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C 온라인게임 시절부터 내려온 창과 방패의 싸움
과거 온라인게임 시대에도 불법 프리서버는 극성이었다. 유명 게임에는 반드시 프리서버가 따라왔다. <WOW>와 <리니지> 같은 게임에도 프리서버는 있었다. 단지 중국 쪽에는 대놓고 프리서버가 많다 보니 원저작권자의 피해가 워낙 심각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저작권자보다 프리서버의 운영자가 더 많은 매출을 거둬 회사를 존폐위기에 놓는 경우도 있었다.
과거엔 ‘중국 내 프리서버 근절’이 중국 진출 온라인게임의 첫 번째 목표일 때가 있었다. 오죽하면 중국에서 <미르의 전설>이 정식으로 서비스할 당시, 서비스사였던 샨다가 액토즈에 매출정산을 하지 않은 큰 이유가 프리서버 대응 문제였을 정도였다.
웃기는 점은 이러한 불법 프리서버를 통해 성장한 회사들이 모바일게임 시대를 맞이하면서 음지에서 양지로 나왔다는 점이다. 최근 한국에서 대박을 터뜨린 모 중국회사는 <뮤>의 프리서버를 통해 성장한 이력이 있다. <전민기적>으로 대박을 터뜨리기 이전의 웹젠이 <뮤 더 제네시스> 그 회사와 계약협의를 하는 걸 보고 경악하여 점잖게 만류했었던 적이 있다.
# 모바일이라고 상황이 다를까?
모바일 시대로 넘어오면서 자신들의 APK(게임 설치 파일)가 불법으로 도용되는 상황을 심심찮게 맞닥뜨리게 된다. 어느 날 갑자기 광고도 하지 않은 게임의 중국인 사용자가 급증하면 100% 불법 도용을 의심해봐야 한다. 이 경우 해커들은 매우 꼼꼼하고 성실하다. 광고 SDK의 호출 정보까지 자신들의 것으로 바꿔서 엉뚱한 사람이 매출을 도둑질한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한국의 거의 모든 회사가 속절없이 매출을 도둑맞았던 흑역사가 있다.
기술적으로도 이런 APK 해킹은 크게 어려운 편이 아니었다. 바이두에서 받은 간단한 해킹 툴에 정상적으로 다운로드 받은 APK를 넣어서 돌리면 끝이었다. 당시 중국 직원 한 명이 <제노니아 3>의 소스코드를 통째로 추출하는 걸 보여준 적이 있다. 한국의 개발자들은 소스코드 정리를 깔끔하게 해놔서 도둑들이 수정하기 편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360, 바이두 등의 메이저 마켓에 해커들이 수정해서 배포한 불법 APK가 버젓이 올라왔다. 과거엔 한국의 대기업들이 그 타깃이 됐다면 최근엔 중소기업이나 인디게임들까지 해커들의 손이 뻗치기 시작했다. 소규모 업체일수록 대응이 어렵다는 것을 이용한 것이다. 구글에서 피처드를 받는 인디게임들은 100% 해킹 대상이 된다. 구글의 인디게임 장려정책이 이런 식으로 악용될 줄이야.
IAP(In-app purchase, 부분유료화 모델)가 대세가 된 요즘엔 과거 온라인게임을 떠올리는 프리서버가 기승을 부린다. 크게 두 종류의 프리서버가 주를 이루는데, 클라이언트뿐만 아니라 서버 소스코드까지 통째로 해킹하는 방식과 내부자가 소스코드를 외부로 빼돌려서 운영하는 방식이 있다. 후자가 좀 더 정교하지만, 전자도 충분히 통할만큼 중국의 해킹기술은 나날이 발전 중이다.
# 왜 사용자는 불법 프리서버에 몰리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것이 바로 성장 속도다. 프리서버는 대체로 5배가량의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인다. 이게 가능한 것은 아이템 가격을 낮췄기 때문인데 대체로 정가의 20% 정도에 판매한다. 프리서버 운영자 입장에선 공짜로 돈을 벌고 유저 입장에선 5배나 빠르게 게임을 즐길 수 있으니 서로 윈윈하는 셈이다. 원저작권자는 옆에서 피눈물을 흘리고 정상적인 유저들은 바보가 되는 것은 안중에도 없다.
결제 수단은 알리페이가 가장 많이 쓰인다. 알리페이가 모바일 시장 전반에 혁신을 가져다준 것은 사실이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최근 모바일게임의 대표적인 프리서버는 <전민기적>이 있다. 실제 서비스를 하는 웹사이트를 들여다보면 무려 80여 개의 프리서버가 성황을 이루고 있다. 매출이 정가의 20% 수준이라고 해도 80개라면 규모가 다르다. 심지어 자체 이벤트까지 진행 중이다.
그런데 <전민기적>의 프리서버가 한국에도 상륙할 것이라는(혹은 이미 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한국인 운영자가 <뮤 오리진>을 가지고 프리서버를 운영하는 것인지 중국에서 직접 진출한 것인지는 확인을 해보지 못했다. 중요한 것은 불법 프리서버가 한국 시장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고 당사자인 웹젠이 긴장하고 적극적으로 대응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중국의 <전민기적> 프리서버 웹사이트.
# 그렇다면 프리서버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첫 번째는 기술적인 접근이다. 기본적인 보안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데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어렵다면 외부의 도움이라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프리서버나 해킹 등의 직접적인 피해를 경험하지 못한 한국 기업들은 이런 투자에 매우 인색한 편이다. 모바일게임 시장이 지금처럼 커진 상황에선 현 상황을 좀 더 심각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법무적인 접근이다. 텐센트 법무팀은 프리서버를 발견하면 끝까지 추적해서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는 것으로 유명하다.
텐센트가 중국서 <던전앤파이터>를 서비스하자 시장에 각종 해킹 툴이 생겨났다. 꼬리 자르기식의 대응으론 해결이 불가능하자 본체를 끝까지 찾는 것으로 자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생겼다. 텐센트의 노력이 조금씩 성과를 내놓자 프리버서 운영자들 사이에서도 ‘걸리면 X된다’라는 얘기가 돌았다. 실제 몇몇 해커 조직이 그렇게 박살 났다. 상황이 이러니 이젠 텐센트 게임을 함부로 건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