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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은 지금 '이름값' 시대

2025년 1분기 스팀을 삼킨 IP의 힘

임상훈(시몬) 2025-04-28 10:42:25


[관련 기사]

인조이와 카잔은 스팀에서 얼마나 벌었을까? (바로가기)


2025년 1분기 스팀 '글로벌 신작 게임 판매 순위' 상위 20위 중 12개가 기존 IP(지식재산)를 활용한 게임으로 집계됐다. 전체의 60%에 해당하는 수치다. 신작임에도 불구하고 '낯익은 콘텐츠'가 압도적인 흥행을 이끈 셈이다.


■ 랭킹 기준: 2025년 1분기 발매된 신작

■ 판매량 기준: 1월 1일부터 4월 18일까지 스팀 플랫폼 판매량

■ 데이터 취합 주체: 중국 비영리 리서치팀 '스팀게임 데이터랩'

■ 비고: 이 데이터는 플랫폼이 공개한 데이터와 게임사 공식 발표를 바탕으로 추산했으며, 수치적 참고 가치가 있을 뿐 실제 판매 및 수익 상황과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 일본 게임의 IP 활용 전략, 100% 성공률


판매량 순위 20위에 오른 일본 게임 7개는 모두 기존 IP 기반이었다. 캡콤의 <몬스터헌터: 와일드>, 스퀘어에닉스의 <파이널 판타지 7: 리버스>, 코에이테크모의 <진·삼국무쌍: 오리진>이 그렇다.


이뿐 아니라 <용과같이 8 외전>, <수도고 배틀>, <라이즈 오브 로닌>, <블리치 리버스 오브 소울즈> 등은 이미 콘솔 시장에서 팬층을 확보한 작품의 연장선에 있는 타이틀이다. 이러한 성과는 닌텐도, 세가, 캡콤, 스퀘어에닉스 등 일본 게임사들이 80~90년대부터 콘솔 시장에서 글로벌 팬층을 형성해온 오랜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IP는 세계관 구축과 캐릭터 확장의 토대로서 이점이 있음과 동시에 브랜드 자산으로서 가치가 확실하다.


<파이널 판타지 7: 리버스>



# 한국 게임의 IP 전략, 모바일 너머 PC로 확장


한국 게임 역시 대표 IP를 기반으로 한 성과가 돋보였다. 넥슨의 <퍼스트 버서커: 카잔>은 <던전앤파이터> 세계관을 확장한 3D 액션 게임으로, ‘카잔’이라는 기존 인기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2005년 출시 이후 누적 매출 20조 원을 돌파한 <던전앤파이터> IP의 힘을 스팀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에서 증명했다. 


크래프톤의 오리지널 IP <인조이>는 경쟁작이 거의 없던 생활 시뮬레이션 장르의 공백을 정조준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는 <심즈> 이후 이렇다 할 대체제가 없던 틈새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한 사례로 평가된다. 출시 8일 만에 100만 장 판매라는 성과는 '심즈라이크' 장르가 수요가 충분한 시장이었다는 점을 방증한다. 오리지널 IP지만, 자체 IP가 없는 국내 개발사에게 시사점을 준다. 


<던전앤파이터> 세계관을 확장한 3D 액션 게임 <카잔>



#인디칼립스: 레드오션에서 살아남기 위한 IP의 희소가치


2010년대부터 게임 업계에서는 'Indiepocalypse(인디포칼립스)'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이는 인디게임 개발사들의 종말을 뜻하는 신조어로, 스팀 플랫폼에 출시되는 게임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대다수 게임이 주목받지 못하고 사라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매년 스팀에 출시되는 게임 수는 기록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4년에는 무려 14,500개 이상의 신작이 스팀에 출시됐으며, 이 중 약 80%가 유의미한 플레이어 수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5년은 이를 훨씬 뛰어넘어 연간 16,000개 이상의 게임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잉 공급은 두 가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하나는 소비자들의 '선택 피로도(choice fatigue)'로, 너무 많은 선택지 앞에서 게이머들은 결국 이미 검증된 브랜드나 IP에 의존하게 된다. 다른 하나는 개발자들의 '가시성 위기(visibility crisis)'다. 아무리 뛰어난 게임을 만들어도 스토어 페이지에서 노출되지 않으면 그저 묻히고 마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하루에만 40개 이상의 게임이 스팀에 출시되는 현실에서, 게이머들은 이미 익숙한 브랜드나 세계관을 찾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대규모 마케팅 예산을 확보하기 어려운 중소 개발사들에게 인지도 높은 IP의 활용은 생존 전략으로까지 여겨지고 있다.


스팀엔 이미 너무 많은 게임이 있다



# IP 활용의 다양한 사례


글로벌 시장에서는 다양한 IP 활용 사례가 성공을 거두고 있다:


◆ 기존 게임 IP의 새로운 해석: '무쌍' 시리즈, <파이널 판타지> 리메이크 등 검증된 게임성에 현대적 그래픽과 시스템을 접목

 대중문화 IP의 게임화: 넷플릭스의 <스쿼드 게임>이나 일본 애니메이션 <드래곤볼> 등 인기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한 게임 개발

공유 저작물의 활용: <피노키오>, <오즈의 마법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 저작권이 만료된 고전 문학을 재해석한 게임 개발

레트로 IP의 부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드', '디아블로 2: 레저렉션' 등 과거 명작의 현대화 작업


<피노키오>를 재해석한 <P의 거짓>



# 장르 전문성으로 브랜드화에 성공한 스튜디오들


주목할 만한 점은 전통적인 게임 IP와 다른 형태의 브랜드 가치도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플릿 픽션>을 개발한 헤이즐라이트 스튜디오는 독특한 성공 사례를 보여준다. 이들은 특정 게임의 IP가 아닌, '협동 게임'이라는 장르 자체를 자신들의 브랜드로 확립했다.


헤이즐라이트는 2018년 <어 웨이 아웃>, 2021년 <잇 테익스 투>를 통해 '두 명의 플레이어가 함께 해야만 완료할 수 있는 협동 게임'이라는 독특한 정체성을 구축했다. 이 스튜디오의 게임을 플레이해본 사람들은 다음 작품이 어떤 이름이든, 어떤 세계관이든 상관없이 "헤이즐라이트의 새 게임"이라는 이유만으로 구매를 결정한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는 프롬소프트웨어와 레메디 엔터테인먼트가 있다. 프롬은 <데몬스 소울>, <다크소울> 시리즈, <블러드본>, <세키로>, <엘든링>에 이르기까지 '소울류(Souls-like)' 장르를 개척하고 정교화하면서 스튜디오 자체가 하나의 장르 브랜드가 됐다. 프롬소프트웨어에서 나오는 소울류 게임은 그 자체로 하나의 보증서처럼 작용한다.


레메디 엔터테인먼트도 마찬가지다. <맥스 페인>, <앨런 웨이크>, <퀀텀 브레이크>, <컨트롤>로 이어지는 일관된 서사 중심의 액션 게임과 독특한 초자연적 세계관 구축으로 팬층을 형성했다. 특히 최근에는 이 모든 게임이 연결된 '레메디 커넥티드 유니버스'를 구축하며 마블이나 DC와 같은 미디어 프랜차이즈 전략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스튜디오들의 성공은 단순히 게임 제목이나 캐릭터가 아닌, 게임 디자인 철학과 일관된 경험 제공이 새로운 형태의 IP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소울라이크'의 일가를 구축한 프롬소프트웨어의 <엘든링>


# IP가 가져오는 비즈니스적 이점


IP를 활용한 게임은 개발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며, 세계관과 캐릭터 자산을 확장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파이널 판타지>, <몬스터헌터>, <용과 같이> 등은 이미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권에서 높은 인지도를 가진 브랜드로, 중국어 리뷰 비율이 높은 게임들과의 연관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유비소프트의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는 IP 확장의 대표적 사례다. 2007년 첫 출시 이후 20개 이상의 정식 게임과 다수의 스핀오프, 영화, 소설, 웹시리즈로 확장되며 연간 수조 원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번 1분기에도 <어쌔신 크리드: 섀도우스>가 스팀 판매량 11위에 오르며 IP의 지속적인 가치를 입증했다.


<어쌔신 크리드: 섀도우스>


# 독창성과 IP의 균형, 미래 경쟁력의 핵심


<P의 거짓>을 개발한 라운드에이트 스튜디오가 차기작으로 <오즈의 마법사>를 소재로 한 액션 게임을 선택한 것은 영리한 전략이다. 이제 신작이라 하더라도 전통 서사, 대중문화, 과거 히트작의 '리부트'나 '확장판'의 형식을 빌려오는 전략이 점점 더 보편화되고 있는 시대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완전히 새로운 IP의 성공 확률은 5% 미만인 반면, 기존 IP를 활용한 게임의 성공률은 30%를 넘는다. 다만 IP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며, 게임성과 창의적 해석이 결합될 때 진정한 가치가 창출된다"고 조언한다.


스팀이라는 글로벌 플랫폼에서 IP의 힘은 단순한 브랜드를 넘어, 시장 경쟁력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인디포칼립스'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서, 그리고 창의적 표현의 새로운 방식으로서 IP의 활용은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IP와 창의성의 균형이 미래 게임 산업의 성패를 가르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에 나온 데이터는 TIG와 제휴한 중국 비영리 리서치팀 '스팀게임 데이터랩'에서 제공했습니다. 2015년 설립된 이 팀은 현재 중국에서 스팀 게임 판매 통계를 전문으로 하는 가장 전문적이고 권위 있는 비상업 팬클럽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현재는 10명 이상의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으며, 다수의 중국 인디게임 개발사 및 퍼블리셔와 긴밀한 협력을 하고 있습니다. 


매년 초 발표되는 '연간 국내 게임 판매 순위 및 시장 개요'는 주요 게임 매체에서 인용 및 보도되고 있으며, 업계에서도 상당한 인지도를 얻고 국내 게임 업계에서 폭넓은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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