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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크래프톤의 새로운 시도 '썬더 티어원', 어렵고 까다롭지만 흥미롭다

[체험기] 크래프톤 썬더 티어원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이형철(텐더) 2021-12-20 16:21:12

크래프톤은 2017년 스팀 얼리 액세스를 통해 <배틀그라운드>를 선보인 뒤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글로벌 개발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실제로 <배틀그라운드>는 지난해 7천 만장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위키피디아가 발표한 '역대 가장 많이 팔린 게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바 있습니다. 크래프톤이 <배틀그라운드>고, <배틀그라운드>가 곧 크래프톤이라는 이야기가 쏟아졌던 이유입니다.


하지만 어느 새부턴가 크래프톤에 대한 의문부호를 제기하는 이가 늘어났습니다. <배틀그라운드> 외에 이렇다 할 타이틀을 선보이지 못한 만큼, 새로운 게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죠. 이에 크래프톤은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데드 스페이스> 개발자가 참여한 서바이벌 호러 <칼리스토 프로토콜>이나 한국판 <위쳐>를 목표로 개발 중인 <눈물을 마시는 새>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오늘 소개할 <썬더 티어원> 역시 크래프톤의 새로운 도전 중 하나입니다. 크래프톤 산하 썬더 개발 본부가 만든 <썬더 티어원>은 전략성을 강조한 슈팅 게임인데요, 탑뷰로 펼쳐지는 마니악한 전략 슈터임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평가를 통해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썬더 티어원>은 어떤 게임일까요? 과연 크래프톤은 <썬더 티어원>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했을까요?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출처: 크래프톤)

 

 

# '썬더 티어원', 철저한 분석과 계획이 반드시 필요한 게임

 

<썬더 티어원>은 1990년대 초반 가상의 동유럽 국가 살로비아(Salobia)에서 활동하는 특수 작전 부대 '썬더'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유저들은 썬더 팀의 요원이 되어 싱글 캠페인과 멀티 플레이 중 하나를 골라 임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먼저, 싱글 캠페인은 AI 팀원들을 지휘해 특정 미션을 완수하는 형태로 흘러갑니다. 직접 컨트롤할 수 있는 캐릭터 한 명을 제외하면 이동부터 은·엄폐​와 사격 등 모든 행동을 하나하나 지시해야 하죠. 1998년 출시돼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전술 게임 <코만도스>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덕분에 <썬더 티어원>은 유저들에게 지속적으로 전략적인 사고와 판단을 요구합니다. 주어진 미션들이 일명 '닥치고 돌격'과 같은 무쌍 플레이로는 진행이 어렵기 때문이죠. 미션 진입에 앞서 미션 상황과 목표를 철저히 분석하고 계획을 세워야만 정상적으로 미션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위: 코만도스, 아래: 썬더 티어원. 얼핏봐도 꽤 비슷한 구도다 (출처: 스팀)

 

두 번째 미션 은빛 이슬을 통해 <썬더 티어원>의 싱글 캠페인을 살펴봅시다. 호르헤시에서 전개되는 은빛 이슬은 고가치 표적을 확보한 뒤 작전 지역에서 탈출하는 미션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브리핑입니다. 브리핑은 현재 상황과 목표는 물론 작전 지역의 지도까지 제공하기에 미션 수행에 있어 반드시 거처야할 포인트로 꼽힙니다.

 

브리핑의 '실행'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팁도 핵심 요소입니다. 실행은 미션 수행에 필요한 전략을 직접적으로 제시하는 데요, 이를테면 'A구역에서 적과 교전하거나 B구역으로 회전해 은밀하게 접근하라'고 제시하기도 하며 '주 출입구 또는 뒷문으로 진입 가능'과 같은 전개 방향을 알려주죠. 쏠쏠한 팁이면서 특수 부대라는 설정에 대한 몰입감까지 올려주는 장치인 셈입니다.

 

다시 은빛 이슬로 돌아가보죠.

 

은빛 이슬은 도로를 낀 시가지에서 펼쳐지는 데다 은·엄폐​할 수 있는 오브젝트마저 많은 탓에 난이도가 꽤 어려운 편입니다. 다수의 적이 배치돼있으며 호르헤시 안쪽에 숨어있는 표적이 일정 시간 후에 도주한다는 점도 까다롭고요. 따라서 은빛 이슬을 진행할 때는 아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전면전을 불사할 수도 있지만, 위험을 감수하고 숨어 들어가는 게 더 현명할 수도 있는 겁니다.

  

탈출 지점에 도달한 뒤의 상황도 까다롭습니다. 차량이 도착할 때까지 위치를 사수하며 몰려오는 적을 막아내야 하니까요. 이처럼 <썬더 티어원>은 하나의 싱글 캠페인을 수행함에 있어서도 지속적으로 상황을 확인하고, 전략적인 판단을 내리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전반적인 내용이 담긴 임무 개요와

 

지형 지물, 실행, 지원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브리핑은 반드시 거쳐야할 과정이다

 

<썬더 티어원> 멀티 플레이는 싱글 캠페인에서 나온 미션 중 하나를 기반으로 AI가 아닌 유저들과 호흡을 맞추는 형태로 흘러갑니다. AI와 함께했던 미션을 유저들과 수행하는 구조죠. 덕분에 멀티 플레이는 아주 독특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채팅 또는 디스코드를 통해 게임 내 리더의 지시에 맞춰 미션을 수행하는 만큼, 싱글 캠페인과는 전혀 다른 플레이가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점령전과 데스매치 등 타 유저와 맞붙는 PVP 콘텐츠 역시 흥미롭습니다. 다소 뻔한 패턴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AI와의 두뇌 싸움보다는 실제 유저와의 전략 대결이 훨씬 다양한 그림을 만들어내니까요. 아직 활성화되진 않았지만, 향후 공개될 모딩 툴과 창작 마당 역시 멀티 플레이를 조금 더 풍성하게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멀티플레이를 통해 만날 수 있는 PVP, PVE는 굉장히 흥미롭다

유저들과의 지략대결은 싱글 캠페인과는 또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 어려운 게임 '썬더 티어 원', 향후 공개될 모딩 툴을 주목해보자

 

<썬더 티어원>은 어렵습니다. 그냥 어려운 게 아니라 '굉장히' 어렵죠. 앞서 소개한 전략적 요소 외에도 게임 내에서 활용되는 총기나 장비들은 상당히 디테일하게 설정돼있습니다. 총알을 다쓰고나면 알아서 탄창이 교체되는 게 아니라 주머니에서 조끼로 탄창을 옮겨야만 장착이 가능할 정도니까요. 이처럼 <썬더 티어원>은 꽤 하드코어한 전략 게임에 해당합니다.

 

물론, 이는 초반 단계에서 유저들에게 흥미를 유발합니다. 사실적 배경을 바탕으로 AI에 오더를 내리고 전황을 파악한 뒤 부대를 전진해 목표를 달성하는 건 누구나 한 번쯤 꿈꿨던 특수부대 리더의 모습과 거의 일치하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텐션은 그리 오래가지 않습니다. 

 

전략 게임의 싱글 콘텐츠는 '미션을 수행하는 재미'가 코어 요소로 꼽힙니다. 전략적 판단으로 주어진 미션을 해결한 뒤 새로운 과제를 부여받아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핵심인 거죠. 하지만 <썬더 티어원>의 미션은 굉장히 어려운 편입니다. 하드코어한 전략성, 둔하다 못해 무거운 이동 속도 등 낯선 요소가 지나치게 많은 탓이죠. 덕분에 미션 하나를 클리어하는 데도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요구됩니다.

 

탑뷰로 진행되는 시점에 따른 시야각이나 단 한 번의 클릭 미스에도 바로 사망하는 캐릭터 역시 유저들에겐 부담스러운 요소입니다. 전략성과 사실상을 더해주긴 하지만, 이로 인해 반복적으로 미션 수행에 실패할 경우엔 진입장벽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전략성과 디테일함은 굉장히 흥미롭고, 몰입감을 올려주지만

일종의 진입장벽처럼 느껴질 때도 적지 않다

  

튜토리얼은 비교적 친절한 편이지만, 실전에서 적용하기엔 쉽지 않다

 

싱글 콘텐츠 부족도 못내 아쉽습니다. 오늘(20일) 기준 <썬더 티어원>의 싱글 캠페인은 아홉 개에 불과합니다. 게임에 능숙한 유저 기준 미션 하나당 넉넉하게 한 시간이면 클리어 가능함을 감안하면 그리 길지 않은 분량이죠. 숙련도에 따라 훨씬 빨리 끝날 수도 있고요.

 

게다가 싱글 캠페인은 별도의 스토리나 주인공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 각기 다른 아홉 개의 옴니버스식 미션을 늘어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큰 줄기를 따라가며 이야기의 기승전결을 파악하는 스토리 진행에 비해 느낄 수 있는 성취감도,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야할 동기부여도 희미할 수밖에 없죠.

  

싱글 캠페인은 말 그대로 '캠페인'에 불과하다

 

따라서 <썬더 티어원>의 미래는 멀티 플레이가 결정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람과의 두뇌 싸움이 가능하다는 점 외에도 점령전이나 데스 매치 등을 활용해 다양한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요. 많은 슈팅 게임이 PVP를 통해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고 유저를 유치했음을 감안하면 <썬더 티어원> 역시 싱글 캠페인을 일종의 거대한 튜토리얼로 분류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입니다. 

 

실제로 <썬더 티어 원>을 플레이한 유저들은 멀티 플레이에 대해 굉장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탈출, 거점 점령전, 데스매치의 구조가 아주 특별한 건 아니지만, 특유의 전략성이 더해짐에 따라 신선하게 느껴진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으니까요.

 

창작 마당 역시 <썬더 티어원>의 수명을 늘려줄 핵심 요소가 될 전망입니다.

 

개발진은 근 시일 내에 모딩 툴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힘과 동시에 몇 가지 예시 콘텐츠를 업로드해둔 상황입니다. 그중 눈에 띄는 건 '좀비모드'입니다. 개발진이 선보인 좀비 모드는 몰려오는 좀비들로부터 생존하고 VIP를 호송하는 콘텐츠로, 기존 미션과 전혀 다른 색깔을 띕니다. <썬더 티어원>의 강점인 전략성은 살리되 진입장벽이 될 '마니악함'은 덜어낸 콘텐츠라해도 무방할 정도죠.

 

따라서 향후 모딩 툴을 통해 스토리나 난이도 조절 등 싱글 캠페인에서 느꼈던 갈증을 덜어줄 콘텐츠가 등장할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모딩 툴이 정확히 어떤 기능을 얼마나 제공할 진 알 수 없지만, 유저들이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색깔을 입힐 수 있는 길은 어느 정도 열려있는 셈입니다.

 

모딩 툴을 통해 등장할 다양한 콘텐츠는 게임의 수명을 늘릴 수 있다

현재까지 공개된 모드의 수는 적은 편 (출처: 썬더 티어원 스팀 페이지)

 

# 썬더 티어원, 칼리스토 프로토콜, 눈마새... 크래프톤의 새로운 시도는 계속된다

 

냉정히 말해 크래프톤은 <썬더 티어원>에 그리 큰 힘을 쏟고 있진 않습니다. 출시 전후로 마케팅 공세를 퍼붓기보다는 트레일러 한 두개를 공개하는 선에서 홍보를 마무리했기 때문이죠. 얼마전 끝난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대회 PGC 2021에서도 크래프톤은 <썬더 티어원>에 많은 조명을 나눠주지 않았습니다. e스포츠 대회를 일종의 홍보 무대로 활용하는 타 게임사와는 분명 다른 행보였죠. 

 

그럼에도 <썬더 티어원>은 꽤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출시 직후 스팀이 선정한 특집 및 추천 제품에 선정되는가 하면 <데스티니 가디언즈>, <헤일로 인피니트> 등과 함께 최고 인기 제품 순위 상위권을 유지하기도 했으니까요. 유저 평가 역시 '매우 긍정적'입니다. 낯선 장르, 마니악한 소재를 다뤘음을 감안하면 선방 이상의 성적표나 다름없죠. 크래프톤 입장에서는 큰 힘을 들이지 않았음에도 기분 좋은 상황이 펼쳐진 겁니다.

  

관련 기사: 크래프톤 '썬더 티어원', 출시 직후 헤일로 인피니트와 어깨 나란히


출시 직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썬더 티어원(출처: 스팀)

 

크래프톤은 지금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데스 스페이스> 개발진이 참여한 <칼리스토 프로토콜>과 전면 재개발을 선언한 <눈물을 마시는 새>와 같은 굵직한 게임은 물론, 독립스튜디오를 활용한 <캐슬 크래프트> 등 모바일 게임에 대한 시도도 계속되고 있죠. 오늘 소개한 <썬더 티어원> 역시 이러한 시도의 조각 중 하나에 해당합니다. 배우 마동석을 주인공으로 한 <배틀그라운드> 단편영화 '그라운드 제로'도 마찬가지고요.

 

크래프톤은 어떤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요? 과연 그들의 새로운 시도는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요? 크래프톤이 <배틀그라운드> 원툴 회사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크래프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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