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 정부 및 연방정부로부터 성차별, 성폭력 문제로 조사와 고소를 당하고 있는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바비 코틱 CEO가 사원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자신의 연봉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선언했다.
10월 28일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된 공개서한에는 현재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처한 상황의 개괄과 앞으로의 대처, 여기에 임하는 임원진의 태도, 다짐 등이 종합적으로 설명되어 있다.
코틱 CEO는 “몇 주 전, 나는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업계에서 가장 호의적이고(welcoming) 포용성 높은(inclusive)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이와 관련하여 초기의 진척 상황 및 향후의 노력에 대해 알리고자 한다”며 서문을 열었다.
장기적 목표는 게임산업 내 ‘모범 직장’이 됨과 동시에 건강한 기업 문화를 꾸준히 표방하는 것. 코틱 CEO는 “우리에게 ‘호의적이고 포용성 높은 직장’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우리는 앞으로도 열렬히 생각을 교환하고, 건강한 비판을 수용하고, 우수함을 추구하며, 모든 일에 열정적으로 임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서로 존엄성을 지키고 존중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안전한 직장 환경을 만들지 못한 것에는 다시금 사과했다. 그는 “우리 기업의 가치가 실현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가드레일이 모든 곳에 있지 못했다. 이 때문에 사원들은 때로 자신의 문제를 신고하면서 안전함을 느끼지 못했으며, 문제가 즉각적으로, 적절하게 처리되지 못하곤 했다. 사원들은 크게 낙담해야 했다 이에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전했다.
코틱 CEO는 현재의 노력과 앞으로의 계획도 제시했다. 우선 기존에 가동 중이던 다양성 증진 및 직장환경 개선 노력을 최근 몇 달 사이 큰 폭으로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괴롭힘 방지 및 차별 방지 교육 예산을 세 배로 늘렸고, 유의미한 조직 변화를 꾀했으며, 직장 내 부적절 행위를 신고 및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개선작업에 많은 자원을 투입했다고 말했다.
서한은 특히 연방 기관인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의 도움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향후 모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방안 모색에 있어 EEOC의 검토(review)가 큰 도움을 줬다는 것.
EEOC는 2018년 9월부터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성폭력 및 괴롭힘 문제를 조사한 끝에 올해 6월 액티비전 블리자드에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합의안에 따라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1,800만 달러(약 213억 원) 규모 성평등 기금을 조성, 직원 보상과 재발 방지에 나설 예정이다.
코틱 CEO는 앞으로 지켜나갈 다섯 가지의 주요 과제도 제시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새로운 전사적 직장 내 괴롭힘 무관용 정책 도입
2. 여성 및 논 바이너리 직원의 비율을 전체 50%로 증가시키고 소수자 직원들의 기회 함양을 위해 2억 5,000만 달러(약 2,923억 원) 투자
3. 직원들의 피드백에 따라 성폭력 및 성차별 피해사건 관련 *강제 중재(required arbitration) 중단
(*근로 계약에서, 분쟁을 중재인에 의해 해결하도록 강제하는 조항)
4. 동일 임금 제도의 투명성 증대
5. 향후 진척상황 공유
마지막으로 눈길을 끈 것은 바비 코틱 본인의 급여를 대폭 삭감하겠다는 선언이다. 코틱 CEO는 “끝으로, 나는 우리의 모든 가용 자산이 업계를 선도하는 업무환경 조성에 투입되기를 바란다. 이에 따라, 이사회가 판단하기에 우리 기업이 젠더 관련 목표와 상기한 모든 노력을 완수했다고 판단할 때까지 내 총급여를 삭감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코틱 CEO는 이사회에 자신의 기본급여뿐만이 아닌 해당 기간 받게 될 모든 급여를 캘리포니아 주법에서 허용하는 한도 내 최소 수준으로 줄일 것을 요청해 승인받았다. 더 나아가 상여금과 주식 보상도 일절 수령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