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이즈게임의 초기 멤버였던 국서방이 인도(India)로 떠났습니다. 미지의 세계에서 새로운 모험을 시작했습니다. 인도 게임 시장은 중국에 이어 잠재력이 아주 큰 곳이거든요. 국서방은 앞으로 이 곳 소식을 TIG에 생생하게 전해주기로 했습니다. 인도 게임 시장보다 그의 적응기가 더 기대되네요. 낯선 땅에서 씩씩하게 서바이벌해 나갈 국서방에게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디스이즈게임 편집자 주
모처럼 불금을 맞이하야 한국 식당에서 저녁밥을 먹었다. TV에서 영화 <데드풀>이 예매 1위를 차지하고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다.
"주말에 할 것도 없는데 영화나 보러 갈까?"
하우스메이트(물론 남성이다)와 눈빛을 나눴다. 그는 당연히 'OK'를 날렸다.
(둘다 역기러기 아빠다. 쓸데없는 오해는 금물이다.)
주말에 인도에서는 할 게 없다. 정확히 말하면 놀 게 없다. 교통이 아주 혼잡하다. 그리고 주말에 놀만한 공간도 많지 않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이 시원하고 극장이 있는 쇼핑몰로 자꾸 몰린다고 말한다.
우리라고 뭐가 다를까? 주말에 할 일이 없을 때, 우리도 볼만한 영화가 있는지 정보를 찾아본다.
인도에서는 영화를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예매 전문 앱이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북 마이 쇼'(Book My Show)라는 앱인데 이곳을 통하면 한 번에 예약할 수 있다. 한국으로 따지면 티켓링크와 인터파크에 CGV나 메가박스를 섞어놨다고나 할까?
기왕에 영화를 본 김에 골드클래스 영화를 보기로 했다. 그런데 영화 요금이 고작 500 루피(한화 9,000원)이다. 한국에서는 3만 원짜리인데, 여기에서는 9천 원이다. 뭔가 수상했다. 모양만 골드클래스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여기는 인도니깐..
아무튼 주말에 영화 <데드풀>을 보러 갔다. 골드클래스가 있는 거의 시내 중심가의 VR몰을 향했다.(여기에서 VR은 'Virtual Reality'가 아닌 'Virtuous Retail'의 약자다) VR 입구에 염소들이 우리를 환영하고 있다. "음메~"라고 우는 진짜 염소다.
극장브랜드는 PVR로 벵갈루루의 대부분 영화 컴플렉스를 운영하고 있다. 아래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극장 시설이 좋다는 말을 아이콘과 함께 예쁘게 표현했다. 인도에 적힌 문구들을 보면 뭔가 논리적으로 적혀 있다.
까맣고 큰 건물이 바로 VR이고 이 건물 3층에 극장이 있다. VR은 최근에 생긴 쇼핑몰이다. 아직 점포들이 입점하지 않아 약간 썰렁하다. 그걸 만회코자 입구에 이런 예술 작품들을 적극적으로 전시하고 있다.
극장 안으로 들어가 예매해놓은 티켓을 무인 발권기를 통해 뽑았다. 'Book my Show'에 있는 예매 번호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티켓이 나온다. 물론 영화 티켓은 카드로 이미 결제해놓은 상태다.
인도의 공공시설에는 보안 검색대가 있다. 건물에 들어갈 때 한 번, 그리고 극장 안에서 한 번 더 보안 검색대를 통과했다.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왠지 찍지 말아야 할 분위기여서 포기했다.)
보안 검색대를 설치한 이유는 테러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인도 애들이 보안 검색하는 것을 보면 일종의 보여주는 행위로 보인다. "우리는 이 정도로 보안을 철저히 할 정도로 좋은 곳이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더 가깝지 않을까?
보통 가방을 맡기라고 보안요원이 말을 걸면, '랩탑 인 히어'(Laptop in here)라고 말하면 통과됐다. 외국인이고 분실 시 말도 많아질 수 있으므로 웬만하면 그냥 들여보내 준다.
가방을 맡기라고 말하길래, '랩탑'을 외쳤지만 소용없었다. 하지만 이곳은 'Baggage'라고 적혀 있는 곳에 맡겨 놓으란다. 물론 내 가방 안에 랩탑은 없었다. -.-;;
극장 안의 모습은 한국과 비슷하다. 다른 게 있다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만두 정도를 판다는 거? 그 외엔 모두 비슷하다.
골드클래스에는 좌석에 직원 호출벨이라는 게 있어 직접 주문하면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가격이 비싸겠지만 그래도 한번 경험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마치 대접받는 기분을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팝콘과 콜라는 패스~.
골드 클래스에 들어왔다. 헛. 대박이다. 좌석이 거의 비행기 퍼스트클래스급이다. 이런 게 왜 9천 원이지? 쿠션도 엄청나게 좋다. 좌석을 낮추면 거의 누울 정도로 비스듬해진다. 추가 쿠션도 있고 심지어 담요도 있다.
게다가 200mL 생수도 공짜로 준다. (한화 200-300 원 정도?) 각 좌석에는 미니 테이블도 있다. 영화 보던 중간에 직원을 호출해서 팝콘 중간 하나와 콜라 2개, 나초를 1개 시켰다. 상영 도중, 민폐 행위지만, 극장 총관객 수는 우리 일행 포함 4명이었기에 용기 냈다. 그리고 다들 이곳에서는 이렇게 주문한단다.
결제는 직원이 음식을 갖고 오면 바로 결제를 해줘야 하는 방식이었다. 이 가격이 900루피였다. 2명의 영화 티켓이 1,000루피였는데 거의 2명 티켓값이다.
특이하게, 영화 중간에 10분 정도의 인터미션 타임이 주어진다. 화장실을 다녀오고 목을 축이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아, 인도에서 방영되는 모든 영화에는 인터미션이 존재한다. 골드클래스 때문이 아니다.
골드클래스의 티켓값은 500루피.(한화 9,000원), 아이맥스의 티켓값은 400루피. (한화 7,200원) 일반 영화의 티켓값은 300루피 (한화 5,200원) 내외이다. 영화의 경우, 좌석의 위치와 요일마다 조금씩 다르다.
한 가지 더 인상적인 것은 영화에서 흡연 장면이 모자이크 처리됐다는 거다. 스크린 하단에 'Smoking is injurious to your health'라는 자막이 등장한다. (굳이 해석하자면 '흡연은 당신 건강해 해로워요.' 정도? 이 정도는 다들 알 것이므로.)
정작, <데드풀>의 내용이 없네. 영화에는 한글 자막이 없고 영어 자막도 없다. <데드풀> 특유의 패러디들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영화를 재미있게 잘 봤다. <데드풀 2>가 나오면 또 봐야지. 영화 한 편 봤더니, 주말을 알차게 보낸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