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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칠드런 오브 더 선', 한발의 총알로 별그림을 그려 보아요!

슈팅처럼 보이는 퍼즐게임의 진행방식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승주(사랑해요4) 2024-04-11 16:16:04

내 총 끝은 빛나고 방아쇠는 심판을 내린다.

라는 글귀로 시작하는 유명한 '싸이월드 허세' 글이 있었다. 해당 글에 등장한 사람의 사진은 도용인 것으로 알려졌고, 지금은 아는 사람마저 적기에 한참은 지난 유행이지만 한 때는 많은 사람들을 웃겼던 문구다. 반대로 영화 <아저씨>의 원빈 사진을 놓고 저 글귀를 적어 놓으니 "이외로 멋지다"는 반응도 있었다.

뜬금없이 낡은 유머를 언급한 이유는 <칠드런 오브 선>이 그런 게임이기 때문이다. 1인 개발자 'René Rother'가 만들고 디볼버 디지털이 유통한 이 게임은 부모를 해친 사이비 교단에 복수를 결심한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복수에 필요한 것은 많지 않다. 총알 단 한 발이면 족하다.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욘두 우돈타'가 되어 보자


<칠드런 오브 더 선>은 정해진 위치에서 총을 발사해 스테이지에 존재하는 모든 교단원을 죽이는 간단한 게임이다. 주인공은 저격 지점에서 좌우로만 움직일 수 있으며, 총알은 단 한 발만 발사할 수 있다. 

그 대신 주인공이 가진 초능력을 사용해 적을 '연속해서' 처치할 수 있다. 총알을 적에게 맞추면, 적을 죽인 그 자리에서 총알을 다시 발사할 수 있다. 총알만 계속 적중시킬 수 있다면 마치 한붓그리기를 하듯이 스테이지에 존재하는 적들을 청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주인공이 발사한 총알의 궤적을 그려서 보여주기도 한다.

적을 조준하고

적을 죽인 그 자리에서 다시 총알을 발사하는 식으로 나아갈 수 있다.
대신 빗나가는 순간 끝이다.

그렇다고 <칠드런 오브 더 선>이 직선만 그리는 단순한 한붓그리기 게임은 아니다. 스테이지를 진행하면 적은 주인공에게 대응하기 위한 방패를 들고 나오며, 총알의 궤적을 막을 수 있는 지형지물이 다수 추가되기에 적을 계속해서 맞추는 방식으로는 게임을 플레이하기 어려워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주인공에게도 여러 능력이 주어진다. 발사 후 약 60도 정도의 각도로 총알의 궤적을 수정하거나, 밝게 빛나는 적의 '약점'을 두 번 이상 맞추면 발사 이후에도 원하는 타이밍과 위치에서 '재발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덕분에 게임 초기 한붓그리기처럼 직선으로 적 사이를 오가는 총알은 스테이지를 거듭할수록 마치 마법의 화살처럼 곡선을 그리며 움직인다. 중무장을 해서 총알이 통하지 않는 적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충분히 거리를 벌린 후 총알을 가속시켜 방탄복을 관통해 사살할 수 있다.

스테이지를 진행하면 방패를 들거나 방탄복을 착용한 적도 등장한다.


다양한 시스템이 추가되는 만큼, 총알의 동선은 갈수록 복잡해진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욘두 우돈타'가 조종하는 원격 화살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게임으로 비유하면 2011년 출시된 FPS <블렛스톰>을 생각나게 한다.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블렛스톰>에는 저격총을 발사한 후 총알의 궤적을 플레이어가 조종해 적을 해치우는 시스템이 있었다.

총알을 다시 발사하기 위해 적을 꼭 죽일 필요는 없다. 스테이지에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나 주차된 자동차 같은 오브젝트가 존재한다. 지나가는 새를 맞추거나, 자동차의 연료통에 총알을 넣어 파괴시켜도 그 자리에서 다시 발사가 가능하다. 이를 통해 조금 더 창의적인 각을 만들 수 있다. 적과 적 사이가 막혀 있을 때, 보통 하늘 위를 바라보면 새가 날고 있다.

덕분에 <칠드런 오브 선>은 겉으로는 슈팅 게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퍼즐 게임처럼 진행된다. 정찰을 통해 맵에 위치한 적들의 위치를 확인하고 마킹한다. 마킹을 하면 머릿속에 짠 계획에 따라 적을 순서대로 처치하면 된다. 적을 빠르고, 어렵고, 멋지게 처치할수록 점수 보너스를 받으며, 이를 통해 다른 게이머들과 스코어를 겨룰 수도 있다. 실패하더라도 R버튼 하나만 누르면 스테이지 시작부터 다시 할 수 있다.

총알을 쏘기 전에 적을 마킹할 수 있다.
재시작하는 경우에도 처치했던 적은 자동으로 마킹해 준다.


# 놈들의 머리에는 바이러스가 산다

게임의 콘셉트와 시스템에 걸맞게 <칠드런 오브 더 선>은 힙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게임 내에 텍스트는 거의 등장하지 않으며, 스토리는 대사 일부와 컷신을 통해 은유적으로만 보여 준다. 게임 시스템 역시 간단한 튜토리얼을 제외하면 많은 것을 알려주지 않는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이라면, 플레이어가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는 힌트나 도전 과제도 비유만으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가령 첫 스테이지에는 '놈들의 머리에는 바이러스가 산다'는 도전 과제가 주어지는데, 스테이지에 등장하는 적을 모두 헤드샷으로 처치하면 완수할 수 있다. '연료 탱크는 세상을 환하게 불태운다'라는 문구가 있으면, 차량의 연료 탱크를 활용해 각을 만들면 쉽게 풀어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를 통해 이루어지는 스테이지 공략이 <칠드런 오브 더 선>의 묘미다. 그리고 전체적인 틀에서는 결국 비슷할지라도, <칠드런 오브 선>은 스테이지 공략법이 정해져 있지 않다. 개발자가 정해 놓은 답만을 따라가는 게임이 아니다. 도전 과제도 굳이 완수하지 않아도 된다.

총알의 궤적을 일정 각도까지는 실시간으로 수정할 수 있다는 것과, 적의 약점을 노리면 재발사를 할 기회가 계속해서 주어진다는 것을 잘 응용하면 정말 다양한 각을 만들어 내 적을 죽일 수 있다. 한 명의 적을 죽이기 위해, 맵 끝자락까지 총알을 발사시킨 뒤 '재발사'를 통해 먼 거리에서 적을 죽이는 것도 가능하다. 다소 비효율적이지만 재미있으면 그만 아니던가.

총알의 각도 조절을 통해 오브젝트 사이를 억지로 빠져나오도록 해 불가능해 보이는 각도의 적을 죽일 수도 있다. 굳이 할 필요는 없지만, 주인공에게 총알을 되돌아가도록 해 게임 오버 화면을 볼 수도 있다. 적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일부러 하늘 저 멀리 총알을 발사해 위치를 확인한 후, 재시작을 통해 본격적으로 스테이지 공략을 시도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자가 자주 써먹었다.

점수 따위는 포기하고 억지 각을 만드는 식으로 스테이지를 쉽게 돌파할 수도 있다.


여기에 맛을 더해주는 정적인 연출도 있다. <칠드런 오브 더 선>은 상당히 조용한 게임이다. 적을 처치할 때마다 나는 희미한 진동 소리와 피가 튀는 연출은 과하지 않으면서도 게임의 매력을 잘 살려준다. 

적을 사살하거나 발견할 때마다 번호를 마킹할 수 있도록 해 편의성도 놓치지 않았다. 가끔 혼자 남은 적의 위치를 찾지 못해 짜증 날 때가 있는데, 재시작할 때마다 마킹 시스템이 없어 모든 적의 위치를 일일이 기억해야 했다면 정말로 답답했을 것이다.


# 우리가 1인 개발 인디 게임에 바라는 것


<칠드런 오브 선>의 분량은 3~4시간 정도로 많은 편은 아니다. 난이도가 어렵지 않은 대신, 게임 내에서 응용할 수 있는 수단도 적다. 가스통을 파괴해 적을 한꺼번에 처치하거나, 날아다니는 새를 처치해 조금 더 유리한 고지에서 적을 쏠 수 있는 정도다. 

많은 분량과 플레이어의 머리를 싸매게 하는 어려운 스테이지를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다. 가끔은 지나치게 어두운 색감을 추구한 나머지 표적이 안 보여 곤혹스러울 때가 있다. 스토리 컷씬의 진행이 빠르고 많은 것을 알려주지 않아 미니멀리즘을 추구한 나머지 이야기의 틀마저 빈약해져 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다.



그래도 1인 개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칠드런 오브 선>은 1인 개발 인디 게임에 게이머가 바라는 것을 충분히 준비해 놓은 게임이다.

그래픽은 굉장히 투박하지만 강렬한, 연출과 색감으로 투박하다는 점이 신경쓰이지 않도록 했다. 게임 시스템과 스테이지 기믹이 무릎을 탁 칠 정도로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무조건 개발자가 정한 '풀이 방법'에 따라 퍼즐을 푸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조금이나마 창의적인 각을 스스로 만들어 볼 수 있도록 시스템을 준비했다.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을 만든 개발자가 "재밌는 것을 만드는 대신,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게 하는 시스템을 만들라"고 강연에서 말했던 것이 기억난다. <칠드런 오브 더 선>은 독보적이거나 엄청나지는 않을지라도, 작은 시스템에서 '재미있는 일'을 플레이어가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한 인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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