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 ID/PW 찾기

연재

[게임과 법] “서비스 종료된 게임의 프리서버도 불법인가요?”

프리서버: 클라이언트의 변조, 운영, 분쟁과 관련한 문제들.

땡땡땡 2016-03-21 18:08:59

안녕하세요 게임과 법 칼럼의 지바냥… 아니 OOO입니다.

 

‘갑자기 왠 지바냥?’이라 생각하시는 TIG 독자가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발단은 지난 주 TIG 창간 11주년 축하 기획 기사인데, 해당 기사 중 ‘게임과 법 칼럼의 땡땡땡님은 누구인가요’라는 질문이 실렸다고 합니다. 저도 기사를 읽다가 흠칫 놀라긴 했습니다. [관련기사] TIG에 이것이 궁금해요! "손가락 로고는 어디로 갔나요?" 中 35문 답 참고

 

세 가지 설 중에 맞는 것이 있다는 전제 하에 샘 웨트는 이제 너무 늙어서 별로 땡기지는 않네요(참고로 저는 ‘사랑과 영혼’을 극장 개봉 당시엔 어려서 볼 수 없었습니다), 모우닝 머틀은 여자라 제가 남자라서 안 되겠고요, 모우닝 머틀은 제 취향도 아닙니다. 그러면 남는 건 지바냥 뿐이군요. 지바냥 은근 귀… 귀엽습니다냥.

 

뭔 헛소린가 싶으시겠지만, 이만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저도 뒷북이지만 TIG 창간 11주년 아주 아주 축하합니다냥.

<요괴워치>의 마스코트와 같은 지바냥

 

자 이제 프리서버에 대해 클라이언트와 운영 및 분쟁의 문제로 초점을 옮겨서 조금 더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 프리서버 – 클라이언트의 변조와 관련한 문제들

 

Q. 프리서버 클라이언트는 개발사가 만든 것을 그대로 쓰는데도 문제가 되나요?

 

음. 질문 자체에 조금 문제가 있는데, 엄밀히 말하면 ‘그대로 쓰는’ 것은 아니죠. 겉으로 보기에 똑같은 클라이언트처럼 보일 뿐, 실은 변조된 클라이언트를 사용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최근의 프리서버 클라이언트들은 아예 타이틀 화면을 자체적으로 바꾸어 넣기도 하더군요.

 

변조의 정도는 경우에 따라 다르긴 한데, 프리서버에 접속을 하기 위해서는 클라이언트 내에 포함된 정식 게임 서버의 주소를 프리서버의 주소로 변경하는 작업은 꼭 거쳐야 합니다. 따라서 클라이언트 내에서 최소한 한 부분은 수정을 가하게 됩니다. 

 

  

이와 같이 클라이언트를 변조하는 행위는 저작권법만 따져 보아도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먼저 변조를 통해 제작한 클라이언트 자체가 저작자의 허락 없이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을 복제한 것이므로, 복제권 침해가 된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나아가 그 내용을 임의로 변경한 점에서 보면 저작인격권의 하나인 동일성유지권 침해에도 해당하게 될 것이고요. 예전에 설명해 드렸던 일본 코나미의 도키메키메모리얼 사례에서도 코나미사가 동일성유지권을 주장한 적이 있었죠.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 살펴보면 정식 게임 서비스의 클라이언트는 보통 변조가 불가능하게 하기 위해 암호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불법적인 핵툴의 제작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고, 프리서버 제작 등에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이유도 있는 것이죠. 이렇게 암호화 등의 조치는 저작권법 제2조 제28호의 기술적보호조치 중 ‘가’목(접근방지조치)에 해당합니다. 

 


저작권법 제2조 (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28. "기술적 보호조치"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조치를 말한다.

 

가. 저작권,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보호되는 권리의 행사와 관련하여 이 법에 따라 보호되는 저작물등에 대한 접근을 효과적으로 방지하거나 억제하기 위하여 그 권리자나 권리자의 동의를 받은 자가 적용하는 기술적 조치

 

나. 저작권,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보호되는 권리에 대한 침해 행위를 효과적으로 방지하거나 억제하기 위하여 그 권리자나 권리자의 동의를 받은 자가 적용하는 기술적 조치

 

 

그런데 저작권법 제2조 제28호 가목의 기술적 보호조치를 제거·변경하거나 우회하는 등의 방법으로 무력화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습니다(저작권법 제104조의 2 제1항, 일부 예외에 해당하는 경우들이 같은 항에 열거되어 있음). 

 

또 업으로 또는 영리를 목적으로 기술적보호조치를 무력화하는 것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병과할 수 있는 행위죠(저작권법 제136조 제2항 제3의3호). 

 

따라서 클라이언트의 변조를 위해 암호화를 풀었다면 이 또한 저작권법에서 금지한 행위를 통해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 됩니다. 프리서버 서비스를 하기 위해 만든 서버에 접속하게 하려고 클라이언트를 변조하는 것은 당연히 업으로 또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목적성이 인정될 수 있으므로 형사처벌을 당할 수도 있는 행위인 것이죠.

 

 

  

Q. 제가 사용하는 클라이언트는 이미 정식 서비스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예전 버전의 클라이언트입니다. 듣기로, 예전 버전은 게임 서비스 제공자가 묵시적으로 권리를 ‘포기’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도 괜찮다는 말이 있던데 사실인가요?

 

결론부터 말하면 요즘 쓰는 말로 ‘법알못’들에게는 그럴싸하게 들릴 지도 모르는 논리이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이것은 구 버전의 클라이언트는 개발사가 ‘쓰다 버린 것’이니 변조해서 사용해도 괜찮지 않느냐는 것인데, 아마도 프리서버 운영자들이 프리서버가 불법이 아니라는 듯이 광고를 하느라 만들어낸 논리인 것 같네요. 게임의 저작권은 물건과 같이 내다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죠. 게임이 현재 서비스가 되고 있지 않거나, 예전 버전의 클라이언트라고 해도 그 저작권은 개발사에게 있습니다.

 

개발사가 명시적으로 이 버전의 클라이언트는 마음대로 수정, 변조해서 사용해도 된다고 선언하지 않는 한, 지금은 서비스가 되지 않는 예전 버전의 클라이언트를 이용했다고 해서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일단 법적인 상식에서만 생각해 보아도, 권리의 ‘포기’는 쉽게 인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아래에서 설명할 ‘이미 서비스가 종료된 게임의 프리서버’에 대한 질문도 같은 문제라 하겠습니다. 

 


 

 

 프리서버 – 운영과 관련한 문제들

 

Q. 프리서버를 운영하기 위해 웹사이트나 카페를 개설하고 회원을 모집하면서 어떤 게임의 프리버서인지를 알리기 위해 정식 게임의 로고 등을 가져다 썼습니다. 어차피 프리서버라는 것을 다들 알고 있는데, 문제가 되나요?

 

정식 게임의 로고 등이 상표로 등록이 되어 있으면 상표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프리서버를 단속하기 위해서는 보통 서버, 클라이언트, 운영 이렇게 세 포인트를 모두 공격 대상으로 삼고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진행하게 되는데, 변조된 클라이언트를 배포하는 웹사이트에 대해 대응할 때에는 일단 상표권 위반을 이유로 사이트 폐쇄를 먼저 시도하기도 합니다.

 

상표권을 등록한 경우가 아니라고 해도 게임 내 이미지나 캐릭터를 사용한 경우에는 해당 이미지나 캐릭터의 저작권이 개발사에게 있음을 들어 사용 중단을 요구하거나 사이트를 폐쇄시키기도 하고요.

 

  

 

Q. 이미 서비스가 종료된 게임의 프리서버를 운영하는 것이 불법인가요?

 

서비스가 종료된 게임이라고 해도 그 저작권은 여전히 개발사에게 속하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는 서비스가 종료된 게임의 프리서버 운영도 저작권 침해에 해당합니다.

 

다만, 만약 개발사가 아예 문을 닫고 회사 자체가 법적으로도 해산하여 존재하지 않는다면, 저작권법 제49조 제2호에 따라 그 저작재산권은 ‘소멸’하게 되므로, 프리서버를 운영하는 것이 불법이 아니게 될 여지도 있긴 합니다. 

 

그러나 회사가 해산해 청산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돈이 될 만한 권리들은 양도를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회사가 해산했다고 하여 항상 해당 게임의 저작권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 프리서버 – 분쟁과 관련한 문제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프리서버는 크게 (1) 서버 제작, (2) 클라이언트 변조, (3) 웹사이트와 게임 운영의 세 가지 절차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실무상 프리서버를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하려 하는 경우 위 세 가지 행위 각각에 대한 조치를 개별적으로 모두 취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프리서버를 폐쇄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프리서버 운영자에게 경고장을 발송하고, 회원 모집이 이루어지는 웹사이트나 카페를 폐쇄시키기 위해 웹호스팅 업체나 포털 사이트에 그 폐쇄를 요청하는 공문(내용증명)을 발송합니다.

 

이 단계에서 프리서버가 폐쇄되는 경우도 많이 있지만, 상대방의 조치가 없거나 일시적으로 사이트를 폐쇄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다른 주소로 다시 사이트를 개설하거나 사이트만 폐쇄하고 게임서버는 계속 운영하고 있는 경우에는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병행하게 됩니다. 민사소송을 하면서 저작권 침해행위의 중단을 구하는 가처분을 함께 제기하는 경우도 있고요.

 

당연히 사안마다 분쟁의 양상은 달라지겠지만, 프리서버를 운영하는 쪽도 변호사를 선임하고 적극적으로 다투는 경우도 없진 않습니다. 

 

  

우리나라 게임 회사가 프리서버를 대응할 때 가장 고생하는 경우는 외국에서 프리서버가 운영되는 경우일 것입니다. 

 

독일에서 프리서버 클라이언트가 배포된 한 게임의 회사가 현지 변호사를 통해 대응을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서버는 러시아에, 웹사이트는 대응 과정에서 북미로 옮겨갔습니다. 심지어 운영자와 개발자는 다른 유럽국가로 사라져 소재가 불명이었죠. 

 

특허분쟁에 대해 설명할 때 말씀을 드리긴 했지만 해외에서 분쟁을 수행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최근에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등장으로 프리서버를 둘러싼 분쟁이 더 복잡한 양상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긴 합니다. 단순히 국경을 넘어선 분쟁의 문제만이 아니게 되는 것이죠. 

 

 

 

■ 결론

 

지금까지 프리서버와 관련한 법적 문제들을 세 번의 연재를 통해 살펴 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우리가 논의하던 주제가 ‘게임과 저작권’이었으므로 주로 저작권법과 관련한 문제 위주로 프리서버를 살펴 보았습니다.

 

프리서버에 대해 분쟁을 수행해서 법적 절차를 진행할 때에는 모든 쟁점을 다 문제 삼기보다는 가장 효과적인 대응이 될 수 있는 권리침해 사안을 정하여 절차를 취하는 것도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프리서버는 일단은 최대한 빨리 그 서비스를 중단시키는 것이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할 것이기도 하고, 경제적인 면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죠.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TIG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최신목록 121 | 122 | 123 | 124 | 125 | 126 | 127 | 128 | 129 | 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