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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넥컴박] 엑스엘게임즈 최관호 대표의 '내 인생의 컴퓨터'

넥슨컴퓨터박물관(넥컴박) 2023-05-01 10:10:50

‘내 인생의 컴퓨터’ 시리즈는 국내/외 IT 업계 인사들의 컴퓨터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담고 있습니다. 이번 연재의 주인공은 엑스엘게임즈의 최관호 대표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최관호라고 하고요. 엑스엘게임즈라는 게임 개발 회사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게임업계에서 일한 지 벌써 20년 정도 됐고요.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은 아니고 경영을 맡고 있습니다. 


# 첫 번째 컴퓨터

제 손으로 처음 산 건 대학교 때 아르바이트해서였고요. 386 컴퓨터가 막 나오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제가 처음 컴퓨터를 접한 건 중학교 때 친구네 집에 놀러 갔는데 그 친구 아버지가 IT 분야에 계셨는데 집에 PC가 있었어요. 너무 신기하잖아요. 몰랐던 기계를 봤으니까. 친구가 디스켓을 넣으면서 이게 디스켓이야 그랬는데 그 다음날 정석이네 컴퓨터가 있더라. '비스켓'을 한다고 저는 디스켓을 비스켓으로 듣고 그랬더니 그 친구가 아니라고 했던 기억이 나요. 

그 후로는 컴퓨터를 전혀 안 다루다가 저는 대학교 때 처음으로 리포트도 손으로 썼거든요. 그래서 컴퓨터를 접할 일이 많지 않다가 아무래도 손을 쓰는 것보다 (컴퓨터가) 훨씬 빠르니까 기록하고 기억하기 위해서 컴퓨터를 썼던 것 같아요. 


# 컴퓨터가 인생에 가져온 변화

삶이 송두리째 변한 것 아닌가 싶어요. 인터넷이 나온 것도 벌써 30년째고 나왔다기보다는 우리가 쓰기 시작한지 30년이 돼 가고 PC는 더 이전에 나왔고요. 컴퓨터와 인터넷이 나오기 전과 나온 후는 다른 세상이 되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에요. 그 변화의 과정을 목도하고 있다는 게 어떻게 보면 행운이고 어떻게 보면 되게 힘겹게 따라가고 있죠. 컴퓨터에서 핸드폰으로 다음에 요즘 제일 화두가 되는 AI(Artificial Intelligence)까지 앞으로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고 그걸 굉장히 힘겹게 따라가고 있습니다.


# 컴퓨터를 한 단어로


기억의 편린이라고 할까요. 조각 난 기억들의 하나이기도 하고 그 기억들을 모아주는 곳이기도 하고 그런 것 같아요. 아이를 키우니까 이따금 하는 일 중에 하나가 어릴 때 사진들 PC에 모아서 슬라이드쇼 보고 이런 게 말도 안 되는데 취미가 되더라고요. 옛날 어르신들이 아마 앨범 보시는 거와 같은 느낌일 것 같은데 그러면서 아이들과 또는 저와 저의 젊을 때와 아이들이 어릴 때 생각하고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는 느낌이 납니다. 


# 인생 게임

 

Tetris, Atari Games, 1988

진짜 인생 게임이라면 과거 얘기해서 죄송하지만 테트리스죠. 우리 때는 오락실이라고 불렀는데 학교 끝나면 가서 하고 밤에도 (천장에서) 이게 막 내려오는 것 같고 자면서도 맞추고 이랬던 기억이 나요. 그래서 게임이라는 것에 대한 호감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됐고 게임업계도 자연스럽게 오게 된 거 아닌가 생각합니다. 


# 최근 게임업계의 화두

​사실 게임업계는 변화가 굉장히 심하고 어떤 유행이랄까요. 새로운 흐름에 되게 민감한 쪽이에요. 그래서 예를 들면 몇 년 전에 VR(Virtual Reality)​이 한참 나왔을 때 그랬고 또 작년에는 메타버스, NFT 뭐 이런 것들이 또 굉장히 화두였고요. 그래서 그럴 때마다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을 하는데 올해는 단연코 ChatGPT로 시작된 AI가 화두가 되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이제 게임을 개발할 때도 아이디어를 가지고 간단한 프로토타입을 짜는데 그런 거를 AI를 이용해서 할 수도 있고 또 개발하는 과정에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그다음에 게임 안에서 어떻게 AI를 활용할 것인가 이런 것들을 계속 고민하게 되고요.

예를 들면, 우리가 게임하다 보면 나를 따라오는 가이드가 있는데 이게 사실 정형화돼 있는데 AI로 해서 개인화가 되면 개인에 맞는 추천을 해주거나 이런 것들이 가능하다고 해서 사실은 그런 거를 개발하는 흐름은 꽤 됐거든요. ChatGPT는 언어 관련된 건데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이나 미드저니(Midjourney) 같은 그림 그려주는 AI가 있거든요. 그거 보면서 앞으로 직업의 세계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 되게 심각해질 수도 있겠다라는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지금까지의 변화보다 사실은 가져오는 영향이 훨씬 더 크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게임 회사에서 일한다는 것

게임업계에 있는 20-30년이 사실은 사회적 편견과 계속 갈등하고 대립하고 또 바꾸기 위해서 노력해 온 과정이라고 생각을 해요. 여전히 게임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분들도 있고 근데 예를 들면 저희 딸들은 게임을 안 좋아하거든요. 어쩌다가 쉬는 날이면 하루 종일 인스타그램 보고 틱톡 보고 그래요. 차라리 게임을 해라. 게임은 인터랙션도 있고, 머리도 쓰고, 사람들도 만나는데 이게 뭐냐 그랬는데 반대로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이 자녀가 게임하는 거 보면 굉장히 싫어할 수 있잖아요.


그런 편견과 싸우기 위해서 우리도 단순히 엔터테인먼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뭔가 좋은 경험을 선사해주는 게임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고요. 

또 하나는 지금 PC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발전되면서 게임 회사들의 매출이 엄청 높아졌는데 뒤집어 보면 사실은 굉장히 많은 돈을 유저들이 지불하고 있는 거거든요. 지불하는 돈만큼의 어떤 효용이랄까 만족이라는 걸 얻는지에 대해서는 좀 물음표는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보면 한 20년씩 된 게임들이 있어요. 게임의 유저들은 그 게임이 사실은 삶의 공간이에요. 친구들의 공간이고요. 그래서 게임 회사가 망할까 봐 (마음을) 모아서 아이템도 사주고 그러거든요. 아마 게임이 성장하고 발전하면서 유저들과의 관계는 그렇게 이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 개발자가 되고 싶은 학생들에게

 

저와 같이 일하는 송재경 대표가 사실은 천재 개발자로 유명한데 그분이 말끝마다 하는 얘기가 있어요. 코딩할 때 줄 잘 맞춰야 되고 그다음에 코딩은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엉덩이로 한다는 표현을 많이 쓰거든요. 전 그 말에 참 공감해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좋은 게임을 만들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게임을 좋아한다고 해서 게임을 잘 만들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그냥 필수 조건 같은 건데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자가 되고 게임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면 저는 무엇보다도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굉장히 인내 있게 갈 수 있어야 되고 PC나 핸드폰 같은 플랫폼 환경이 변하기 때문에 프로그래머도 새로운 언어들이 나오면 계속 학습을 해야 되거든요. 

원화가든 기획자든 다 마찬가지여서 어쩌면 게임업계에 있다는 거는 계속 공부해 가야 되는 과정이고 계속 성장하지 않으면 사실은 도태될 수밖에 없는 과정이어서 겉으로 보면 멋있어 보이지만 실제 안에서 일하는 건 그렇게 편한 일은 아니다라고 꼭 얘기를 해 주고 있고요. 


# 넥슨컴퓨터박물관에게

계속 말씀드리지만 컴퓨터가 우리 삶에 굉장히 큰 영역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게임도 그렇고 모든 IT 서비스들이 컴퓨터 또는 인터넷 또는 그런 것들을 기념하고 그것들을 더 의미 있게 부여하려는 노력들을 많이 해왔나 생각하면 좀 반성이 들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컴퓨터 박물관이 우리에게 좋은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래서 추억이 될 수도 있고 미래가 될 수도 있고 우리 삶의 한 영역으로서 컴퓨터와 인터넷과 인터넷 서비스에 집대성하는 그런 공간으로 계속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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