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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만으로 장르를 바꿔버리는 텍스트 어드벤처가 있다?

OOI 2021 인터뷰 (1) 텍스트 어드벤처 '오드.'

디스이즈게임(디스이즈게임) 2021-12-09 10:38:36

한국의 실험 게임 페스티벌 아웃 오브 인덱스(Out Of Index, OOI)가 올해로 7번째 문을 연다. OOI는 전 세계의 실험 게임 작품들이 한발 앞서 소개되는 현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찍이 <레플리카>, <피코파크> 등의 게임이 게이머와 스트리머의 선택을 받기 전부터 OOI 무대에 섰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온라인 방식으로 개최되는 이번 행사에서는 총 여섯 작품이 선정됐다. ​OOI 주최 측은 한국의 게임 문화 연구자​들과 선정작 개발자 간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디스이즈게임에서도 여섯 건의 인터뷰를 함께 만날 수 있다.

 

선정된 게임은 오는 11일 OOI 홈페이지에서 체험할 수 있다. 데모 파일을 받거나, 원격으로 접속해 게임에 접속하는 방식이다. /편집= 디스이즈게임 김재석 기자

 

외부 원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드.>(Ord)는 단 세 단어로 표현되는 상황을 이어나가는 작은 텍스트 어드벤처 모음집입니다. 극도로 단순한 게임 구성은 플레이어에게 자신의 상상력으로 공백을 채우며 모험을 즐길 수 있게 합니다.

 


 


Q.아웃 오브 인덱스: 퀘스트(Quest) 에피소드에서는 던전이라는 상황이 중심적으로 제시되는데, 텍스트 기반 어드벤처에서 던전의 의미는 여러 모로 고전 텍스트 어드벤처와도 맞닿는 부분이 있습니다. 던전이라는 공간을 에피소드의 배경으로 선택한 의미는 무엇일까요?

A. Mujo Games & Stuffed Wombat: 예, 익숙한 스테레오 타입의 던전이 포함되었죠. 게임의 프로토타입이 되었던 첫 부분을 만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좀 더 오리지널한 어떤 것을 생각해낼 여력이 없었습니다. 게임 전체적으로는 <츄즈 유어 온 어드벤처​>(Choose Your Own Adventure) 책 시리즈의 영향을 받았는데, 이 시리즈에서도 던전이 종종 등장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Q. 게임의 전개는 키워드 하나에서 연상하는 두 개의 단어 기반 분기로 이루어지는데, 이 선택분기를 통한 이야기 진행은 기획시 사전에 먼저 이야기의 방향을 정하고 그에 맞는 키워드를 붙이는 방식이었나요, 아니면 가능한 여러 키워드들을 나열하고 거기서 말이 안되는 단어들을 제거하면서 만들어진 것일까요? 실제 진행을 보면 같은 단어에서 이어지는 다음 분기가 매번 동일하지 않고 랜덤하게 나타나는데, 이야기의 제작 방식이 궁금합니다.

A. 주어진 키워드들은 한 이벤트의 일부일 뿐이며 이벤트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디서나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웃긴 리액션들을 생각하곤 했는데, 예를 들어 어떤 때는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신 상황을 여러 이벤트와 연결되는 시퀀스로 바꾸었고, 어떤 때는 스크린 상의 세가지 단어 전부를 하나의 온전한 이벤트로 삼기도 했고, 또 어떤 때는 흥미진진한 선택을 넣고 싶어져서 답(키워드)들을 먼저 만들기도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무척 신나는 혼돈의 과정이었는데, 아마도 top-down (하향식), bottom-up(상향식), sideways-around(측면식) 등 부지불식간에 여러 게임 디자인 테크닉들을 섞어 사용했던 것 같네요.

 


Q. 고전 텍스트 어드벤처 <조크>(zork​)에 대한 오마주가 들어있어 팬으로서 매우 기뻤습니다. 고전적인 텍스트 어드벤처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게임인데 텍스트 어드벤처의 어떤 점을 더 계승하고자 했는지, 그리고 어떤 점이 텍스트 어드벤처의 매력인지 듣고 싶습니다. 또 직접 타이핑해서 단어를 입력하는 텍스트 어드벤처가 <오드.>의 양자택일 구조로 넘어오게 된 배경과 의도, 그리고 그 차이가 가져오는 경험의 변화는 어떠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A. 게임을 만들던 시점에 저희 중에 <조크>를 실제로 플레이 해본 사람은 없었습니다. TV쇼 척 (Chuck)에서 그 게임에 대해 들어보기는 했지만요. 아마도 <조크>가 저희의 영혼에 깃들어있었나 봅니다! 

질문을 받고 제가 어제 <조크>를 플레이 해봤는데, 매우 멋진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저희도 파서 게임(parser game)을 만들고 싶은데, 글 작업량이 만만치 않을 것 같네요. <오드.>를 만들 땐 너무 많이 글 작업을 하고 싶지 않아서 개발 초기부터 한 번에 한 단어만 쓰기로 했었습니다.

화면에 두 개의 선택지만 제공하는 아이디어는 <패스터 댄 라이트>(Faster Than Light​)의 자이언트 에일리언 스파이더(Giant Alien Spider)​ 이벤트에서 얻은 것입니다. 이 이벤트에서 플레이어는 자이언트 스파이더들에 맞서 싸울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크루를 내보내는 선택을 할 수 있는데, 보낸 크루가 사망할 확률이 너무 높아서 절대 그 선택을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그 이벤트를 보자마자 자동적으로 그러한 결정을 내렸었는데, 나름 만족스러운 결정이었습니다. 슬프게도 <오드.>​에서는 이러한 일을 너무 많이 해버렸지요.

 
Q. 퀘스트 에피소드와 월드(World) 에피소드는 단순히 에피소드 차이가 아니라 장르적 차이까지로도 느껴졌습니다. 퀘스트는 롤플레잉, 월드는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받아들여졌고, 하이스트(Heist)는 액션 어드벤처 게임을 플레이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오로지 단어만을 나열하는 것으로 장르적 분위기까지를 살려내는 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그리고 이런 장르적 차이는 실제 의도된 기획인 걸까요?

A. 맞습니다! 원래는 퀘스트만 만들 생각이었는데, 사운드 효과를 넣고 싶어졌고, 그러다 보니 4개의 새로운 이야기를 추가하는 데까지 갔습니다. 새로 추가하게 된 이야기들은 실험적인 측면들이 있는데, 재미를 주기 위해 만든 것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개발툴을 좀 더 학습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 이야기들은 퀘스트를 만들었을 때 저희가 세웠던 규칙들을 깬 경우가 많아요. 하이스트는 타임루프에 갇히는 거고, 파울 띵(Foul things) 에피소드는 극도로 어려우며, 시뮬레이션 게임은 하나의 시뮬레이션이죠! 제 생각에 포털이 나오는 부분은 퀘스트와 너무 비슷하고 좀 지루했던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은 실험들이 플레이어들에게 재밌지 않게 여겨질지라도, 매우 광활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것은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마음에 안 드는 게 많을지라도 플레이어들은 불평할 수 없을 겁니다!

 


Q. 월드의 경우 다른 에피소드와 달리 두 개의 선택지가 대체로 윤리적, 가치적 판단을 묻는 경우가 두드러집니다. 월드 스토리 기획에서 이런 점은 의도된 것일까요? 아니면 다루는 주제 자체에 의해 자연스럽게 나타난 결과물일까요?

 

A.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하나의 단어가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다양한 여러 선택을 내릴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프롬프터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월드를 만들면서 우리는 플레이어에게 다양한 가능성을 줄 수 있는 공간의 활용에 주안점을 두면서 퀘스트에서는 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플레이어의 이전 선택이 반영되는 연속적인 공간을 구축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 지점에서, 그러한 스토리의 구축을 통해 우리가 이루려 했던 것에 각 게임의 방식이 잘 들어맞는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전 선택에 따른 후속 상황을 묘사할 때 그 재현은 필요에 따라 구체적일 수도 있고, 방대해질 수도 있습니다. 이같은 관점과 스케일로 인해 우리는 스토리상에서 좀 더 윤리적인 질문들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Q. 로딩창에서도 로딩(Loading)의 L이 빠진 'oading만' 나오고 게임 제목도 워드(Word)에서 W가 빠지는데, 이 생략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A. 제목을 고민하다가 '워드'로 결정하고 싶었는데, 이걸 스토리 상에서 아무도 알아보지 못할 것 같아서 “W”를 지우고 거기에 대신 로고를 넣었습니다! 로딩 화면의 경우엔 같은 농담을 두 번하면 더 재밌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그렇게 했습니다. 

[인터뷰어: 이경혁, 박이선, 김지윤, 박수진 / 번역: 나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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