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 일섬>은 2021년 부산 인디 커넥트를 시작으로 지스타 2022, 플레이엑스포 2023, 방구석인디게임쇼 2023, 그리고 최근 도쿄게임쇼 2023까지 많은 글로벌 게임쇼에 꾸준히 출품하며 기대를 모아 왔다. 눈길을 끄는 것은 '1인 개발'로 만들어 졌다는 점.
<닌자 일섬>은 개발사 아스테로이드 제이의 장원선 대표가 홀로 개발했다. '초고속 하이퍼 닌자 액션'이라는 장르를 내세우고 있는 <닌자 일섬>, 어떻게 나왔을까? 직접 플레이해 보고 소감을 정리했다.
<닌자 일섬>을 혼자 만든 장원선 대표는 "이세계에서 떨어진 닌자가 도시에서 날뛰는 플랫폼 액션 게임"이라고 소개한다.
<닌자 일섬>의 주인공은 일족의 당주를 죽였다는 누명을 쓴 닌자 '키바'다. 문제는, 복수를 위해 앞을 가로막는 적들과 싸우다 보니 무언가 달라졌다는 것. 키바는 모종의 이유로 20XX년에 떨어져 신체가 사이보그로 개조된 상태다. 플레이어는 키바를 조종해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고 원래 세계로 돌아가 복수를 끝맺어야 한다.
과묵한 주인공 키바와 더불어 조력자 '한조'가 초반부 이야기를 이끈다. 한조는 도시에 나타난 키바를 거두어 신체를 수리·개조하고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돕는다.
스킬은 활용도가 높지만, 플레이어 기량이 더욱 중요하다(고 느꼈다).
특이한 점이라면 사이보그가 된 닌자답게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의 갯수가 많다. 무려 8개나 된다. 주변에 화염을 둘러 공격하거나 일정 시간 적의 공격을 피하는 '닌자스러운' 기술부터, 주변에 전파를 방출해 적들의 움직임을 멈추는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다.
육성 요소는 갖춰져 있지만, 도전과 실패를 거듭하며 그 과정에서 얻은 재화로 캐릭터의 성능을 강화할 수 있는 시스템(로그라이트)은 아니다.
업그레이드는 한 챕터를 마치고 다음 스토리를 진행하기 전에만 할 수 있기 때문에 한번 시작하면 그 성장 상태로 해당 챕터를 끝마쳐야 한다. 복고 컨셉의 타이틀답게, <데드셀>이나 <하데스>를 하는 감각보다는 과거 2D 플랫포머 게임을 플레이하며 중간에 상점에 들리는 느낌에 가까웠다.
강화 상점에선 총 8개의 스킬과 체력, 기력, 공격력을 각각 최대 3단계까지 강화할 수 있다. 한 단계 강화에 데미지가 15%가 증가하는 등 이점이 크긴 하지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적을 처치하면 모이는 재화가 넉넉하지 않기 때문. 다만 게임의 특성상 캐릭터의 성장보다는 플레이어의 성장(...)이 더 큰 영향을 끼친다.
스킬보다 자주 사용하는 것은 수리검을 던져 순간이동하는 기술이다. 이동 가능한 범위가 그리 넓지 않지만, 특정 장애물을 통과할 수 있고 무적 판정이 넉넉해 가장 자주 사용하게 된다. 일반적인 공격으로서의 수리검 투척과 순간이동, 스킬은 SP(기력)라는 자원을 공유하기 때문에, 철저한 자원 관리가 필요하다.
가장 자주 사용했던 순간이동 기술. 숙련자라면 다를 수도?
게임을 붙들게 만드는 것은 역시 (때로는 악의적으로까지 느껴지는) 고난도 스테이지 구성이다. <닌자 일섬>은 어렵다. 스킬과 이동 기술은 제약이 있어 난사할 수 없고, 대부분 검을 사용하는 기본 공격으로 적을 상대해야 한다. 그런데 적에게 접근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
접근에 성공한다고 해서 적들이 공격을 기다리며 가만히 있지 않는다. 적을 처치하더라도 공격 모션이 시작됐다면 데미지를 입는 경우가 많다.
후반부는 정말 살아남기 바쁘다.
몬스터의 행동은 단순한 반면 배치가 절묘하다. 정해진 루트를 달리는 느낌으로 <닌자 일섬>을 플레이하다가는 "일부러 저렇게 뒀나?" 하는 의문과 함께 세이브 포인트로 돌아가기 쉽상이다. 그나마 순간이동 기술의 무적 판정이 넉넉한 것이 다행이다.
챕터 별로 다양한 기믹이 마련되어 있어 지루함을 느낄 새가 더욱 없다. 횡스크롤 슈팅 게임이 되기도 하고, 한번 더 변주해 횡스크롤 슈터의 비행선에서 원래 주인공의 기술을 사용하는 비행 액션(?) 게임이 되기도 한다.
전용 스킬까지 갖춰진 횡스크롤 슈터 파트가 인상적이었다.
한조를 지키는 비행 액션 파트도 재밌게 즐겼다.
한편으로는 <닌자 일섬>이라는 제목에 비해 일섬(一閃)에 적을 베어 넘기는 재미가 부족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일반 몬스터도 두 번에서 세 번 공격해야 쓰러뜨릴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검격 데미지를 최대로 강화해도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일섬이 없는 닌자의 비애는 보스전에서 더욱 처절하게 다가왔다. 일부 특수 기믹이 존재하는 보스를 제외하면 플레이어는 적의 패턴을 열심히 피해가며 딜 타임이 주어졌을 때 달려들어 공격을 욱여넣어야 한다. 더욱이 보스들은 대부분 탄막 슈팅게임을 방불케 하는 공격 패턴을 선보이며 공중을 날아다니는 반면 점프 공격은 1번으로 제한되어 있어 답답함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닌자 일섬>은 분명 풍부하고 '재밌는' 경험을 선사하는 웰메이드 2D 플랫포머다. '1인 개발' 타이틀을 떼고 보더라도, 2D 플랫포머를, 특히 레트로 스타일의 도전적인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라면 추천할 만하다.
장치를 작동시켜 상대하는
보스도 있었지만,
그냥 날아다니는 보스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