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1910년부터 45년 해방되기까지 35년 일제 강점기를 겪은 것처럼, 대만도 그보다 앞선 1895년부터 일제 치하의 고통을 겪었습니다. 경제부터 문화까지 일본의 것을 주입해 대표적인 식민지를 삼으려 한, 첫 번째 케이스였죠.
이러한 대만에서도 일제 치하를 벗어나고자 노력한 '의적'이 있습니다. '랴오 티안 딩(Liao Tian ding)'이라는 인물로, 부당하게 갈취한 부자들의 금품을 빼앗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는가 하면 자경단원으로 활동하며 일본군을 물리치려 노력했다고 합니다. 비록 허구였지만,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나온 '각시탈'과 비슷하기도 하네요.
대만에서 랴오 티안 딩은 전설적인 인물로 추앙 받으며 영화와 드라마, 각종 서적까지 나오는 등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가운데, 대만 인디게임사 Creative Games Computer Graphics Corporation(CGCG)이 <티안 딩의 전설>이라는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CGCG는 최근 게임스컴에서 인디 아레나 부스를 통해 게임을 선보인 데 이어, 9월 9일 열릴 BIC 2021에서도 선정작으로 국내 유저를 찾아옵니다. <티안 딩의 전설>은 PC 스팀과 닌텐도 스위치로 오는 10월 27일 출시된다고 하네요. 데모를 통해 짧게 체험한 소감을 남깁니다. 단순하지만 제법 재밌습니다. / 디스이즈게임 정혁진 기자
서두에서 밝힌 것과 같이, 유저는 티안 딩이 되어 일본군과 일제 치하에서 부당하게 부를 쌓은 부자들을 위해 싸우게 됩니다. 게임은 플랫포머 액션 장르를 따르고 있습니다.
전반적인 외형이나, 곳곳에 등장하는 컷신 등은 모두 당시의 모습을 충실히 재현하려는 듯 고전 만화 풍의 느낌을 그려냈습니다. 스토리 해설 역시 만화를 보듯 컷마다 넘어가는 연출을 담아내기도 했고요.
티안 딩의 활약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지만, <티안 딩의 전설>은 의적이자 자경단원으로 실존한 그를 중심으로 일어난 실제 사건과 상황을 바탕으로 개발됐습니다. CGCG는 이를 위해 티안 딩의 활약에 대해 충분히 탐구하는 시간도 가졌다고 하네요.
<티안 딩의 전설>은 액션 장르인 만큼 액션이나 연출을 꽤 화려하게 표현했습니다. 와이어로 함정을 자유롭게 건너는가 하면 쿵푸를 기반으로 적에게 콤보 공격을 가할 수도 있습니다. 방향키와 마우스 버튼을 잘만 조합하면 스타일리시한 전투를 벌이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스팀을 통해 공개된 데모는 제 1장만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타이페이 시의 '왕문장'이라는 악덕 부자의 횡포를 막고자 그의 금고에 침입해 왕문장을 저지하고 그의 돈을 빼앗는 줄거리를 담고 있습니다. 약간의 튜토리얼을 경험하면 바로 본격적으로 스테이지에 돌입합니다.
금품을 몰래 찾아오기 위해 늦은 밤 본격적인 잠행을 시작합니다. 당연히 몰래 돌아가야 하겠죠. 정문으로 들어가면 안되니, 하수구 입구로 돌아서 가기로 합니다. 분명 늦은 밤 몰래 가는 것일텐데, 하수구로 들어가니 일본군이 잔뜩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수구는 여러 적과 장애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얼핏 미로처럼 보이나 생각보다 헤매게 만드는 것은 없습니다. 동그란 구조물에 줄을 던져 멀리 날아가는 와이어 액션의 조작이 조금 까다롭긴 합니다.
최초 기본 검술과 이단 점프, 회피 등 액션 장르 캐릭터에 있을 법한 기술로 시작하지만, 플레이를 거듭하며 '류영권(流影拳)'이라는 권법을 습득하게 됩니다. NPC를 비롯해 필드 곳곳에 있는 비기를 얻어 권법이 해금되는 방식이죠.
공중으로 적을 띄워올리는 발차기부터 빠르게 전방으로 날아차는 것, 이소룡의 '1인치 펀치' 처럼 근접 펀치로 적을 가격하는 권법까지 다양합니다. 데모 버전에서는 3개 권법만 사용 가능했지만 스팀 페이지를 보면 더 다채로운 권법도 보여줄 것으로 보입니다.
조작법은 간단하지만, 콤보 액션을 구사하려먼 늘 그렇듯 숙련과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적에게 빠르게 날아가 띄워서 공중 공격으로 마무리를 짓거나, 1인치 펀치로 적을 벽에 튕기게 한 후 공중에 띄우는 등 상황에 맞는 콤보를 구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권법을 무한정 조합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데모 기준 최대 3칸의 기력이 있고 권법을 사용할 때마다 1개의 기력이 소모되므로 한 번 공격을 시작하면 3개의 권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좀 더 많은 대미지를 입히려면 기본 공격과 조합을 하는 것은 필수로 보입니다.
<티안 딩의 전설> 액션을 좀 더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바로 '빨간 허리띠'에 있습니다. 평상시에는 허리에 차고 있지만, 전투 시 상대방의 무기를 빼앗아 일시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주거든요.
적의 무기를 빼앗기 위해서는 일단 효과적으로 공격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작정 적에게 허리띠를 던져 무기를 뺏을 순 없죠. 권법을 조합해 공격을 하다가 적이 날아갈 때 마우스 스크롤 버튼을 누르면 적의 몸을 감싸며 무기를 빼앗는 연출이 나옵니다.
빼앗은 무기는 공격을 다양하게 만들어줄 뿐 아니라, 여러 적에게 몰린 상황을 효과적으로 벗어나게 해주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거구의 적이 든 도끼로 강한 대미지를 입히거나, 폭탄을 빼앗아 다수의 적에게 피해를 입힐 수도 있습니다.
1장만 체험할 수 있었지만 제법 다양한 적이 등장했고, 그만큼 뺏을 수 있는 무기도 많았습니다. 스테이지를 거듭해도 반복되는 패턴의 적이 등장하긴 하겠습니다만 그래도 종류는 조금 늘어나겠죠. 적극적인 공격으로 대미지도 입히고, 적의 무기도 뺏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무기를 뺏는 기능 외 적을 원하는 방향을 띄울 수도 있습니다. 추가 콤보를 노릴 수도 있는 것이죠.
여러 맵을 지나 왕문장의 방으로 들어가면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방 안에서 인력거를 타고 있는 왕문장이 유저를 맞이합니다. 분위기상 당연히 보스전에 돌입합니다.
왕문장은 가지고 있는 지팡이를 휘두르기도 하지만, 소지한 권총으로 원거리 공격을 하기도 합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양 벽에서는 천사상이 저격소총을 발사하기도 하고, 맵 가운데 황금상은 손에 쥔 폭탄을 던지거나 권총으로 바닥에 난사하는 등 여러 공격을 벌입니다.
까다로워 보이지만, 생각보다 클리어는 어렵지 않습니다. 천사상이나 황금상의 공격은 일시적이기에 잘 피하며 왕문장만 노리면 됩니다. 근접 공격을 하며 왕문장의 권총을 빼앗아 공격도 할 수 있습니다.
몇 번의 패턴을 반복하면 보스전이 끝나고, 티안 딩은 왕문장의 돈을 빼앗아 달아납니다. 이후 패배한 왕문장을 의문의 인물이 "쓸모없는 녀석" 이라며 사살하며 데모는 끝이 납니다.
데모는 전체적으로 <티안 딩의 전설>에 대한 액션의 재미를 간략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습니다. 권법을 조합하는 재미나, 적의 무기를 빼앗는 공격 또한 게임을 좀 더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차원에서 괜찮아 보였습니다.
스팀 페이지를 보면 다양한 맵이 등장하고, 상대하게 되는 적 또한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티안 딩도 더 많은 권법을 익히거나 부적으로 권법을 성장시킬 수 있는 모습입니다. 곳곳에 카드 게임 같은 부가 기능도 마련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과정을 가졌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만, '티안 딩'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게임으로나마 접하게 되어 나름 의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식 버전이 나오면 얼마나 더 많은 재미를 제공할 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