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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빛이 없는 바다의 이야기 ‘선레스 씨’

제 2회 TIG 리뷰 공모전 당선작

Guuuuuum 2015-03-31 12:01:58
제 2회 TIG 리뷰 공모전 수상작이 24일 발표됐습니다. 디스이즈게임은 당선작과 우수작 3편을 공개합니다. 먼저 보실 리뷰는 당선작인 Guuuuuum님의 <Sunless sea>리뷰입니다. 참고로 공모전 원고의 내용 중 일부 맞춤법을 제외한 별도의 내용 편집은 하지 않았습니다.   /디스이즈게임 편집국

 


 

깊고 어두운 ‘UnterZee’의 바다는 어둠으로 가득 차 있다. 달인지 뭔지 모를 빛에 반사되어 뿜어져 나오는 천장은 너무나도 높고, 해가 있긴 하지만 그건 ‘윗동네’사람들 것일 뿐, 밑바닥 바다엔 어디 하나 어둡지 않은 곳이 없다. 어둡고 괴기스런 바다에 걸맞은 괴물들과 이해하지 못할 불가사의한 것들이 가득한 이 바다에서 사람들은 각자 저마다의 야망을 품고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게임명: <선레스 씨>(Sunlees Sea​)

 플랫폼: PC

 발매일: 2015. 2. 6

 장   르: 텍스트 어드벤처, 공포 

 

 

■ 단순한 텍스트 어드벤처가 과연 재밌을까?


 

<선레스 씨>를 처음 본다면 <대항해시대> 같은 게임이나 태그에 붙은 로그라이크를 보고 랜덤성 있는 액션게임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이 게임에는 그런 면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탐험과 스토리텔링에만 중점을 둔 텍스트 위주의 게임이라 취향인 사람이 아니라면 할만하다 조차 느끼기 힘든 게임이다. 

 

그러나 단순한 탐험, 어드벤처 장르로서 비교적 좋은 평을 받고 신선한 진행 방식과 특유의 분위기로 유저들의 관심이 높다. 이런 게임을 간단히 체험해 보려면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전작인 <Fallen london>은 본 게임과 진행이 유사한데다 무료 웹게임이니 한 번쯤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 선장이여 야망을 가져라!



플레이어는 과거를 정하고, 야망을 정한 다음 간단히 캐릭터를 만들고 항해를 시작하면 여러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야망에 따라 목적 하나가 주어지는데, 오로지 돈을 목적으로 항해를 하거나 Zee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아버지의 유해를 찾으러 나서는 등 여러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단순하게 야망만을 따라 활동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활동을 하기 위한 돈을 벌러 나가면서 여러 이야기들을 마주하게 된다. 

 

만약 야망을 달성했거나 계속 항해를 하다가 ‘체념’할 때가 되면 은퇴를 하고 유산을 남겨 새로운 캐릭터로 플레이할 수 있다. 만약 기존 캐릭터가 죽는다면 자녀 혹은 승무원에게 유산을 상속시켜 일부 능력치, 아이템 혹은 동료를 받고 다른 캐릭터로 플레이하는 것도 가능하다.

 


■  일단은 항해를 해야 한다.



캐릭터를 만들고 더이상 런던에서 볼 일이 없다면, E를 눌러 항구를 벗어남으로써 항해가 시작된다. 맵 내 섬들은 랜덤으로 배치되기 때문에 일정한 공략은 없다. 주변을 탐색하고 섬의 항구에 들러 항구 보고서를 써오는 식으로 기본적인 돈벌이와 방대한 Zee의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다.

 

자신의 야망을 진행하려면 불가피하게 특정 섬의 이야기를 따라가야 하는 부분도 있다. 따라서 최대한 근처의 섬들을 파악하고 항구에 정박한 다음, 넓은 오지랖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둘러보면서 이야기를 찾아 나가는 게 좋다.

 


■  망망대해에서 연료도 없고, 식량도 없고,선원만 있다면 어떻게 살아 남을까?


 

Zee는 항상 어둡고 뭔지 모를 것들이 많아서 승무원들은 서서히 공포에 휩싸이게 된다. ‘공포 수치’는 배가 등대나 부표 등의 빛을 받고 있지 않거나, 육지와 멀어져 있거나, 라이트를 켠 상태로 항해하지 않으면 조금씩 올라간다. 공포 수치가 100에 다다른다면 도저히 불가능한 이벤트 챌린지가 걸려 사실상 게임 오버가 된다. 공포 수치는 자연적으로 내려가지는 않고 여러 이벤트를 통해 올라가거나 내리는 게 가능하다. 다만, 비용이 상당히 비싸고 접할 기회가 적다. 

 

게임 내 주 수익인 항구 보고서는 대부분 가치가 없어 연료값만 될 수준이다. 주요 수입은 해군정에서 요구하는 섬의 전략 정보나 각 섬의 가격 차이가 나는 물품을 이용한 무역에서 얻는다. 반복 퀘스트를 통해 돈을 벌어 여유 남는 돈으로 탐험을 떠나 주요 목표들을 달성하는 게 <Sunless sea>의 주 플레이 방식이다.

 

 

■ 모험 중 이렇게 귀여운 여자아이를 만날 지 누가 알아?


 

Zee는 이야기로 가득찬 바다이다.

 

게임 속 UnterZee는 ‘지상’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세계다. 일반적인 상식이 통하지 않는 초자연적인 것들이 가득 찬 바다엔 수많은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보통의 항구나 섬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와 랜덤 이벤트로 물론, 다양한 인물들과의 관계를 통해 나타나는 이야기들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동료 또는 다른 섬과의 인과 관계나 행적에 따라 전개가 다르게 흘러가기도 하고, 확률과 선택으로 인한 분기점이 나누어지는 것도 매우 다양하다. 

 

다만 섬뜩하거나 무섭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이야기들이 대부분. 자신도 모르게 식인을 한다든지 인신공양을 하는 이벤트까지 있을 정도다. 반대로 부모님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나 기억을 잃은 사람의 과거를 찾아줄 수도 있고 추리소설의 형식을 가진 이야기도 있는 등 장르의 폭이 매우 넓다.

 

 

■ 대부분의 승무원들은 관련 퀘스트나 이야기가 있다.


 

맵 내 섬들도 랜덤으로 배치되는데다가 확률에 따라 선택지가 갈리고, 랜덤 이벤트도 수시로 나타나며, 선택문의 챌린지까지 성공/실패 확률이 있는 만큼 이 게임에서 ‘확률적 요소’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능력치에 비례하는 확률 선택지가 있다. 무조건 선택지가 활성화되어 있는 곳도 많기에 결국 플레이어가 원하는 이야기의 루트만 탈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게임 내 최종 아이템 수집과 관련된 이야기는 얼마든지 재도전이 가능하다. 해당 이야기를 실패하더라도 아예 ‘다른 이야기’의 길로 가는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다양성은 호불호가 갈릴 듯 하다.

 

■ 연료가 떨어지셨군요?



 

위 스크린샷은 기름이 없을 시 나타나는 랜덤 이벤트다. 돈을 주면 배를 근처까지 견인해주고, 돈이 없다면 배를 강탈하고 구명 보트만 던져준다. 일반적으로 선택지에서는 파란색으로 해당 결정에 대해 어느 정도 말해주기도 하지만, 없는 경우도 있기에 선택을 할 때는 신중과 신중을 기해야한다. 

 

대부분의 랜덤 이벤트는 ‘Take a risk’라는 표어에 맞게 확률에 따라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는 상황이 많이 나온다. 무슨 선택이든 예상할 수 없는 반응이나 결과가 나타나기에 세이브를 미리 해 두지 않는다면 자신의 결정에 엄청난 후회를 할 수도 있다. (위키를 뒤져서 앞 내용을 보고 원하는 선택문을 따라간 적도 있다.) 게임의 난이도도 아니고 다른 문제도 아닌 ‘선택의 압박감’이 제일 무섭게 다가온다.

 

 

■ 노력이 비교적 많이 들어가는 동료 관련 퀘스트는 대부분 보상이 후하다.



 

동료 승무원은 항구에서 몇 푼을 주고 받아들이거나 해당 동료가 있는 특정 항구를 방문해 받아들일 수 있다. 보직이 있어서 각 보직당 한 명만 맡길 수 있으며, 특정 능력치를 올려준다. 대다수 동료는 관련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를 진행함에 따라 능력치가 업그레이드되는 동료도 있으며, 특별한 부탁을 들어주면 아이템을 만들어 주는 동료도 등장한다. 물론 플레이어의 곁을 떠나는 동료도 있다.

 

동료와의 만남은 이야기의 시작을 끊기 쉽고 일반적으로 능력치를 올릴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므로 동료를 구하는 것이 가장 우선시된다. 또한 Zee에서 유일하게 얼굴을 자주 보고 친근하게 대해주는 편이라 정감이 많이 가기도 한다. 해당 승무원에게 청혼해 아이를 만드는 등의 방법도 있어 더욱 신경을 쓰게 한다.

 

 

■ 탐험하고, 도전하라


 

게임 플레이는 탐험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나쁘게 말하면 탐험 외에는 재미를 보기 어렵다는 것인데, 전투를 필요로 하는 퀘스트는 손가락에 꼽힌다. 몬스터는 바다에서 랜덤으로 나타나고 리스폰도 그렇게 자주되는 게 아니다. 기본 함선으로는 노란 꽃게 말고는 잡기도 힘들며, 그 이상은 죽을 각오를 하고 덤벼도 힘들다.

 

해적을 사냥하거나 해적질을 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애초에 모든 유닛은 랜덤 리스폰이라 안정적이지 못한데다 보상은 매우 적어 적자만 나다 보니 해적이 먼저 때리지 않는 한 전투는 안 하는 편이 낫다. 그래도 전투 자체는 재미없지 않기에 꾸준히 업데이트가 된다면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당신의 첫 번째 선장은 죽을 것이다.


 

난이도는 매우 어렵다. 시작부터 주는 배는 너무나도 약하고 속도와 연비까지 안 좋다. 돈을 모아 최고 등급의 배를 가져도 바다 괴물들을 상대하기에는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 감당할 수 없는 연료 소모와 급속도로 차오르는 공포 수치, 보급품의 부족이 게임에 익숙해지지 않은 이상 이겨내기 어려울 정도이기 때문이다.

 

섬은 랜덤으로 배치돼 재수가 없으면 섬을 찾는데 연료를 다 써버리기도 하고. 이동 시 연료량을 잘못 계산하면 표류하거나 항구에 갇힐 수도 있다. 상점이 있다 해도 런던 외에서 파는 연료와 보급품은 죄다 두 배정도 비싸서 손해까지 나기에 지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 

 

초반의 자금 부족을 이겨내고 나면 죽기도 힘들고 쉬워 보인다. 하지만 그에 맞춰 연료소모량과 보급품 소모량이 올라가므로 물자가 바닥나 선상 반란이 일어나거나 섬에 갇혀 사실상 게임오버가 되는 건 마찬가지. 아무리 좋은 배를 얻었어도 결과는 다르지 않다.

 

■ 이 게임은 당신에게 친절하지 않다.


 

무한한 모험과 탐험, 그리고 이야기로 가득찬 텍스트 게임으로서는 상당한 수작이다. 높은 난이도는 항상 긴장감을 잃지 않게 해 주고 확률성과 선택으로 나눠지는 일직선이 아닌 이야기와 선박과 선박에 장착되는 아이템 수집 같은 면도 나쁘지 않은 재미를 준다. 

 

그야말로 ‘이쪽이 취향인 사람’에겐 몇 백시간 동안 붙들고 할 수 있는 게임이다. 하지만 자주 비교되는 <FTL>, <대항해시대>, <로그라이크>와 같은 게임을 예상한 사람에게 <Sunless sea>는 끔찍한 고문일 수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어두컴컴한 분위기와 미스터리한 분위기, 탐험과 Zee의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당연히 해 봐야 할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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