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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법] 게임과 특허: 특허 대상이 되는 발명과 특허요건

땡땡땡 2015-12-21 12:04:12
안녕하세요 게임과 법 칼럼의 OOO입니다.

TIG 독자 여러분, 지난주에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7: 깨어난 포스>가 드디어 개봉했네요. <스타워즈>는 이제 단순한 SF 판타지를 넘어 현대 사회를 상징하는 하나의 문화적 아이콘의 지위를 얻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흥행에 크게 성공하지 못한 전례가 있습니다.

저는 사실 <스타워즈>를 원작 영화부터 TV 시리즈, 조지 루카스가 세계관 설정을 인정한 외전 만화나 소설들까지 여러 차례 반복해서 즐겨 보았을 정도로 상당한 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스타워즈: 구 공화국의 기사단>이나 <스타워즈: 배틀프론트>와 같은 게임들에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겠더군요. 대신 앞으로 <스타워즈>가 어떤 스토리이든 VR로 나오면 무척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포스’야 말로 VR 게임으로 구현하기 좋은 소재니깐요.

아무튼 <스타워즈>가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일대기로 끝나지 않고 새로운 시리즈로 이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은 기존 <스타워즈> 팬으로서는 상당히 여러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시리즈의 후속편을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럼 성탄절과 연말에 여러분께 포스가 함께 하길 바라면서, 이제 게임과 법은 특허에 대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우리가 살면서 ‘발명’이나 ‘특허’에 대해 이야기를 듣게 되는 때는 언제인가요? 시간을 거슬러 초등학교 때 에디슨 전기 읽을 때가 처음인가요? 혹은 중고등학교 때 과학의 달인 4월에 뭔가 만들거나, 아니면 5월 19일 발명의 날을 위해 발명경진대회에 무언가 출품하면서 ‘발명’을 위한 아이디어를 고민해본 적이 있으신지요?

성인이 된 이후에는 어떠셨는지요? 아마 최근에는 애플과 삼성의 특허소송에 대한 기사를 접하게 되면서 특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으셨을 것입니다. 기업 간의 소송이었음에도 한국의 IT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 관련되면서 전 국민적 관심이 쏠렸던 사건이었죠. 대부분의 사람은 평생 한 번 들을까 말까 한 ‘FRAND 특허’라는 말을 언론을 통해서 전 국민이 듣게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누구라도 발명이나 특허에 대해 위와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되면, 최소한 한가지 감은 갖게 됩니다. ‘아 발명을 잘하면 특허가 되고 특허는 돈이 되는 거구나’라는 어렴풋한 느낌 말이죠. 사실 대부분의 특허는 돈이 될 만큼의 가치를 갖지는 않습니다만, 소수의 어떤 특허들은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벌어들입니다. 그 때문에 외국에는 특허소송만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NPE)가 있을 정도입니다.


우리나라 특허법에서 발명은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서 고도(高度)한 것’이라 하고(특허법 제2조 제1호), 이 중 특허를 받은 것만을 따로 ‘특허발명’이라고 부릅니다(같은 조 제2호). 

그리고 ‘특허(特許)’라는 말 자체는 달리 다른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국가에 의해 부여되는) 특별한 허가’를 말하는 것으로, 특허법상의 특허 외에도 행정법규상으로도 ‘특허’와 같은 용어가 쓰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기억력이 좋은 TIG 독자분들은 얼마 전 일부 사업자가 변경되어 화제가 되었던 면세점 사업권도 ‘특허’라고 불렸던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물론 행정법규상의 ‘특허’가 실질적으로 어떤 의미인지는 해당 법령의 내용을 살펴보아야 합니다만, 권리를 설정해준다는 점에서 우리가 살펴보려는 지적재산권법상의 ‘특허’와도 상통합니다.

그러면, 무엇이 특별하길래 ‘특허’라고 불리는 걸까요? 그 특별한 점은 바로 일정 기간 국가가 부여한 ‘독점적 지위’를 누린다는 것입니다. 사실 현대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에서의 ‘독점’이라는 것은 독점자에게 상당한 부를 가져다 준다는 매력이 있습니다. 

다만 공정한 경쟁을 통한 시장질서를 교란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국가로부터 여러 가지 규제를 받게 됩니다. 그것이 우리가 게임산업의 당사자 중에서 살펴본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은 시장감독기관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발명이라는 것은 조금 특별한 면을 가집니다. 법은 발명을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서 고도한 것’이라는 다소 복잡한 정의를 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발명은 ‘발명자가 과학기술을 연구하고 비용을 투입하는 등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서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가치 있는 것을 창작해낸 것’으로, 사회의 관점에서는 전체 사회가 ‘기술적으로 진보’하는데 일조하는 행위입니다.

이런 기술적인 진보가 계속 있었기에 우리가 비행기도 탈 수 있고, 사진도 찍을 수 있으며, 영화를 보고, 밤에도 불을 켜고 컴퓨터를 할 수 있는 생활을 할 수 있죠. 실제로 제가 기술적인 진보의 예시로 든 비행기, 사진, 영화, 야간 조명, 컴퓨터 하드웨어의 기본 로직을 구성하는 트랜지스터와 같은 것들은 모두 미국에서 1790년에 특허제도가 생긴 이래 특허로 등록됐던 발명품들이었습니다.

아무튼 이런 기술을 그대로 공개해 누구나 실시할 수 있게 한다면 그 사회에 있어서는 큰 이익이 되겠죠. 하지만 발명자가 발명하기 위해 기울인 시간과 노력에 대해서는 아무런 보상도 없이 그저 공개만을 한다면 발명에 대한 의욕이 꺾일 것이고, 그 사회의 기술적인 진보 또한 쉽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국가가 발명을 위한 의욕이 꺾이지 않게 법으로 일정한 기간(20년) 동안 독점적인 권리라는 보상을 부여하여, 발명자 개인에게는 경제적인 혜택을 주고, 사회 구성원 일반에게는 가치 있는 기술의 공유를 통해 계속적해서 그 사회가 진보해 나아갈 수 있게 독려하는 것이 본래 특허법의 취지입니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발명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아마도 동물을 사냥하는 데 쓰는 석기나 불을 피우기 위한 도구, 아니면 바퀴 같은 것이었겠지요). 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특허는 1449년 영국 왕 헨리 6세가 존(John)이라는 사람이 발명한 착색된 유리 제조법에 관해 부여한 특허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곧 얼마 지나지 않아 발명에 대해 특허를 부여하는 것이 기술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하죠.

참고로, 만약 특허 제도가 없다면 발명을 발명자가 독점적으로 실시하기 위해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발명을 공개하지 않고 영업비밀로 두어 자신만이 알 수 있게 감추어 두고 이를 혼자서만 계속 이용하는 것이죠. 마치 맛집 육수 비법은 며느리에게도 잘 알려주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세계 최초 발명품으로 기록된 스테인드 글라스 제조법

특허와 성격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그런 경우도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보호를 받을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호가 가능한 경우가 있습니다.

결국 쓸만한 발명을 공개해 특허를 받을지, 아니면 영업비밀로 꼭꼭 숨겨두고 혼자만 이용할지는 오로지 발명자의 선택에 달린 일입니다.

사실 게임은 특허와 그렇게 친한 산업 분야는 아닙니다. 이는 게임과 관련한 발명이 있다고 해도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가 종종 문제되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수없이 많은 게임 관련 특허가 출원되고 있긴 합니다.

본래 특허의 대상이 되는 발명은 ‘물건의 발명’과 ‘방법의 발명’으로 나뉩니다. 게임은 그 자체만으로는 유형적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물건을 전제로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특허와 친하지는 않죠. 단 아케이드나 콘솔 게임의 경우에는 예외가 될 수 있겠습니다.

게임회사 중 특허를 많이 출원하는 편인 닌텐도와 같은 회사의 경우 상당수의 특허가 하드웨어와 관련이 있는 것을 보면 이 점을 잘 알 수 있습니다. 반면에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성장을 이끌었던 온라인게임의 주요 기업들을 보면 대체로 방법에 대한 발명을 가지고 특허 출원을 많이 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지극히 당연한 결과입니다.

지난 ​2010년 닌텐도가 특허 출원한 홀로그램 메모리카드

또 게임이 특허와 밀접한 관계를 맺기 어려운 점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도 있습니다.

특허의 대상이 되는 발명은 법에서는 자연법칙을 ‘이용한’ 것이어야 합니다. 즉, 자연법칙 그 자체는 특허의 대상이 되어서도 안 되고, 특정인에 의해 독점될 수도 없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피타고라스 정리와 같은 수학적 정리, 만유인력의 법칙과 같은 자연법칙 그 자체는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죠.

수학적 연산방법인 논리의 흐름 또는 문제를 해결하는 순서를 기술한 알고리즘(Algorithm)의 경우에는 그저 프로그램으로 알고리즘 자체만을 구현해 놓은 소프트웨어일 경우 특허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없습니다. 다만, 특정한 알고리즘을 이용해 어떤 기술적인 과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면 컴퓨터 관련 발명에서 특허가 부여되기도 합니다(컴퓨터 관련 발명에서는 계속 특허성의 인정 여부가 논란의 대상이 됩니다).

게임의 경우 소프트웨어에 의해 구현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소프트웨어의 구현은 보통은 특정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일련의 잘 알려진 알고리즘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점 때문에 특정한 구현 내용이 어떤 기술적인 과제의 해결인 경우를 인정받는 것이 아주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미국에서 닷컴 붐이 일었던 1990년대 후반 이후 비즈니스 방법에 대한 특허(흔히 BM특허라고 하는)가 인정되면서 인터넷과 컴퓨터를 이용한 다양한 사업모델들이 특허로 출원됐습니다. 이들 중 상당수가 특허를 받았는데, 이 중에는 게임과 관련한 BM 모델 또한 적지 않게 포함되어 있습니다.


발명이 특허를 받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이를 ‘특허요건’이라고 하며 1) 산업상 이용가능성, 2) 신규성, 3) 진보성이 그것인데, 우리나라 특허법에서는 다음과 같이 입법되어 있습니다.

 제29조(특허요건)

① 산업상 이용할 수 있는 발명으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 발명에 대하여 특허를 받을 수 있다.

1. 특허출원 전에 국내 또는 국외에서 공지(公知)되었거나 공연(公然)히 실시된 발명
2. 특허출원 전에 국내 또는 국외에서 반포된 간행물에 게재되었거나 전기통신회선을 통하여 공중(公衆)이 이용할 수 있는 발명

② 특허출원 전에 그 발명이 속하는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발명에 의하여 쉽게 발명할 수 있으면 그 발명에 대해서는 제1항에도 불구하고 특허를 받을 수 없다.
(후략)

산업상 이용가능성은 쉽게 말하면 ‘실시해서 써먹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보통의 경우 발명이 특허의 대상이 되면 산업상 이용가능성은 충족이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특허의 경우 신규성과 진보성 요건이 문제 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신규성은 그 특허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발명이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일응 참 간단한 조건 같은데, 실무에서는 이게 참 쉽지가 않습니다. 발명자가 연구 도중에 언론 인터뷰를 하거나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하는 경우도 있고, 사람의 생각이라는 것이 현대사회에서는 대략 비슷해서 유사한 사례가 이미 알려진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진보성은 특허의 취지와 가장 부합하는 요건입니다. 이전에 존재하던 기술에 기반을 두고 해당 분야 통상의 기술을 가진 기술자가 쉽게 발명할 수 있으면 굳이 그런 발명에 대해서까지 특허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보시다시피 표현 자체만 놓고 보아도 무엇이 쉬운 것인지 알기가 어렵기 때문에 종종 특허의 효력을 놓고 다툼의 대상이 되는 요건입니다.


저는 게임과 관련한 특허에서는 신규성이 문제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물론 신규성이 없는 특허는 곧 진보성이 없는 것이 되기도 합니다만, 업계 전체의 현황으로 보아서는 이미 당연히 많은 게임 개발자들이 알고 있는 구현 방법이나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특허를 등록받아 권리행사를 하는 경우 과거에 언제 이 기술이 쓰이기 시작했는지를 밝혀내기 어려운 경우를 종종 보았습니다.

특허는 출원하고, 특허청 심사관들이 심사한 후 위와 같은 특허요건을 갖추었다고 판단이 되면 등록돼 발명자에게 특허권이 부여됩니다. 광고에서는 특허 출원을 한 것만 가지고 마치 독보적인 기술을 갖춘 것처럼 홍보하는 경우를 종종 찾아볼 수 있는데, 등록되지 않은 출원단계의 특허는 사실 특허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특허라는 분야가 법체계 속에서도 상당히 독보적인 체계를 따로 갖추고 있고, 그에 관해 설명을 해야 할 배경도 많습니다만, 이를 본 칼럼에서 일일이 설명하기는 어려워 특허에 대한 개요와 상식 선에서 몇 가지 개념을 소개해 보았습니다. 내용이 상당히 개론적이고 딱딱해 보여서 <스타워즈> 이야기로 가볍게 운을 떼어 보았는데, 그래도 끝까지 보기가 쉽지는 않으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해가 안 되는 내용은 언제라도 댓글을 남겨 주시기 바랍니다.

다음 연재에서는 게임과 관련한 특허분쟁 사례를 조금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TIG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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