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게임은 많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15년 역사의 게임 전문지 디스이즈게임에서 어떤 게임이 맛있는지, 맛없는지 대신 찍어먹어드립니다. 밥먹고 게임만 하는 TIG 기자들이 짧고 굵고 쉽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TIG 퍼스트룩!
국내 모 게임사가 “컷씬 스킵이 안 된다”는 유저 불만을 “컷씬을 도저히 넘길 수 없다”는 호평으로 윤색(?)해 광고에 삽입했다는 의혹으로 작은 논란이 일었던 적 있죠.
‘후속작이 기다려진다’는 표현은 어떤 느낌인가요? 보통 흥미진진한 다음 이야기가 기대될 때 나오는 반응인데, 유념할 사실은 이번 리뷰 게임 <BPM>이 스토리 없는 로그라이크 장르라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적어도 내러티브에 대한 칭찬은 아니란 얘기가 되겠네요.
신나고 멋진 음악에 맞춰 총을 쏘는 콘셉트의 <BPM>은 그 핵심 개념에서 매우 만족스러운 경험을 선사합니다. 그런데 즐겁게 박자를 타다 보면, 게임플레이의 ‘리듬’이 깨지는 순간들이 자꾸만 찾아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합니다. 그래서 조금 더 다듬어진 후속작이 나와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던 게임입니다.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BPM>의 배경 설정은 북유럽 신화의 ‘발할라’에 기초한 듯합니다. 추측형인 이유는 게임에 뚜렷한 스토리가 없기 때문인데, 그래도 ‘아스가르드’, ‘후긴’ 같은 익숙한 명칭, 켈트 스타일의 의복, 끊임없이 죽고 싸우는 기본 설정 등을 보고 있노라면 발할라를 떠올리지 않기가 오히려 어렵습니다.
음악에서 BPM이란 ‘분당 비트 수’(beat per minute)를 뜻합니다. 게임의 제목 <BPM>은 이 용어를 살짝 뒤튼 ‘분당 총알 수’(bullet per minute)라는 의미입니다. BPM은 박자를 표현하는 기초 개념 중 하나입니다. 곡의 ‘절대적 속도’를 기록하고 공유하기 위해 주로 쓰입니다.
<BPM>에서 플레이어는 정해진 BPM에 맞춰 총기를 발사, 장전해야 합니다. 이때 장전이 일반 FPS와 달리 자잘한 ‘구분동작’으로 나뉘기 때문에 버튼을 여러 번 누르게 되어 있습니다. 박자에 안 맞추면 총은 아예 작동을 거부합니다.
‘곡’은 스테이지당 하나씩이고, 접근성 때문인지 BPM은 통일되어 있습니다. 장르는 아무래도 메탈에 기초한 듯하지만 북유럽 메탈의 육중함은 없습니다. 그보다는 가상악기 샘플의 사운드를 고려한 것인지 신스 계열 일렉트로니카 테이스트가 섞여 전반적으로 팝스럽고 경쾌한 느낌을 줍니다.
그런데 리듬게임에서 이처럼 리듬과 곡이 획일화되어있다는 것은 치명적 단점일 수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제작진은 총기별로 ‘박자’를 달리했습니다. 이를테면 샷건은 좌클릭으로 발사 및 펌핑을 하고, R버튼 세 번에 걸쳐 탄창을 교체합니다. 반면 로켓런처는 좌클릭으로 발사, R버튼으로 삽탄입니다. 이처럼 총기에 따라 '다른 박자'를 타는 느낌을 줍니다.
레벨 디자인에는 로그라이크 요소가 촘촘하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먼저 맵은 라운드마다 격자형 그리드 위에 ‘방’들이 새롭게 배치, 연결되는 방식입니다. 몬스터가 나오는 ‘기본 방’에서부터 상점 방이나 보물 방, 보스 방 등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특정 방에 진입하기 전까지는 인접 방의 개수와 종류를 알 수 없습니다. 몬스터가 나오는 방이라면 모두 소탕해야 다른 방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보스방을 찾아 보스를 잡으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게 됩니다. 그러나 보스를 일찍 찾았다 해도 바로 전투에 돌입할 필요는 없습니다. 유저의 선택입니다. 방을 모두 순회하며 아이템과 업그레이드를 모으면 보스를 좀 더 쉽게 처치할 수 있겠지만, 그 과정 중에 귀중한 체력을 잃게 될 가능성도 커집니다.
<BPM>의 적 공격은 대미지가 큰 편이고, 체력 회복 수단을 랜덤하게 주기 때문에 보스공략과 탐험의 균형을 잘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어느 시점에서든 사망하면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인게임 성장 요소는 사망시 대부분 리셋되기 때문에, 사망 횟수 누적에 따른 플레이 변화는 크지 않습니다.
<BPM>의 기본 게임플레이는 분명 신 나는 경험입니다. 총기 발사음과 장전 소리 모두 경쾌한 박자감을 느낄 수 있도록 명확하고 듣기 좋게 디자인됐습니다. 간단한 말로 ‘찰진’(차진) 소리가 납니다.
작곡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악기를 풍성하게 쓰고, 곡마다 대중적 멜로디 라인을 넣어 반복 청취의 거부감을 줄였습니다. 리듬 파트의 ‘쫀쫀함’도 잘 살아 있습니다. 전투 역시 화려한 음악에 어울리도록 더블점프와 대시 등 이동기, 다양한 마법, 무기, 적을 통해 입체감과 속도감을 부여했습니다.
그러나 이렇듯 분명한 장점에도, <BPM>은 플레이할수록 다소 완성도가 아쉽다는 느낌을 줬습니다. 몇 가지 디자인적 결함이 게임의 ‘흥’을 자주 깨뜨렸기 때문입니다.
신 나야 할 리듬 시스템이 종종 답답해지는 주된 이유는 적의 ‘투사체’입니다. 적 투사체는 대부분 빠르게 날아오며 맵에는 엄폐물이 적기 때문에 끊임없이 회피하는 것이 가장 좋은 대처법입니다.
그런데 <BPM>의 회피기인 점프와 대시는 역시 박자에 맞춰서만 쓸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적 투사체의 경우 그 ‘발사 시점’이 박자에 맞아도 정작 ‘피격 시점’은 엇박자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날아오는 거리가 일정하지 않아서입니다.
이때문에 ‘박자에 안 맞게’ 죽는 경험이 발생하며 불쾌감을 줍니다. 그렇다면 원거리 몬스터를 먼저 소탕하는 것이 한 방법일 텐데, 그러자니 이번엔 건플레이와 적 기믹이 발목을 잡습니다.
<BPM>의 총기들은 사정거리가 엄격히 정해져 있고, 거리를 넘기면 적에게 ‘아예 안 맞는’ 형식입니다. 또한, 처음 한 정을 제외하면 랜덤하게 획득하게 되며, 특수 아이템이 없다면 한 번에 한 개만 소지 가능합니다. 그래서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근·중거리 무기를 써야 하는 상황은 종종 찾아오며 이 때 원거리형 적을 상대하려면 빨리 접근해 처치하는 방법뿐입니다.
그런데 적 기믹 때문에 접근과 처치가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스테이지 1의 '박쥐'나 '파리' 등은 공중을 나는 데다 몸집이 작습니다. 3개의 투사체를 발사하는 ‘수호자’의 경우 방패로 전면을 꼼꼼히 가리고 있습니다. 가장 위협적인 적들의 생존력이 가장 뛰어난 셈입니다.
이런 설계가 ‘박자 안에서만’ 행동할 수 있는 특성과 만나 전체적인 답답함을 자아냅니다. 게다가 무기의 선택지를 원거리 위주로 크게 줄이면서, 리듬게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다양한 박자’까지 스스로 제약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이외에도 <BPM>은 가시성이 떨어지는 그래픽, 재화 획득 및 맵 이동에서의 편의성 부족, UI 상의 정보 부족 등 자잘한 이슈를 가지고 있습니다. 죽을 때마다 1스테이지로 돌아가기 때문에 초반부 노래를 월등히 더 많이 반복하며 듣게 된다는 것 또한 게임에 다소 질리게 하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들은 ‘리듬 슈터’라는 장르적 유니크함에서 오는 여러 장점을 완전히 상쇄하진 않습니다. 후속작, 혹은 패치 등을 통해 보다 거슬림 없이 박자를 즐길 수 있는 게임 경험을 만들어준다면 더 많은 팬을 사로잡을 수 있을 듯합니다.
▶ 추천 포인트
1. 듣기 좋은 BGM
2. 신 나는 게임플레이
3. 다채로운 액션
▶ 비추 포인트
1. '룰'을 어기는 적들
2. 무너진 총기 밸런스
▶ 정보
장르: 리듬, FPS, 로그라이크
개발: Awe Interactive
가격: 20,500원
한국어 지원: O
플랫폼: PC, PS4, Xbox One
▶ 한 줄 평
"Not quite my tempo(내 박자가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