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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집게손' 논란의 중심 스튜디오 뿌리, "은근슬쩍 스리슬쩍" 혐오 넣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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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우티) 2023-12-06 18:07:20
이번 '집게손' 논란에 대해 애니메이션, 만화 업계를 취재했다. 그 다음, 사건의 중심인 스튜디오 뿌리 사무실을 찾았다.

스튜디오 뿌리 사무실 앞에 선 바로 그 순간에도 회사는 심판대에 ​올라 있었다.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스튜디오 뿌리에 대한 날선 비판의 목소리가 날아와 꽂혔다. 며칠 전까지 화장실 가는 척을 하며 사무실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사람이 있다고 그랬다. 그래서 이날 튜디오 뿌리 사무실에는 CCTV 설치 공사가 한창이었다.​ 회사는 '신상털이'로부터 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재택근무를 진행 중이었다.

설득 끝에 만난 장선영 대표와 김상진 총감독은 '혐오 밈(Meme)'으로 지목된 그림에 대해 적극 해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논란의 컷들을 한 장씩 넘기며 설명을 들었다. 이들은 정말 자신의 작업물에 '은근슬쩍 스리슬쩍' 집게손을 집어넣었던 것일까? 원청사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 두 사람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Q. 디스이즈게임: 그간 왜 연락이 닿지 않았나? 본지 외에도 여러 매체에서 접촉을 시도했던 것으로 안다.

A. 장선영 대표(이하 장): 두 차례의 사과문이 나온 뒤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쇄도했다. 살면서 처음이었다. 전화, 카카오톡, 문자가 날마다 쌓였다. 협박을 많이 받았다. 그런 이유에서 연락에 일일이 응대하지 못했다. 화장실 오가는 척을 하면서 사무실을 찍는 사람도 많았다. 해고를 하지 않으면 삭발식을 감행하겠다는 글도 봤다. 직원의 신변 보호를 위해 재택근무를 하고 회사 앞에 CCTV를 설치하는 등 조치했다.

A. 김상진 총감독(이하 김): 사무실에 불이 꺼진 것을 보고 도망 가지 않았냐고 그러시는데, 도망 간 적 없다. 나는 회사에 계속 있었다. 스튜디오에서 여러 사무실을 쓰고 있다. 배경이나 후반 파트는 다른 장소에서 하고 있다. 그곳은 모니터에 조명이 비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조명을 꺼 놓고 일한다. 


Q. 작업을 계속하고 있나?

A. 김: 계속 그리고 있다. 그런데 지금 스튜디오에서 손을 못 그리고 있다.

우리는 애니메이터고 애니메이션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뿌리에서 나가는 작업물은 모두 내 검수를 거치게 되어있다. 그러므로 문제가 있으면 결국 내 책임인데, 우리 그림에는 문제가 없다고 자부했기 때문에 인터뷰에 나오기로 했다. 

지금 당장 한 번 손을 펴보라고 하고 싶다. (여러 각도에서 손을 펴 보여주며) 보기에 따라 손의 움직임도 모습도 전부 다르다. 기본적으로 엄지에 힘을 주고 있기 힘들고, 자연스러운 손은 그 모양(집게손을 의도했다고 지적된 모양)으로 말리게 되어있다.

애니메이션에서 손은 감정을 표현하는 일종의 언어다. 사람이 화가 났을 때 주먹을 쥐는 거랑 무언가를 느낄 때 주먹을 쥐는 게 다르다.​ 애니메이션은 이 차이를 표현하는 타이밍 싸움이다.


Q. 그러니까 지금 논란은 '거기서 왜 갑자기 집게손이 나오느냐', '원하청 관계에서 혐오 밈을 무단으로 넣었냐'는 것인데.

A. 김: 애니메이션은 움직임을 기본으로 한다. 집게손이 안 나오게 인체의 움직임을 그리려면 연출적으로 문제가 있다. 나는 그림을 대단히 오래 그렸고, 또 오래 가르친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 이 사건이 터지면서 표현을 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 자연스러워야 하는 근육의 움직임에 힘을 줘야 하니, 이게 맞는 건지 의문이 있다.

원화가 있고, 동화가 있고, 연출이 있다. 그 모든 과정이 프레임 단위의 싸움이다. 그게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우리가 추구하는 셀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플래시 애니메이션이나 라이브2D에 가깝다. 또 게임 PV에는 과격한 액션이 많다. 액션을 맞춰서 연출하는 것은 고난도의 작업이고, 그 교육 과정은 대단히 엄격하다. 전부 내가 가르치고 있다.

지금 우리 스튜디오뿐 아니라 애니메이션이나 원화 그리는 사람들이 모두 손을 고치고 있다고 들었다. 이 집게손에 의도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과한 처사이다.

스튜디오 뿌리의 사무 공간. 직원의 신변 보호를 위해 재택근무로 전환했기 때문에 출근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 감독과 함께 한 장씩 살펴봤다

Q. 스튜디오 뿌리의 작업물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부터 독자에게 댓글로 받은 그림을 하나씩 보여드리겠다.

A. 김: 좋다.


멀리서 표현한 작은 그림은 동화로 처리한다. 이 손에 디테일이 들어가면 움직임 속에서 손이 뭉쳐버리고 퀄리티가 떨어져 간소화의 과정이 들어간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봐도 빠르게 움직일 때는 도형화나 형태화해서 대상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도 같은 맥락이다. 누군가 이 그림에 대해서 '숨어서 잘 안 보이게 넣었다'고 의심하는데, 이것은 그저 간소화다. 우리가 받는 원화는 대단히 복잡하고 무기와 갑옷 등 많은 구성 요소가 있다. 

빠르게 지나가는 24프레임 속에서 하나의 캐릭터를 아주 작게 그리면 하나의 덩어리처럼 보이게 되어있다. 


영상에서 대단히 짧은 부분에 지나가는 손이다. 공중에서 바삐 구르며 액션하는 장면이 주를 이루는 애니메이션이었다. 기본적으로 밑에서 위를 비추고 있고, 놀라면서 뒤로 물러서는 장면이다. 이 부분도 배경이 훨씬 넓게 처리된 컷으로 캐릭터에 대한 간소화가 이루어졌는데, 손이 뒤로 감추어진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말려있는 것을 의도했다. 이어지는 장면은 캐릭터의 오른손이 가슴까지 올라왔다 내려간다.



그림은 2D, 총기는 3D로 작업하고 이걸 합친다.


이걸 쥐게 하는 과정에서 오브젝트를 제대로 쥐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게임 무기가 그렇게 쉽게 그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액션이 빠르게 움직이는 과정 속에서 3D 부서가 오브젝트를 캐릭터에 끼워맞추는 작업에서 생긴 문제다. 긴 텀에서 재생하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자꾸 캡처해서 '이거 메갈 손이다' 이러니까 답답한 것이다. 좌측 캐릭터는 검지 뒤에도 손을 펴고 있다. 


2D에 3D를 합친다는 말은, 이런 느낌이다.


게임 PV는 무기의 사용이 많으며, 2D와 3D를 합쳐야 하는 상황에서 오브젝트를 쥐는 모습이 부자연스러운 프레임이 존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Q. 이 그림은 어떤가?



A. 김: 검의 손잡이 색깔이 도드라지니 검을 제대로 쥐고 있지 않고 있다고 의심하시는데, 이거는 원화랑 작업 과정을 한 번 보여드리겠다. 지나가는 부분에서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제대로 쥐고 있는 검을 원화로 써서 작업한 것이다. 이 원화 또한 원청사의 검수를 마친 것이다.


5일 스튜디오 뿌리가 제시한 최초 원화.
 검지로 오해되는 부분이 엄지이고 그 뒤로 검을 쥐고 있다고.


두 이미지를 확대한 사진.

 


Q. 계속 살펴보자. <더 킹 오브 파이터즈> 베니마루의 뇌인권은 '빼박'이라고 하던데.



A. 김: 이렇게(뇌인권 포즈를 재현하며) 주먹을 뻗어 나가면서 기술이 같이 나가는 건데, 프레임이 지나가면서 기술이 나가지 않는 손은 뒤로 빠진다. 이런 동작에서는 뒤로 빠지는 손이 계속해서 주먹을 꽉 쥐고 있는 것보다도 살짝 오므리는 편이 전체적인 움직임을 봤을 때 훨씬 자연스럽다. 주먹을 쥐거나 펼 때 새끼손가락부터 움직이는 경우는 없다.

작업을 할 때 당연히 원 소스(더 킹 오브 파이터즈)의 움직임을 참고하게 되어있다. 픽셀 그래픽이 아닌데, 캐릭터가 장갑을 끼고 있는 경우에는 배경과 차이도 줘야 한다.


스튜디오 뿌리의 원화를 보여드리겠다.


a004
a006
a008


a004, 006, 008은 원화이다. 문제가 된 이미지는 동화인 a007이다. 스튜디오는 원화와 원화의 중간을 나누어 작업할 뿐 여기에 특정한 의도를 넣지 않았다.


이 번호들 사이에서 동화가 들어가면서 원화들이 붙게(연결되게) 되어있다.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원화와 동화가 모여서 애니메이션이 되는 것으로 이해하면 좋다. 원화와 원화 사이를 딱 캡처해서 집게손이라고 하는데, 우리의 작화(a006)는 엄지와 검지가 자연스럽게 말려있고 오히려 중지가 더 뻗어있다. 당초에 이 내용이 담긴 콘티 또한 원청사의 오케이를 받은 상태에서 진행됐다. 


던파 PV(마계 회합 PV 시네마틱 영상)에서 문제가 된 손가락이 또 있다. 이것도 원화를 보여드리겠다. 


b011
b014
b018

콘티를 그린 사람과 원화를 그린 사람은 애니메이터 A가 아니다. 지금은 우리가 그린 그림이라면, A의 입사 전에 그린 애니메이션도 전부 문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떳떳하기 때문에 설명할 수 있다. 우리는 집게손 포즈가 아니라 손가락이 자연스럽게 말렸다가 손이 뒤로 탁 펴지면서 놀라는 장면을 의도했을 뿐이다. 완성본에서 캐릭터가 장갑을 끼고 있기 때문에 식별이 어려울 수는 있을 것 같다.


이펙트 같은 것들은 우리가 자체적으로 그리는 게 아니라 나와있는 소스를 받아서 쓸 때가 많다. 이런 것까지 문제를 제기하면 사실상 걸리지 않을 게 없다. 이러한 이펙트들은 원화 단계를 거치지 않으며, 이펙트의 세부적인 노출 또한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즉, 우리가 직접 그린 것이 아니다. 



Q. '은근슬쩍 스리슬쩍' 트윗을 남겼던 A는 어떤 작업을 했나?


A. 김: 2021년 7월에 입사했던 분으로 올해부터 원화팀장을 맡으셨다. 재능이 있는 분이고, 회사 내에서 어려운 원화들을 많이 그렸다.


이번 엔버(엔젤릭버스터) PV에 참여한 것은 맞다. 그러나 논란이 된 손가락 하트 씬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제작 시트에 씬마다 작업자의 이름을 쓰게 되어있다. A는 엔버의 변신 장면을 주로 그렸다. 설정상 캐릭터의 변신이 제일 중요한 장면이었고, 콘티에 따라서 그 분이 작업하게 되었다. 


최근 밝힌 것처럼 변신 뒤에 등장하는 손가락 하트 장면은 다른 작업자가 그린 것이다. 


A가 참여한 씬의 작업 시트. 최초로 논란이 됐던 손가락 하트 씬은 다른 작업자가 그린 것으로 확인됐다.

Q. '검수를 하더라도 프레임 단위로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되는 부분을 못 걸러낼 수도 있다'는 반박이 나오고 있다.

A. 김: 그렇지 않다. 우리는 키 프레임을 전부 검수하고 있고, 우리 스튜디오는 원화가 많기로 유명하다. 동화는 최소한으로 들어간다. 모션 그래픽이 아니라 높은 퀄리티의 셀 애니메이션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보고 또 본다.

캡쳐된 사진들도 키 프레임과 키 프레임을 나누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원화 단계에서 '은근슬쩍' 뭔가 들어갔다는 의심은 거두어 주길 바란다. 우리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업체다. 검수는 기본이다.


Q. 작업 일정상 개인이 프레임을 끼워 넣는 게 어렵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 건가?

A. 김: ​이미 원래 원화들을 한 장씩 넘겨가면서 짝이 맞는지 보고 있다. 이미 '너희 잘못'이 전제가 됐기 때문에 해명하게 되는 상황이 됐다. 

전쟁 중에 부대를 앞으로 전진시키는 수신호를 그린다고 하면, 엄지와 검지가 쭉 펴게 되는데 그때 애니메이션에 문제가 생길까 봐 손가락을 붙이고 모든 손가락을 펴게 만들었다.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대처는 할 수 있는데, 아마 대단히 부자연스러울 것이다. 문제가 된 이후 콘티에 모두 쓰고 있다. 그 손가락처럼 보이지 않게 하려고. 

앞에도 말했지만 사람의 팔과 손은 오므려진다. 수축한다. 우리는 뼈마디가 어떻게 구성되고 근육이 어떻게 운동하는지를 공부했다. 그걸 공부해야 멋있는 액션을 그릴 수 있다. 그렇게 인체 움직임의 기본을 학습하고 가르치는 내가 이제는 팀원들에게 '아니야, 직각으로 가'라고 말하고 있다. 집게손이 특정 사상의 표출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그 전에 그 자세는 나머지 손가락을 뻗든 접든 너무 나오기 쉽다.

12월 6일 스튜디오 뿌리 김상진 총감독이 인터넷에서 '혐오밈'으로 분류된 자사 작업물에 대해 원화 컷 단위로 설명하고 있다.


# 스튜디오 뿌리가 2차 사과문을 올린 이유, 그리고 지운 이유

Q. 2차 사과문에서는 A의 퇴사가 결정됐다고 밝혔는데, 이 사과문은 내려가고 A는 계속 회사에 소속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A. 김: 원하청 관계에서 "법적 대응 검토"라는 말이 얼마나 무거운가 생각했다. 빨리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서 우리가 잘못했다고 하고 모든 것이 종결되길 바랐다. 나의 판단 미스다.


A. 장: 스튜디오 뿌리가 쓸려가는 상황이었다. 지금도 우리(스튜디오)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1차 사과문으로도 해명이 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이 분노를 잠재울 수 있을까 게임 쪽, 웹툰 쪽, 애니 쪽의 자문도 구했다.​ 옳은 방법이 무엇인가 계속 고민했다. (A의 퇴사 내용이 담긴) 2차 사과문을 올렸을 때는 실제로 A와 퇴사를 의논했던 것도 맞다. 


하지만 결국 퇴사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 분이 퇴사를 하면 '뿌리에서 쫓겨난 사람'이 되는 거고, 뿌리는 '잘못된 일을 한 스튜디오'가 되는 것 아닌가? A를 해고하고 넘어가면 조용해지고 다시 일을 할 수 있겠지만, 당장 오늘 뿌리가 망하는 한이 있더라도 뿌리를 거쳐간 사람들의 커리어에 해를 입히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감독님과 상의하고 (2차) 사과문을 내렸다. 2차 사과문을 올릴 때까지는 A의 퇴사가 결정됐던 것이 맞다.



Q. 회사를 일구는 주요 인력의 발언이 '회사의 이미지에 손상을 입혔다'고 이야기한다면?


A. 장: 그것은 개인의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회사에서 개인의 SNS 활동을 전부 다 보고 있을 수도 없다.​ 또 그게 작업물 안에 '은근슬쩍' 이미지를 집어넣겠다는 것이 아님을 확인했다. 회사 입장에서 그 "은근슬쩍 스리슬쩍"을 두둔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A. 김: 시간이 지나 정신을 차리고 확인을 해보니 이 사람(A)가 그린 게 아니더라. 나는 그림 그리는 사람이다. 그림에다가 '은근슬쩍' 의도가 있었다면 내가 용서 못한다. 그림에 그런 것을 집어넣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그런데 이 사람이 한 것도 아니고, 원화에 문제도 없었다.

A의 트윗 발췌. 스튜디오 뿌리는 개인의 SNS 사용을 확인할 수 없을뿐더러, 이것이 회사 작업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Q. 왜 그렇게 급했나?

A. 장:​ 회사에 사람들이 찾아오고, 인터넷에서는 욕을 먹고 있었다. 동시에 직원들의 신상이 털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전방위적인 공격이 들어오는 상태였다. 이 사람(A)이 회사에 없다고 설명하지 않으면, 회사도 직원도 위험한 상황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회사 워크숍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오더니 A 찾기가 시작됐다. 직원 전체가 '원청 몰래 이상한 일하는 사람'처럼 받아들여졌다. 그 와중에도 여전히 납품을 맞춰야 했고, 연출을 해야 했다. 


Q. 평소에 넥슨과는 어떤 관계였나? 원청사가 매출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도 이야기했는데.

A. 김: 9년 동안 잘 지내왔다. 즐겁게 일하고 재밌게 PV를 만들면서​ 성장해왔다. 넥슨 덕에 먹고 살았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이율배반을 하고 있는 것처럼 나오고 있어서 슬프다.

A. 장: 실무자분들은 우리를 항상 배려해 주셨고, 그만큼 신뢰가 있다고 믿었다. 우리가 <메이플스토리>와 <던전앤파이터> 업데이트에는 일정을 다 비워 두었다. 다른 일정을 조정하는 한이 있더라도 넥슨의 일을 먼저 맡았다. 넥슨은 우리가 이렇게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준 회사다.

A. 김: 원청과 만나서 의논할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에겐 나쁜 의도는 없으니까. 자료도 가지고 있으니까. 오해가 생겼으니, 오해를 풀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게임 공지사항과 유튜브에서 PV가 비공개 처리되는 것으로 상황을 알았다. 원청사에서 먼저 액션을 할 때까지 함구하는 게 맞겠다고 생각했다. 그 동안 우리는 나쁜 사람들이 되어갔다. 이미 문제가 되었는데, 수정해서 뭘 어쩌겠느냐는 반응까지 봤다. 게임사와 척을 지려는 마음은 없다. 다만 우리 일은 그저 애니메이션으로만 봐주시면 좋겠다.


Q. 사과문이 나오기 전까지 넥슨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나?

A. 장: 일요일 오전 <메이플스토리>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청사기 때문에, 원청사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뭘 한다는 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원청사를 이길 수 없다는 공포가 있었다.

그때는 '어떻게 될 것인지는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는 내용의 입장을 받았다. 그리고 일요일 오후 전화해서 '의견을 드리는 게 조심스럽지만, 뿌리 측에서 이 사안과 관련된 입장이 충분히 나오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과문을 바로 게시했다.

원청에서 먼저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사과문을 공지했는데, 하청에서 반대로' 아니다'라고 하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불편하시다면 책임지고 수정을 하겠다고 한 것이다.

A. 김: 나는 나이가 있다 보니 강경대응이나 법정이라는 단어가 조금 무겁게 다가온다. 그래서 사과문을 올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게임사들이 다 사과문을 올리는 상황이 됐고, 우리가 지목됐다. 우리는 오해를 풀고 싶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Q. 앞으로 어떻게 되기를 희망하는가?

A. 김: 개인적으로 그동안 쌓았던 관계와 포트폴리오가 한 순간에 이렇게 될 수 있구나​ 싶다.

아무튼 애니메이션의 일은 애니메이션의 일로 봐주시면 좋겠다. 지금도 고된 창작을 참아내면서 올라가는 애니메이션 창작자가 많다. 그런데 '집게손은 안 돼'가 되면 우리는 창작에 있어 엄청난 포인트를 잃게 된다. 지금도 원청으로부터 넘어온 원화가 집게손처럼 보이는데 애니메이션 원화 단계에서 손가락을 다 펴거나 붙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우리는 계속해서 캐릭터를 부각하고, 멋진 연출을 만들기 위해서 애쓰고 고민했는데.

이 일은 정말이지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가 없다. 기성 애니메이터들도 게임 일러스트를 애니메이션으로 바꾸는 것을 어려워한다. 지금 여기서 일하고 계신 분들은 게임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다. 자리마다 <메이플스토리>, <블루 아카이브> 굿즈가 있다. 게임을 그렇게 좋아하는데 거기에 영향이 가는 그런 걸 넣을 수 있을까?

지금도 여전히 우리 작업물에 대한 오해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 문제에 대해서 계속 해명할 생각이다. 나는 사상에 대한 문제는 잘 모른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으로 승부하겠다. 우리가 그리지 않은 것까지 해명할 수는 없다. 다만, 스튜디오 뿌리의 작업물에 문제가 있다면 이야기하겠다. 그래서 이 인터뷰에 나오게 된 것이다.


Q. 지금 스튜디오 뿌리에는 몇 명이 일하고 있나?

A. 장: 50명 조금 넘는다. 이번 일은 이 50명의 생계가 걸린 일이기도 하다.

A. 김: 이 50명은 애니메이션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정직하게 일했다. 


Q. 신념?

A. 김: '좋은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그림에 장난질은 없다'는 것이다.

※ 알림 ※ 


- 스튜디오 뿌리의 그림 중, 기사에 나온 장면 이외의 컷을 모으고 있습니다.

- 특정 이미지가 '의도된 손가락'이라고 판단하신다면, 이미지와 의견을 메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 한 차례 취합을 한 뒤, 답변을 구하겠습니다.

- 단, 보내주신 이미지가 스튜디오 뿌리의 작업물이 아닌 경우에는 답변이 어렵습니다.


- 기간: 2023년 12월 11일(월) 정오까지

- 주소: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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