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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가 돼"

두부 사랑으로 가득한 인디게임 '스고이츠요이 두부'

김재석(우티) 2024-10-23 14:01:12

X세대 이상을 위한 'MZ세대' 유행어 시간. 지난해 말부터 유행을 탄 표현 중에 'OO가 되'가 있다.


한국어는 '되'와 '돼'를 엄밀하게 구별하고 있다. '돼다'와 '먹으면 되'는 부산대 맞춤법 검사기가 용납하지 않는다. 하지만 MZ세대는 특정 대상이 되고 싶다는 의미를 담아 '여우가 되', '악마가 되', '돼지가 되'라는 표현을 쓴다. 이 기사의 제목 또한 그 감성을 듬뿍 담아 '두부가 되'라고 짓고 싶었으나, '되지만 돼'는 언론의 사정상 쓸 수 없었다. 


그리고 이것은 게임 스크린샷이다. 뒤에 가면 진실을 알 수 있다.


# 변화무쌍한 두부, 그냥 먹어도 맛있는 두부


최근 화제가 된 <흑백요리사>의 백미는 단연 '무한 요리 지옥'이다. 참가자들은 결승행 티켓을 놓고 제한된 시간 동안 두부를 주재료로 한 요리를 만들었다. 여기서 가장 빛났던 존재가 바로 한국계 미국인 참가자 에드워드 리였는데, 그는 수북히 쌓인 두부탑에서 자신만의 유럽식 정찬 코스를 선보이면서 시리즈의 주인공이 됐다.


에드워드 리는 두부의 맛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두부의 맛이 심심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두부는 맛이 좋다"며 "두부에는 아름답고 신선한 맛이 있다"고 평했다. "겉은 굉장히 두껍지만 속은 굉장히 부드럽다"며 두 가지 식감을 살린 요리를 내는 것으로도 모자라 "두부가 정말 치즈 같다"며 "두부는 콩물로, 치즈는 우유로 만드는데 그 과정은 똑같다"는 데에서 착안해 두부 블록을 아예 캔버스처럼 만들어서 그 위에 고추장 파스타를 만들었다.


에드워드 리가 <흑백요리사>에서 만든 두부 블록 고추장 파스타 (출처: 넷플릭스)


두부만큼 변화무쌍한 식재료가 또 있을까? 우리는 두부를 튀겨 먹고 볶아 먹고 지져 먹고 삶아 먹고 만두 속에 넣어먹을 뿐 아니라 조리 과정에서 나온 물과 비지까지 알뜰하게 먹는다. 에드워드 리는 <흑백요리사>에서 두부 수프, 두부 크렘 브륄레, 켄터키 프라이드 두부 등 기상천외한 요리를 내놓으며 그 변화의 극한을 보여주었다.


두부 이야기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으니, 이번에도 노벨상을 받지 못한 일본의 문호(文豪) 무라카미 하루키다. 그는 1990년대 출간한 수필집 <작지만 확실한 행복>(村上朝日堂)에서 많은 지면을 두부 예찬에 할애했다. 그는 "열광적인 두부팬"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한 수필집에 두부 이야기를 네 편이나 실었다. 앉은 자리에서 최대 두부 네 모를 먹어치우는 하루키가 제일 좋아하는 두부는 당일에 나온 두부를 양념 없이 그냥 먹는 것이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 했던가?


말이 나온 김에 하루키의 두부 예찬을 좀 더 살펴보자. 그는 "맛있는 두부를 먹기 위한 요령은 세 가지가 있다"며 "첫째는 제대로 된 두부 가게에서 두부를 살 것, 또 하나는 집에 돌아오면 즉시 물에 담은 그릇에 옮겨 냉장고에 집어넣을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온 그날 안에 먹"을 것을 꼽았다.​ 하루키는 같은 수필에서 집 근처 두붓집의 폐업을 한탄하는 한편, "최근에는 맛있는 두부가 거의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라며 "자동차 수출도 좋지만, 맛있는 두부를 없애는 국가 구조는 본질적으로 왜곡"되었다는 이야기까지 한다.


<바이오하자드 2> 클리어 특전 미니게임 '두부 서바이벌'. 본문과는 별 관련 없다.


# 유별난 두부 사랑으로 가득한 게임


오늘 리뷰할 <스고이츠요이 두부>(スゴイツヨイ豆) 또한 두부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한 게임이다. 판매가 5,600원에 1시간 분량의 액션 플랫포머이다.


'두부가 되'기 위해서 장애물을 피해 미소시루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진행 목표. 두부쿵야가 떠오르는 두부 캐릭터는 6장에 걸친 모험을 떠난다. 기를 모아서 주변에 '두부불'을 붙여서 점프를 하고 적 NPC를 공격할 수 있다. 이 공격에는 한계가 있는데, 바로 두부가 연약하기 때문에 너무 높은 공간을 점프하면 으깨져버린다는 것이다. 오리, 게, 닭, 공룡(...) 같은 동물들이 호시탐탐 두부를 먹기 위해 달려들고, 한 스테이지당 두부에게 주어진 유통기한은 1분이다.


<스고이츠요이 두부>
푸딩을 밟으면 더 높이 점프할 수 있다


"두부가 되어라"


한 시간이면 즐기고 말 <스고이츠요이 두부>를 굳이 소개하는 이유는, 개발자들의 두부 사랑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각 장의 마지막에는 두부가게에서 두부를 만드는 미니 다큐멘터리가 재생된다. 콩을 불리고, 갈아서 고(​)를 내고, 간수를 섞고 저어두고, 틀어 넣어 굳히면서 물을 빼는 과정들이 생생하게 재생된다. '두부~ 두부~'하는 웅장한 BGM은 덤이다.


혹자가 '뇌절은 예술이 될 수 있다' 했던가? 이 게임은 예술에 가까운 두부 타령이다.​ 게임은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싶을 정도로 두부 타령으로 가득하다. 스테이지가 시작할 때마다 나래이터는 '두부가 되어라'(豆腐になれ)는 준엄한 메시지를 읊는다. 스테이지를 깰 때마다 "두부의 ​는 썩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굳혔다는 의미랍니다"라거나 "두부를 만들 수 있는 두유의 농도는 7~14%입니다" 같은 트리비아가 ​등 나오며, 이 상식을 퀴즈에 활용하는 보스 스테이지도 있다.


게임 중간에는 두부를 만드는 미니 다큐멘터리가 상영된다. 이것이 미디어아트다.


'콩은 밭에서 나는 고기라고 부른다'와 같은 상식을 배울 수 있다.


골 때리는 퀴즈 페이즈. 목면두부는 어느 쪽? 일본은 두부를 재질에 따라서 모멘(목면), 키누고시 등으로 분류한다고.

게임의 종반부, 제작진은 플레이어에게 두부의 구성 요소들을 알려준다. 대두, 물, 고, 삶기, 두유, 그리고 마음이다. 


그깟 두부에 무슨 마음이냐고? 애써 두부를 만드는 미니 다큐멘터리를 보면 그 노고에 사뭇 겸손한 마음이 든다. 하루키도 두부 만드는 '마음'을 이렇게 해설한다. ― "새벽 네 시에 일어나 열심히 맛있는 두부를 만드는 것인데 (중략) 요즘 세상에 새벽 네 시부터 일어나 일하겠다고 하는 유별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모든 두부가게에 존경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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