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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스타 2021] "450만 다운로드를 기록해도 수익성이 낮았으니..."

스토리게임으로 '임팩트' 남기려는 자라나는씨앗 김효택 대표의 고민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재석(우티) 2021-11-18 15:58:23

18일 문을 연 지스타 컨퍼런스에서 맺음(MazM) 시리즈로 이름난 자라나는씨앗의 김효택 대표가 '게임과 스토리텔링 그 한계를 넘어'를 주제로 강의했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스토리게임을 통해 어떻게 가치를 전달할 수 있을지, 그리고 수익성 극복을 위해 향후 어떤 도전에 나설지 공개했다. 스토리게임의 방법론과 캐릭터(성)의 중요도, 게임을 잘 만들었지만 더 많은 수익으로 연결되기는 쉽지 않았던 자라나는씨앗의 치열한 고민을 함께 만나보자. 

 


  


 

# 스토리게임은 무엇인가?

김효택 대표는 '스토리게임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으로부터 강연을 시작했다. 

 

어떤 사람들은 비주얼노벨을 게임으로 분류하지 않지만, 캐릭터의 심리 묘사나 대화 진행, 선택 분기 등의 요소를 갖추고 있어 스토리게임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연애 시뮬레이션이나 추리물 등 다양한 장르를 보유하고 있다. <투 더 문>으로 대표되는 스토리 어드벤처는 자라나는씨앗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공간 경험을 통해 깊이 있는 몰입감을 주는 한편, 미니게임이나 수집 요소가 포함되어 게임적 요소가 강화된 형태를 띠고 있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더 라스트 오브 어스> 등 인터랙티브 드라마는 3D 모션 그래픽의 기법 등을 통해 실사 체험과 유사한 효과를 준다. 몰입감 확대를 위해 손을 들어 올려 물건을 치운다거나, 싸울 때 타이밍에 맞춰서 버튼을 누르는 섬세한 기능 등이 들어가 있다. 대화와 선택 분기가 존재해 한 번의 게임으로 모든 스토리를 보지 못하기도 한다.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는 한편 그 퀄리티가 높기 때문에 많은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조금 더 모바일 기기에 특화된 게임도 있다. 대화형 스토리게임은 컷신 대신 가벼운 대화형 스토리를 즐기는 한편, 콘텐츠를 유저 선택을 통해 구매하는 BM을 통해 인기를 얻었다. 버프스튜디오의 <세븐 데이즈>를 국내 대표 성공 케이스로 볼 수 있다. 오직 텍스트만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텍스트 어드벤처 또한 모바일에서 인기가 많다. 이런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곳은 <서울 2033>의 반지하게임즈다.

  


 

# 스토리게임, 결국 남는 건 캐릭터

 

김효택 대표는 대화 진행, 스토리 분기, 선택 요소, 다양한 엔딩, 수집 요소, 미니게임, QTE(퀵 타임 이벤트)가 스토리게임이 본질이 아닌 방법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스토리게임의 본질을 캐릭터성, 세계관과 설정, 스토리텔링이라고 역설했다. 다양한 설정과 그 속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부각되어야 하며, 결국 하나의 이야기를 소비했을 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것은 다름 아닌 캐릭터였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일본 게임 업계에서도 '스토리는 사라지는데 캐릭터는 남는다'는 격언이 있다고 강조했다.

 

게임이 빠르게 잘 나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고민들이 고스란히 유저들에게 전달해야 유저들이 게임을 오래도록 즐기게 할 수 있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자라나는씨앗은 2015년 스토리게임을 만들기로 하고 <오즈의 마법사>를 배경으로 한 <옐로브릭스>를 만들었고 뒤이어 <MazM: 지킬앤하이드>로 이름이 알려지게 됐다.

 

김효택 대표는 고전 명작 소설들이 뮤지컬,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로 재창작되고 있지만 게임은 매우 부족한 현실에 주목했다. MazM 브랜드는 그렇게 시작됐다. 사실 고전 소설 게임화는 내부 인원들이 플롯을 만들 힘이 없다는 데서 출발했다. 이미 검증된 플롯을 빌려와 게임으로 만든 것이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소구력 있는 아이템이지만 저작권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도 있었다.

 

MazM 브랜드로 나온 <지킬앤하이드>는 ​450만, <오페라의 유령>은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MazM: 페치카>로 첫 오리지널 스토리게임을 만들었다. 연해주 독립운동사를 배경으로 만들었는데, 전체 다운로드 50만 중에 한국에서는 15만 다운로드를 받았고, 나머지는 해외 다운로드다. 자라나는씨앗은 스토리가 재밌으면 어느 나라에서든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봤고, 이러한 시도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요즘 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메타버스, NFT 등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꾸준히 문학작품과 역사, 문화에 대한 스토리텔링 게임을 만들 계획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페치카> 등 오리지널 스토리를 계속 만들면서 삶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임팩트 게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 번 보고 날아가는 휘발성 이야기가 아니라 훨씬 더 오래 남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것이다.

  


 
# 400만 다운로드를 찍어도 돈이 안 됐던 '맺음'...왜?

 

그러나 자라나는씨앗은 2021년 초 고민에 빠진다. 마케팅 지출 없이 수백만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유저들의 평가도 긍정적이었지만 수익성은 낮았던 것이다. 초기 비용을 받지 않는 자라나는씨앗 게임을 하는 이들 중 유료 결제를 하는 사람은 전체 2%에 불과했다. 과금 유저들의 반복 구매가 중요한데, 스토리를 파는 형태의 게임이다 보니 특성상 콘텐츠도 유한했다. 유저들은 '돈을 내고 싶어도 할 게 없다'고 이야기했고 김효택 대표는 '팔고 나면 끝'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회사는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본질적 물음에 봉착했다. 지금 방식의 스토리게임을 더 많이 만들자는 주장과 다른 방식으로 재밌는 스토리게임을 만들어보자는 주장이 대립했다. 결론적으로 자라나는씨앗은 MazM 게임에 텍스트양이 너무나도 많았다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 <지킬앤하이드>는 4만 단어, <오페라의 유령>과 <페치카>는 각각 20만 단어였다. 

 

과다한 텍스트 때문에 MazM 게임을 멀리하는 사람이 있지는 않을까라는 우려가 들었다. 이 게임을 실행하면 계속 글을 읽고 터치하는 과정이 반복되었다. '이게 원래 스토리게임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게임 유저에게 보편적인 형식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김 대표는 자사 게임이 게임적 장치가 아닌 대화에 의존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요컨대 '텍스트 읽기가 중심인 게임이 유저 경험과 게임 재미를 제한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번역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비용 절감을 위해 현지 프리랜서를 찾아 나서는 수고도 있었다. 팬 번역도 일정 부분 이루어졌지만 20만 단어는 그저 팬심으로 번역을 하기엔 너무나도 많은 분량이었다.

 

 

# 자라나는씨앗의 텍스트 절감 프로젝트

  

 

그래서 자라나는씨앗은 대화가 없거나 적은 <플로랜스>, <샐리의 법칙>, <그리스>, <저니> 등 비주얼과 음악으로 이야기를 들려준 시도에 주목했다. 이런 기술적 요소들은 여러 방법으로 스토리텔링에 사용되고 있었고, 장르의 한계와 고정관념으로부터 과감한 시도를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스토리게임을 계속 제작하겠다는 자라나는씨앗의 기조를 지키기 위해 김 대표는 스토리텔링을 위해 게임의 다른 요소를 사용하는지, 재미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스토리텔링을 쓰는지 등을 스토리게임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그는 게임이야말로 스토리텔링을 하기에 가장 고도화된 매체라면서, 음악과 연출 등 메카닉 요소를 적극 도입하기로 마음먹었다.

 

고전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게임화한 <다이 크리쳐>는 4만 자를 넘지 않는다. 창조물과 피조물 사이의 비틀어진 관계에 의해 받은 상처를 치유한다는 콘셉트의 신작은 박사가 아닌 피조물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게임은 현재 지스타 BIC관에서 전시 중이며, 연말 중 얼리억세스로 출시된다. 주인공이 받은 상처를 탄막으로 표현하여 게임적 요소를 배가시켰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작품의 본질은 '스토리게임'으로 탄막슈팅 마니아를 만족시킬 난도는 아니기 때문에 해당 장르명은 최대한 사용하지 않고 있다.

 

<하이드 앤 씨크>는 팬덤이 있고 설정도 깊었던 <지킬앤하이드>의 스핀오프로 케이트라는 주인공이 런던을 돌아다니며 똑같은 사건을 추적한다는 콘셉트의 게임이다. 카드로 만든 주사위를 통해 전투를 벌이는 전략게임이지만, 마찬가지로 전략성과 덱빌딩 요소를 일차적으로 두지 않았다. 카드 전투의 맥락도 스토리 전달의 방향에 맞게 디자인됐다. 바로 어제(11월 17일) 구글플레이에 3개 스테이지를 해볼 수 있는 체험판이 출시됐다. 

 

김효택 대표는 앞으로도 스토리게임을 도전할 것이라면서 "숨겨진 재미로 가득한 세상을 만듭니다"를 캐치프레이즈로 공개했다. 뻔한 재미가 아니라 깊이 있는 재미, 아무나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재미를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또 앞으로 자라나는씨앗은 낯선 공간에서 진행되는 솔깃한 이야기를 통해 삶의 가치를 재조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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