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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인도이야기] 내 맘대로 정리한 인도 이력서의 다섯 가지 특징

40대 한국 아저씨의 인도직원 채용기

국서방 2016-03-30 11:39:56

인도 퍼니즌에 취업한 지 한 달도 안 됐을 무렵, 내 담당 분야에 직원을 뽑기로 했다. 채용인원은 두 명. 신규 사업인 모바일게임 퍼블리싱과 기존 사업인 온라인 선불카드 판매를 담당할 직원이 필요했다. 

 

인도인 직원을 한국인인 내가 직접 뽑을 생각에 살짝 설레면서도 걱정되기도 했다. 한국에서라면 아무 걱정이 없었을 것이다. 여기는 달랐다. 인도는 내가 살아온 곳이 아닌 데가 사람을 채용하는 일이기 때문에 언어, 문화적 차이를 내가 잘 받아들일 수 있을지 걱정됐다.

 

 
(출처: MBC)

 

여기 오기 전에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인도인은 책임감이 없고 업무 매뉴얼이 있어야지 그나마 일을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매우 개인적이면서도 똑똑하기 때문에 어설프게 일하면 이용당한다는 말도 있었다.

 

혼자서 고민할 시간은 길지 않았다. 인사 담당자의 메일이 얼마 되지 않아 도착했다. 인사 담당자는 메일에서 상세 채용정보인 '잡 디스크립션'(Job Description)을 요청했다. 우리나라 말로 직역하자면, '직무 기술서'다.

 

이와 함께 인사 담당자는 내게 미리 엄포를 놨다. 인도에서는 게임업계 종사자를 찾는 게 매우 힘들기 때문에(아예 없는 건 아니다) 게임 분야 경력직을 채용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내 입맛까지 맞춰야 했다. 

 

 

그래서 저희는 신입을 뽑습니다. (출처: tvN)

나도 격하게 걱정하던 부분이었다. 나는 경력직을 바라긴 어려운 상황이니, 그냥 "똑똑하고 게임을 좋아하는 생존형 캐릭터"가 필요하다고 말해줬다. 대한민국 직장인이면 누구나 원한다는 바로 그 신입사원 조건이었다.

 

인사 담당자는 그런 채용 정보로는 아무도 응시하지 않을 것이고 대행사도 적합한 인물을 못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게 채용 정보에 들어가야 할 중요한 두 가지를 알려줬다. 업무분야(Responsibilities)와 자격요건(Required Skill).

 

업무분야와 자격요건은 최대한 상세하게 적어야했다. 내 입맛에 최대한 맞는 직원을 뽑고 불필요한 인터뷰를 줄이기 위한 절차였다. 또 이렇게 정리한 채용 정보는 채용 후 직원이 해당 업무에 맞지 않거나 능력이 떨어진다고 파악됐을 때 그를 돌려보내는 근거 자료로도 활용된다고 했다. 

 

인사 담당자는 내게 채용 희망자들의 이력서를 하나둘씩 보내줬다. 이력서가 모두 영어다. 다들 분량이 엄청났다. 심지어 10장이 넘는 경우도 있었다. 이력서에는 사진이 거의 없다. 죄다 글만 빡빡하게 적혀 있다. 이력서로 통해 살펴본, 인도의 이력서의 특징은 이러했다. 나의 주관적인 판단이다. 절대 일반화하지 말기를.

 

 

◆ 내 맘대로 정리한 인도 이력서의 다섯 가지 특징

 

1. '나'(I)를 포함한 주어가 빠진 경우가 많다.

- 직장 근무 연수에 비해 참여한 프로젝트가 많다.

- 자신이 속한 조직의 프로젝트가 이력서에 반영되는 때도 있다.

 

2. 인도 직장인은 자신 업무의 연관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 직장인들이 갑자기 전직하는 경우가 없다.

- 회사가 직업의 연속성을 선호하므로, 직장인들은 경력 단절을 피한다.

 

3. 비전보다 현실을 더 좋아한다.

- 애사심과 비전은 논의 대상이 아니다. 개인과 회사와의 거래가 명확하다. 큰 이유는 돈이다.

- 직장을 자주 옮기는 건 흠이 아니다. 타 회사가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 언제든 옮길 수 있다.

 

4. '잘하는' 스킬과 '할 줄 아는' 스킬이 구분되지 않는다.

- 스킬에 적어놓는 게 많다.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 의사소통, 스트레스 관리, 시간 관리 등 인성적인 부분도 스킬로 적극 어필한다.

 

5. 이력서를 봐도 업무가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 적어놓는 게 많다 보니, 지원자의 특징이 한눈에 이해되지 않는다.

- 대행사가 가끔 왜 이런 이력서를 줬는지 이해되지 않을 때도 있다.

 

내가 이력서를 확인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대학교와 직장을 모르다 보니, 지원자들의 수준을 짐작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그리고 레퍼런스 체크가 어려운 탓에 이력서를 전적으로 신뢰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유사한 업무 경력이 있는 사람들 모두를 만나기로 했다. 적지 않은 사람 탓에 인터뷰 후유증에 시달리던 내게 인사 담당자가 웃으며 말했다.

 

"월컴 투 인디아!"

 

(다음 편은 인터뷰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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