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습니다.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의 한 중심이었던 MBC 게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후, 많은 e스포츠 팬들은 김동준을 비롯한 MBC 게임의 해설진이 어떻게 될지에 관한 궁금증을 가졌다. 궁금증은 오래가지 않아, 온게임넷(현 OGN) 합류라는 놀라운 소식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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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준 해설은 온게임넷이 야심차게 준비하던 롤 e스포츠 대회에 전격 합류하며 전설의 서두를 써내려갔다.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라는 (당시에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게임에서 전문성을 기대하긴 매우 어렵다는 것이 소수였던 게이머와 팬들의 중론이었지만, 김동준 해설은 단기간에 전문적인 지식과 스타크래프트 해설 당시부터 찬사를 받았던 판세를 읽는 능력을 더해 빠르게 게임 팬들을 롤 e스포츠 판으로 흡입시켰다.
<롤> e스포츠가 좀 더 온라인 밀착적인 형태로 발전하면서, 호응을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콘텐츠도 폭 넓게 등장했다. <롤> e스포츠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유튜버와 스트리머도 많이 등장했을 뿐만 아니라 LCK를 주관하는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역시 자체 콘텐츠 제작으로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이현우 해설과 김동준 해설은 자체 콘텐츠에서 소위 ‘발연기’까지 선보이며, 그야말로 거리낌없이 망가졌다. 선수들을 날카롭게 비평하고, 냉정하게 경기를 읽어내려가던 해설들이 마이크를 놓고 카메라 앞에 서서 체면도 불사하며 망가지는 모습에 팬들은 환호했고, 더 자극적이고 화끈한 변신을 기대했다.
2020년 LCK 서머 스플릿을 앞두고 게시된 <부부의 세계> 콘텐츠는, 이현우 해설과 김동준 해설이 부부로 분장해 우스꽝스러운 드라마 패러디로 지난 LCK 스프링 스플릿의 판세를 요약하며, <롤> e스포츠를 잘 모르는 팬들도 금방 흐름을 깨우칠 수 있게 해준 대표적인 콘텐츠로 꼽힌다.
더불어 LOL분 토론과 같은 시즌 전 예측 콘텐츠에서도 강팀만 좋아하고, 선망한다는 소위 ‘강팀준’ 캐릭터를 하나의 밈으로 굳혀내며 팬들의 특색있는 <롤> e스포츠 판에 대한 기대와 열정을 고스란히 행동과 몸짓으로 담아냈다. 이제 LOL분 토론은 팬들이 시즌 전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콘텐츠가 되었고, 김동준 해설을 비롯한 모든 패널들의 발언 한 마디 한 마디가 시즌 내내 회자될 정도로 파급력도 강해졌다.
LCK가 야심차게 시도한 ‘SNL'(Sunday Night LCK) 역시 그의 목소리와 드립력, 선수에 대한 이해가 가미되지 않았다면 쉽고 재미있는 콘텐츠로 자리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해설의 영역을 넘어 엔터테이너의 영역까지 다가설 수 있는 <롤> e스포츠의 가능성은 가히 김동준 해설이 열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김동준 해설을 대표하는 수많은 별명 중에 단연 압도적인 별명은 바로 ‘동준좌’라 할 수 있다. 경기를 읽는 깔끔한 눈초리와 옳고 그름을 명확히 제시하는 날선 잣대는 마치 사이다와 다름없었고, 팬들은 이런 속 시원하고 명쾌한 해설에 환호했다.
하지만 ‘화무십일홍 인무천일호'(花無百日紅 人無千日好)라는 수호전의 구절처럼, 꽃이 365일 내내 아름다울 수 없고, 사람 역시 천일 내내 한결같을 수 없다. 꾸준함이 매력이고, 장점이었던 김동준 해설도 결국 사람이기에 매사에 같은 모습을 보일 순 없다.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사안을 이해하는 정도는 얼마든 달라질 수 있다는 언론학자 엔트만(Entman, 1993)의 주장처럼, 해설은 경기를 보는 또 다른 눈이자, 경기를 이끄는 시선이다. 하지만 우리의 눈동자가 항상 초점을 맞추기 위해 수없이 많은 흔들림을 보이듯, 김동준 해설을 둘러싼 이야기는 잠시의 흔들림일 수 있었다.
잠시 그가 자리를 비웠던 2014년처럼, 언젠가는 돌아온 김동준 해설위원의 미소를 LCK 무대에서 다시 볼 수 있길 기원한다. -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