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주얼게임은 캐주얼다워야 돈을 번다? 이상한 편견입니다. 스스로 한계를 그을 필요는 없겠죠. <훕스>도 그런 게임입니다. 기본기에 충실한 게임, 제대로 된 농구를 한번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디스이즈게임은 스타이리아 플랫폼 부분을 총괄하고 있는 손노리의 이정술 팀장을 만나 베일에 쌓여진 기대작 <훕스>를 이야기했다. 1998년 손노리의 법인설립시절부터 입사한 이정술 팀장은 <화이트데이>, <카툰레이서>, <몬스터 꾸루꾸루> 등을 개발해온 원년멤버 중 한 명으로 현재는 <러브포티>와 <훕스>의 개발에 한창이다.
“돈 잘 못 버는 회사라는 이야기를 듣는 손노리라지만, 글쎄요. 착하게 살다보면 언젠가 보답이 있지 않을까요(웃음). ‘테니스게임이 쏟아지는데 <러브포티>가 되겠느냐?’에서부터 ‘<프리스타일>이 나온 마당에 왠 농구게임이냐’까지 주위에서 여러가지 말들을 많이 듣고는 있지만 그다지 신경 쓰지 않습니다. ‘먼저’도 중요하지만 ‘완벽히 마무리된’ 게임을 보여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요.”
손노리 이정술 팀장
<훕스>는 어떤 게임?
착하게(?) 만들고 있다는 <훕스>는 올해 초부터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됐다. 일정대로라면 지금쯤 클로즈베타테스트버전이 나와야 하지만 <러브포티>의 개발일정이 늦춰지면서 2006년 초 게임공개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훕스>의 기획 당시 <프리스타일>의 클로즈베타테스트가 시작되고 엄청난 붐을 일으키기 시작했지만 개의치 않았단다.
“<훕스>는 <프리스타일>처럼 3vs3 길거리 농구를 베이스로 삼고 있지만 하프코트(반코트)와 풀코트를 선택해서 플레이 할 수 있습니다. 길거리 농구는 언제, 어디서나 가볍게 한 판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어쨌든 농구의 핵심적인 재미는 속공 플레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다 전술적인 플레이를 끌어내는 데에도 풀코트가 유리한 면이 많겠죠. 물론 3vs3 농구라는 점엔 변함이 없습니다.”
<슬램덩크>라든가 <열혈농구>와 같은 스타일의 농구게임을 상상했던 러프에게 이정술 팀장이 직접 선보여준 <훕스>는 이외의 모습이었다. 캐주얼이라는 단어에서 온 지레짐작 때문일까. 마치 디즈니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키는 듯한 캐릭터들의 유연한 움직임과 연출은 제법 그럴싸한 농구게임다운 외형을 갖추고 있었다.
“모든 동작을 ‘스타일리쉬하게 만들자’가 <훕스> 개발모토 중의 하나입니다. 유저가 일일이 입력해주지 않아도 화려하고 다양한 동작을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연출해주는 것은 농구게임의 기본적인 재미기도 하죠. 무엇보다 역할분담을 뚜렷하게 나눠 소홀해지는 포지션이 없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
<훕스>는 길거리농구의 상징적인 문화라고 할 수 있는 그래피티(스프레이로 그려진 낙서나 그림, 문자를 뜻하는 용어)와 음악 이 두 가지에 상당한 공을 기울이고 있다.
개발초기부터 <NBA 2K6>나 <NBA 스트리트>와 같은 게임을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훕스> 개발팀 주위에는 온통 ‘농구의 기본’에 대한 책자들로 넘쳐나고 있다.
보다 높은 완성도를 위해 그래피티의 경우 외부업체와 별도의 계약을 통해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음악 역시 개발력의 상당부분을 투자하고 있다. 일종의 카오디오처럼 유저가 다양한 음악을 선곡해 어깨를 들썩이면서 즐길 수 있는, 그런 게임을 추구해나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아이템전은? <훕스>는 정통(?) 길거리농구게임을 추구해나가겠다는 것인가?
“그건 일종의 강박관념이죠. 그런데 농구코트에 상자를 드롭하고 이걸 획득할 때마다 아이템을 쓴다거나하는 모습은 정말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또 유저의 코디를 바꿔주는 아바타 아이템 정도는 괜찮겠지만 게임의 밸런스에 영향을 주는 캐쉬아이템 판매 같은 건 절대 없을 겁니다”
원했던 바는 아니지만 과거에 개발한 <카툰레이서>에 캐쉬아이템을 도입했다가 고생했던 경험을 비춰 이정술 팀장은 말을 이어나갔다.
“캐릭터의 밸런스를 바꿔버리는 캐쉬아이템의 맹점은 ‘더 좋은’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게임은 점점 밸런스를 잃어가고 업데이트를 할 수 있는 폭도 줄어드는 것이죠. 아이템 역시 테니스게임은 테니스다운 기본기가 갖춰져 있어야 하고 농구게임은 농구게임다운 기본기가 갖춰진 상태여야만 유저가 납득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카트라이더>는 배울 점이 많은 게임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실력으로 자웅을 겨룰 수 있는 시스템을 바탕으로 하되 아이템으로 부가적인 재미를 주는 것. “돈을 쏟아 붓는다고 카트가 날아다니는 건 아니잖아요. 부분유료화 모델을 채택하고 있는 캐주얼게임의 가장 대표적인 벤치마킹대상이라고 할 수 있죠.”
<훕스>를 테스트하고 있는 개발팀
<훕스>의 아이템은 설명대로 의상이나 볼 등 캐릭터를 다양한 모습으로 꾸며주는 데 그칠 예정. 또 <스타이리아>의 기본적인 캐릭터가 <훕스>가 추구하는 스타일과 다르다는 판단 아래 게임 내에선 현실적인 체형으로 변형될 계획이다.
관심을 끄는 내용은 온라인게임으로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해설’이 <훕스>에 삽입된다는 사실이다. 수많은 반복플레이가 요구되는 온라인게임에서 해설의 존재는 오히려 맹점으로 작용할 우려가 많다는 질문에 대해 이정술 팀장은 엽기적이고 돌발적인 컨셉으로 ‘듣는 재미’를 강조한다고 설명한다.
“그렇다고 해서 하드코어(?) 길거리농구게임을 만들겠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패싸움 농구’ 같은 변칙적인 재미도 가미할 계획입니다. 두드려 패는 농구죠(웃음). 물론 기본에 충실한 바탕 아래에서 만들어야겠지만” 재미있는 발상이다.
“공개된 내용은 아니지만 <러브포티>에 볼베이더라는 미션이 있습니다. 테니스로 공을 쳐내 돌아다니는 상대를 맞추는 일종의 미니게임이죠. 시나리오 모드와 같은 내용도 삽입돼 있고요. <훕스>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본적인 내용 외에도 수많은 내용으로 부가적인 재미를 줄 계획이죠.
개발 초기단계에서부터 프로그래머분들에게 이러한 확장성을 고려해 ‘싱글플레이 게임’을 만들 듯 여러가지 가능성을 모두 고려해달라고 강조합니다. 처음에 만들긴 어렵지만 나중에 전체를 뜯어고친다든가 하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효율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에 충실한 게임
“앞서 설명한 내용이기도 하지만 아무리 엽기적인 컨셉을 내세우는 게임이라 해도 유저가 납득할 수 있는 기본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템을 구입한다고 해서, 레벨이 높아진다고 해서 슛이 백발백중 모두 다 들어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아이러니죠. 유저의 실력으로 승부가 판가름 나야지 캐쉬아이템으로 무장한 외형만 보고 ‘고수’가 되는 게 현재 온라인게임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이정술 팀장은 <위닝일레븐>을 예로 든다.
“잘 만든 게임일수록 유저의 숙련도에 따라서 큰 차이가 나지만 ‘보정’을 잘 하죠. <위닝일레븐>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실력이 현저하게 차이가 나도 점수차가 크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실력이 부족한 유저는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수세에 몰리고 있다는 기분을 강렬하게(?) 느끼지 않나요. 잘 만든 게임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훕스>가 그런 게임이 될 수 있을까요? 착하게 살다 보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