제가 되어주었다. 배터리스테이플 게임즈가 2017년에 출시한 전작 <20XX>도 3,586개의 스팀 리뷰 중 92%가 긍정적인 매우 긍정적 평가를 받은 록맨라이크 게임으로, 해당 개발사는 록맨의 재미를 새롭게 재현하는 것에 오랜 시간을 들여왔다.
일부 팬들은 <30XX>를 록맨 스킨을 덧씌운 버전으로 즐기는 등 <록맨>에 대한 향수를 이 게임에서 해소하고 있다. 콘텐츠의 부족함이라는 <30XX>의 약점을 2인 코옵, 다른 유저가 만든 스테이지에 대한 도전 등으로 보완해 기존 <록맨> 시리즈와는 다른 재미를 만들어냈다. 비록 우리의 기억 속 록맨은 없지만 <록맨> 시리즈에 대한 애정 만큼은 확실했던 <30XX>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