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 ID/PW 찾기

연재

[차이나랩] 중국 판호 논란, '판호를 받으려면 휴대폰을 보내세요?'

중국 모바일게임의 판호 의무화, 시장은 '멘붕' 그 자체

모험왕 2016-07-06 11:57:19

# 판호 때문에 중국회사들마저도 멘붕 그 자체다.

 

7월 1일 자로 중국에서 모바일게임의 판호가 그간의 ‘권고’에서 ‘의무사항’으로 변경됐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혼돈의 아노미가 시작되었다.

 

한국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가뜩이나 외국산 게임들이 중국에 진입이 어려운데 이제는 더더욱 힘들어진 것이 아니냐는 '자국산업 보호 및 외국산 규제'라는 관점에서 본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 조치 때문에 중국회사들마저도 지금 멘붕 그 자체다.

 

과거 PC 온라인게임 시절, 판호는 확실히 외산게임을 규제하는 게 목적이었다. 그런데 이번 조치는 중국 정부가 게임산업을 통째로 박살 내거나 아니면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목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비현실적인 내용이 많다.

 

 

아c... 또...

 

# 판호를 받으려면 휴대폰 두 대에 게임을 설치해서 보내라고?

 

판호 발급의 절차, 기간, 비용 등이 부담은 차치하더라도 가장 큰 비난을 받는 것은 '접수' 방식이다. 그 방식이란 게 휴대폰 두 대에 유심카드를 꽂고 게임을 설치한 후에 택배로 보내는 것이다. 과거 PC 온라인게임 시절 CD에 클라이언트를 구워서 보내는 방식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문제는 과거의 온라인게임이야 연간 심의를 하는 게임이 그리 많지 않았겠지만, 모바일게임은 그 숫자 면에서 압도적일 것이다.

 

당장 택배 상자가 하루에도 엄청나게 쌓여 있을 텐데 그것을 받은 순서대로 꺼내서 테스트하는 것인지 테스트를 한 후에 해당 회사에 다시 휴대폰을 돌려줄 수 있을지도 현재로써는 전혀 알 수 없다.

 


누굴 먼저 심사해야 하나...?

 

상황이 그렇다 보니 '광전총국이 중고 휴대폰 사업을 하려는 거냐?'라는 비아냥이 당장 업계에서 나오는 반응이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 휴대폰 사업을 해도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다.

 

업데이트 (2016년 7월 29일)

 

중국 내 '휴대폰 설치 후 제출 심사' 관련으로 논란이 일자, 당국은 실제 판호 심사에 클라이언트만 제출 받아서 진행하는 것으로 확정했습니다.

 

한국의 KOCCA(한국콘텐츠진흥원) 같은 곳에다가 사업 지원을 할 때 온라인으로 지원하고 파일을 업로드를 한 후에 접수번호를 받던 것에 비하면 중국은 여전히 후진적이고 관료적인 것을 느낄 수 있다. KOCCA나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종종 업계에서 비슷한 이유로 비난받는데 중국에 비하면 정말 양반이다.

 

 

# 모바일게임 수명 = 판호 발급 기간

 

온라인게임 판호의 발급 기간은 빠르면 6개월 늦으면 1년 그리고 재수 없으면 기약 없이 안 나오는 경우도 많았다. 과거 엔씨차이나에서 서비스하려던 모 캐주얼게임은 판호가 아예 나오지를 못해 서비스 준비를 다 해 놓고도 출시를 못 했던 적이 있었을 정도였다. 모 웹게임의 경우 퍼블리셔가 중국의 초대형 회사임에도 판호의 발급에 1년 걸렸다고 한다.

 

판호의 발급 과정 중에 실제 게임을 플레이해 보는 공무원이 몇 명이나 될까? 아마 몇 명 안 될 것이다. 그리고 판호라는 것이 게임의 내용을 본다는 취지이기에 대충 봐서는 안 된다. 게다가 중국 공무원들의 특징 중 하나가 꼼꼼하게 내용을 챙긴다는 것이다.

 

온라인게임 시절에도 엄청 소요되었던 물리적인 시간이 모바일시대에는 어마어마한 접수 탓에 업무량이 폭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실제 발급까지 얼마나 걸릴까? 아마 만만치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파.......... 아........ 안.......... 호........... 오.........

 

십 년간의 서비스를 목표로 하는 온라인게임이야 일 년 걸려 판호가 나와도 정상적인 서비스를 한다면 이해가 된다. 하지만 모바일게임은 잘해야 일 년 정도 서비스를 하는 것이 통상적인데 판호 발급에 걸리는 행정절차가 게임의 유행과 수명을 깎아 먹을 확률이 대단히 높아졌다.

 

당장 반 년만의 시장의 유행이 급변하는 것이 모바일게임 시장이다. 판호를 발급받는 동안 개발사가 만든 게임이 유행에 뒤처지고 후진적인 게임으로 전락할 수 있다. 이건 꽤나 큰 리스크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한국에서 게임 심의 수수료로 내는 몇십만 원 차원의 금액이 아니다. 5~6만 위안(870~1,044만 원, 2016년 7월 6일 기준) 정도 하는데 이건 중소개발사 입장에서는 부담되는 금액이다. 천만 원 매출을 못 내고 서비스 접는 게임이 수두룩하다. 그나마 돈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유저유입을 하는 마케팅에 쓰려고 하지 행정비용에 쓰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 모바일게임이 봉인가?

 

이런 코미디 같은 상황에 직면하니 중국 게임업계에서는 당연히 볼멘소리가 나오는데 정부가 하는 일에는 늘 지지를 표명하는 중국사회 분위기에서 볼 때 이는 꽤 이례적인 일이다. 그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외산게임 규제가 아닌 중국 게임업계가 죽게 생겼다고 다들 난리가 났다. 

 

외산게임을 규제한다는 논리라면 외국산 게임의 점유율이 높아야 하는데, 사실 중국의 모바일게임 시장은 자국 게임이 이미 다 먹고 있는 시장 아닌가? 도리어 '대기업들 위주로 시장의 질서를 재편하려고 한다'는 추측이 어느 정도 설득력 있는 추론이라고 볼 수 있겠다.

 

또 다른 시각은 게임산업 규제에 관련된 정부기관인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 사이버관리국, 중국 문화성 등이 업무 효율을 위한 조직의 통폐합 가능성이 커지자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시각도 있다. 즉 정치적인 목적으로 모바일게임 산업이 희생물로 삼아졌다는 의견이다.

 

물론 이렇게 제도를 만든 공무원들도 이 정도로 혼란이 올지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냥 늘 하던 대로 까라면 까는 것으로 생각했다가 업계에 반응이 안 좋으니 당황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 중국시장은 언제나 상상 그 이상.

 

모르긴 몰라도 실제 업무가 폭증해서 업무 마비수준에 이르고 신규게임 출시가 매우 어려운 지경에 이르면 이 제도는 어떤 형태로든 개선되지 않을까 한다.

 

업계에서도 여러 형태의 해결방법이 등장할 것이다. 가령 프로토타입 빌드만 만들어서 판호 신청을 넣어 놓고 이후 본격적인 개발을 하는 방식 등으로 말이다. (중간에 개발내용이 바뀐다든가 프로젝트가 드롭됐을 때 생길 판호 발급의 노력과 비용은 또 다른 얘기다.)

 

농담 삼아 나온 이야기지만 판호 발급의 테스트 폰으로 특정 브랜드의 특정 모델을 지정하기까지 한다면 판매량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휴대폰 회사의 순위도 바뀌지 않을까?

 

차이나조이때 업계 사람들이 모이면 어느 정도 분위기를 더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매년 차이나조이는 업계가 술렁이던 축제 분위기였다면, 이번 조치는 어쩐지 차이나조이의 흥행에도 큰 악재로 작용할 것 같다. 

 

중국이 다이내믹한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번 조치는 중국에 꽤 적응을 했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도 상상을 초월하는 막무가내 조치였다. 아마 어떤 식으로든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 이대로 가면 정말 중국 모바일게임 판도가 (안 좋은 쪽으로) 큰 변화가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판호 때문에.

 

최신목록 121 | 122 | 123 | 124 | 125 | 126 | 127 | 128 | 129 | 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