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3일 정식 출시 이래 잦은 서버 장애로 물의를 빚은 <디아블로 2: 레저렉션>의 환불 정책이 논란을 빚고 있다. 일례로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블리자드의 ‘환불의사 수용과 정확한 입장표명’을 요구하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에는 18일 현재까지 1만 4,300여 명이 동의한 상태.
약 9년 전 <디아블로 3> 출시 시점에도 이번과 같이 접속 장애로 인한 환불 요구 사태가 벌어졌다는 사실은 유념할 만 하다. 과거와 현재 각각의 <디아블로> 유저가 표출하는 불만의 내용과 피해 구제 상황을 함께 알아봤다.
현재 온라인상의 여러 게임 유저 커뮤니티에서는, ‘청약철회 규정 탓에 <디아블로 2: 레저렉션>을 환불받지 못했다’는 불만을 확인할 수 있다.
블리자드의 <디아블로 2: 레저렉션> 환불 규정에는 ‘플레이타임 2시간 내, 구매 후 7일 내’에 속하는 구매자들에 한정해 환불 요청이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정상적인 온라인 접속 및 온라인 플레이가 힘든 게임의 현 상태를 고려할 때, 이러한 환불 규정에는 현실성이 없다는 불만이 나온다.
이에 따라 일부 유저는 적극적인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한국소비자원 등 유관 기관에 피해 상담을 신청하며 보다 명확한 구제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소비자원은 “현재까지 <디아블로2: 레저렉션>과 관련해 수십 건의 상담이 이뤄진 상태”라고 밝혔다.
이들이 실제로 '피해'를 인정받아 블리자드와의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소비자원은 “일반적으로는 업체에 먼저 문의한 뒤, 일정(정책) 변경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 상담자에게 정식 피해구제 신청을 안내하게 된다. 다만 아직 신청을 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피해구제를 신청하면 소비자원은 이를 사업자 측에 통보한 뒤, 소비자 주장과 사업자 해명을 토대로 ▲서류검토 ▲시험검사 ▲현장조사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사실 조사를 실시한다. 그리고 해당 내용을 바탕으로 관련법 및 규정에 따라 양당사자에게 합의를 권고한다. 만약 사실조사 결과 사업자에 귀책사유가 없다면 합의권고 없이 사건은 종결된다.
반대로 합의가 무산될 경우 분쟁조절 절차로 넘어간다. 150명 이내 위원으로 구성된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조정에 나선다. 사건 심의·의결에는 상임위를 포함 3~11명 위원이 참여한다. 조정결정을 양측이 수락하면 조정이 성립하고, 아니라면 불성립한 채로 종료된다.
일련의 상황은 지난 2012년의 ‘<디아블로 3>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출시 직후 동시 접속자 수 40만 명 이상을 기록한 <디아블로 3>는 트래픽 과부하로 인한 잦은 접속 장애를 겪었다. 구매자들은 출시 후 수일이 지나도록 게임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등 직접적 피해를 봤다.
이에 소비자원의 상위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직접 진상 조사에 나섰다. 당시 공정위에 게임 출시 후 일주일 동안 전체 민원의 60%에 달하는 524건의 정식 피해 상담이 접수되는 등 논란이 가열됐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폭증하는 소비자 민원 해결의 적시성과 소비주기가 짧은 게임의 특성 등을 고려, 신속히 현장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유저들의 집단적 행동에 기관이 움직인 셈.
그 결과 공정위는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코리아의 전자상거래법 위반행위를 적발, 시정명령과 함께 8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적발된 위반 행위는 불완전한 계약서를 교부한 행위, 소비자의 청약철회를 방해한 행위, 구매 안전서비스에 미가입한 행위 등이다.
해당 위반사항 시정 지시에 블리자드는 40레벨 이하 이용자에 전액 환불을 결정하고, 이후 구매자에 대해서는 20레벨 이전 환불이 가능하도록 환불 정책 변경을 결정한 바 있다.
<디아블로 3> 사태 당시 공정위는 블리자드의 ‘청약철회 방해 행위’에 대해 “전상법에 따르면 소비자가 캐릭터를 생성해 게임을 이용하기 전까지는 단순변심에 의한 청약철회가 가능하다. 그러나 블리자드는 상품 구매 시 이를 불가하다고 표시함으로써 소비자의 청약철회를 방해(당시 전상법 제 21조 제1항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디아블로 2: 레저렉션>에도 이를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아보인다. 두 게임의 이용방식 차이를 고려하면 두 사례에는 무시할 수 없는 차이가 있다. <디아블로 3>는 온라인 접속 없이 게임 이용이 완전히 불가능했던 반면, <디아블로2: 레저렉션>은 오프라인 플레이가 가능하다.
따라서 '캐릭터 생성 이전에는 단순변심에 의해서도 청약철회가 가능하다'는 <디아블로 3> 당시의 해석은 <디아블로 2: 레저렉션>에는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유저들의 피해 인정과 보상 방안에도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는 <디아블로 2>가 출시되었던 21년전과 지금의 플레이 방식과 이해가 다르기 때문이다. 즉 온라인 플레이를 기본으로 생각하는 요즘과 온라인 플레이를 추가적인 서비스로 이해하는 과거 방식에 온도차가 있다. 즉 배틀넷 접속이 불가능해도 <디아블로 2 레저렉션>은 싱글로 플레이가 가능한 상품이라는 점이다.
반면 <디아블로 3>는 배틀넷 접속이 불가능하면 아예 게임을 플레이조차 할 수 없기에 상품을 이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이 차이를 상품 이용에 관해서 어떤 해석을 내리는지 여부가 소비자원의 판단을 가를 핵심 내용으로 전망된다.
다만 블리자드의 환불 정책 역시 서버 이슈를 감안하지 않은 상태로 정해진 것으로 현 상황에 대해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불리한 형태라는 지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