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을 막론하고 플랫포머 장르 게임을 보기 힘든 요즘, 한 1인 개발자가 관련 장르 게임 <도토리(DOTORI)>를 개발했다. 그렇다, 우리가 흔히 아는 그 '도토리' 맞다. 꽤 잘짜여진 모습에 코어 플랫포머 유저를 대상으로 한 이 게임은 작년 개발 근황이 공개된 이후부터 꾸준히 여러 유저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
개발자 인디브스튜디오는 <도토리>가 <슈퍼마리오>, <록맨>을 비롯해 최근까지 플레이한 <셀레스트>까지 여러 게임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꾸준히 도전하고, 경험을 토대로 이루어내는 성취감이 강하다"며 플랫포머 장르의 매력을 꼽았다. 물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장르기도 한 만큼 하나의 장르에서 여러 가지를 표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게임을 테스트한 테스터 대부분이 클리어하지 못했다고 할 정도로, 꽤 난이도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 "제법 어려워 보인다"는 기자의 말에, 인디브스튜디오는 "하드 플랫포머가 한다면 보통 수준일 것 같다"며 나름 겸손함(?)을 표하기도 했다.
플랫포머 게임을 좀 한다는 유저들에게는 도전할 만한 게임이 또 하나 등장했다. <도토리>는 2월 말, PC 스팀 플랫폼으로 출시한다. 타 플랫폼 역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 디스이즈게임 정혁진 기자
디스이즈게임: 플랫포머는 요즘 보기 드문 장르다. 더군다나 국내에서는 더더욱. 어떻게 이 장르를 선택하게 됐나?
인디브스튜디오: 플랫포머 게임이 줄어드는 추세이긴 한 것 같다. 하지만, 굳이 추세를 따르기 보다는 플랫포머 장르를 평소에 좋아했다. 최근 플레이한 <셀레스트>도 매우 재미있었다.
처음 게임을 만들기로 생각했을때, 내가 만들수 있는 역량과 계획한 시간 안에 최대한 퀄리티로 선보일 수 있는 장르를 고민했고, 생각 끝에 플랫포머 장르 게임을 개발해보기로 결정했다.
플랫포머 장르의 재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정말 클리어하기 힘들 정도의 구성이지만, 죽기를 반복하면서 계속 도전하다 보면 어느 순간 클리어를 하게 된다. 그때 느끼는 성취감은 꽤 대단한것 같다. 물론 어려움만이 재미는 아닐거다. 캐주얼하게 즐기는 것도 장르의 재미 중 하나다.
1인 개발이라서 그렇게 보이는 것도 있지만, 그래픽이나 시스템 등 외형적인 부분을 보면 신경을 제법 많이 쓴 모습이다. 게다가 첫 게임이라고 들었다. 많이 준비했겠다. 그간 개발 과정을 돌이켜본다면.
개발을 고민할 당시 모바일 플랫폼에 하이퍼캐주얼이 성행할 때였다. 시장도 어마어마하게 컸고.
내가 할 수 있는 역량이 적어 포기할까 생각도 했으나, 지금 상황에서 모바일 플랫폼에 도전하기 보다 다른 곳은 어떨까 싶어 PC로 다시 개발 해보기로 결심했다.
프로그램적 역량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해, 볼륨을 크게 잡지 않고 할 수 있는 양을 정한 후 개발에 착수했다. 그렇다고 게임성을 소홀이 여길 수 없어서, 역량 하에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점을 고민했고 스테이지와 레벨 디자인을 신경 써보기로 했다.
개발 기간은 1년 정도 된 것 같다. 유니티 엔진을 사용했다. 캐릭터나 각종 어셋은 특별히 수정을 거의 하지 않았다. 레벨 디자인은 좀 다듬기는 했지만. 한 가지 생각나는 것이라면, 원래 <도토리>를 2인 플레이로 할 수 있도록 개발 해놓기는 했는데 혼자 개발하다 보니 레벨 테스트를 할 수 없더라. 디자인을 할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혼자서 개발부터 기획, 출시, 사후관리까지 하려면 힘들지 않았나.
내가 하던 일과 관련 없는 것들을 익혀야 하다 보니 처음 시작할 때는 힘들긴 했다. 그래도, 좋아하는 장르를 만들기로 하다 보니 나름 진지하게 임한것 같다.
특별히 영감을 받은 작품은? 또, <도토리>는 이들에게서 어떤 점을 영향 받았나?
<슈퍼마리오>를 비롯해 최근 한 <셀레스트>까지. 일일히 나열하려면 많지만, 대부분의 플랫포머 게임을 경험했고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 경험한 게임을 보면 유저에게 계속 도전욕구를 주는 요소가 강했다. 그 점이 기억에 남는다. <The End is Nigh>라는 게임도 굉장히 어려운 게임이다. 게임을 시작하면 스테이지가 한 눈에 보이는데 "와, 저걸 어떻게 깨지?" 할 정도다. 그래도 많은 유저가 도전하고, 또 클리어를 한다. <도토리>도 그런 좋은 게임들의 느낌을 잘 담아내고 싶었다.
<도토리>의 재미는 어떤 부분에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뭔가 엣지 있는 부분이 있을것 같다.
'어려운 것'을 재미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는데(웃음), 어렵개 깨면서, 그에 상응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유저가 느끼는 부담도 적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스테이지도 꽤 짧게 구성되어 있어 죽더라도 빠르게 진행하던 곳까지 올 수 있다. 물론, 부담을 줄인다고 해서 죽은 곳에서부터 바로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슈퍼미트보이> 같은 느낌이라고 보면 된다.
처음 접했을 때 게임명이 <리코>였는데, 최근 <도토리>로 변경됐다. 변경된 이유는?
'리코'는 주인공 이름이다. 스팀에 동명게임이 있다 보니 바꾸는 것이 좋겠다고 주변에서 얘기를 해줘서, 게임 내 재화로 쓰이는 '도토리'를 게임명으로 사용했다.
주인공이 다람쥐이고, 스테이지를 플레이 하려면 게임 내 도토리를 모아서 사용해야 하기도 하고, 나름 수집요소가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도토리>라고 정했다.
공개 이후 해외 유저들에게도 반응을 제법 얻었다. 어떤 반응들이 있던가?
게임성에 대해서도 좋다는 의견을 많이 주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혼자서 이 게임을 어떻게 만들었나?"라는 것을 많이 궁금해 하더라(웃음). 혼자서 개발한 것이 맞다. 흥행을 떠나, 플랫포머 장르를 좋아하는 유저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도토리>의 스토리 설정은?
전형적인 플랫포머 장르 게임의 문법을 따른다. 다람쥐 '리코'와 여주인공이 도토리를 모으며 지내던 도중, 여주인공이 의문의 적에게 납치를 당하게 되고, 리코가 여러 방해를 돌파해가며 여주인공을 구출한다는 이야기다. 내용은 복잡하지 않다.
게임의 대략적인 구성이나, 스테이지는 어떻게 설정됐는지도 궁금하다.
4개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챕터는 약 20개로 구성되어 있어 대략 80개 스테이지를 플레이할 수 있다. 별도 모드는 없고 각 챕터마다 컨셉이나 기믹이 달라 이를 적절히 활용하며 돌파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 스테이지를 해금하려면 각 스테이지에서 획득한 도토리가 필요하다.
스테이지 내 기믹으로는 스피드를 활용하거나 뒤에서 쫓아오는 방해물에 닿지 않도록 빠르게 앞으로 움직이며 클리어하는 것도 있다. 발판을 오래 밟으면 떨어지기도 하고. 이중 점프나, 벽 점프를 활용하거나 물건을 들어 이를 활용해 미로를 벗어날 수도 있다.
또, 다양한 공략 방식을 고민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일반 점프보다 빠르게 달려 점프를 해서 돌파할 수 있는 곳도 있다. 숨겨진 루트라고까지 해야할 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완벽한 클리어를 위해서는 여러 곳을 누빌 필요가 있다.
참고로, <도토리>에는 중간 보스는 없고 마지막 보스 한 마리만 있다. 게임을 플레이하며 전달되는 스토리는 중간중간 영상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게임 로비를 보면 클리어 시간과 게임을 플레이한 시간, 얼마나 죽었는지 알 수 있는 '데스(Death)' 표시 등이 기록된다. 스피드런 같은 코어한 재미를 노리는 이들에게는 제법 도전 요소로 작용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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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러 조작을 추천하던데, 이유가 있나?
보통 플랫포머 게임을 보면 좌, 우만 신경쓴다. <도토리>도 비슷하기는 하지만 조작을 해보면 위, 아래 움직이는 것도 된다. 시각적인 풍부함을 위해서 적용했다. 여러 공략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데, 이런 것을 감안해 플레이 하려면 컨트롤러로 플레이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해외 출시된 여러 플랫포머 게임을 보면 극악의 난이도가 꽤 주목 받는다. 앞서 얘기한 <도토리> 얘기를 비춰 난이도를 생각해 보면 마냥 쉽지는 않을것 같다. 어떤가?
나는 굉장히 쉽다고 생각하는데, 게임을 테스터한 테스터들은 반대로 '굉장히 어렵다'고 얘기하더라(웃음). 현 빌드 기준으로 봤을 때 30데스로 2시간 30분 정도 걸려 클리어했다. 테스터 반응을 보고 레벨 디자인을 조정할까 고민도 했지만, 하드 플랫포머 취향으로 생각한 만큼 현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도토리>는 전반적으로 코어한 난이도긴 하다. 그래서 폭넓게 즐기는 것 보다 플랫포머를 좋아하는 유저가 재미있다고 생각됐으면 좋겠다. 어쩌면 그들에게는 어렵다기 보다 보통 정도일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해서 초반부터 좌절하는 경험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초반은 쉬운 기믹 위주로 형성되어 있다. 기믹을 경험하게 하는 스테이지도 있어 누구나 무리 없이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얘기한 건들은 이런 것들이 익숙해지고 충분히 응용할 수 있는 단계에서 접하는 상황이다.
다른 것도 중요하지만 플랫포머 게임은 스토리 설정이나 스테이지 설계가 중요하다. <록맨>이나 <마리오> 시리즈가 그랬던 것처럼. 어떻게 개발했나?
앞서 언급한 유명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전체적인 설정, 설계는 고전 플랫포머들의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개인적으로 자막이 있는(이를 통해 전달하는) 게임을 선호하지 않기도 하고 글로벌 출시 등을 감안했을 때 자막 보다는 전체적인 분위기, 간단한 영상으로 충분히 스토리를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1회성으로 게임이 끝나지 않도록 반복 플레이나 좀 더 몰입할 콘텐츠가 필요할 것 같다.
시간 단축을 위해 좀 더 빠른 루트를 찾거나 구석구석 숨겨진 도토리를 탐색하는 재미도 있다. 데스 횟수나 도토리를 먹은 양도 있고. 물론 클라이언트 단위로 기록을 초기화하는 기능이 있기는 하다. 데스와 시간, 스토리, 모두 초기화된다.
그밖에 점프 횟수나 일정 데스 갯수 달성 등 플레이를 하며 각종 업적도 달성할 수 있다. 숨겨진 요소도 제법 있어 여러번 플레이를 하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전체적인 플레이 타임은 어느 정도 될까?
글쎄... 계산해보지 않았는데, 어림잡아 약 5시간 되지 않을까 싶다. 업적이나 기타 달성 난이도를 제외하면. 물론 코어 유저의 경우에는 훨씬 줄어들 수 있겠지만.
원래 2019년 스팀에 출시가 예정됐다가 연기됐다. 올해 언제쯤 <도토리>를 만날 수 있나?
현재 퍼블리셔 사이코플럭스와 튜토리얼 번역, 마지막 버그 테스트를 하고 있다.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아마 2월 말에 출시될것 같다.
PC 외 콘솔에서도 출시할 계획인가? 모바일에서도 출시하면 좋을텐데.
미정이기는 하나, 닌텐도 스위치로도 출시할 계획이다. 타 플랫폼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최대한 열어두고 있다.
이후 계획은?
오픈 준비를 하면서 추후 추가할 스테이지를 조금씩 만들고 있다. 오픈 이후 일정 시점이 지나면 20개 정도 추가로 선보일것 같다. 반응이 괜찮으면 좀 더 확장해서 추가 DLC를 내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
이외로 <도토리>와 별개로 별도 신작도 개발하고 있다. 플랫포머 장르는 아니고, 만든 노하우를 적절히 활용해 횡스크롤 액션 RPG를 만들 생각이다.
플랫포머 게임 내 모드를 제공해 유저가 스스로 스테이지를 만들어 공유하는 것도 좋겠다.
고려는 했지만 아직 역량이 부족해 출시 빌드에는 넣지 못했다. 출시 후 반응이 괜찮으면 제작 툴을 제공할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한 마디.
열심히 개발하고 이제 막바지 단계다. 플랫포머 유저에게 최대한 많은 재미를 경험하도록 노력했다. 재미있게 즐겨주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