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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법] “업무용 파일 집에 가져가지 마세요” 영업비밀과 부정경쟁행위

땡땡땡 2016-04-11 16:37:15

안녕하세요 게임과 법 칼럼의 OOO입니다.

 

이제 우리는 게임과 지적재산권을 살펴보는 과정의 마지막 단계에 와 있습니다. 오늘은 부정경쟁행위와 영업비밀에 대해 살펴보고, 이제 게임과 지적재산권에 대한 긴 논의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부정경쟁행위와 영업비밀은 다른 지적재산권들과는 성질이 조금 다른 분야의 이야기입니다. 과거에 상표권에 대해 다루면서 말씀 드렸지만, 이 둘은 인간의 정신적 산물에 권리를 부여하는 특허권이나 저작권과 다릅니다. 또 상거래질서의 확립과 소비자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해 등록된 상표에 대해 독점적 권리를 부여하는 상표권과도 다릅니다.

 

게다가 부정경쟁행위와 영업비밀 이 둘도 실은 서로 다른 법리의 영역에 속하는 것들인데요, 이들을 같이 다루는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이라는 하나의 법에 의해 다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하에서는 간략히 ‘부정경쟁방지법’ 이라고 하겠습니다. 

 

  

법학적인 논의야 다를 수 있습니다만, 산업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저는 영업비밀은 ‘관리’의 영역에 속하는 문제이고, 부정경쟁행위는 업계 경쟁자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상도의상 묵과하기 힘든 행위를 하였을 때 대응하기 위한 ‘사후적 대응’의 문제라고 봅니다.

 

물론 영업비밀을 통해 ‘사후적 대응’을 하는 것도 중요하고 회사의 영업비밀이 잘 관리돼 있는 경우 이를 법적 분쟁에 활용한다면 무척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하지만 회사나 개인이 지속적으로 영업비밀을 관리하지 않는다면 분쟁이 발생했을 때 사용할 영업비밀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죠.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는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이 정의는 영업비밀의 3가지 요건을 나열하고 있는데 1) 공공연히 알려 있지 아니할 것(비공지성), 2)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질 것(경제적 유용성), 3) 합리적인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될 것(비밀유지성)이 그것입니다.

 

 

즉, 게임 개발과 관련해 이론적으로나 실제로 소수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대단한 기술이나 노하우라고 해도, 업계에서 이미 알려진 것이라면 영업비밀이 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특허가 출원되거나 이미 등록을 받은 기술은 특허권을 확보하는 대신 ‘공개’되므로 영업비밀이 될 수는 없겠죠. 이 점에서 특허와 영업비밀은 서로 배타적인 지위를 가집니다.

 

경제적 유용성에 대해서는 특별히 금전과 관련된 정보만이 아니라 사업에 활용이 가능한 것이면 모두 가능합니다. 기술문서가 프로그램 소스코드 외에도 특정 게임의 고객별 매출 분석 자료나 기획문서와 같은 것들도 모두 영업비밀이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비밀유지성이 있는데, 아무리 특정 회사나 개인만 알 수 있는 대단한 정보라고 해도 이를 비밀로 하기 위해 비밀문서로 지정해 특별히 관리를 하거나 접근 권한에 차등을 두는 등의 관리를 하지 않았다면 영업비밀로 인정받기가 어렵습니다. 

 

  

게임업계에서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한 사안들은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개인이나 팀이 중요자료를 가지고 경쟁업체로 이직한 경우거나,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회사와의 불화로 회사를 퇴사하거나 전직했는데 본인이 가지고 나온 자료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유명한 사례로는 과거 <리니지 3> 개발팀 인원 일부가 엔씨소프트에서 블루홀스튜디오로 이직하면서 시작되었던 양사간의 분쟁 사안이 있죠. 국내외에서 회사와 개인을 상대로 한 민·형사소송을 모두 합쳐, 2008년 시작된 분쟁이 2014년에 가서야 종료되었던 사안입니다.

 

사실 게임업계는 개발, 기획, 디자인에 참여하는 사람의 역량이 게임 개발에 있어 전부라고 할 수 있고, 그런 만큼 업계 내에서의 전직과 이직도 무척 잦은 편이어서 영업비밀에 대한 인식도 상당히 희박한 편이었는데 위 사건은 영업비밀 소송으로는 처음이어서 업계 내에서의 파장은 상당히 컸습니다.

 

다만, 해당 사안은 게임업계의 입장에서는 당사자들 모두에게 있어 과거의 아픈 상처와도 같은 문제라 본 연재에서 자세히 다루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만약 TIG 독자 여러분이 이직을 준비하는 게임업계 종사자라면 영업비밀과 관련한 해법은 간단합니다. 이전 회사로부터 아무것도 가지고 나오지 마시고, 혹 실수로 가지고 나온 것이 있거나 집에서 일을 하다가 놓아둔 이전 회사의 자료가 있다고 하더라도 모두 완전히, 복원 불가능한 형태로 폐기하시기 바랍니다. 쉽게 말하면 머리 속에 자연스럽게 남은 지식 외에는 다 버린다고 생각하는 것이 편합니다. 물론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책 등의 자료는 괜찮지만요.

 

제가 이렇게 당부를 드리는 이유는 영업비밀에 관해서는 이를 업무에 활용하지 않고 단순히 보관(취득)만 하고 있는 것 만으로도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해당하여 민사적으로 금지청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여기에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이 있으면 형사처벌까지도 당할 수 있죠. 특히 게임업계는 전반적으로 보면 영업비밀에 대한 개개인의 인식이 희박한 편이라 주의해야 합니다.

 

업무상저작물에 대해 설명하면서도 말씀 드렸지만, 개발자나 기획자, 디자이너들은 작업 결과물에 대해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자연스럽게 해당 자료를 복사해 사본을 만들어 두고 퇴사 이후에도 별도로 보관하게 되는 일이 잦은데요, 해당 자료가 업무상저작물인 경우도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만약 영업비밀에도 해당하게 되면 더 골치 아픈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TIG 독자 여러분이 회사의 기술자, 기획자이거나 영업비밀 등을 관리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면, 외부에 유출되어서는 안 되는 회사의 중요 문서나 기술자료들은 가급적 “영업비밀” 혹은 “Confidential”과 같이 문서 표지에 기재하고 아무나 접근할 수 없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부정경쟁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에 그 유형이 분류되어 있고 각각의 부정경쟁행위에 있어 요건이 상세하게 나열되어 있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의 정의규정 중 제1호의 가목부터 차목까지 나열이 되어 있어서 변호사들은 일할 때에는 “차목 부정경쟁행위”, “가목 부정경쟁행위”와 같이 지칭하곤 합니다. 

 

  

부정경쟁행위는 사실 유사상품, 소위 ‘짝퉁상품’의 판매나 영업이 가장 문제가 되는데, 과거에는 게임업계에서 부정경쟁행위가 문제되는 경우는 드문 편이었습니다. 부끄럽게도 게임업계의 권리보호의식이 투철해 짝퉁게임이 없었기 때문은 아닙니다.

 

게임업계에서 다른 게임의 규칙이나 구성을 모방하여 게임을 제작하고 판매하거나 서비스하는 행위는 빈번하게 이루어져 왔는데, 본 연재에서도 살펴보았던 바와 분명히 베낀 게임이 맞는 경우라 해도 저작권 침해에 관한 이론으로는 권리의 보호에 효과적이지 못하여서 사실상 이를 제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실 게임업계에서 부정경쟁행위의 문제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의 입법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닙니다. 2013년 7월 30일 개정과 그 6개월 뒤 시행 때부터죠.

 

그 이전까지 부정경쟁행위유형들은 게임업계에서의 모방 사례를 규제하기 적절치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2013년의 개정으로 다음과 같이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이 입법됩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부정경쟁행위"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말한다.

 (중략)

 

차. 그 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

 

(후략)

 

 

쉽게 말해 기존의 부정경쟁행위 유형으로는 규제가 어려운 애매한 형태의 모방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보충적 입법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런데 그 해석의 범위가 상당히 넓어서 법원의 재량 해석 여지가 커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됐습니다.

 

판결례 중에서는 피고가 벌집 모양 꿀을 얹은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원고의 외부 간판, 메뉴판, 젖소 로고, 아이스크림콘의 진열 형태, 벌집 채꿀의 진열 형태 등을 모방해 아이스크림 영업을 한 사안이 있었는데 개별 지적재산권법상의 권리에 의해서는 보호를 받기 어려운, 전체적인 이미지로서의 영업의 외관 등(해외에서 ‘trade dress’라고 하는)에 대한 보호를 인정한 사례로 이해됩니다.

 

이후 위 규정에 근거한 부정경쟁행위의 금지청구는 지적재산권이 관련된 여러 분쟁에서 소장이나 준비서면 말미에 ‘가사 ~ 권리의 침해는 아니라 하더라도 이상과 같은 피고의 행위는 원고가 상당한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 만든 성과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무단으로 사용한 것으로 ~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입니다’라는 형식으로 보충적으로 청구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게임업계의 경우 <포레스트 매니아>에 대한 킹닷컴과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 사이의 분쟁 제1심이 게임업계에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의 부정경쟁행위를 인정한 첫 사안이었는데, 이미 본 연재에서도 자세히 살펴본 적이 있습니다.

 

(관련기사) [게임과 법]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 킹닷컴 vs 아보카도엔터 제1심 판결 해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의 부정경쟁행위유형은 그 해석의 여지가 지나치게 넓어서 법원의 판결에 의해 어느 정도 판례군이 형성되기 전까지는 계속 그 모호성에 대한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울러 위 사건의 제2심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중이어서 제1심과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습니다.

 

아무튼 “차목 부정경쟁행위”가 게임업계에서의 모방사례에 대한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것인지, 아니면 그 해석 범위의 모호함으로 인해 ‘전가의 보도’처럼 쓰이게 될 것인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 연재에서는 영업비밀과 부정경쟁행위 중 게임과 관련을 갖는 사안에 대해 살펴 보았습니다. 이것으로 게임과 지적재산권에 대한 이야기는 마무리를 지으려고 합니다.

 

다음 주에는 새로운 주제로 찾아 뵙겠습니다. 그럼 즐거운 한 주 보내시길 바랍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TIG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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