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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룩백] “프란츠 카프카를 게임으로 읽는다고?”

자라나는씨앗 포스트모템 ① MazM의 탄생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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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나는씨앗(자라나는씨앗) 2024-10-04 14:25:17

급변하는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파악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TIG 룩백' 코너에서는 업계 전체에 도움이 될 만한 경험과 인사이트를 가진 개발사들의 발자국을 톺아보며, 그들의 등 뒤에 남겨진 살아있는 이야기들을 전해드리려 합니다. 


“프란츠 카프카를 게임으로 읽는다고?”


2024년 9월 30일 월요일, 애플에 <카프카의 변신>의 두 번째 심사 제출을 했다. 첫 번째 거절 사유가 간단한 것이라 빠르게 대처했고 이번 주 수요일에는 글로벌 동시 출시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9월을 마무리했다. 예상대로 10월 1일 애플 승인을 받았다.


<카프카의 변신>은 작가의 작가라고도 불리는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라는 고전문학 작품을 담은 MazM(맺음)의 신작 스토리게임이다. 지난 주 우리는 밤이 늦도록 게임의 디테일로 씨름했다. 올 초부터 기획을 시작한 작품이니 그간의 우리 게임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출시하는 셈이었다.


MazM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2018년의 <지킬 앤 하이드>부터라고 해야 하니 벌써 6년 전이다. 꾸준히 한 길을 걸어왔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많은 방황과 잘못된 선택의 순간들도 무척 많았다.


고전문학으로 게임을 만들겠다는 출발선과 목표를 분명히 지켜왔지만, 나름의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여러 갈래의 실험과 시행착오가 계속 되었다. 코로나19가 세상을 휩쓸던 약 3년이 지났을 때, 세상이 전례 없는 전염병에 움츠려 든 것 그 이상으로 우리도 한껏 움츠러들었다.


어느 날 돌아보니 우리는 무척 야윈 모습에 표정은 더욱 어둡고 비장해져 있었다. 우리는 무엇을 하려고 여기까지 온 것일까? 또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그 고민의 끝에 그리고 새로운 시작점에 2024년 신작 <카프카의 변신>이 있다. 이 작품이 우리의 모든 의도와 계획을 설명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무언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할 것은 분명하다. 


그리 오래된 회사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참신한 젊은 개발사도 아닌 MazM에게 기고의 기회가 주어졌다. 행운이다. 다섯 번에 나누어 MazM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MazM을 모르는 분들에게는 좀 낯선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왜 이렇게 하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확률에 의지하는 선택을 하기보다 확신을 따르는 선택을 했다. 그래야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다.


이제부터 MazM이 왜 이 길을 가는지 흥미롭게 지켜봐 주길 기대하며 이야기를 시작해본다. /기고=자라나는씨앗 김효택 대표, 편집=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10월에 출시된 자라나는씨앗의 신작 <카프카의 변신>

<카프카의 변신> 인게임 스크린샷
[TIG룩백 자라나는씨앗 포스트모템 5부작]
① MazM의 탄생-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꿈" (현재 기사)
② MazM의 방황- "새는 알에서 태어나기 위해 투쟁한다" (
바로가기)
③ MazM의 자아발견- "이처럼 음악 소리에 감동을 느끼는데도, 내가 벌레란 말인가" (바로가기)
④ MazM의 실험-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바로가기)
⑤ MazM의 비전- "진정한 기사도를 찾아서" (바로가기)


# MazM의 탄생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꿈"

"많은 것이 이미 이루어졌으나, 나는 그 이상을 이룰 것이다. 앞서 찍혀진 발자국을 따라 새 길을 개척하리라. 미지의 힘을 발굴하고, 창조의 가장 심오한 신비를 세상에 밝히리라!" -[1818, <프랑켄슈타인>, 메리 셸리]


우리 회사 이름은 ‘자라나는씨앗’이다. 


처음 회사를 설립할 때부터 ‘게임’과 ‘교육’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시작했다. 회사 이름에 그 목표가 담겼다. 처음 생각한 대상은 ‘어린이’였지만, 점차 ‘청소년’으로 그 대상이 바뀌었다. 그래서 게임 회사 중에는 찾기 힘든 한글로 된 특이한 이름은 앞으로 누가 바꾸자고 해도 바꾸지 않을 그런 이름이다. 회사의 존재 이유 즉, 미션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2014년 창립 다음 해에 초등학교 1학년을 위한 수학 게임을 첫 게임으로 출시했다. 하지만,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아니라는 것은 금방 알 수 있었다. 수학 같은 정규 교과 과목을 게임으로 녹이는 것은 ‘교육 효과’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게임은 재미를 바탕으로 한 ‘자발성’이 핵심인데, 결국 문제 풀이를 하고 있다면 그건 게이미피케이션을 담은 수학 앱이지 게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세상의 흐름도 초기에 애플 앱스토어를 중심으로 교육용 게임의 인기가 불타올랐던 것을 생각하면 그 열기가 빠르게 식어갔다.


자라나는씨앗은 초창기 시도에서 학습용 앱이 되느냐 게임이 되느냐-의 기로를 겪어 봤다.


2015년 초, 우리는 서너 명이 모여 스토리게임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유명한 ‘고전문학’을 스토리게임으로 만들어 보자고 했다. 


당시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세상은 이미 책을 읽지 않는 시대로 빠르게 변해가고 있었고, 온갖 디지털 콘텐츠가 아이들이 책을 읽는 것을 방해했다. 2008년 한국에 진출한 유튜브는 엄청난 속도로 콘텐츠 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었다. 2015년 유튜브 프리미엄이 발표되었고 한국은 이듬해 말에 출시되었다. 부모들은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넘겨주며 유튜브를 시청하게 했다. 


우리는 고전문학을 담은 스토리게임을 재미있게 만들면, 그 관심이 원작 소설에 대한 관심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어려서 일본 만화를 탐독한 것이 자연스러운 일본어 학습으로 이어졌던 것처럼 콘텐츠를 덕질하는 것은 누구도 강제하지 않는 자발적 학습의 전형으로 보았다. 


종이 프로토타입으로 <신데렐라>, <백설공주>, <로빈 후드>를 만들어 보았다. 다양한 게임 아이디어가 경쟁했지만, 결국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게임이 선택되었다. 작품은 모험이 가득 담긴 작품이 유리할 것으로 생각했다. 대상은 아직 ‘어린이’라는 생각을 벗어나지 못해서 동화 가운데서 골랐다. 


미국 작가 프랭크 바움의 1900년 작품 <오즈의 마법사>를 선택했다. 1년 반 뒤, 우리의 처녀작 <옐로 브릭스>가 탄생했다. 곧바로 <오즈의 마법사>의 등장인물인 양철 나무꾼의 이야기를 담은 <하트리스>도 출시했다. 비즈니스 성과는 거의 없었지만, 이 게임이 지금의 MazM의 첫 출발점이었다.



▲ NDC 2018에서의 김효택 대표 강연. 그 사이 시장 상황도 MazM도 많은 변화를 겪어왔지만, 자라나는씨앗이 초창기에 고민한 내용들은 지금도 유효한 지점이 많다. 시간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시청해보시길 추천한다.



이 과정에서 MazM이라는 브랜드도 만들었다. 앞으로 꾸준히 작품의 수를 늘려갈 생각이었기에 해외에서도 쉽게 부를 수 있는 이름을 만들어두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잘 사용되고 있는 MazM을 보면 그때 좋은 결정을 했다고 생각한다.


다음 작품을 선택할 때가 왔다. 변화를 시도해야 했다. 첫 작품이 상업적 성공을 하지 못했기에 다음 게임으로는 꼭 성공해야만 했다. 유료게임으로 실패했던 <옐로 브릭스>의 경험을 바탕으로 무료게임에 인앱결제 방식을 선택했다. 타깃 연령을 더 높였고, 10대를 넘어 20대까지 좋아할 작품을 찾았다. 스토리는 재미있으면서 인지도도 높은 작품을 골랐다. 영화나 뮤지컬로 다루어진 작품 중에서 신중하게 골랐다. 분위기는 어둡고 거친 느낌으로 만들려고 했다. 


선정된 작품은 스코틀랜드 작가 루이스 스티븐슨의 1886년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의 기이한 사례>였다. 이중인격을 다룬 매력적인 작품으로 우리는 약 1년간 이 게임을 팀 전체가 온 힘을 다해 정성껏 만들었다. 당시 우리는 뒤를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모두 마지막 도전이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킬 앤 하이드>는 2017년 11월 수능 시험이 1주일 연기된 날 출시되었고, 반응은 매우 좋았다. 몇 달 만에 국내에서만 50만 다운로드를 넘어섰다. 처음 경험하는 작은 성공이었고, 우리는 버그를 해결하느라 밤낮없이 고생하면서도 모두 기뻐했다. 




2018년 구글플레이 인디게임 페스티벌 탑3에 오른 <지킬 앤 하이드>


2018년 4월 구글플레이 인디게임 페스티벌에서 탑3를 수상하며 그해 각종 인디게임 수상 명단에 올랐다. 무명의 게임 회사가 세상 앞에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팀원들 모두가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당시 글로벌 출시를 앞두고 나는 두려움이 있었는데, 그것은 한국에서 만든 <지킬 앤 하이드>가 해외에서는 혹평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다. 원작 소설이 서양의 것이었고, 그들이 상상하는 캐릭터 또한 우리가 게임에서 표현한 것과 무척 달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그쳤다. 우리는 영어 등 몇 가지 언어를 추가하여 해외 시장에 도전했는데, 기대를 넘어서는 성과가 나왔다. 오히려 해외 유저들은 "어렸을 때 아빠가 읽어줬던 소설인데, 게임으로 다시 경험해서 너무 좋았다", "원작을 이렇게 훌륭히 다루어 주어 고맙다"는 등 극찬 일색이었다. 오히려 해외 반응이 국내보다 더 좋았다. 


<지킬 앤 하이드>로 큰 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위기를 넘어 작은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상황까지 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 작품도 생각할 수 있었다.

 

<지킬 앤 하이드>의 성공은 모두가 애쓴 덕분이지만, 특별히 매력적인 아트를 담당해준 새로운 아티스트, 그리고 MazM 게임의 연출을 담당하는 새로운 시나리오/연출자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실로 엄청난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짧은 시간 개인적인 성장도 이루어냈다. 


우리 팀은 다음 작품 또 그 다음 작품도 훌륭히 해냈다. <오페라의 유령>은 2018년 출시했는데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사랑받는 작품이고, 2020년 출시한 <페치카>는 ‘연해주 독립운동사’를 담은 역사 스토리게임이다. <지킬 앤 하이드>와 함께 모두 합치면 누적 1,000만 다운로드를 넘어서며 순항하고 있다.




<페치카> 2020 대한민국 게임대상 굿게임상 수상 당시 모습

 

<페치카>는 2020년 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BIC)에서 ‘Excellence in Social Impact’를 수상했고, 연말에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굿게임상’을 수상하며 의미 있고 자랑스러운 성과를 냈다. <지킬 앤 하이드>, <오페라의 유령>, <페치카> 세 작품은 기능성 게임이라는 카테고리에서 MazM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으로 기억되었다.


그해는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며 모두를 두려움에 떨게 했다. 그렇게 찾아온 코로나19의 광풍 가운데 MazM의 1막이 지나고 2막이 시작되고 있었다.

 

하지만, 2막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을 그때는 미처 몰랐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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