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스스톤: 워크래프트의 영웅들>을 SRPG나 체스처럼 즐기면 이런 모습일까요? 스퀘어에닉스의 <헤븐스트라이크 라이벌즈>는 모바일에서 오랜만에 만난 진짜 전략 게임이었습니다. 모바일 RPG인만큼(?) 뽑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 모바일 RPG답게 재료던전 등을 돌아 캐릭터도 성장시켜야죠.
하지만 실제 전투에 들어가면 이러한 것보다는 유저가 짠 전략과 대응이 더 중요합니다. PVE 던전에서 얻을 수 있는 캐릭터 만으로도 얼마든지 한 방을 만들 수 있고, TCG와 SRPG를 결합한 전투 시스템은 이러한 가능성을 긴장감과 수싸움으로 승화시킵니다. 능력치로 인한 유불리가 없진 않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유저의 머리, 그리고 평정심이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모바일 플랫폼에서 만난 TCG와 SRPG
<헤븐스트라이크 라이벌즈>의 기본적인 틀은 여타 모바일 RPG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유저는 시나리오 던전이나 뽑기 등을 통해 다양한 캐릭터를 모으고 이들로 파티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파티는 다시 던전이나 PVP를 위한 동력이 되죠. 최근 모바일 RPG답게(?) 캐릭터의 빠른 성장을 위한 재료 던전도 있습니다. 기본 구조만 보면 그냥 흔한 모바일 RPG입니다.
게임은 이러한 틀 위에 TCG와 SRPG의 전투 요소를 결합해 전략성을 꾀합니다. 전투의 큰 틀은 TCG와 유사합니다. 유저는 전투 전 자신이 사용할 캐릭터들로 파티를 구성하고 전투가 시작되면 매턴 추가되는 자원과 임의로 ‘드로우’되는 멤버를 고려해 전장에 소환합니다. 캐릭터마다 능력치와 특수능력, 그리고 소환∙유지 비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TCG처럼 자신의 전략이나 파티의 코스트 비율 등을 고려해 ‘덱’을 짜야죠.
<헤븐스트라이크 라이벌즈> PVE 플레이 영상
전투가 시작되면 가로∙세로 7 × 3칸으로 이뤄진 말판이 보입니다. 양 팀은 여기에 자신의 캐릭터를 소환하고 각 캐릭터로 하여금 상대의 본체를 타격할 수 있도록 조종해야 하죠. 일일이 유닛의 이동과 공격을 조종하진 않습니다. 각 유닛은 기본적으로 AI에 따라 자신이 배치된 ‘행’에 있는 상대 캐릭터(혹은 상대의 본체)에게 다가가고 공격합니다. 유저가 조종할 수 있는 것은 유닛의 소환과 소환된 유닛의 행 이동 뿐이죠. 체스나 SRPG 등을 생각했다면 다소 심심한(?) 조작입니다.
<헤븐스트라이크 라이벌즈>는 이러한 심심한 조작을 다종다양한 유닛의 특성으로 장식합니다. 게임 내 각 캐릭터는 디펜더∙파이터∙스카웃∙메이지∙프리스트∙거너 6개의 클래스로 구분되어 있으며, 각 클래스는 이동거리나 공격범위, 특수스킬 등이 모두 다릅니다.
파이터 클래스는 이동거리나 공격범위, 능력치 모두 평범하지만, 상대를 공격할수록 공격력이 강해진다는 특성을 가진다
예를 들어 디펜더 클래스는 공격력이 낮고 체력이 강한 전형적인 탱커 클래스로 특수 능력 또한 이와 어울리게 자신이 공격한 적의 ‘행 이동’을 막는 ‘타운트’입니다. 사실상 디펜더를 처치하지 못하면 어디로도 이동할 수 없는 셈이죠.
유저는 이외에도 체력은 낮지만 강력한 공격력과 스플래쉬 대미지로 복수의 적을 상대하는데 유리한 메이지, 긴 이동거리와 2회 공격 스킬로 돌격과 원거리 캐릭터 저지에 능한 스카웃 등 다양한 클래스 특성을 조합해 아군의 시너지를 강화하고 상대의 전략을 파훼해야 합니다.
전투에서 조작할 수 있는 요소는 많지 않지만, 클래스 간 상성이나 조합의 결과가 극단적이기 때문에 덱 구성과 소환∙배치 단계의 중요성이 큽니다. 모바일에 걸맞게 조작 요소 자체는 극도로 줄였지만, 대신 덱 구성과 배치 단계의 중요성을 높여 전략성을 살린 셈이죠.
과금이나 무과금 모두 방심하면 한 방! 다이내믹한 전황
그렇다면 이러한 배치 중심의 캐릭터 전투가 다양한 수싸움이 가능한 TCG, 폭넓은 기동이 가능한 SRPG에 버금가는 재미를 줄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했습니다. <헤븐스트라이크 라이벌즈>는 캐릭터 전투 중심의 게임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전황이 역동적으로 변하는 게임입니다. 캐릭터들이 가진 독특한 스킬 덕이죠.
<헤븐스트라이크 라이벌즈>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캐릭터는 클래스 별 특성 외에도 저마다 독특한 패시브 스킬을 하나씩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스킬은 <하스스톤>의 ‘전투의 함성’처럼 소환 즉시 발동되죠. 이러한 스킬 덕에 <헤븐스트라이크 라이벌즈>의 전투는 캐릭터 전투 밖에 없음에도 마치 마법 카드가 난무하는 TCG와 같은 느낌을 선사했습니다.
예를 들어 3 마나 유닛인 ‘프리시전 슈터’의 경우, 코스트 대비 능력치는 낮은 편이지만 라인을 불문하고 공격력 높은 디펜더∙파이터∙스카웃 중 한 명의 발을 묶을 수 있어 위기 상황에서 한 턴을 벌어줍니다. 4 마나라는 무시무시한 코스트가 필요한 ‘블랙 메이지’는 소환 시 전장 모든 적의 공격력과 체력을 2점씩 깎아 팽팽했던 전황을 일순간에 뒤집을 수 있죠.
7칸이라는 전장 길이는 스킬이 만드는 급변하는 전황을 더욱 가속시킵니다. <헤븐스트라이크 라이벌즈>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는 최소 2턴, 늦어도 3턴만 이동하면 상대의 본체를 때릴 수 있습니다. 설사 캐릭터 앞에 상대 캐릭터가 지키고 있더라도, 해당 캐릭터를 처치하면 이동하지 못한 공간을 마저 이동하죠. 여기에 덱마다 하나씩 배정할 수 있는 무자원 스킬이나 앞서 언급한 다양한 ‘전투의 함성’(?) 스킬의 시너지 등을 고려하면 방어진 하나 뚫는 것은 일도 아니죠.
그리고 이렇게 뚫린 방어진은 그대로 역전의 열쇠가 됩니다. <헤븐스트라이크 라이벌즈>의 PVP는 양 팀의 본체 체력이 10으로 고정돼 있습니다. 그리고 게임을 조금만 진행하면 캐릭터 스킬이나 캡틴 스킬(= 무자원 스킬) 등을 조합해 어렵지 않게 한 턴에 10의 피해를 줄 수 있죠. 상황이 여의치 않더라도 2턴이면 본체의 모든 체력을 끝장 내기는 충분합니다.
<헤븐스트라이크 라이벌즈> PVP 플레이 영상 (1.2배속)
단순히 고 랭크, 고 코스트 캐릭터가 아니더라도 10점 피해를 줄 방법은 차고 넘칩니다. 실제로 얼마 전 PVP 리그에서는 괴물같은 능력치를 가진 5성, 5코스트의 캐릭터를 맞아, 디펜더 캐릭터가 간신히 상대를 묶어 놓은 틈을 타 스카웃 캐릭터가 상대 본체에 도달한 덕에 역전승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상황을 어떻게 만드냐가 중요할 뿐, 역전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죠.
이렇게 캐릭터의 배치나 침투 만으로 전황이 급변하다 보니, 배치 중심의 캐릭터 전투가 메인임에도 템포가 느리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조그만 틈이라도 파고 들면 역전이 가능하다 보니, 우세할 때는 역전을 막고자, 열세인 상황에서도 반대로 역전을 하고자 끊임없이 상대의 수를 탐색하게 되더군요.
카운터의 카운터! 심리전이 중요한 전략 배틀
이처럼 게임의 양상이 급변하다 보니 플레이 패턴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카운터 중심의 심리전이 되더군요. 누구에게나 한 방 콤보가 열려있으니 플레이도 자연히 콤보 자체를 봉쇄하거나 이러한 판을 엎어버리는 식으로 흐르는 셈입니다.
물론 희귀 캐릭터나 고 코스트 캐릭터 중에는 이러한 잔재주를 무시할 수 있는 ‘캐리형’ 캐릭터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캐릭터 또한 무작정 사용하다가는 캐리는 커녕 역으로 아군의 발목만 잡게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더군요. 게임의 묵직한 소환 시스템 덕입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유저는 <헤븐스트라이크 라이벌즈>에서 제한된 자원을 이용해 캐릭터를 소환하고 조종해야 합니다. 초기 유저가 가진 마나는 2, 이 마나는 매 턴 2씩 늘어나고 최고 10까지 보유할 수 있죠.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캐릭터의 소환비용과 유지비용입니다. 게임 속 캐릭터는 최소 2, 최대 5의 소환비용을 요구하며 모든 유닛은 소환비용과 동일한 유지 비용을 가집니다. 즉, 전황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강력한 캐릭터를 소환할수록 유저가 다음 턴에 쓸 수 있는 전략은 제한된다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회심의 한 수를 낸 뒤에도 긴장을 놓을 수 없습니다. 상대가 아군의 고 코스트 캐릭터를 처치한다면 마나와 스펠(?)만 낭비한 셈이고, 만에 하나 상대가 해당 캐릭터를 묶어 두기라도 한다면 해당 캐릭터는 다음 턴에 영락없이 ‘밥순이’로 전락하기 때문이죠.
순식간에 아군 진형을 쑥대받으로 만든 상대의 고 코스트 메이지 캐릭터. 하지만 유지 비용이 5나 되기 때문에 어떻게든 한 자리에 묶어 놓기만 하면 역전을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저도 회심의 한 수로 냈던 5 마나 극딜 캐릭터가 적의 스킬에 발이 묶여 공격도 못하고 아군의 기동도 막고 마나까지 낭비하는 밥순이로 전락해 휴대폰을 던질 뻔한 경험이 수도 없이 많이 있습니다. 물론 반대로 일부러 상대 고 코스트 유닛에게 공격력 디버프만 잔뜩 먹인 채 살려둬 상대의 손을 묶고 이긴 적도 존재하지만요.
이처럼 한 수라도 실수하면 전황이 바뀌고 역전의 빌미를 주다 보니, 배치만 있는 게임임에도 긴장감이 끝내줍니다. 매 턴 최선의 수, 혹은 최악의 수를 고려하다 보니 내게 주어진 턴은 짧게만 느껴지고 상대의 턴 또한 긴장하며 살펴보게 되죠. 자신의 턴이든 상대 턴이든 간에 시종일관 긴장을 놓을 수 없죠.
전투만 보면 완벽! 옥의 티만 다듬어주길
종합하자면 <헤븐스트라이크 라이벌즈>는 TCG와 SRPG라는 두 장르가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에 맞춰 적절하게 가지를 쳐낸 전략 대전 게임입니다. 조작 자체는 배치만으로 한정했지만, 덱의 구성과 캐릭터 소환 시 발동되는 다양한 스킬 등으로 전략의 폭을 넓혔죠.
특히 누구라도 한 방 콤보를 만들 수 있는 극단적인 밸런스는 무과금 유저에게 희망을 줌은 물론, 게임 내내 긴장감을 잃지 않게 해 게임의 재미를 극대화했습니다.
물론 <헤븐스트라이크 라이벌즈>가 완벽한 게임인 것은 아닙니다. 빈약한 사운드는 전투 중 박진감은커녕 맥 빠짐만 선사했고, 수시로 발생하는 로딩은 플레이 흐름을 뚝뚝 끊어놨죠. 특히 모바일게임 임에도, 잠시라도 화면이 꺼지면 PVE 미션을 초기화시키는 기반 시스템은 난적을 만나 타오른 투쟁심을 식히기 충분했죠.
하지만 이러한 소소한(?) 단점이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로 <헤븐스트라이크 라이벌즈>의 전투는 진국이었습니다. 유저와 유저가 진검승부를 벌이는 PVP는 말할 것도 없고, AI와 상대하는 PVE 미션도 전장에 놓인 다양한 장애물과 오브젝트로 도전 욕을 자극했죠. 전투만 본다면 만점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진중한 모바일 전략을 원하는 이들에게 강력히 권합니다.
스쿼드(덱) 마다 하나씩 배정할 수 있는 무자원 스킬. 어떤 스킬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스쿼드의 운용법 또한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