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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서비스 게임, '다크 패턴'이 되지 않으려면

'함께하는 놀이'로서의 가치 입증이 먼저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방승언(톤톤) 2024-03-07 12:25:41
흔히 '라이브 서비스 게임’은 지속적 콘텐츠 업데이트, 시스템 개선, 고객 응대 등 운영으로 이윤을 내는 게임을 아우르는 용어다.

전통적 의미에서는 '패키지 게임'과 구분하여 구독료를 통해 매출을 내거나('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 무료 서비스하며 과금으로 수익을 창출하는('리그 오브 레전드' 등) 게임을 라이브 서비스 게임으로 지칭해왔다. 하지만 <디아블로 4>​나 <배틀그라운드>처럼 패키지로 판매한 뒤 라이브 운영으로 추가 이윤을 내는 게임이 많아지면서 이런 구분을 명확히 적용하기가 다소 어려워졌다.

아래에서 이야기할 '라이브 서비스 게임'이란 패키지 판매 여부에 상관 없이 멀티플레이·온라인 게임플레이를 위주로 이윤을 창출하는 게임·시리즈 전반을 지칭한다. 라이브 서비스 게임은 현재 시장에서 가장 사랑받지만 그 이상으로 갈등이 큰 분야다. 그 근본적 원인이 되는 게임사와 게이머의 '동상이몽'을 들여다봤다.

MMORPG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원형으로 볼 수 있다.


# 기업들의 '라이브 서비스 게임' 사랑

기업들 사이에서 라이브 서비스 게임이 선호되는 것은 재정적 이유 때문일 때가 많다. 생애주기적 한계가 명확한 패키지 게임과 비교했을 때 수년 단위로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은 기대 ROI(투자수익률)가 월등히 우세하다. ‘함께 플레이’하는 속성 덕에 네트워크 효과를 누리기에도 좋다.

특히 대작을 하나 궤도에 올려 두면 장기적 현금흐름에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된다는 사실이 여러 사례를 통해 입증되면서, 대기업들이 앞다퉈 발을 들이는 분야가 되었다.

PC·콘솔 게임 업계에서 최상위 매출을 올리는 <FC>, <GTA 온라인>, <CS:GO>, <콜 오브 듀티>, <포트나이트>, <에이펙스 레전드>, <리그 오브 레전드>, <배틀그라운드> 등 그 예시는 무수하다. 모바일 시장은 라이브 서비스 게임이 아닌 예시를 찾기가 오히려 더 힘들다.

이렇듯 주로 BM의 한 형태로 각광받는 경향이 짙지만, 그 안에서 개발자와 유저 간 ‘호혜성’도 찾을 수 있다. 유저 입장에서 역시 라이브 서비스 게임 BM은 좋아하는 작품을 장기간에 걸쳐 신선하게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수단이다.

위에 언급한 장수 라이브 서비스 게임들은 모두 5~10년에 걸쳐 꾸준히 새 콘텐츠를 제공해 왔다. 특히 <리그 오브 레전드>와 같은 히트작은 20대 대학생이 30대 부모가 되는 오랜 기간 쇄신을 거듭하며 ‘대세’ 게임으로 자리하고 있다. 패키지나 확장팩 같은 고전적 수익 모델에 의존했다면 아마 어려웠을 모습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가 고전적 수익 모델을 따랐다면 지금과 같은 장수는 어려웠을 것이 분명하다.


# ‘약탈적’인 게임이란

그럼에도 신규 라이브 서비스 게임을 향한 유저들의 시선에는 의심이 한가득 배어 있을 때가 많다. 이것은 적잖은 라이브 서비스 게임들이 보여 온 약탈적(predatory) 관행으로 인한 현상이다.

이때 약탈적이란 표현은 다소 어폐가 있어 보인다. 시쳇말로 게임사가 유저를 ‘칼 들고 협박’해서 과금을 유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단어의 사용이 부당하지 않은 이유를 알아보려면, ‘다크 패턴’을 둘러싼 논의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다크 패턴은 2011년 영국의 UX 전문가 겸 인지학 박사 해리 브리그널(Harry Brignull)이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사이트 탈퇴 기능을 찾기 어렵게 하거나, 결제 과정에서 배송비를 뒤늦게 끼워 넣는 등의 교묘한 방법으로 불필요한 추가 지출을 유도하는 UX 디자인을 이야기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1월 25일 온라인 쇼핑몰의 다크 패턴 사용을 금지하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브리그널이 처음 제시한 다크 패턴 유형은 12종류였지만, 이후 각계 연구가 거듭되면서 더 다양한 패턴들이 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상품의 특가 판매 시간제한을 강조하거나, 다른 이용자들의 구매 활동을 부각해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등의 유형도 모두 ‘다크 패턴’의 일종으로 보고 직접 규제하거나 자제를 촉구하는 추세다.

독일 ProSieben 채널에 출연한 해리 브리그널 (출처: Harry Brignull 유튜브)

다크 패턴 담론의 의의는, 이전까지 디자인의 일종으로 묵과되던 무수한 UX적 관행이 사실은 소비자에 대한 간접적 약탈행위와 다름없다는 공감대를 끌어낸 데 있다. 유저 스스로 내린 구매 결정이더라도 그 배경에 기업의 부도덕한 유도가 있었다면 이에 대한 책임을 유저만 오롯이 지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인식적 합의다.

그리고 다크 패턴을 향한 비판은 약탈적 라이브 서비스 게임을 향한 비판과 맥락을 거의 같이한다. 경쟁적 P2W 디자인이나 과도한 확률형 아이템 판매에 의한 유저 지출은, 오롯이 유저만의 책임으로 볼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해외를 중심으로 대두한 지 오래다. 아예 확률형 아이템의 ‘완전 퇴출’을 법제화한 국가도 꽤 있다.

무엇보다도, 약탈적 BM은 유저와 개발사 각각이 라이브 서비스 게임에 기대하는 가치의 교환비가 서로 크게 어긋나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많은 경우 라이브 서비스 게임 유저는-당연하게도-쓴 돈 만큼의 재미를 얻길 원한다. 이에 반해 개발사가 노리는 건 이윤 대비 제작 비용 최소화다.

비용 효율화가 선을 넘으면 제품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것이 빠지거나 들어가선 안 될 것이 들어가는 게 일반적 귀결이다. 라이브 서비스 게임 업계에서는 흥미로운 콘텐츠 개발보다 이윤 뻥튀기를 위한 BM을 더 집중 연구해 집어넣는 관행이 오랜 비판에도 계속돼 왔다. 거칠게 비유하면 ‘순살 아파트’나 ‘가짜 휘발유’가 정상 제품을 압도하는 형국이 오래 지속된 셈이다.

2023년 7월엔 공정거래위원회가 다크 패턴 자율관리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기도 했다.


# ‘꾸미기 아이템’ BM으로 맞춰진 비용 대 재미의 비율

한편 유저들 역시 이런 소비자 적대적 BM에 그저 눈뜨고 당해온 것은 아니란 사실을 유념할 만하다.

대표적 예로 서구권 유저 사이에서는 P2W 모델에 대한 보이콧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며, 실제로 서구 시장의 메이저 게임 중에서 P2W는 이제 찾아보기 힘든 BM이 됐다. 앞서 언급한 업계 최고 매출 라이브 서비스 게임 중에서도 전형적인 P2W로 분류할 만한 타이틀은 <FC> 하나뿐이다. (그 외 <콜 오브 듀티>가 부분적 P2W 게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는 있다.)

이 지역 소비자들에게 P2W는 영 ‘수지 안 맞는’ 게임 유형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P2W 게임은 투입한 자금의 양만큼 승부에서 우위에 서고, 이를 통해 즐거움을 얻는 구조로 되어 있다. 실력 기반 경쟁을 PvP 게임의 핵심적 가치로 여기는 경향이 강한 서구권 유저 사이에서 이것은 ‘내 돈 내고 내 재미를 깎는’ 기형적 행태로 자주 이야기된다.

이런 인식에 맞춰 서구권 라이브 서비스 게임 시장은 그동안 인게임 성과에 직접적 영향을 주지 않는 형태의 BM으로 재편되어 왔다. 그 결과가 현재 대세로 자리 잡은 배틀패스 및 스킨 위주의 ‘꾸미기 아이템’ BM이다.

P2W 플레이어: "나는 지출한 돈만큼 신체적으로 강해질 수 있다." 서양권 유저들에게 P2W의 메커니즘은 종종 조롱거리가 된다.

해외뿐만은 아니다. 국내에서도 MMOPRG 피로감이 확산하고, MMORPG와 자주 결부되는 P2W 모델에 대한 반감도 덩달아 커져 온 바 있다. 이에 따라 자사 라이브 서비스 게임 신작에서 꾸미기 아이템 BM을 중심으로 내세우는 기업이 최근 몇 년간 부쩍 늘어났다.

꾸미기 아이템 BM에서는 P2W와 달리 과금과 재미가 서로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없도록 분리되어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인게임 메카닉과 BM의 긴밀한 조응으로 유저의 불안이나 강박을 유도해 이용해 돈을 버는 구조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다.

반대로 소비자에게 ‘팬심’을 충분히 심어주지 못하면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근본적 구조상, 게임 자체의 매력은 돈을 벌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미덕이 됐다. 비용 대 재미의 교환비가 비로소 얼마간 적정 수준으로 맞아떨어지게 된 셈이다.

대다수 F2P 게임이 스킨 판매 수익 모델을 가지고 있다. 사진은 넥슨 산하 엠바크 스튜디오의 <더 파이널즈>(출처: 엠바크 스튜디오)


# 거둬지지 않은 ‘약탈’의 그림자

소비자와 개발사 양쪽을 상당 부분 만족시키며 라이브 서비스 게임 시장에 안착한 꾸미기 아이템 BM에도 그러나 여전히 맹점은 여럿 존재한다. 대표적으로는 지나친 락인(lock-in) 효과에 따른 운영 태만이 꼽힌다.

수년에 걸쳐 특정 게임 IP에 애착을 형성한 고정 팬층은 게임의 운영 기복에 더 관대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서비스 기간이 오래된 라이브 서비스 게임 중에는 점차 혁신 노력을 줄이고 과금 유도 노력만 강화한다는 비판을 받는 사례가 나온다. 신작을 출시할 때마다 쇄신 부족과 퀄리티 저하를 지적당하는 <콜 오브 듀티> 시리즈가 비근한 예시다.

다른 비판 요소로는 꾸미기 아이템의 구매 유도 방식이 자주 도마 위에 오른다. 현재 꾸미기 아이템 BM을 선택한 업계 선두 라이브 서비스 게임 대부분은 게임플레이 자체에서는 과금을 유도하는 측면이 거의 없다. 그러나 스킨 판매 전략에서만큼은 앞서 알아본 약탈적 방식을 많이들 따른다는 것이 일각에서 제기되는 문제의식이다.

대표적인 것이 확률 기반 스킨 획득 시스템이다. 다른 확률형 아이템들과 마찬가지로, 유저의 보상 중추를 자극해 불필요한 지출을 유도하는 부도덕한 방식이란 비판이 따른다.

<에이펙스 레전드>의 근접 무기 스킨은 적어도 십 수 만원을 들여야 얻을 수 있다.

그 외에도 아이템 판매에서 전형적인 ‘다크 패턴’이 다수 포착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 산하 국립 소비자연구소(SIFO) 연구원 클라라 줄리아 라이크가 주도한 연구팀은 10세~15세 현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 논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어린이들이 많이 플레이하는 <포트나이트>, <로블록스> 등 여러 BM을 지닌 게임을 다양하게 분석한 연구진은, 이들 게임에서 유저의 본래 의도보다 시간, 돈, 개인정보를 더 많이 낭비하게 만드는 다크 패턴 유형을 13가지 발견했다고 적었다.

여기에는 ‘운명의 바퀴’나 루트 박스 같은 전통적 도박 매커니즘부터, 무료 체험으로 상품을 먼저 제공한 뒤 유저가 익숙해지고 난 뒤 비용을 요구하는 패턴, ‘크리스마스’나 ‘핼러윈’ 등 기간한정 테마에 맞춰 판매 기한을 정해두고 구매 심리를 압박하는 패턴 등이 있었다.

연구에 참여한 카밀라 스타인스는 “이런 인터페이스는 유저의 약점을 이용해 유저가 기업에게 최고 이익이 되는 결정을 내리도록 강제하고, 압박하고, 속인다”고 주장했다.



# 최신 사례가 주는 교훈

한편 최근에는 업계의 (상업적) 성공 사례들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비판을 받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들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들에게 제기된 혐의는 ‘자원 낭비’다.

MS의 2023년 작품 <레드폴>과 워너브라더스의 2024년 작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개발사와 소비자 모두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사실 두 작품은 전반적인 만듦새나 실질적 인기에서는 꽤 큰 차이를 보인다(후자의 평이 훨씬 좋다). 하지만 ‘굳이 라이브 서비스 게임으로 만들 필요가 없었다’는 지적은 똑같이 받고 있다.

두 게임은 각각 싱글플레이 타이틀로 업계에서 명성을 쌓은 아케인 스튜디오, 락스테디에서 만들어졌고 공교롭게도 둘 다 ‘오픈월드 루트슈터’ 장르다. 예상할 수 있겠지만, 두 예시 모두에서 개발사의 원래 장기와 게임 문법이 서로 부딪혀 내는 불협화음을 느낄 수 있다. 

<레드폴>은 기본적 완성도 문제까지 겹쳐 즉시 시장에서 외면당했다.

먼저 락스테디는 인기 캐릭터 ‘배트맨’의 설정을 게임플레이에 그대로 녹여낸 절묘한 솜씨로 지금의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선 부메랑을 다루는 ‘캡틴 부메랑’과 백발백중 명사수 ‘데드샷’의 설정을 버리고 평범하게 총을 난사하는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만드는 등 타협적 모습을 보였다.

그런가 하면 아케인은 폐쇄적 레벨을 이용해 다양한 공략 루트를 마련하는 ‘몰입 시뮬’ 디자인 철학을 <레드폴>에서 거의 발휘하지 못했다. 두 게임 모두 유저들에게 4인 협동 시스템의 필요성이나 당위를 거의 납득시키지 못했다는 비판도 똑같이 듣는다.

선배 라이브 서비스 게임들의 성공 요인을 단단히 오독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현재 시장 선두를 달리는 타이틀은 전부 ‘라이브 서비스 게임’이기 이전에 ‘온라인 게임’ 혹은 ‘멀티플레이 게임’으로서 대체하기 힘든 존재가치를 공고히 한 게임들이다. BM을 토대 삼고 게임 디자인을 상부구조로 얹는 허술한 태도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경지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레드폴> 보다는 평가가 나았다. 하지만 워너브라더스는 실적 발표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했다.


# 좋은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조건

종합했을 때, 좋은 라이브 서비스 게임은 첫째로 여럿이 함께하는 게임으로서 독보적 가치를 제공해 팬덤을 형성할 수 있어야 하고, 둘째로 그 팬덤에게 약탈적이지 않고 투명한 BM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게임이 오로지 BM에만 복무한다면 게임의 모습을 한 다크 패턴에 다름 없다.

이론상으로만 가능한 결론 같아 보이지만 2024년 상반기 혜성처럼 등장한 <헬다이버스 2>가 실제로 이상적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예시로서 성공을 거뒀다는 사실에 주목해 볼 만하다. 게임 메카닉적 디테일과 실감 나는 연출,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협동과 사고(事故​)를 재미로 내세우는 <헬다이버스 2>는 동일 장르 내 견줄 작품이 드문 독창성과 높은 완성도로 일일 동접자 수십만 수준을 기록하며 사랑받고 있다.

<레드폴>, <수어사이드 스쿼드> 등 예시와 비교했을 때 <헬다이버스 2>는 '함께 하는 게임'으로서의 존재 의의를 먼저 증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첫 번째 조건을 만족한다. 이것은 비단 잘 짜인 인게임 협동 메카닉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헬다이버스 2> 커뮤니티는 '민주주의의 탈을 쓴 파시스트 세계정부'라는 코믹한 인게임 설정을 중심으로 뭉쳐 게임 안팎으로 밈을 교환 중이다. '조엘'이라는 이름의 개발사 직원이 일종의 '게임 마스터'로서 인게임 우주전쟁 시나리오를 실시간으로 주무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난 뒤로는 게임사까지 직접 거대한 상황극에 끼어서 함께 노는 형국이 됐다.

심지어 아직 게임을 할 수 없는 일부 엑스박스 유저들(PS5, PC로만 출시했다)까지도 '슈퍼 시민'(민간인을 이르는 인게임 용어)을 자처하며 응원을 보내기도 한다. 이렇게 특정 IP가 게임 밖에서도 공동의 놀이 문화로 기능하는 것은 드문 현상으로, 게임이 유저들에게 큰 몰입감과 즐거움을 주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비슷한 사례로는 팬덤과 개발사 간 관계가 돈독한 것으로 유명한 협동 게임 <딥 락 갤럭틱>이 있다.

<헬다이버스 2>의 유·무료 배틀패스 해금에 필요한 '메달'과 '슈퍼크레딧' 등 재화는 모두 인게임에서 획득할 수 있다.

BM 측면에서는 은밀히 과금을 유도하는 다크 패턴적 성격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그간 게이머들이 기피해 온 ‘인게임에 영향을 주는 아이템’을 배틀패스로 제공하고 있지만, 관련된 비판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돈을 전혀 쓰지 않아도 시간을 충분히 들이면 해당 아이템을 모두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과금할 경우 해금이 훨씬 빨라지지만, PvP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게임 시스템 상 이런 격차가 유저들에게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게다가 타 게임의 배틀패스와 달리 완수 기한도 정해지지 않아 게임에 얽매인 채 시간을 집중 투자할 필요도 없다. '유료 재화'인 '슈퍼 크레딧' 수집을 인게임 콘텐츠로 넣어둔 점도 특기할 만하다.

물론 <헬다이버스 2> 역시 언젠가는 유저들의 호감을 무기로 ‘배짱 장사’에 돌입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실제로 1편에선 과도한 DLC 판매가 비판거리였다). 다만 그렇게 되기까지 최소한의 상식적 자기 절제는 보여줄 것으로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개발사 애로우헤드 스튜디오의 요한 필레스테드트 CEO의 다음 발언 때문이다.

“과금 모델을 도입하려면, 그럴 자격을 얻어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정말로 그렇게 믿는다. 사람들이 우리 게임을 후원하고 싶어 한다면, 그런 선택지가 있다. 하지만 절대로 강요하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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