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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게임] '왓 더 카?': 끝까지 가는 '뇌절'은 '명작'이 될 수 있다

뇌절의 장인이 자동차의 진정한 정의를 묻다

쿠타르크(쿠타르크) 2024-09-18 15:32:51



무릇 적당한 개그나 드립은 웃음을 유발하고 분위기를 전환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만 그것이 적당한 수준을 넘어버리면 도리어 분위기를 싸하게 만드는 법이다. 이런 지나친 개그나 드립을 요즘말로 '뇌절'이라고 하는데, 보통은 정도를 넘는 불필요한 언행을 꼬집을 때 종종 사용되고는 한다. 그런데 사람의 정신머리를 뒤흔들어놓는 뇌절이 거듭되고 거듭되다 보면, 어느 순간 뇌절 그 자체가 새로운 재미를 창출하는 순간이 발생한다. 이른바 뇌절이 예술의 경지로 승화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보편적인 상식에서 다소 벗어난 듯한 정신나간 센스의 유머를 시종일관 쏟아내는 작정한 듯한 뇌절로 수많은 호응을 얻은 작품이 몇 가지 존재한다. 영화 쪽에는 <몬티 파이튼의 성배> 같은 작품이 대표적이고, 게임 쪽에서는 단연 <염소 시뮬레이터>(Goat Simulator)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작품들이 지금까지도 훌륭한 뇌절의 사례로 언급되는 건 비단 비범한 유머 감각과 다양한 방향의 패러디와 풍자 뿐만 아니라 뇌절에 대한 각자만의 균형 감각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일런지도 모르겠다.

오늘 소개할 게임인 <왓 더 카?>(What The Car?) 역시도 이러한 명작 뇌절 작품 반열에 충분히 올라설 만한 좋은 게임이라 생각한다.

뇌절의 장인이 자동차의 진정한 정의를 묻다. 왓 더 카?(What The Car?)

<왓 더 카?>는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왓 더 골프?(What The Golf?)를 출시했던 덴마크의 인디 게임 개발사 Triband의 신작으로, 자동차라는 물건을 온갖 방식으로 변형한 코미디를 선보이는 캐주얼 레이싱 게임이다. 전작인 <왓 더 골프?>에서 보여준 바 있던 둥글둥글한 캐릭터 디자인과 연한 색감의 명랑하고 발랄한 비주얼은 여전히 건재하다.

'왓 더 카~' 라는 가사가 귀에 쏙쏙 박히는 단조로운 리듬의 배경 음악은 그 중독성이 상당해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어느샌가 절로 흥얼거리게 된다. 여기에 골프라는 스포츠를 여러 방식으로 꼬고 뒤틀었던 전작이 그러했듯 자동차라는 물건을 다양하게 활용한 뇌절에 가까운 코미디가 돋보인다.

한국어를 지원하는 게임이기도 하다. 한국어 번역의 퀄리티가 대체로 괜찮은 편이나 정작 이 게임이 표방하는 코미디의 정수가 담긴 레벨 스타트 문구는 따로 번역이 안 돼있다. 아무래도 영어 단어를 다방면으로 응용한 언어 유희를 한국어로 옮겨내기가 상당히 까다로웠기에 그대로 냅둔 것으로 보인다. 아쉽긴 하지만 특유의 센스가 담긴 언어 유희를 그대로 살리고자하는 의도라면 이 또한 나쁘지 않은 판단일지도 모른다.

이 게임 안에서 자동차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가능하다. 정말로 무엇이든,

여기저기에 곰이 정말 많이 보인다. 왠지는 모른다.

자동차라는 물건의 개념을 오히려 되묻는 이 비범한 게임에서 자동차는 무엇이든 되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각 에피소드와 레벨마다 자동차에 온갖 방식으로 변형을 가하는데 그것이 일반적인 상식 수준을 벗어나는 수준이다.

게임 초반부터 자동차에 네 개의 바퀴 대신 두 다리가 달리고 제트팩이 달리고 지느러미가 달리는가 하면, 자동차 주제에 쳇바퀴를 타고 자전거를 타고 서핑 보드를 타기도 하고, 나아가 자동차가 길다란 애벌레가 되고 동그란 공이 되고 은행 강도가 되기도 한다. 그야말로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최대한 동원한 코미디와 패러디를 끊임 없이 쏟아내며 끝 모를 뇌절을 선보이고, 이런 예술의 경지에 다다른 뇌절이 쌓이고 쌓여 상당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뿐만 아니라 레벨 시작 시 등장하는 짧은 문장에 담긴 언어 유희가 이 게임 특유의 뇌절에 감칠맛을 더한다. 영어로 자동차를 뜻하는 Car라는 단어를 마른 오징어를 짜내듯 극한으로 쥐어짜낸 언어 유희가 인상적이며, 종종 유명한 음악이나 영화의 제목을 절묘하게 응용한 듯한 문구도 볼 수 있다. 코미디와 패러디란 것이 언제나 그렇듯 영어라는 언어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패러디의 원본에 대한 약간의 사전 지식이 요구되다보니 코드를 조금 타긴 한다. 다르게 말하면 미국식 농담이라는 코드를 이해할 수만 있다면 상당히 즐겁게 즐길 수 있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마른 오징어를 쥐어짜내는 듯한 언어 유희의 끝을 보여준다.

'꼭 자동차였어만 헀을까' 같은 진지한 태클은 자제하도록 하자.

각 에피소드와 레벨마다 달라지는 건 단지 자동차의 외형뿐만은 아니다. 바뀐 외형에 따라 자동차를 방식도 판이하게 달라진다.

기본적으로 왓 더 카?는 달리는 자동차를 조종해 골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레이싱 게임인데다가 방향키와 하나의 버튼만 사용하는 단순한 조작 체계를 자랑하지만, 단 하나의 버튼이 지닌 용도는 자동차의 외형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새로운 에피소드와 레벨에 진입할 때마다 바뀌는 조작에 빠르게 적응할 필요가 있다.

대체로 각 레벨은 짧게는 20초에서 30초, 길게는 1분 남짓이면 클리어할 수 있어 분량이 길지 않은 편이고 일자 형태의 레벨 디자인은 단조로운 듯하면서도 직관적인 구석이 있어 따로 헤매는 일 없이 길을 따라 나아가기만 해도 충분히 목표 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 여기에 중간중간 레이싱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이는 미니 게임이 끼어들면서 코스 달리기 일변도일 것 같은 게임의 흐름을 적절히 환기시키고 레벨 안 곳곳에 배치된 각종 오브젝트나 자잘한 연출로 디테일한 재미를 잘 살린다.

덕분에 새로운 에피소드와 새로운 레벨에 진입할 때마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게임에 임하게 된다. 게임의 매 순간마다 참신한 뇌절이 찾아와 플레이어의 흥미를 유발하는 셈이다.

골에 도달해야 한다는 목표만 같을 뿐 다른 모든 것들은 매 레벨마다 달라진다.

이런 하찮아보이는 패러디 하나하나가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해 게임의 흐름을 아주 잘 환기시킨다.

난이도가 꽤 쉬운 게임이긴 해도 나름의 파고들 요소는 존재한다. 각 레벨마다 클리어 타임에 따라 브론즈 왕관과 실버 왕관, 골드 왕관을 획득할 수 있고, 절묘한 지점에 배치된 카드를 수집할 수도 있다.

즉, 황금 왕관과 카드 수집을 위해 한 차례 클리어한 레벨이라도 여러 번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각 레벨의 길이가 대체로 짧은 편이라 황금 왕관과 카드를 위해 여러 번 도전하기에 큰 부담이 없다. 일부 레벨에서는 카드 획득과 황금 왕관을 위한 코스가 겹치기도 해서 동시에 도전하기에도 좋다.

이보다 좀 더 어려운 걸 원한다면 각 에피소드마다 2개에서 3개씩 준비된 하드 레벨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 하드 레벨의 경우 레벨을 선택하는 필드 화면에서 하드 레벨이 존재하는 곳까지 다다르는 것부터가 고역이고, 일반 레벨과는 비교를 불허할 만큼 난이도가 상당히 높다. (본인의 경우 하나의 하드 레벨을 제대로 클리어하기 위해 두 시간 이상이 걸렸을 정도다.)

캐주얼한 성향의 게임에 너무 어려운 레벨을 넣은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하드 레벨에 도전하기 직전에 몇 차례 경고를 하기도 하고 애초에 이런 레벨 자체가 게임을 클리어하는데 필수로 작용하진 않으니 플레이어의 취향에 맡긴 것이라고 보는 편이 적절할 듯하다.

하드 레벨은 정말 만만치 않다. 미리 경고도 몇 번 해줘서 어떻게 짜증 내기도 힘들다.

컨텐츠 볼륨은 제법 풍부한 편이다. 총 아홉 개의 에피소드가 준비돼있으며 단 하나의 이벤트성 에피소드를 제외한 나머지 여덟 에피소드에는 대략 스무 개 이상의 레벨이 존재한다. 여기에 레벨 크리에이터가 잘 갖춰져있어 직접 레벨을 창작해 공유하거나 혹은 다른 유저들이 만든 레벨을 쉽게 찾아 플레이할 수도 있다. 

특히 이 레벨 크리에이터는 다른 게임들처럼 별도의 메뉴로 독립돼있을 뿐만 아니라 각 에피소드 속 여기저기에 배치돼있다. 이것이 마치 개발사가 공식으로 만든 레벨과 유저가 직접 창작한 레벨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듯한 느낌이라 흥미롭게 다가온다. 다만 아직 게임 출시 초창기라 그런지 유저 창작 레벨이 많지 않다는 건 조금 아쉽다.

이것만으로도 가격 대비 가성비가 제법 좋다고 할 수 있는데 심지어 일일 도전과 스페셜 위크 도전까지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된다. 이것들은 본편의 에피소드와 레벨과는 전혀 다른 레벨 디자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신의 이전 플레이 데이터를 저장하는 고스트 시스템이 탑재돼있어 스스로 기록 단축에 도전할 수 있고, 여기서도 황금 왕관과 카드를 획득할 수도 있다. 

이뿐 아니라 추후에는 유저 투표를 통해 새로운 에피소드가 추가될 예정이라고 한다. 게임을 충분히 즐긴 이후에도 한 번 쯤 다시 게임을 켜볼만한 동기 부여가 확실하다고 볼 수 있다.


완벽한 플레이를 위한 확실한 동기, 황금 왕관과 카드 수집

<왓 더 카?>는 자동차라는 물건에 상상력과 창의력을 최대한 끌어낸 극한 뇌절의 코미디와 패러디, 그리고 그에 걸맞는 다양한 감각의 조작 및 레벨 디자인으로 시종일관 참신하면서도 신선한 재미를 유발하는 훌륭한 인디 게임이다.

기상천외한 부속이 달리거나 우스꽝스럽게 변형된 자동차의 생김새는 훌륭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짧은 길이의 레벨은 가볍게 즐기기에도 좋고 황금 왕관과 카드 수집을 목표로 파고들기에도 좋다. 워낙이 뇌절로 승부를 보는 게임이기도 하고 영어 단어를 쥐어짜낸 언어 유희는 영어 문화권에 대한 약간의 이해도를 요구하기도 해서 취향을 조금 타기는 하지만, 그만큼 코드가 잘 맞다면 굉장히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위트 있는 유머를 곁들인 캐주얼하면서도 일말의 파고들 만한 여지가 있는 게임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쿠타르크 (블로거)


2014년부터 10년째 인디게임 리뷰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1,000건이 넘는 게임 리뷰를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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