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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스컴 2024] 크래프톤 '인조이', 나오자마자 사고 싶은 이유

멋진 그래픽과 함께... 기행 시뮬레이터의 가능성을 엿보다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재석(우티) 2024-08-23 19:45:28
자랑은 아닌데 기자는 <심즈> 1부터 4까지 다 해봤다. 

부끄러운 과거 이야기. '그 시절' 컴퓨터 수리기사는 서비스로 PC에 게임 몇 개씩 넣어주고는 했다. 그때 기사가 설치해 준 게 <심즈>(2000)였다. 이후 기자는 <심즈> 시리즈에서 별의별 짓들을 하며 대단히 많은 시간을 보냈다. 지금도 EA는 <심즈 4>의 DLC 정책으로 비판을 받는데 CD게임의 시대에도 <멍멍이와 야옹이>나 <수리수리 마수리> 같은 확장팩을 구하려고 사람들은 애를 먹었다.

<심즈 4>(2014) 이후 10년이나 되는 시간이 흘렀고, 자연히 기자는 인생 시뮬레이션의 세계에서 멀어져 갔다. 가장 큰 이유는 '현생'이 바쁘기 때문이었지만, DLC를 따라가기가 벅찼고, 어딘지 모르게 새로운 게임을 기대하는 마음도 들어서 <심즈 4>를 찾게 되지 않은지 오래였다. 

그럼에도 아직 인생 시뮬레이션은 <심즈 4>가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시장이다. 모더 커뮤니티들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 몇몇 상황극 유튜버들 또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아성에 도전하기 위해 파라독스가 <라이프 바이 유>를 개발했지만, 결국 개발은 중단됐다. 이제 남은 것은 크래프톤의 <인조이> 뿐이다.

지난 지스타에 이어 이번 게임스컴에서도 <인조이>를 체험할 수 있었다. 시연 부스를 떠나면서 게임을 사야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었다. /독일 쾰른= 디스이즈게임 김재석 기자

[알림] 


- 이번에 시연된 <인조이>는 게임쇼 빌드로, 게임 내용은 추후 변경될 수 있습니다.


고양이(신)가 지켜보는 가운데 <인조이>를 플레이했다. 
'고양이가 신이라니 설득력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하며 모니터 앞에 착석했다.



# 압도적 그래픽과 섬세한 커스터마이징... 현장에서는 탄성까지

게임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과 소개는 지난 지스타와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게임은 인생 시뮬레이터고, 플레이어는 조이(인간)들의 삶을 관장하는 '신의 직장'의 인턴이 되어 조이들의 여러 행동을 관장하게 된다. <심즈>가 플레이어를 마을로 던져둔다면, <인조이>는 보다 구체적인 설정이 제시되는 쪽이다.

여러 캐릭터의 행동을 조종하고, 마을의 자연환경을 바꾸고, 건물을 세우고 부수는 점에서 맥시스가 그간 취해왔던 '플레이어를 심 세계에 던져놓는 방식'보다 크래프톤의 '조이의 삶을 관장하는 회사의 인턴십' 쪽이 설득력이 있는 듯하다. 물론 <인조이>는 캐릭터 100%를 모두 조종하는 게임은 아니고 그중 일부 조이를 가족 단위로 구성해 플레이하고, 나머지는 AI로 구동되는 구조다.

기자는 1시간 조금 넘는 시연 시간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미국의 서부 해안가를 모티브로 한 '블리스베이' 맵이 추가됐다. 도원이 서울의 80~90년대 주택가부터 봉은사와 강남 코엑스 사거리, 한강변을 축소해 놓은 맵이었다면, 블리스베이는 캘리포니아 해변을 오밀조밀하게 줄여 놓은 공간이었다. 게임의 맵은 그리 크지 않았고, 들어갈 수 없는 지역도 있었지만, 하나의 조이가 살아가기에는 충분히 넓은 듯했다.

조이의 성격과 지향은 물론 원하는 삶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

지스타 빌드와 달리 이번에는 조이의 성격과 삶의 이력이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카르마' 기능이 대표적이었는데, 선한 카르마를 쌓으면 신(고양이)으로부터 덕을 받을 수도 있고, 악한 카르마를 쌓으면 벌을 받을 수도 있다. 악한 카르마가 열리면 다른 조이를 괴롭히거나, 상점에서 돈을 훔치는 못된 행위도 가능하다. 

본지 기사에서 몇 번이나 강조됐지만, <인조이>의 그래픽은 10년 전 경쟁작보다 압도적인 비교 우위를 가지고 있다. 언리얼 엔진 5로 빚어낸 도시 풍광은 비교할 수 없이 아름답고, 특히 에픽게임즈가 자랑하는 광원효과 차원에서 실제를 보는 듯한 눈요기를 할 수 있었다. 유리에 비치는 빛, 해질녘 바다에 비치는 빛을 바라보는 재미가 특출났다.

이뿐 아니라 '3D 프린터'는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대상을 게임으로 불러오는 기능이었고, 가구의 패턴 등을 AI로 생성해 적용할 수 있었다. 이런 세밀한 조절 기능이 게임의 그래픽과 만나며 보는 재미를 극한으로 끌어올린 듯했다. <심즈> 모더 커뮤니티가 가까스로 해낸 것을 <인조이>는 게임 단에서 쉽게 만들어준다. 

기자 옆자리에 앉은 한 여성은 커스터마이징 기능 중 '네일 아트'가 등장하자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꾸미기를 좋아하는 게이머에게 <인조이>는 <심즈 4>보다 훨씬 강력한 툴이다.

시연 부스에서는 캐릭터를 만드는 사람들의 탄성이 터져나왔다.


MBTI 성격 유형이 생각나는 <인조이>의 성격 세팅


이번에는 미국을 배경으로 한 블리스베이를 추가로 플레이할 수 있었다.

#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건...

하지만 기자는 그런 꾸미기를 즐기는 타입의 플레이어가 아니다. 이제부터 기자의 플레이 후기에 대해 전하겠다. 기자는 미형의 캐릭터를 만든다거나 멋진 집을 꾸미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 원래 그런 성향이기도 하고, 짧은 시간에 게임의 이모저모를 수박 겉핥기 식으로 돌파해야만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기자의 이번 <인조이>의 체험 포인트는 '어디까지 되는지'였다. 

빠르게 게임을 훑어보기 위해 성과 이름도 '1 1'로 지었다. 여러 프리셋을 적용해 보고, 표정도 바꿔봤지만 제일 재밌었던 건 피부색이었다. 고블린처럼 초록색도 되고, 헬보이처럼 새빨간 색이 되는 것을 확인한 뒤 여러 옷을 입혔다가, 결국 모든 옷을 벗기고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는 기자만의 의식이다) 빈 부지를 선택해 들어갔다. 

빈 부지에서도 여러 집의 프리셋을 고를 수 있었는데 역시 아름다웠다. 방을 넓히고, 좁히고, 여러 가전을 골라서 넣고 빼고를 반복하다가 집 전체를 헐어버렸다. 다시 빈 땅에 통유리도 된 벽을 짓고, 밖에서 '1 1'의 삶을 전시할 수 있게 만들었다. 하나의 방에 침대와 변기, 가전제품을 몰아넣고 가구의 색깔까지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는 것을 확인한 뒤 만족할 수 있었다.

개발자들이 소개한 <인조이>의 집

기자가 만든 <인조이>의 집

그때 조이가 배고픔을 호소했고 육개장을 조리해 먹은 뒤, 지나가는 다른 조이를 붙잡아 대시했다. 게임쇼 빌드이기 때문인지 '1 1'과 '웹 브래들리'는 빠르게 친구에서 썸으로, 썸에서 연인으로, 연인에서 약혼자로 발전할 수 있었고 웨딩마치까지 올릴 수 있었다.

결혼 컷씬을 감상한 뒤, 기념으로 픽업 트럭을 한 대 구매했고 <GTA>처럼 난폭운전을 해서 바닷가로 향했고, 이후 놀이공원에서 아르바이트를 뛰었다. 바닥을 청소하고 다른 조이들과 대화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퇴근 뒤에 바닷가에서 낚시를 했다. 요행히 대어를 잡았고, 그 대어를 들고 집에 들어가 초밥을 만들어 먹었다.

그리고 다음날, 식탁에 어제 치우지 않았던 육개장이 남았길래 '1 1'에게 아침으로 먹였는데, 그만 식중독으로 사망했다. 집을 짓고 플레이를 시작한 지 30분 만의 일이다. 게임은 높은 자유도를 자랑하고 있었고, 기자처럼 기행을 즐기는 플레이어의 취미를 완벽하게 만족시켰다. 

상한 육개장을 먹다가


불귀의 객이 되어버렸다...

WASD로 자동차 운전을 할 수 있다


월척을 낚아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집에서 초밥으로 만들어 먹었다.

# 나오자마자 사고 싶은 이유

이렇게 잘 만든 게임이라면, 조이들을 집으로 초대해 가둬버린다든지(<심즈>의 수영장 놀이를 기억하는가? 심들은 사다리가 없으면 수영장에서 나올 수 없기 때문에 수영장에 심을 넣고 사다리를 지우면 심은 그 자리에서 익사한다) 남의 집에 가서 부족한 요리 실력으로 불을 내놓고 도망가는 부류의 플레이가 무궁무진하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은 건강한 삶을 지향하지만, 플레이어는 기행을 즐긴다. 2018년 발표에 따르면 <심즈 4>에서 하루에 죽는 심은 28,000명이다. 이 중 자연사는 30.5%에 불과하고 나머지 69.5%가 "심을 죽이겠다"는 의지로 능동적으로 사고를 일으켜서 죽인 것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관련 기사]

당신이 '심즈'에서 심을 죽이는 이유 (바로가기)


커뮤니티에서는 이런 괴짜 플레이가 하나의 메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마을의 모든 남자를 내 것으로 만들기' 같은 '어둠의 도전과제'가 대표적이다. 기자가 플레이한 <인조이>는 그런 게임이 되기 충분하다. 더구나 하나의 가족이 아니라 큰 도시를 관장하는 게임이라니 기대가 되지 않나?


이 아름다운 도시를 마음대로 편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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