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에 열린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는 게임 이외에도 볼거리들이 많아 참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물론 그 선두에는 레이싱걸이 있었다.
흥행은 대단했다. 그렇지만 그 열기는 맥주 거품처럼 쉽게 가라앉았다. 레이싱걸은 단지 행사 참가를 위한 ‘미끼’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그렇게 게임과 레이싱걸과의 만남은 일회성인 듯 했다.
하지만 지스타와의 만남이 계속 이어진 레이싱걸이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정주미. 정주미가 디스이즈게임 독자에게 인사를 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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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버튼(▶)을 누르면 정주미의 인사말이 담긴 동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1>
"그냥 편하게 물어 볼께요.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게임 좋아하세요?"
유난히 눈이 많았던 올 겨울. 1월달 동장군의 기세는 무서웠다. 추운 날씨를 헤집고 약속 장소에서 간신히 만난 레이싱걸
내가 레이싱걸
온라인 게임이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면서 인기 연예인들이 간혹 게임 모델로 발탁되는 경우가 있다. 인터뷰할 때 꼭 게임을 좋아하는 지 물어본다. 게임을 잘 알지 못하는 연예인과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면 그야말로 뜬 구름잡는 이야기에 머물기 때문이다.
"게임을 잘한다고 말할 수 없는데요. 오빠랑 함께 <스타크래프트>와 <카트라이더>를 했어요. <스타>는 내가 어렸을 때 잠시 즐겼었구요. 지금은 시간이 날 때마다 <카트라이더>로 신나게 놀지요. 오빠는 무지개색 장갑인데 저는 이제 겨우 파란색 장갑인걸요.
공동묘지맵이 아직도 어려워요. 길이 좁구요. 잘 부딪쳐요. 제가 위치감각이 없어 가끔 앞뒤를 헷갈릴 때도 있거든요. 그리고 U자 드리프트의 손끝 감을 느끼는 것도 쉽지만은 않죠."
게임을 알게 된 것은 오빠의 영향이 크다. 정주미 집에는 PC가 1대. 오빠와
강원도 강릉이 고향인
그녀가 꼽는 PC방의 재미는 바로 야식거리다. 저녁 식사나 야참 대신 뜨거운 컵라면을 후후 불어먹을 수도 있고, 500원짜리 양념된 오징어다리를 잘근잘근 씹어 먹는 것도 PC방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다.
<빅샷> 캐릭터들과 사진을 찍은 정주미
<2>
지스타 기간동안 넥슨의 부스걸로 활동하자,
아쉽게도 그녀가 맡게 된 게임은 바로 <빅샷>.
"<카트라이더>를 맡게 될 줄 알았는데 잘 모르는 게임을 맡았어요. 그게 <빅샷>이었죠. 캐릭터가 귀여워 눈에 띄었어요. 하지만 내가 잘 알아야 보다 재미있고 즐겁게 일할 수 있기 때문에 솔직히 걱정됐답니다. 게임을 접할 시간은 많지 않았구요."
지스타 첫 날, 넥슨 부스에서 단연 주목을 끌었던 이는 '한결미소' <카트라이더>의
하지만 정주미는 조금씩 눈길을 끌어모았다. 흰색 망사 스타킹에 방긋 웃고 있던 그녀의 모습이 관람객들에게 호감을 샀던 모양인가 보다.
"지스타가 총 4일간 열렸죠? 사람들이 북적거린 지스타의 분위기는 정말 좋았어요. 하루에 한번씩 머리스타일을 바꿨어요. 다행히 절 알아보는 관람객들이 생기면서 점차 즐거워졌죠."
지스타 빅샷 부스걸로 활동했던 정주미
그녀는 붙임성이 참 좋다. 레이싱걸은 마냥 도도할 것이라는 편견은 그녀를 지켜보고 있다면 한낱 편견에 불과하다는 걸 느낀다. 그녀는 주위 사람을 잘 챙긴다. 한번 얼굴을 알게 된 사람을 마주치면 '밥먹었냐"라고 말을 건네며 안부를 꼭 챙긴다. 레이싱걸을 전문으로 사진 찍는 모임에서도
결국 그녀의 행동과 인간성은 넥슨에게 호감을 얻어냈다. 그리고 마침내 <빅샷>의 전속모델이 되는 행운까지 거머쥐게 됐다.
"클로버를 이렇게 따서, 이렇게 먹어봐요. 앙!"
"때로는 본드걸처럼"...슈팅게임인 만큼 총을 잡은 포즈를 요청하자 이렇게...
<3>
수많은 사람들에게 상품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환한 미소를 날리는 레이싱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만큼 여러가지 에피소드가 생기기도 한다.
가끔 엉큼하게 찍힌 자신의 사진이 악용될 경우 마음이 상하기도 한다. 레이싱걸의 고충이란 어떤 게 있을까? 레이싱걸로 행사장에 참가할 때 가장 고생하는 부위를 말한다면 바로 발이다.
“대부분 40분간 행사장에서 일을 하게 되면 보통 20분간 휴식을 취하게 되죠. 일 자체를 즐긴다면 그리 힘들지는 않아요. 하지만 신발이 불편해 발이 붓는 경우가 종종 일어나죠. 이럴 때 간간히 붓기를 가라앉히는 스프레이를 뿌리거나 퇴근 후 발맛자시를 받기도 한답니다.”
하지만 정작 레이싱걸 활동을 하면서 그녀의 시력은 많이 낮아졌다.
밝은 빛을 품어내는 후레시가 터지면 눈이 부시다. 하지만 눈이 부시다고 질끈 감을 수도 없는 노릇. 사진을 찍는데 이쁜 모습만 보여줘야 할 게 아닌가? 그래서 두 눈을 부릅뜨고 카메라를 쳐다봐야 한다.
하지만 이 정도는 기꺼이 참아낼 수 있다. 행사장에 온 사람들이 즐거워 할 수 있다면.
<정주미가 말하는... 행사장에서 이것만은 삼가주세요.> 1. 모델 앞에서 바닥에 눕지 마세요. - 사진에 다리가 길어 보인다고 하지만 그렇게 찍으면 속옷이 보일까봐 모델들이 신경을 쓰기 때문에 예쁜 포즈를 잡을 수 없답니다. 2. 자꾸 앞으로 숙이라고 말하지 마세요. - 앞으로 숙이면 가슴이 보이잖아요. 그런 거 싫어요. 3. 신체 특정 부위만 찍지 마세요. - 그런 사진을 보면 마음이 아프답니다.
디스이즈게임 로고인 손모양을 보여주는 정주미. 아래는 응용 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