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몇 개만 늘어놓고 놀아도 온 세상을 가진 것 같았던 때가 있었다. 동심(童心, 아이의 마음)은 동심(動心, 마음의 움직임)이 됐고, 상상의 힘을 빌어 이야기를 펼치곤 했다.
픽사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를 재밌게 봤던 사람들이라면, 큰 매력을 느낄 게임이 등장했다. 블루스파이 스튜디오에서 개발 중인 디펜스 게임 <토이 샤이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플레이어는 천진난만한 아이가 되어 장난감 병정, 대포를 활용해 몰려오는 적을 막아낸다. 결정적으로, 이 게임 생각보다 퀄리티가 엄청 좋다.
일반적인 디펜스 게임에서 겉모습만 바뀐 게 아닌가 싶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손으로 직접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듯한 연출, 시원한 총격 및 발포, 이를 뒷받침해주는 매끄러운 프레임과 깔끔한 그래픽은 몰입감을 키워줬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주인공 소년의 목소리 연기도 인상적이다. 그저 귀엽기만 한 게 아니라, 이렇게 놀고 있을 아이가 눈앞에 그려지는 수준이다.
본편의 출시는 2024년 2분기로, 현재 공개된 버전은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데모 버전이다. 1시간 내외로 모든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있는 분량이지만, 정식 출시가 기대되는 게임으로, 3월 14일 공개 이후 728개 스팀 리뷰 중 92%가 긍정적인 '매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토이 샤이어>의 세계에서 잠시 어린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갔던 경험을 공유한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게임명: 본편 <토이 샤이어>/ 데모 <토이 샤이어: 룸 원>
장르: 3D, 디펜스, 1인칭, 전략
출시일 및 플랫폼: 본편 2024년 2분기, 데모 2024년 3월 14일/ PC(스팀), GOG개발사/배급사: 블루스파이 스튜디오/캐탑트릭 게임즈
가격: 본편 미정/ 데모 무료
한국어 지원: O
<토이 샤이어>는 꼬마 '케빈'이 자신의 방에 돌아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미국의 흔한 전원주택의 모습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토이 스토리> 주인공 '앤디'의 집과 매우 닮은 공간이다. '장난감 병정'이 플레이어에게 직접 조작법을 알려주는 튜토리얼을 기반으로 크레파스, 책, 가방 등 여러 물건이 늘어진 책상에서 '병정 놀이'가 진행된다.
룰 자체는 아주 심플하다. 초기에 일정량 주어지고, 몰려드는 적을 쓰러트릴 때마다 얻을 수 있는 '별'을 지불해, 타워와 병정들을 배치하고 기지를 지키면 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깔끔한 그래픽과 연출이다. 천진난만한 목소리와 함께, 타워를 케빈의 손으로 직접 놓는 모습들은, 실존하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장난감들끼리 싸우면 박진감이 부족하진 않냐고? 아니, 오히려 흥미진진했다. 병정들은 꼬물꼬물 걷거나 기어가며 총을 쏘는데, 이때 총기 발포 및 타격, 피격에 대한 시청각적 연출은 준수한 편이었다. 시원한 총기 발사음, 약간의 화면 진동, 적이 사망할 때 페인트가 튀어주는 표현까지, 아이의 시선으로 보는 전투를 잘 담아낸 느낌이었다.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케빈의 대사도 재밌다. "Say Hello to my little friend!"는 1983년 개봉한 영화 <스카페이스>에서 알 파치노가 적들에게 유탄발사기를 쏘며 외친 명대사다. <토이 샤이어> 외에도 많은 작품에서 활용된 대사지만, 병정 놀이를 하는 아이의 목소리로 듣는 느낌은 신선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토이 샤이어>는 전략적인 판단도 적잖게 요구하는 게임이다. 데모 버전에서 설치할 수 있는 타워는 3종으로 관제탑 위에서 총을 쏘는 '병사 타워', 큰 대미지를 줌과 동시에 적의 움직임을 잠시 멈출 수 있는 '대포', 공격 속도가 느린 대신 사거리와 탄환의 공격 범위가 넓은 '박격포'가 있다.
몰려오는 적 중에는 빠른 개체들도 있기 때문에, 속도를 늦춰주는 '대포'의 역할이 큰 편이다. 그런데, 대포는 비행하며 접근하는 적은 쏠 수 없어서, 기물 선택을 적절히 해야 한다.
장난감 병정들은 소총을 쏘는 보병, 수류탄을 던지는 척탄병, 엎드려서 쏘는 스나이퍼, 기관총을 쏘는 거너 등으로 나뉜다. 마우스 드래그로 사각 박스 범위를 지정하면, 여러 유닛을 한 번에 선택할 수 있고, 특정 위치로 이동시킬 수 있다. 병정 전체에게 현재 위치를 지키는 '방어' 명령을 내리거나, 적에게 접근하며 총을 쏘라는 '공격'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데모 버전의 마지막 스테이지에서는 '멤피스-X'라는 커다란 장난감 로봇이 보스로 등장한다. 앞서 등장하던 작은 적들은 빠른 속도와 한 번에 몰려오는 숫자로 플레이어를 위협했다면, 멤피스-X는 케빈에게 직접 위협적인 말을 건네는 것은 물론, 체력이 높아 상대하기 쉽지 않다.
특히 멤피스-X는 대포 공격에도 기절하지 않고, 병정에게는 와이어를 쏴서 자신의 등에 있는 가방에 집어 넣어버리는 등 플레이어의 공격을 무력화하는 기술도 가지고 있어 까다로웠다. 처음에는 병정을 잡아 먹는 보스니까 타워를 강화해서 상대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정반대의 공략법이 필요했다. 병정을 가방에 넣는 동안 잠시 걸음을 멈췄을 때 공격을 퍼부을 수 있게 더 많은 병정을 투입해야 했다.
콘셉트는 신선했지만 2분기에 출시될 본편도 재밌을까? 데모 버전에서 보여준 몰입감과 퀄리티가 본편에서도 유지된다면, 정식 출시 이후에도 호평을 받을 게임으로 보인다.
데모에서는 '환경적 요소'로 주변에 늘어놓은 장난감 중 하나처럼 보였던 '젠가'가, 특정 웨이브 이후 이동 경로 위로 쓰러지면서 적의 진입 경로 및 아군의 방어 지역이 변하는 연출을 보여줬다. 이런 게임 진행 중의 변화 외에도, 본편에서는 스테이지 자체를 커스텀해서 만들 수 있는 '모드'도 포함된다고 한다.
본편에서 이어질 스테이지에서는 더 다양한 공간과 장난감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공개된 데모에서 전달된 디펜스 및 RTS 플레이의 깊이가 다소 얕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콘셉트 전달과 장르 특유의 기본기에는 충실했지만, 더 창의적인 플레이가 등장할지는 미지수다.
편의성 측면에서는 장단점이 공존했다. 인터페이스는 정갈했고, 배속 기능이 포함된 점도 만족스러웠다. 다만, 대포나 박격포 등의 타워 기물은 사거리와 특징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표시해줬으나, 장난감 병정들은 설명이 없거나 빈약했던 부분은 보완되어야 할 지점이었다. 기물 간 밸런스나 몰려오는 적의 패턴이 더 정교해지면 디펜스 게임으로서의 재미도 확실히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플레이 경험을 종합해보면, 귀엽고 깔끔했다. 비슷한 콘셉트의 게임 중에서도 <토이 샤이어>의 연출은 손에 꼽힐 정도였으니 말이다. 만약 당신이 <토이 스토리> 스타일의 깔끔한 장난감 디펜스 게임을 찾고 있다면, 현재의 데모 버전을 플레이해보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기자 또한 2분기 정식 출시를 기다려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