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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직 낯선 호주 게임 산업, 관심 가져야 할 이유

호주게임협회 CEO 론 커리

방승언(톤톤) 2024-10-23 11:49:34
‘호주 게임’이라는 말이 국내 유저들의 머릿속에 빚어내는 심상은 흐릿한 편이다. 호주 게임 전반을 관통하는 특징을 설명하는 것은 물론, 대표적 타이틀이나 게임사를 떠올리는 것도 쉽지 않게 느껴진다.

물론 호주 게임계가 그간 세상에 내놓은 히트작들을 열거해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바이오쇼크>, <LA 누아르>, <할로우 나이트>, <언타이틀드 구스 게임>, <컬트 오브 더 램> 등 ‘글로벌 히트’로 마땅히 분류될 작품이 적지 않았다.

호주 게임 씬을 일별할 이유는 그 외에도 다양하다. 게임사 대상의 대규모 세제 혜택, 영미권 시장 테스트베드로서의 적합성, 건강한 업무 환경과 개발 문화 등을 무기로 호주 게임사들은 해외와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는 추세다. 

호주 게임 산업을 대변하는 호주게임협회(IGEA·Interactive Games & Entertainment Association)는 호주 게임 산업만의 매력을 가장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조직 중 하나다. 호주 시드니에 위치한 IGEA 사무실을 방문, 협회 CEO 론 커리(Ron Curry)를 만나 호주 게임산업의 역사와 현황, 한국 게임 산업과의 향후 협업 전망 등에 대해 폭넓게 묻고 답변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 디스이즈게임 방승언 기자

론 커리 IGEA CEO

※ 관련 기사
① [인터뷰] 아직 낯선 호주 게임 산업, 관심 가져야 할 이유 (현재기사)
 [인터뷰] 현지 개발사가 직접 말하는 호주 게임계의 힘은?
[인터뷰] 유비 호주 지사장에게 들어본 호주 시장의 특징 


# 호주 게임 산업의 역사

Q. 디스이즈게임: 호주 게임산업의 역사를 먼저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론 커리 IGEA CEO: 호주는 항상 세계가 원하는 게임을 만들어 왔으며 그 역사는 80년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집니다.

80년대 호주 게임업계는 주로 가정용 컴퓨터에 무게를 두고 있었습니다. 빔(Beam) 소프트웨어의 <호빗>이 혁신적인 게임플레이를 선보이면서 백만 장 이상 판매되었고, <폭권도> (The Way of the Exploding Fist)는 ‘비뎀업’ 장르를 개척했습니다. 덕분에 1986년 빔 인터내셔널 제품은 영국 시장 내 모든 플랫폼에 걸친 게임 판매량의 총 10퍼센트를 차지하는 결과를 냈습니다.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에 걸쳐 신생 스튜디오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국제 무대에서 호주 게임들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시기 호주 스튜디오들은 <다크 레인(Dark Reign)>, <디스트로이 올 휴먼>, <LA 누아르>, <바이오쇼크> 등 세계적 게임 콘텐츠를 직접 출시하거나, 그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폭권도> (The Way of the Exploding Fist)

이후 산업의 빠른 변화 속에서 호주 스튜디오들은 신속하게 모바일 게임의 파도에 올라탔습니다. <플라이트 컨트롤>이 트렌드를 처음 시작했고, <프루트 닌자>는 10억 회 이상 다운로드되었으며, <길건너 친구들> (Cross Road)의 광풍은 전 세계 앱 차트를 휩쓸었습니다.

보다 최근에는 PC가 주요 개발 플랫폼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핵넷>, <새틀라이트 레인>, <애쉬즈 크리켓>, <핸드 오브 페이트> 등 작품이 호주의 다재다능한 개발 역량을 계승해 나간 바 있습니다.

현재는 많은 개발사들이 콘솔 게임을 개발 중입니다. <할로우 나이트>, <컬트 오브 더 램>, <언타이틀드 구스 게임>, <언패킹>, <무빙 아웃>, <스트레이 갓즈>, <컨스크립트>, <킬 나이트> 등 히트작들이 출시되었고, 그 외에도 개발 중인 작품이 많습니다.


이처럼 비평과 판매 성적 모두에서 큰 히트를 기록한 호주산 게임들이 많았습니다. 또한 <심즈> 모바일, <콜 오브 듀티>, <발로란트>, <엑스디파이언트>, <카르멘 샌디에고> 등 거대 글로벌 IP를 담당하는 개발팀들도 존재하고요.

물론 호주 게임 산업은 아직 젊습니다. 하지만 경험 많은 실무자도 업계에 다수 있습니다. 가령 탄탈로스(Tantalus)와 같은 개발사는 이번 주(10월 셋째 주) 30주년을 맞습니다. 빅 앤트(Big Ant)는 25년 정도 되었고, 힙스터 웨일(Hipster Whale)과 같이 10년 정도 된 기업은 더 많습니다. 지역 게임쇼인 ‘맬버른 인터내셔널 게임즈 위크’ 역시 올해 10주년을 맞이했고요.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32%의 호주 스튜디오가 10년 이상 되었고, 23%는 6~9년째 운영 중입니다. 정부 지원사업에 힘입어 호주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는 스튜디오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타지역을 10년 이상 경험하며 자체 스튜디오 및 자체 IP 설립에 필요한 충분한 경험과 자신감을 쌓은 채 호주 시장을 찾는 사례들도 있습니다.

<엑스디파이언트>


# IGEA의 역할과 비전

Q. 다음으로는 호주게임협회(IGEA)의 역사와 역할에 관해서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A. 물론입니다. 먼저 IGEA를 정확하게 풀어 쓰면 ‘인터랙티브 게임 및 엔터테인먼트 협회’(Interactive Games and Entertainment Association)입니다. 호주 및 뉴질랜드의 게임 개발사, 퍼블리셔, 유통사들을 대변하는 조직이죠. 올해로 22주년을 맞이했고, 퀸즐랜드, 뉴사우스웨일스, 멜버른 등 호주 전역에 팀을 두고 있습니다.

저희 활동의 첫 번째는 산업 진흥(advocacy)입니다. 주정부와 연방정부 양쪽으로 대관 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국제 연구 단체들과도 협업하며, 한국게임산업협회와 같이 각국의 게임 진흥 단체와도 긴밀히 협력합니다.

둘째는 교육 활동입니다. 개발사, 퍼블리셔, 정부, 대중, 미디어를 대상으로 게임 산업 대응 방법을 교육합니다. 셋째 활동은 행사 주최입니다. 호주게임개발자 컨퍼런스인 GCAP, 호주 게임 개발자 어워드 등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은 소통입니다. 저희는 업계인들을 단합시키고, 비디오게임을 향한 우리의 비전을 세계에 알리는 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Q. 협회의 비전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A. 아주 짧은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호주의 게임산업 환경이 제작자들에게 최고의 환경이 되게끔 하는 것입니다. 다른 측면으로는 산업 지원에 필요한 법안 마련에 힘쓰고, 반대로 게임업계가 책임감 있는 사회 일원이 되도록 돕고 있습니다.



# 호주 게임 산업 성장의 비결, DGTO

Q. IGEA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호주 게임 개발사들의 총매출액은 최근 몇 년 동안 지속 성장 중입니다. 그 배경엔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A.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호주는 선진국 중에서 게임 개발사들에게 세제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 유일한 국가였습니다. 와중에도 호주 게임은 정부 지원을 받는 캐나다, 미국, 스웨덴, 그리고 몇몇 아시아 국가 업계와 경쟁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다가 2019년~2020년에 접어들어 호주 정부가 ‘디지털 게임 세금 환급(DGTO)’이라고 부르는 세제를 새롭게 도입합니다. 조건을 충족하는 유형의 개발 지출 중 30%(최대 2,000만 호주달러 한도)에 달하는 금액을 환급해 주는 제도입니다.

덕분에 호주는 이전보다 더 저렴하게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해당 제도는 호주 게임 산업에 대한 호주 정부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며, 이 또한 투자를 유치해내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DGTO가 도입되자 주정부 등 행정 단위에서도 게임개발 지원을 위한 개별 환급 제도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일부 주에서는 정부가 환급하는 30%에 주정부가 지원하는 15%까지 합쳐 개발비 중 총 45%를 환급받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를 통해 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호주 게임 산업은 출발선이 다릅니다. 연간 2,000억 달러에 달하는 전 세계 게임 중에서 호주가 기여하는 것은 3억 달러에 불과하니 아주 작은 규모이죠. 하지만 성장률로만 보면 아주 좋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호주투자청)

Q. 호주 정부가 DGTO를 도입한 정확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호주 게임 산업의 잠재력을 정부가 알아본 건가요?

A. 사실 정부의 관심은 게임이 아니라 인재 및 기업 유치를 향해 있었습니다. 정부는 호주 사회를 더 현대화하고 싶어 했고, 이를 위해 해외 투자 유치와 고연봉 고학력 인재 유입이 가능한 산업을 발굴하고 싶어 했어요.

그래서 저희(IGEA)가 정부에 접근해 게임산업이 바로 그러한 산업이라고 일러 줬습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정부는 게임 산업을 그런 눈으로 보지 않았어요. 게임 산업을 비롯한 창작 업계는 예술, 창작 담론을 꾸준히 다뤄 왔으나 이런 화두로는 정부의 관심을 끌기에 역부족이었거든요

그런데 게임 산업은 (예술과 창작뿐만 아니라) 경제와 고용 확대에 관해서도 할 얘기가 많은 산업입니다. 실물 생산 및 유통이 필요 없는 수출 중심 경제이기도 하고요. 그만큼 정부에게도 매력적인 산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부 또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게임 산업의 현황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고, 또한 게임 산업이 규모 면에서 음악과 영화 산업을 합친 것보다 크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죠.

따라서 저희로선 그저 게임 산업의 문화적 임팩트, 창의적 임팩트뿐만이 아닌 경제적 임팩트까지 고루 이해할 수 있는 인사를 찾아내 메시지를 전달하면 될 뿐이었습니다. 게임이 품고 있는 경제적 영향력이란 그만큼 대단하며, 덕분에 제로 베이스 상태에서도 DGTO 제도가 생겨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제도 시행 후 개발사 35%가 DGTO 혜택을 봤고, 51%가 관심을 보였다. (출처: IGEA)


# 글로벌에서 빛날 수 있는 호주 게임 산업의 저력?

Q. DGTO를 통해 호주 기업들이 해외 기업들과 더 쉽게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게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관련 통계가 존재하나요?

A. 아직 없습니다. DGTO 프로그램의 첫 사이클이 이제 막 끝난 단계라서요. 다만 호주 개발사들이 DGTO를 통해 총 1,000만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 받은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에 지원이 이뤄졌는지 알릴 수 없기 때문에, 기업에 개별 접촉해 지원 여부를 알아내야 하는 상황이죠.


Q. 힘든 작업이 되겠네요.

A. 맞습니다. 호주 세법은 이러한 정보의 공개를 매우 엄격하게 통제합니다.


Q. 호주 기업들이 주로 원하는 해외 협업의 형태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 투자 유치, 글로벌 퍼블리싱 계약, 그리고 외주제작 계약 등이 있습니다. 이중 무엇을 원하는지는 기업별로 다를 것 같습니다. 어떤 기업은 모두 하고 싶어 하고, 어떤 기업은 하나도 원치 않을 수 있어요. 기업의 구조와 비전에 따라 달라집니다. 업계 전반이 주로 원하는 협업 형태가 따로 있는 것 같지는 않네요.


Q. 해외 투자사나 퍼블리셔, 혹은 기타 게임 기업에게 어필할 수 있을 만한 호주 게임 산업의 기타 장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A. 굉장히 성숙하고 경험 많은 인재 풀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년에 걸쳐서 그들의 창의력을 증명해 온 바 있죠. 적응력이 높고, 기술적 역량이 뛰어난 인재들입니다. 인적 자원 외에는 앞서 언급한 세제 환경이 매우 매력적입니다. 중앙정부와 주정부 모두 관련 제도를 가지고 있어요.

또한 호주에 지사를 설립하고 싶은 퍼블리셔라면 각 주정부와 맞춤형 지원을 추가로 논의해볼 수 있습니다. 기존의 고정된 지원 외에도  세금 환급, 임대료 지원, 인프라 제공 등 협의를 통해 제공받을 수 있는 게 많아요.

다음으로는 호주 고유의 생활 양식을 꼽을 수 있겠네요. 호주는 살기 좋은 안전한 국가이고 연중 대부분 날씨도 좋습니다. 영어를 사용하니까 외부 세계와 소통하기에도 유리하고요. 아시아 시장에 대해 높은 접근성을 가지고 있는 국가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여기에 힘입어 많은 국제 기업의 아태 지역 담당 지사가 호주에 있습니다.

(출처: IGEA)

팔로우 더 선(Follow-the-Sun) 모델에 따라 일하기 적합한 시간대에 있는 것 또한 장점입니다. 다른 지역에 있는 기업이 퇴근하면서 넘겨준 일을 이어받아 개발하는 방식 말이에요. 호주 개발사 상당수가 이 모델을 채택해 일하고 있습니다.

호주에서 게임을 직접 만들거나, 혹은 호주에 게임사를 설립할 만한 이유는 이렇듯 다양합니다.


Q. 네, 그런데 저는 한국에서 온 만큼 호주 기업들이 비영어권 국가와의 협업에도 관심이 있는지 궁금해지네요.

A. 작년에 여러 호주 개발사들의 지스타 방문을 지원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중에 많은 참가사들이 한국 시장에 관심을 표했어요.

한국 시장, 그리고 아시아 시장이 얼마나 큰지, 그리고 게임 플레이와 게임 유통 측면에서 어떠한 독자적 특성을 갖추고 있는지를 여기 기업들에게 교육시키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 지점들을 한 번 배우고 나면 그 후로는 한국 기업들과의 협업, 그리고 한국 시장 진출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봅니다. 현재는 그러한 교육 단계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게임 개발은 쉽지 않지만, 적어도 타깃 시장을 잘 알고 있을 때는 개발이 훨씬 쉬워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교육을 이어가면 호주 개발사들이 아시아 시장을 포함한 해외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 '정부 리스크'는 없을까?

Q. 게임에 대한 호주 정부의 태도는 어떤가요?

A. 우리는 정부와 아주 건강한 관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 정권(노동당)은 항상 게임에 우호적이었어요. 게임 산업이 지니는 문화적, 경제적 중요성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집권당에 관계없이) 이건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호주에는 3개 주요 정당이 있는데, 저희는 야당(자유당·국민당의 보수 연합)과도 아주 관계가 좋거든요. 현재 운영 중인 DGTO를 처음 도입한 것이 바로 현 야당입니다. 노동당 역시 이전 정권이 도입한 제도이지만 DGTO를 완전히 지지하고 있어요.

세 번째 정당은 의석수가 앞선 두 당보다 훨씬 적은 진보·좌익 성향의 녹색당인데, 이들 또한 게임 산업과 협회에 매우 우호적입니다. 게임 산업을 지원하고 싶어하는 동시에, 협회가 이를 주도해 주길 바라기 때문에 (저희에게는) 아주 좋은 일이죠. 이렇듯 현재로서는 어떤 정당이 집권하든 정부의 지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행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그럼 당장은 정부 정책과 관련한 리스크가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는 건가요?

A. 물론 리스크야 항상 있습니다. 아무리 정부가 호의적이더라도 게임 산업에 항상 지워지는 책임들은 따로 있으니까요. 가령 아동 안전, 게임 중독, 확률형 아이템 등 여러 이슈가 있습니다. 호주 정부는 이들 문제에 대해선 매우 강경합니다. 그게 정부의 역할인 만큼 저희도 이해하고 있고요.

따라서 정부와의 관계에서 모든 것이 그저 만족스럽다고 말할 수는 없겠죠. 그러나 기본적으로 정부는 우호적이며, 업계로선 일정한 정도의 기준만 따르면 되는 상황입니다.



Q. 그렇다면 IGEA가 다루고 있는, 주요 규제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A. 호주 인구의 81%가 게임을 즐긴다는 최근 통계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호주 가정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다는 의미고, 그런 만큼 IGEA의 책임은 막중합니다.

여기서 책임이란 어린이 게이머 보호에서부터 긍정적 소비자 경험 보장, (게임 개발에서의) AI 활용, 저작권 문제, 무역 및 투자, 무역 파트너와의 관계 유지, 외부 인재 유치와 이를 위한 적합한 이민법 마련 등을 아우릅니다. 이것도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Q. 여러 규제를 향한 협회 회원사들의 정서는 어떤가요?

A. 정부 규제와 산업 사이에는 언제나 긴장과 마찰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산업의 요구와, 정부의 시민 보호 책임 사이에서 발생하는 필연적 현상이죠

만약 호주 정부가 특정한 (규제) 방향성을 정한다고 가정하면, 호주 게임 산업은 일단 따를 확률이 큽니다. 하지만 정부와 마찰을 빚는 인접 산업들에 비교하면 정부 지지를 받는 저희는 운이 좋은 편입니다.

<언타이틀드 구스 게임>


# 시급한 문제: 인력 확보

Q. 빠르게 성장 중인 호주 게임 산업이 성장 추세를 계속하기 위해 신경 써야 할 가장 시급한 사안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첫 번째는 호주 게임업계뿐만 아니라 글로벌 게임 산업, 더 나아가 전 세계가 겪고 있는 문제일 텐데요, 다름 아닌 자금의 확보입니다. 투자 계약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둘째로는 산업 전반이 계속해서 건강하게 성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강력한 인디 씬, 20~100명 규모의 중견 규모 기업들은 이미 보유하고 있는데요. 그다음으로는 트리플 A 스튜디오 및 대형 개발사를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에 요구되는 게 바로 인재입니다. 현재 호주에 아주 뛰어난 주니어급 개발 인력들은 있지만 이들을 중견 개발자로 성장시키는 일, 그리고 수백에서 수천 명에 이르는 대형 개발사를 만드는 일에는 실제 대형 개발사 근무 경험을 지닌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인재 영입이 필수적입니다. 국외 거주 호주 개발자들을 국내로 돌아오게 할 만한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이주 프레임워크를 마련해야겠죠.

그런데 현재 호주는 아주 까다로운 이주/이민 정책 및 절차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해외 거주자를 호주로 불러들여 일하려면 굉장한 비용과 마찰이 발생해요. 캐나다 같은 경우 빠르면 2주 만에 관련 절차를 끝낼 수도 있어요. 그런데 호주는 영주권을 얻어낼 마땅한 방법이 없다면 최대 2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업계 경력을 오래 쌓은 사람이면 보통 결혼을 했거나, 자녀가 있거나, 출산을 기다리고 있을 때가 많아요. 그 정도 되는 사람이면 호주에 와서 고작 2년 살다가 떠나고 싶진 않겠죠. 따라서 그들에게 호주 영주권 획득을 위한 경로가 제공되어야 하고, 호주에서 가정을 꾸릴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어야 해요. 이런 면에서 아직 넘어야 할 장애물이 몇 가지 남은 상황입니다.

호주 시드니

Q. 그렇다면 게임 업계에 특별히 적용될 이민 법안 마련을 위해 힘쓰고 계실까요?

A. 네 아주 여러 해 동안 그걸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실현하려면 거쳐 가야 할 부서와 단계가 아주 많지만 이를 전담하는 별도 팀이 있어요.


Q. 다른 유형의 인재 확보 노력도 이뤄지고 있는지요.

A. 몇 가지 있습니다. 일단 주정부와 연방정부 모두 인력 훈련과 개발을 위한 자금을 운용 중입니다. IGEA도 마찬가지고요.

IGEA는 1년에 한 번 개발자 콘퍼런스를 열거나 멘토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개발자들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또한 맞춤형 교육도 실시하고 있는데요, 가령 최근에는 주니어 프로듀서를 성장시키기 위한 교육 코스를 운영했습니다.  이렇듯 이주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국내 개발자들의 성장 지원을 통해서도 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합니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 현지 산업, 그리고 시장의 특징

Q. 호주 게임 소비 시장의 규모는 44억 호주달러 수준으로 작지 않은데, 호주 개발사 수익은 80퍼센트 이상 내수가 아닌 해외 시장에서만 발생하고 있습니다. 한국 소비자들의 경우 국산 게임에 일차적 관심이 많은 편인데, 호주 게이머들에겐 특별히 그런 경향이 없는 걸까요?

A. 문화적 차이일 것 같습니다. 호주의 팝 문화나 미디어 문화를 보면 주로 미국과 영국 문물의 영향력이 두드러집니다. 영화나 TV쇼 모두 미국과 영국 것을 많이 소비하죠. 기타 문화 소비 양상 전반에서 그러한 영향 아래 있습니다.

호주인들도 호주산 게임, TV쇼, 영화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러한 영미권 미디어로 인해 소비가 분산되고 있는 거죠. 실제로 게이머들은 <콜 오브 듀티>, <GTA>, <로블록스>, <포트나이트> 같은 영미 게임에 돈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런 해외 콘텐츠가 전부 영어로 만들어져 있다는 점도 고려할 사항입니다. 만약 호주가 한국처럼 영어가 아닌 자체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다면 자국 게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을 것 같습니다.


Q. 호주 게임 소비자들의 다른 특성에 관해서도 해주실 말씀이 있을까요?

A. 두드러지게 유니크한 부분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호주에서 잘 팔리는 게임은 영국이나 유럽에서도 잘 팔려요. 청중의 성향이 매우 비슷한데, 다만 호주 사람들이 게임에 돈을 더 많이 씁니다. 1인당 게임 지출이 대부분의 선진국보다 커요.


Q. 호주 개발사 사이에서 최근 두드러지는 개발 트렌드 변화가 혹시 있을까요?

A. 딱히 없지만, 최근 개발사들이 이전에 비해 새로운 도전과 리스크 감수에 더 많이 나서는 것 같습니다. 업계 성격상 쉬운 일은 아니지만 시장이 충분히 성숙했고, 안정성이 확보되었기 때문에 이제 개발사들도 그럴 준비가 된 듯합니다.

플레이사이드 스튜디오


Q. 주목할 만한 호주 게임사들을 꼽는다면?

A. 대형 글로벌 기업의 지사들이 여럿 있습니다. EA, 파이어 몽키즈, 슬레지해머, 라이엇 게임즈, 유비소프트 등이 있죠. 탄탈로스 스튜디오 등 키워즈 산하 스튜디오가 5개 있고, 호주에서 가장 큰 인디 게임 개발사인 플레이사이드와 산하 스튜디오 4곳도 있습니다. 당장 기억나는 기업들만 해도 그 정도이고, 그 외에 카오스 시어리, 솔티 게임즈 등 흥미로운 제품을 만드는 기업도 많습니다.


Q. 현지 개발사들과 얘기를 나눠보니, 호주 개발자 문화의 특징으로 상호 호의적이라는 점을 꼽던데요. 현지 개발자 공동체의 특징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A. 맞습니다. 호주 개발자 씬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는데요.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닥쳐왔을 때, 대부분의 글로벌 대형 스튜디오가 호주를 떠났습니다. 이때 실직한 개발자가 많았는데, 이들은 그래도 계속 게임을 만들고 싶어 했고, 그래서 인디 게임사를 창업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이들 개발자 사이에 강한 연대 의식이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상호 간의 경쟁을 멈추고, 함께 해외 산업과 경쟁하기 시작한 거죠. 그 정서가 지금까지 보존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부분적으로는 문화적인 이유도 있겠으나, 함께 끔찍한 시기를 견딘 결과물 같습니다. 그게 호주 개발자 공동체의 DNA로 자리 잡은 것이죠.

실제로 호주 개발자들은 협력적인 업무환경을 좋아하고, 서로의 생각과 전문성을 나누는 것을 좋아합니다.

지난 10년간 호주 인디 씬에서는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인디 히트작이 매년 하나씩은 출시되었습니다. <프루트 닌자>, <길 건너 친구들>, <컬트 오브 더 램> 같은 작품들이 있고, 그사이에도 큰 작품들이 많았어요.

그리고 이렇게 커다란 성공을 거둔 개발사들은, 자신들의 수익과 시간과 에너지를 다른 호주 개발사들에 재투자합니다. 지역 내에서, 혹은 전국 단위로 자금, 전문지식, 인맥 등을 공유해서 다른 기업의 성장을 돕고 있습니다. 해외 업계 분들이 호주를 방문하면, 이렇듯 상호 협력적인 공동체의 모습에 놀라고는 합니다.

<길건너 친구들>


Q. 호주의 트리플A 개발 환경에 관해서도 이야기해 보고 싶습니다. 현재 호주에는 본격적인 트리플A 개발사가 없는 상태인데, 이 영역에 관심 있는 기업들도 있나요?

A. 플레이사이드의 경우 300명 정도의 대규모 스튜디오이고, 성장세가 확연합니다. 다만 안전하고 유기적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들이는 중이고요. 그 외에는 더블A 규모 퍼블리셔들이 라이선스 게임들을 많이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10개년으로 계획된 DGTO 정책 중 이제 고작 2년이 지났다는 점을 고려해야만 합니다. 남은 시간 동안 전혀 새로운 기업이 나타나 성장할 수도 있는 만큼, 저희는 앞으로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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