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로 빗대어 본다면 이진희(23)는 운영 능력이 탁월한 선수다.
<스타크래프트>는 종족별로도 구분짓지만 전략과 운영으로도 나뉜다. 이진희는 동물적인 감각과 탁월한 지략에 따라 초기 빌드 중심의 전략이 돋보이는 선천적 천재형이기 보다는 반복적이고 피나는 연습으로 자신의 결점을 고치고 점차 실력이 낳아지는 후천적 노력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비교를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으리라. 이진희는 키 174cm와 볼륨감있는 몸매와 함께 조막만한 얼굴에 오목조목한 이목구비를 갖춰 시선을 주목받아야 하는 MC로서 기본적인 자질을 타고났다기 때문에 '이진희는 외모에 경쟁력을 갖춘 MC'라고 말할 수 있다.
선천적이라고 단정짓기에 그녀의 활약상은 조금은 도드라져 보인다. 외모를 밑천으로 내세운 게임자키들은 게이머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방송에 등장한다. 하지만 그들은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던 사례들을 우리는 수없이 지켜봤다. 외모로 시청자를 사로잡는데는 어느정도 한계가 있다는 것은 다들 아는 사실.
이진희는 이런 점에서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이진희'라는 이름 세글자를 시청자에 알리기는 데 그녀의 외모가 큰 역할을 맡았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시청자와 출연자의 대화를 조율하면서 매끄러운 윤활유 역할을 해야 하는 MC의 자질을 외모로만 평가할 수도 없는 노릇.
스타크래프트에 백지였던 이진희가 처음 온게임넷의 <더 리플레이>를 맡았을 때 말이 많았다. 유닛의 이름을 제대로 알지 못해 시청자로부터 놀림을 당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말못하는 얼굴마담'이라며 비아냥거리는 글도 있었다.
자신을 무덤덤한 성격이라고 말하는 이진희도 이런 소리에 마음이 편할 리 없다.
그녀는 "<더 리플레이> 제작진들이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이 없다며 시청자의 의견을 관심으로 듣고 꾸준히 노력하라'라고 말하면서 나를 위안해줬다"면서 "언젠가 노력하면 나아지지 않겠냐"고 웃으며 말했지만 당시 이진희가 입었을 내상은 상당하리라.
온게임넷 <더 리플레이> 녹화현장. 오른쪽은 김도형 스타크래프트 해설위원
<더 리플레이>의 안방마님을 맡은 지 벌써 3개월째. <스타크래프트>의 프로그램을 받고 있는 진행자가 게임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하다는 점은 아직까지 지적받고 있지만 이진희에 대한 재해석이 등장하고 있다. 이진희식 진행방식에 대해 긍정적인 목소리가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다소 요란한 느낌의 게임방송 프로그램과 달리, 온게임넷 <더 리플레이>는 이진희의 차분하고 군더더기없는 진행이 돋보인다고 평가를 받고 있다.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던 게이머들의 시선에도 뭔가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패션 모델 출신이 방송 진행 경험이 많을 리가 없다. 연예경력을 조심스레 물어보니 횟수로 8년차다.
97년 중학교 2학년 시절 길거리에서 캐스팅이 됐다. 최연소 모델로 패션잡지와 의류카달로그 모델로 활동했다. 당시, 이요원의 대타로 주목을 받았다고. 길거리 모델에 캐스팅이 됐던 매력을 물어봤더니, 덤덤하게 대답한다.
"어렸을 때 키가 컸어요. 중학교 2학년 때 167 cm 였어요. 그래서 다른 애들에 비해 눈에 잘 띄었어요. 결국엔 그게 계기가 돼서 안양예고와 동덕여대 방송연예과에 들어가게 됐어요."
그녀는 요즈음 '중고신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모델경력은 오래됐지만 케이블방송에 등장하게 된 것은 얼마 안됐기 때문. 특히, 고 3 이후로 4년간 외부활동을 중단하면서 그녀는 대중들의 기억에서 조금씩 잊혀지고 있었다. 2004년 하반기부터 음악전문 케이블방송 KMTV의 <리빙룸>, <KM뉴스> 등을 진행하면서 조금씩 도약을 꿈꿔왔다.
하지만 그녀의 근성을 깨우는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이진희는 2004년 11월, KBS 아침드라마 <그대는별>에서 '혜인'으로 등장, 호된 경험을 치뤘다. 주인공인 '인경'(한혜진)과 '정우'(김승수)가 서로 만나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는 부잣집 역할을 맡았던 것. 드라마가 익숙치 않았던 터라 '혜인'의 역할을 만족스럽게 소화해내지 못했다.
그 결과, 연기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그녀는 VJ에 머물지 않고 진정한 연기자로서의 꿈을 꾸고 있다. 그리고 2006년에는 본격적으로 도전해볼 생각이란다.
"제가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은 제 주위에 저를 도와주는 분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솔직히 실력보다는 저를 예쁘게 봐준 탓이라고 하겠죠. 연기는 꼭 잘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