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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TIG 퍼스트룩] 조바심 없이 즐기는 스피드러닝 FPS

방승언(톤톤) 2022-08-29 10:04:25

세상은 넓고 게임은 많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15년 역사의 게임 전문지 디스이즈게임에서 어떤 게임이 맛있는지, 맛없는지 대신 찍어먹어드립니다. 밥먹고 게임만 하는 TIG 기자들이 짧고 굵고 쉽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TIG 퍼스트룩! 

 

지난 6월 17일 첫 출시일부터 8월 현재까지 스팀에서 ‘압도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유지하고 있는 인디 슈터 게임이 있습니다. ‘스피드러닝 FPS’라는 독특한 콘셉트를 내세워 많은 유저에게서 호평받는 <네온 화이트>입니다.

 

<네온 화이트>의 이야기는 ‘천국’을 배경으로 펼쳐집니다…만, ‘제대로 된’ 천국이 맞는지는 약간 의심스럽습니다. 생전에 썩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는 주인공 ‘네온 화이트’는 기억을 잃은 채 이곳에서 다른 ‘네온’들과 악마 사냥 경쟁을 벌여야 합니다. 가장 뛰어난 실력을 증명한 네온 1명은 구원받아 천국에 머무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악마 사냥’은 짧은 스피드러닝 스테이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주인공은 스테이지에 놓인 다양한 ‘카드’(무기)를 습득, 적재적소에 사용하면서 최대한 빠르게 스테이지를 돌파해야 합니다. 이때 맵에 위치한 악마가 모두 제거돼야만 골인 지점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저 빨리 가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악마를 빠짐없이 해치울 수 있는 효율적 동선을 찾아야 합니다.

 

 

# 스피드러닝을 오마주하다

 

시간 내에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보상으로 ‘메달’이 주어집니다. 메달은 가장 낮은 티어부터 순서대로 ‘실버’, ‘골드’, ‘에이스’ 세 종류가 있습니다. ‘실버’와 ‘골드’메달까지는 대부분 직관적인 방법으로 획득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 이동 경로를 파악하고 주어지는 카드의 사용 순서 및 타이밍만 잘 맞추면 됩니다. 물론 후반으로 갈수록 이 또한 그저 쉽지는 않습니다.

 

게임의 진짜 재미는 ‘에이스’ 메달 획득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에이스 메달은 한눈에 보이는 빤한 경로가 아닌, 창의적이고 더 효율적인 경로를 찾아야만 달성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은 ‘스피드러닝’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와 비슷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스피드러닝이란 정해진 게임 클리어 경로를 벗어나 극단적으로 클리어 시간을 줄이는 게이머들의 경쟁이자 놀이입니다. ‘버그’를 사용하더라도 통상적으로 인정 받습니다. 그만큼 자신만의 길을 찾아내는 창의력이 중시되는 분야입니다. <네온 화이트>의 에이스 메달 획득 과정은 이런 창의적 경로 탐구의 재미를 흉내 내고 있습니다.

 

또한 스피드러닝에는 창의력뿐만 아니라 정교하고 민첩한 조작 능력이 요구될 때가 많습니다. <네온 화이트>는 이 역시 오마주합니다. 맞는 경로를 찾는다고 할지라도, 이동과 사격을 정확하게 수행하지 않는다면 ‘에이스 메달’을 얻기는 힘들어집니다.

 

스피드러닝이라는 설명에서 오해할 수 있지만, <네온 화이트>는 느긋하게 플레이하게 되는 게임입니다. 원하는 만큼 반복해서 플레이하며 맵을 연구해 최적의 경로를 찾고 조작을 숙달해 클리어하면 되니까요. 이때 '조금만 더 해보면 될 것 같은' 절묘한 난이도 디자인은 전체 과정을 지루하지 않게 해주는 숨겨진 공신입니다.

 

 

 

# 한 게임에 장르가 3개, 아니 4개?

 

<네온 화이트>의 또 다른 매력은 여러 장르의 재미가 복합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적을 빠르고 정확히 사살하는 데에서는 FPS, 숨겨진 경로를 찾아내는 과정에서는 퍼즐, 세밀한 조작으로 속도감 있게 이동하는 부분에서는 플랫포머 장르의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한편, 독특하게도 ‘연애 시뮬레이션’ 장르의 재미도 겸하고 있습니다. 스테이지 중간중간 화이트는 다른 네온들과 대화하고, 관계를 쌓아나갑니다. 기억을 잃은 주인공이 자아내는 미스터리, 위트있는 대사, 좋은 유머, 매력적 캐릭터 아트, 성우 연기 등 여러 요소가 조합돼 재미를 줍니다.

 

다만 연출과 스토리라인 모두 통통 튀는 맛이 있는 반면, 깊이감과 독창성은 다소 떨어집니다. 미국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이제는 흔해진 '아니메'(일본 애니메이션)의 영향을 정면으로 드러낸 것까지는 좋습니다. 하지만 일부 전형적이고 판에 박힌 여러 연출을 고민없이 답습한 모습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한편 슈팅 파트와 연애 시뮬레이션 파트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지점은 호평할 만합니다. 각 스테이지에는 일종의 수집요소인 ‘선물’이 하나씩 배치되어 있습니다. 선물은 결승 지점과는 크게 상관없는, 그리고 한 눈에는 접근 방법을 파악하기 힘든 장소에 주로 위치합니다. 일반적인 스테이지 클리어 과정이 ‘스피드러닝’의 패러디라면, 선물 콘텐츠는 마치 ‘이스터에그 찾기’의 패러디 같습니다.

 

선물의 경우 굳이 획득하지 않아도 스테이지 클리어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캐릭터들에게 선물을 많이 건넬수록 이들 각자에 대해 더 깊은 이야기를 알아낼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유의미합니다. 이렇게 ‘추가 콘텐츠’를 보상으로 제공함으로써 완벽 클리어에 대한 유저의 열의를 부추기고 플레이 동기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조금 엉뚱한 곳에 숨어 있는 선물들

 

 

# 결론

 

<네온 화이트>는 슈팅, 플랫포머, 연애 시뮬레이션, 스피드러닝 등의 익숙한 콘텐츠를 조합해 자신만의 문법으로 풀어낸, 창의력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잘 짜인 레벨 디자인, 반복 플레이를 즐겁게 만드는 난이도 설계, 짜릿한 속도감과 멋진 BGM 등 탄탄한 기본기가 게임의 독창적 아이디어를 잘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다만 조금 더 호쾌한 액션, 혹은 본격적인 총격전을 기대한 유저라면 예상과 다른 게임성에 다소 당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에이스' 메달 획득 방법을 알려주는 힌트 시스템은 김 빠지는 요소입니다. 마지막으로 일본식 아니메와 미국식 애니메이션의 중간 어디쯤 위치한 화풍과 스토리라인, 클리셰는 호불호가 갈릴 듯합니다.

 

▶ 추천 포인트

1. 짜임새 좋은 레벨 디자인

2. 다양한 장르적 재미를 한 번에

3. 높은 완성도의 메카닉, 아트, BGM

 

▶ 비추 포인트

1. 난도 낮추는 '힌트' 시스템

2. 호불호 갈릴 만한 스토리와 아트 스타일

 

▶ 정보

장르: FPS, 플랫포머

가격: 29,000원

한국어 지원: O

플랫폼: PC(스팀), 스위치

 

▶ 한 줄 평 

될 때까지 해보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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