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게임사가 겪는 많은 어려움은 게임 개발 자체보다 경영이나 게임 운영과 같은 비개발 영역에 있다. 설립된 지 일 년 언저리의 신생 게임사 '제로게임즈'에게는 이런 어려움이 더 크게 느껴질 만 하다. 지난 4월 3일 발표한 라인게임즈의 제로게임즈 인수도 이런 배경에서 진행됐다.
제로게임즈는 작년 <R0>로 깜짝 데뷔하며 이름을 알렸다. 올해 초에는 자회사 엑스엔게임즈 <카오스 모바일>까지 크게 흥행하며, 제로게임즈 설립 이후 론칭한 MMORPG를 연달아 히트했다. 특히, <R0>의 경우 개발 기간이 6개월에 불과하다. 신생 게임사가 놀랄만한 개발 속도를 선보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성공에도 게임사는 게임 운영 등에 관해 큰 어려움을 겪었고, 엑스엔게임즈 대표가 교체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박장수 제로게임즈 대표는 "경영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인수 배경을 밝혔다.
27일, 라인게임즈 본사에서 박장수 제로게임즈 대표와 김민규 대표를 만났다. 박 대표는 모회사와 자회사 대표 겸임으로 논란이 되었던 엑스엔게임즈에 관해서도 입을 열었다.
디스이즈게임: 만나서 반갑다. 제로게임즈가 생소한 독자가 많을 것 같다.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박장수 제로게임즈 대표: 처음 인사드린다. 작년 3월, 초기 인원은 15~20명으로 시작했다. <R0> 론칭 시점에는 30명이었다. 지금은 조금씩 늘려 50명 규모다. 기본 10년 차 이상의 베테랑이 모여 게임을 만들고 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제로게임즈와 자회사 엑스엔게임즈는 <R0>와 <카오스 모바일>을 연달아 히트했다. 전망이 좋은 회사가 빠르게 인수를 결정한 이유가 궁금하다.
김민규 라인게임즈 대표: 제로게임즈는 신생 게임사이지만 특별하다. 개발 속도도 빠르고, MMORPG를 중심으로 개발한다. 라인게임즈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DNA가 아니다. 그래서 라인게임즈와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여 인수를 추진했다.
박장수 대표: 마찬가지다. 인수 합병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제로게임즈에게 부족한 역량의 문제였다. 특히, 경영과 관련된 부분이다. 그래서 진행하게 됐다.
김민규 대표: 부연 설명을 하겠다. 박 대표는 개발에 더 집중하고 싶어 했다. 다시 말해, 개발 외적인 부분에서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제가 제로게임즈 공동대표로 나서고, 박 대표는 개발이사를 겸임해 개발 위주로 활동에 나설 수 있게 됐다.
320억 규모의 인수다. 신생 게임사 인수 규모치고는 적지 않다.
김민규 대표: 제로게임즈의 개발력에 좋게 평가했다. 또 지금까지 제로게임즈가 거둔 성과를 고려하면, 인수 규모가 큰 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에 미래 가치를 고려하면 훨씬 더 많은 것들을 이룰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제로게임즈 경영이 얼마나 힘들었나? 특별한 일이 있었을까?
박장수 대표: 저는 개발자다. 사업 쪽은 무지하다. 그래서 경영을 믿고 지낼 수 있는 라인게임즈와의 만남은 제로게임즈에게 좋은 기회였다. 제로게임즈와 저는 개발에 더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퍼블리싱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퍼블리셔는 경영을 해주진 않는다. 회사에는 능력 있는 전문 경영인이 필요했다.
그렇다면 왜 라인게임즈였나? 1년 사이에 굵직한 MMORPG 2개를 만든 제로게임즈다. 많은 회사가 관심 가졌을 것 같다.
박장수 대표: 김민규 대표의 경영 마인드였다. 김 대표와 여러 차례 만나며 이야기를 나눈 결과, 개발자인 제가 회사 운영을 전문 경영인처럼 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자회사 편입 이후에) 개발을 제외한 모든 부분은 라인게임즈에 일임하기로 했다.
현재 박장수 대표는 제로게임즈와 자회사인 엑스엔게임즈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엑스엔게임즈 대표의 경우, 전임 이규락 대표가 물러나며 대표직을 수행하게 된 경우다. 경영에 무지하다고 했는데, 왜 대표직을 맡았나?
박장수 대표: 솔직하게 말씀드리겠다. 사람을 못 구했다. 이규락 전 대표도 개발자다. 저도 개발자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직을 수행할 사람을 찾았지만, 전문 경영인을 구하지 못했다. 엑스엔게임즈 대표는 (공석이 되지 않기 위해) 임시직에 가깝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카오스 모바일> 운영은 라인게임즈가 맡게 되나?
김민규 대표: <카오스 모바일> 운영에 관해서는 아직 박 대표와 논의 중이다. 아직까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없다. 아직까진 제로게임즈와 엑스엔게임즈가 (인수 전처럼) 게임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엑스엔게임즈가 제로게임즈의 유령회사라는 주장이 일부 매체에서 나왔다. 실제로는 두 회사가 긴밀한 협력 관계로 시작했다고 알고 있다. 두 회사의 관계에 관해서 설명해달라.
박장수 대표: 엑스엔게임즈는 처음에 <카오스 모바일>이 아닌 다른 MMORPG를 제작하고 있었다. 저희 팀(제로게임즈)에서 게임 개발에 도움을 줬고, 카오스 IP를 입혔다. 긴밀하게 협력했다.
다만, 저와 이규락 전 대표 사이에서 실제 게임 운영에 관해서 의견이 충돌했고, 각자 게임을 서비스하기로 했다. 그래서 엑스엔게임즈와 제로게임즈가 있다. 하지만, 최근 경영과 운영 이슈로 이 전 대표가 힘들어하여 제가 잠시 인수를 한 상태다.
규모가 크지 않은 회사에서 협업은 꽤 빈번한 일이라 이해가 된다. 다만, 당시에 입장을 밝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처럼 큰 논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박장수 대표: 이것도 경영상의 문제다. 유저 입장에서는 필요한 설명이었을 것이다. 라인게임즈와 함께하고 있다면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저는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이게 저의 부족함이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제로게임즈의 MMORPG는 성공적이었다. 내부에서 판단하는 성공 원인이 있을까?
박장수 대표: 주위에서 성공에 관하여 많이 물어본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분석해보지 않았다. 그보다도 <카오스 모바일>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아직 MMORPG가 주류라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성공 포인트를 매주 업데이트를 이어가면서 기존 MMORPG가 도전하지 않았던 콘텐츠를 게임에 추가한 점을 꼽고 싶다. 예를 들어, 자동 사냥으로 클리어할 수 없는 레이드나, 퍼즐 형식의 콘텐츠, 또는 독특한 공략법의 던전 등이 있다. 개발진이 계속해서 이런 부분을 시도하고 있고, 유저 분들은 이런 부분을 좋아해 주신 것 같다.
라인게임즈는 엑스엔게임즈 인수 키워드를 '개발 속도'와 'MMORPG'로 꼽았다. 그렇다면 엑스엔게임즈는 계속해서 MMORPG만 개발하나?
김민규 대표: 박 대표와 계속 논의를 하고 있다. 다양한 도전이 이어질 수 있다.
제로게임즈는 신생 게임사이면서 중소 게임사다. 회사를 세우고, 게임을 출시하고, 어느새 라인게임즈가 인수했다. 이 모든 것이 일 년 사이에 펼쳐진 일이다. 느낀 부분이 있을까?
박장수 대표: 게임 개발이 어렵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개발자 입장에서 개발 자체보다는 개발하고 난 다음이 정말 어렵다. 특히, 운영이나 경영이 어려웠다. 사실 당연한 부분이다.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는 경영과 운영 모두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신생 게임사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제 경험에서는) 경영에 관해서는 전문가를 섭외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렇다면 더 큰 성공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엑스엔게임즈 계획은 어떤가? 신작을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박장수 대표: 거대한 청사진보다는 서비스 중인 게임에 집중하고 싶고, 그러고 있다. <카오스 모바일> 콘텐츠인 레이드 등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단은 게임 콘텐츠를 계속해서 만들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욕심 있을 것 같다.
박장수 대표: 차기작이 늦어지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지금은 <카오스 모바일>에 집중하고 싶다. 서비스하는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에게 큰 만족을 주고 싶다. 개발사의 역할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경영과 사업을 맡은 분들이 시장 개척하면 따라갈 것이다.
인터뷰 내내, 박 대표가 게임 개발을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게임 개발 철학이 있을까?
박장수 대표: 게임 철학은 딱 하나다. 게임은 무조건 재밌어야 한다. 비난과 욕과 관계없이, 제 입장에서는 재밌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항상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회사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함께한 팀원에게 한마디 해달라.
박장수 대표; 항상 고맙다. 정말 감사하고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