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만족시킬 완벽한 리메이크는 없다. 누군가는 원작의 좋은 점을 극대화하기 원하고, 누구는 나쁜 점을 개선하기 원하며, 버그와 그래픽만 고쳐주길 바라니, 모두를 만족시키기란 불가능하다.
‘명작 리메이크’의 조건이 까다로운 이유다. 일단 “왜 리메이크를 했냐”는 질문에 답부터 할 수 있어야 한다. 원작이 지닌 명성에 걸맞은 변화와 결과물도 함께 보여줘야 한다. 거기에 원작을 해 본 사람들도 혹할만한 이유도 준비해야 한다.
<데몬즈 소울> 리메이크가 11월 12일 발매를 앞두고 있다. 시리즈를 탄생시킨 첫 작품임에도, 정작 시리즈가 대중적 흥행을 거두고 나서야 뒤늦게 조명된 게임. 11년 하고도 두 번의 콘솔 세대가 교체되고 나서야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한 <데몬즈 소울> 리메이크. <완다와 거상> 리메이크를 맡은 '블루포인트 게임즈'와 <데몬즈 소울>과 <블러드본>을 작업한 'SIE 재팬 스튜디오'가 공동 개발에 나섰다.
디스이즈게임은 ‘SIE 재팬 스튜디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개빈 무어(Gavin Moore)에게 <데몬즈 소울> 리메이크가 원작의 매콤함을 어떻게 살려냈는지 직접 물어봤다. /디스이즈게임 박성현 기자
이전에 맡은 작품인 <완다와 거상> 리메이크는 충실한 원작 구현이라는 방향성을 잡고 스크립트까지 다시 활용했었다. 이번 <데몬즈 소울> 리메이크는 어떻게 작업했나?
개발진 모두 원작을 엄청나게 좋아한다. 리메이크 작업을 더 신중하게 한 이유다. 우리 모두 원작이 지닌 비전을 있는 그대로 살리고 싶었다. 그리고 게임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플레이 방법이나 AI 그리고 기획들은 전부 그대로 뒀다. 대신 원작 핵심 요소를 가져와 저희 엔진(블루포인트 엔진과 툴셋)으로 PS5의 퀄리티에 맞도록 재작업했다.
재작업하니 떠올랐는데, 리메이크된 맵들이 세밀한 요소 하나하나까지 원작과 일치한다. 그렇지만 몇몇 구간은 적과 함정 배치가 달라진 것 같은데.
전혀 바뀌지 않았다. 지형 묘사가 더 세밀해졌고 그 때문에 다른 점이 있어 보일 수 있다. 게임을 보고 뭔가 변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실제로 적 배치부터 공격해오는 방향이나 방법은 원작과 완전히 동일하다.
볼레타리아를 더 생생하고 개성 있는 세계로 만들고 싶어 더 세밀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PS5 강력한 성능 덕에 이것저것 많이 추가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건 꽤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다시 플레이해보면 (원작과 동일한 요소를 느끼면서도) 완전 새롭게 느껴질 거다.
<데몬즈 소울>은 소울 시리즈 초기작인 만큼 불완전하고 매끄럽지 못한 점이 있었다. 개발진은 원작 게임의 어떤 점을 불편함으로, 어떤 점을 수정하지 말아야 될 개성으로 봤나?
리메이크에서는 확실히 꽤 많은 부분이 수정되었다. 원작은 11년 전에 나왔으니 말이다. 우리는 이걸 “삶의 질을 바꿨다”고 불렀다. 여러분이 플레이하는 최신 게임들과 같은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서 정말 많은 걸 바꿔야만 했다.
하나 예를 들자면 카메라 시점이 있다. 카메라가 벽을 통과해버리면 곤란하지 않은가. 낙사할 일을 줄이기 위해 물체 충돌 크기도 조정했다.
원작에선 팬들이 악용하던 ‘꼼수’도 꽤 많았다. 이제는 다시 못할거다. 잘 알겠지만 그런 건 게임을 시시하게 만들 뿐이다. 반면 건드리지 않은 것도 꽤 있다. 이런 것들은 세계관, 그러니까 <데몬즈 소울> 스토리 일부가 되었다고 생각한 것들은 손대지 않았다.
원작의 갑옷과 아이템 그리고 무기 등은 그대로 유지했다. 11년 전과 동일한 장소를 찾아가면 원하던 아이템을 다시 사용할 수 있을거다. 그리고 하나 더 말하자면 팬들을 위해서 신규 갑옷과 아이템 그리고 무기도 추가했다.
그러고보니 아주 중요한 변화를 하나 말하지 않았다. 바로 회복 아이템이다.
그러고 보니 회복 아이템 사용 장면은 트레일러에서도 나온 적이 없다. 회복 아이템은 여전히 ‘풀’이 맞나?
‘회복초’를 사용해 회복하는 방식은 그대로다. 원작은 회복초를 99개 씩 들고 다닐 수 있는 걸로 기억한다. 맞나? 즉 PVP가 불공평하다는 얘기다.
여러분이 보스 스테이지에서 힘겹게 싸우고 있다 가정하자. 그러다 갑작스럽게 다른 유저가 침입해온다면? 이미 회복 아이템을 잔뜩 사용했는데, 상대에겐 회복 아이템이 99개나 있다. 상대를 어떻게 죽일 수 있겠나? 상대에게 깨지는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회복 아이템에 휴대 가능 상한선을 뒀다. 가장 효율적인 회복템 ‘암월초’는 10개만, 가장 효능이 약한 ‘초승달초’는 50개씩 들고다닐 수 있다. 효능에 따라 무게도 다르게 했다. 암월초는 무겁게 초승달초는 가볍게 말이다. 이제 회복 아이템을 어떻게 들고 다닐지 생각해볼 필요가 생겼다. PVP도 꽤 공평해졌고 말이다.
PVP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다크 소울 3> ‘불사의 전투’ 투기장 같은 PVP 콘텐츠도 추가되나?
<다크소울 3>의 신규 아레나 같은 콘텐츠? 사실 PVP용 투기장을 넣어볼까 생각도 해봤다. 아쉽지만 다른 콘텐츠를 추가할 여력이 없었다. 모두가 만족할 PS5 론칭 타이틀이 되기 위해 개발진 모두가 분주했다. 물론 팬 여러분이 원한다면 향후에 추가할 수 있다.
원작에서 마법이 ‘밸붕’이라는 말이 많았다. 밸런스는 조정됐나?
마법이 밸런스 붕괴라고? 나는 꽤 좋아했는데. (웃음) 전 다르게 생각한다. 마법사 직업은 게임 초반이 엄청 불리하다. 전투도 약한데 죽는 건 금방이고… 이렇게 힘들수록 받게될 보상이 좋아야 하는 법이다.
사족이긴 한데 PS5 그래픽 덕에 마법을 쓰는 재미가 있다. 모든 마법에 실시간 광원 연산이 적용된다. 만약 긴 통로에서 화염구를 영창한다고 하자. 그러면 화염구가 날아가며 통로를 밝히는 모습과 적이 불에 휩싸이는 모습을 보게 될거다. 마법은 어두컴컴한 곳을 환하게 비추기도, 나무나 풀숲에 불울 붙여버리기도 한다.
원작에는 ‘지역 성향’처럼 의도치 않게 게임을 어렵게 했던 시스템도 있다. 이는 수정됐나?
수정되는 것도 아닌 것도 있다. 지역 성향은 다시 돌아오지만 원작과 동일하다. 오프라인에서는 플레이어 선택에 따라 지역 성향이 결정될 거고, 온라인에서는 플레이어들의 행동이 지역 성향에 영향을 끼친다. 우리는 지역 성향을 더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만들었다.
“아 보아하니 나는 지금 백 성향에 가깝구나”하고 바로 알아차릴 수 있게 말이다.
낮은 아이템 획득 확률은?
사람들이 진짜 싫어하던 문제 중 하나다. (도전과제, 강화 등) 필요한 아이템이 나올 확률은 백만 분의 일에 가까우니 말이다. 그래서 드랍 확률을 개선했다. 그 외에도 신규 아이템도 추가했다. 이 아이템들은 여러분의 모험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거다. 예전처럼 희귀 아이템을 모으는데 열중할 필요는 없다. 이런 개선점들은 팬들이 해왔던 ‘파밍’을 좀 더 쉽게 하기 위해서다.
답답했던 사다리 타기 속도나 그 외 유저 편의성을 염두에 둔 부분이 있을까?
사다리를 훨씬 빨리 오르내릴 수 있게 됐다. <데몬즈 소울>에서 O 버튼은 달리기 용이다. O 버튼을 꾹 누르면 사다리에서 두 배 속도로 오르고 내릴 수 있다.
‘뛰어넘기’ 기능 튜토리얼도 추가했다. 게임 곳곳에서 해당 기능을 쓸 수 있지만, 정작 “이걸 쓸 수 있다”고 게임이 알려준 적은 없었다. 그래서 “여긴 뛰어넘을 수 있어요!”라고 보여주고 싶었다. 게임 내 특정 지역에서 써볼 수 있을 거다.
그러고 보니 ‘긴다리 갑옷 거미’와 싸울 때 8방향으로 구를 수 있어 보이던데.
정확히 짚어냈다. 트레일러로 보셨다시피 이제 8방향으로 구를 수 있다. 게임이 좀 더 공평해졌다는 느낌이다. 4 방향 구르기는 전투 방식을 원치 않게 제한시켰으니 말이다. 가령 엄청나게 좁은 곳에 있다고 치자.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구르는 건 불가능하다. 구를 곳이라고 해봐야 딱 한 곳, 뒤 분이다. 적 쪽으로 굴러봐야 죽을게 뻔하다. 그렇지만 이제는 다양하게 구를 수 있고, 대상 주위를 돌 수 있다. 이걸로 게임이 쉬워진 건 아니지만 조금 더 재밌어지긴 했다.
그렇지만 트레일러로는 확인 불가능한 것도 있다. PS5 컨트롤러 듀얼 센스의 햅틱 기능이 어떻게 쓰이는지 궁금하다.
<데몬즈 소울> 리메이크에서 해보고 싶었던 게 있다. 더 날 것 그대로, 실제로 거기 있는 듯한 ‘다크’한 느낌의 전투를 원했다. 그렇다고 애니메이션이나 모션 프레임을 수정하면 게임 플레이를 바꾸게 돼버리니, 이런 건 개발진 모두 원치 않았다.
그래서 햅틱 피드백을 사용하기로 했다. 햅틱은 시각 음향과 컨트롤러에 내장된 모터가 함께 작동한다. 만약 칼을 휘둘러 적 방패를 맞춘다면, 철검이 철방패를 때리는 장면과 그에 맞는 소리가 출력된다. 햅틱은 철과 철이 부딪치는 ‘손맛’을 컨트롤러를 통해 여러분의 손으로 전달한다.
그럼 철 검으로 나무 방패를 때릴 때는?
맞다. 철로 나무를 때리는 느낌을 준다. 햅틱이 주는 현장감이 엄청나다.
적 공격을 받아쳤을 때도 재밌다고 생각한다. 플레이어가 제대로 받아쳤음을 화면으로 확인하기 전에, 이미 손으로는 그 결과를 알아낼 수 있다. 이게 엄청 짧은 시간이라 하더라도 그만큼 버튼을 누를 시간이 더 생기는 거다.
게임을 하면서 가장 빠르게 익숙해지는 것 중 하나가 햅틱이다. 이런 기능이 있었나 가물가물해질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기능이 빠지는 순간 엄청나게 섭섭해진다. 마치 오래된 친구와 이별하는 느낌이랄까.
돌이켜보면 옛날 게임들의 진동이 얼마나 거칠고 요란스러웠는지... 그때는 게임 개발이 끝나갈 때쯤에 진동 기능을 추가했다. 가령 용이 포효하면 컨트롤러를 떨리게 만드는 식으로 말이다. 이제는 개발 초기 단계부터 햅틱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
발매가 몇 주 안 남았으니 개발진들이 QA를 거쳤을 텐데, 제일 어려웠던 구간은?
마지막 질문이 될 거 같다. 이번 리메이크를 데몬즈 소울 완성판으로 봐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