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구의 인디 게임사 '케세라게임즈'는 지난 7월 설립된 서브컬쳐 풍 모바일 리듬게임 <칼파>를 만든 곳이다. <칼파>는 리듬게임계에서는 적잖은 입소문을 탄 게임으로 텀블벅에서 1,700여만 원을 모금했고, 글로벌 4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칼파>는 주문 제작한 아케이드 컨트롤러를 들고 나와 지난 지스타 BIC 쇼케이스에서 관객 투표 1위를 거머쥐기도 했다.
디스이즈게임이 만난 케세라게임즈는 아케이드 리듬게임을 향한 '존중'이 넘치고 있었다.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고 싶어서' 인디게임 스타트업이라는 모험을 시작한 이들의 목표는 무엇일까? <칼파>에서 모바일 기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20일, 케세라게임즈 박재현 대표와 오시환 CTO를 만났다.
좌측부터 박재현 대표, 오시환 CTO
Q. 디스이즈게임: 케세라게임즈는 무슨 뜻인가?
A. 케세라게임즈: 케 세라 세라(Que Sera Sera)에서 왔다. '될대로 되라'는 뜻으로 어느 드라마에서 사용했는데, 원래 뜻은 '무엇이든 될 것이다'에 가깝다. 그 의미가 인상깊었다.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어서 케세라게임즈라고 지었다.
Q. 회사의 결성 과정이 궁금하다.
A. 현재 회사 대표와 패터너(리듬게임에서 패턴을 짜는 사람)가 예전에 한 음악 회사에서 작은 게임을 개발한 적 있다. 그 프로젝트가 유독 패턴에 대한 반응이 좋았다. 얼마 안 되지만, 유저들이 재밌게 플레이해주셨다. 얼마 못 가서 회사 사정으로 그 프로젝트가 중단됐는데, '우리끼리 즐길 게임을 만들자'라고 의기투합해서 따로 게임을 만들기로 했다. 거기서 인원이 추가로 필요해서, 대표가 대학교 앱 개발 동아리에서 만난 후배를 군대에서 전역하자 마자 꼬셨다. (웃음)
Q. 대표와 패터너, 동아리 후배 이렇게 세 사람이 출발한 것인데 지금 규모는 어느 정도 되나? 각자 맡은 역할은?
A. 대표는 유니티 엔진 개발, 패터너는 패턴 개발, 후배는 회사 CTO로 서버 개발과 함께 기획과 스토리를 맡고 있다. 현재 직원은 9명 규모다. <칼파>에 계속 새로운 콘텐츠를 넣어서 볼륨을 추가하고 싶어서 그것을 다듬는 사람이 4~5명 정도 된다. <칼파> 이외에 다른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어서 그쪽으로도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
Q. 스프링캠프라는 벤처캐피탈 지원을 받았는데 어떤 절차를 거쳐서 투자를 받았나?
A. 소개를 받아서 미팅을 했다. 우리 게임의 사업성을 떠나서 케세라게임즈가 얼마나 음악게임과 리듬게임을 사랑하고, 또 그 시장을 키우고 싶다는 의지를 설명드렸다. 그 부분에 대해서 좋게 봐주셔서 투자를 결정하신 듯하다. 사무 공간과 소정의 시드머니를 투자받았다.
Q. 그런 열정으로 시작했다가 생존 문제에 봉착해 어려움을 겪는 인디 개발자가 적지 않다. 케세라게임즈는 지금 어떤 상태인가?
A. 리듬게임을 좋아하는 마음만은 여전하다. 게임을 만드는 재미도 여전하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칼파>를 좋아하고 즐길 수 있으면서도, 돈을 쓸 수 있게 하는 게임으로 어떻게 만들까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 물론 포커싱을 맞춘 것은 불쾌함 없는, 최대한 즐거운 리듬게임이다.
Q. 그래서 돈은 좀 버셨나?
A. 하고 싶은 게 많아서 버는 족족 재투자하고 있다. 돈 버는 게임보다는 재밌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 기업적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재미와 이윤 사이의 선을 잘 지키는 게 앞으로도 중요한 부분이다. 그럴게 계속 <칼파>를 유지하고, 또 새로운 게임을 발전시키는 회사가 되고 싶다. 인디게임의 수익화가 어려워서 단발성 프로젝트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는데, 우리는 우리 성과를 유지하는 게 목표다.
Q. 직원 규모를 9명까지 키우면서 지원사업에 공모하지는 않았는가?
A, 지원 사업에 우리 핏(fIt)을 맞추고 싶지 않았다. 대체로 메타버스, AI, VR, K-콘텐츠 같은 쪽으로 맞춰서 사업을 제출해야 하는데, 우리는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자는 취지로 시작된 팀이라서, 굳이 거기(지원사업의 과제)를 따라가고 싶지 않더라. 그렇게 니즈를 맞춘 게임이 재미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편이 훨씬 재밌을 거라는 생각으로 밀고 나가고 있다.
각자 작업 중인 케세라게임즈 직원들
Q. 지원사업을 한 군데도 안 넣은 건가?
A.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넣었는데, 많이 떨어졌다. 그래도 성남시에서 진행하는 인디크래프트에 참여했고, 지스타 BIC 부스 지원도 받게 됐다.
Q. 지스타에서 꽤 많은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했다고 들었다.
A. 한국에 모바일 리듬게임을 만드는 기업이 많지 않다 보니, 지스타 B2C관에서 여러 국내외 게임사들로부터 반응을 얻었던 것 같다.
Q. 리듬게임 <칼파>의 지스타 전시가 BIC 쇼케이스에서 관객 투표 1등을 기록했다. 아케이드에서 쓰일 법한 컨트롤러까지 직접 준비했던데 어떻게 만든 건가?
A. <칼파>가 지금은 모바일밖에 없는데 PC나 닌텐도 스위치 이식도 생각하고 있다. 언제 출시할지는 모르겠지만, 지스타를 찾은 유저분들에게 미리 컨트롤러 경험을 선사했으면 좋겠다고 뜻을 모았다. 우리를 비롯해서, 오락실 컨트롤러야말로 적지 않은 리듬게이머들이 가장 먼저 접했던 컨트롤러일 것이다. 그런 느낌을 다시 선사하고 싶었다.
주문 제작을 하려고 알아봤는데, 2021년에 아케이드용 리듬게임 컨트롤러를 취급하는 회사가 거의 없었다. 딱 한 곳 찾게 되었고, 이곳에 주문 제작을 발주했다. 그런데 그 회사 사장님이 좋은 취지를 가지고 있다며 컨트롤러를 무상으로 후원해주셨다. '리듬게임을 이렇게까지 하는 곳은 없는데 힘내라' 하시면서 그냥 주신 거다. 정말 보람찬 마음으로 준비할 수 있었다.
지스타에서 주문제작한 컨트롤러를 배경으로 한 오시환 CTO
Q. 아케이드 리듬게임에 대한 리스펙(Respect)이 느껴진다.
A. 정말이다. <칼파> 자체가 예전에 리듬게임을 즐겼던 분들이 새로운 환경(모바일)에서도 그런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아케이드 리듬게임이야말로 우리 근간이다. 그래서 우리 게임 UI를 봐도 탑다운 방식이다. 그리고 우리가 제일 재밌게 만들 수 있는 게 패턴이다. 패턴에 공을 많이 들였다.
아울러 우리가 서브컬쳐도 좋아하는 팀이기 때문에 탑다운 리듬게임에 서브컬쳐 취향을 배가시켰다. 게임 플레이 자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 안에서. 그렇게 탄생한 게 <칼파>다.
Q. 게임 세계관이 제법 구체적이다.
A. 멸망한 우주에서 '칼파'라는 캐릭터가 음악을 연주해 죽은 별들을 되살리는 이야기다. 황도 12궁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들이 칼파를 통해 부활한다. 아직 개발 인원을 확충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스토리적 요소가 게임에 많이 들어가지 못했는데, 추후 업데이트를 통해 미흡한 이야기를 보여드리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Q. 스토리가 있는 리듬게임이라면 역시 레이아크의 <디모>다. 아케이드 리듬게임 말고, 또 그곳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건가?
A. 안 받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우리는 <디모> 같은 게임을 해왔던 세대고, <디모>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다만 우리는 레이아크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추구하고 있다. 또 어떻게 보면 <칼파>는 모든 리듬게임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게임을 기획하고, 실제 제작하면서 그간 우리가 플레이한 모든 리듬게임을 회고했다. 리듬게임이라는 틀 안에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어떻게 포하시킬까 많이 고민하고 있다.
Q. <칼파>는 텀블벅에서 꽤 많은 응원을 받은 것으로 기억한다.
A. 처음에는 사무실도 없이 자취방에 모여서 만든 게임이다. 이후 창업 지원을 받았지만,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커뮤니케이션에 한계가 있어서 온라인 회의를 많이 했다. 그러다가 개발 자금을 확보하고, 반응을 보기 위해서 텀블벅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받기로 했다.
작년 10월 처음 올렸는데 예상보다 좋은 반응을 얻었다. 700명 넘는 분들이 후원해주셨고, 목표 금액의 1,167%를 달성했다. '이건 각이다'라고 생각했다. (웃음) 300만 원에서 500만 원 정도를 모으면 인디게임 수준에서는 '잘 된 펀딩'이라고 보는데, 우리는 그때 1,700만 원을 넘게 모았다. 돈도 돈이지만, 우리가 만들고 싶은 리듬게임을 좋아하는 유저가 이렇게나 많다고 생각하고 제대로 만들어보기로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
펀딩 마감과 함께 1차 CBT를 시작했고, 거기서 피드백을 많이 받아서 반영했다. 부족한 부분들을 정리했고, 2차 CBT를 지난 1월 중순에 시작했다. 반응이 괜찮아서 '이쯤 했으면 출시하자'고 결정했고, 영어와 일본어 번역을 추가했다. 그렇게 지난 2월 10일 게임을 출시했다.
Q. 그렇게 <칼파> 출시로부터 10개월이 지났다. 그간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나?
A. 처음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 그럼에도 게임은 재밌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재밌는 부분은 유지하고 발전시키면서 게임을 성장시키는 시간이었다. 유저분들의 피드백 덕에 게임이 빠르게 잘 바뀐 것 같다. 앞으로도 이대로만 가면 좋겠다. <칼파>는 iOS, 안드로이드 합쳐서 4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는데, 모바일 리듬게임으로 준수한 성과라고 본다.
Q. 리듬게임은 실력자들로 이루어진 커뮤니티가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커뮤니티의 반응이 피드백이 아니라 일종의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A. 우선 리듬게임 유저들이 가장 많이 갈리는 부분은 난이도인 거 같다.
'이 곡을 이렇게 밖에 못 내?' 하는 분들이 계시고, '이게 이렇게까지 어려워야 돼?' 하는 분들이 계시다. 그래서 우리는 <칼파>에 8개의 난이도를 만들었다. 노말부터 히든 난이도인 코스모스까지. 그 패턴은 아케이드나 PC로 게임을 즐기시던 분들에게는 난이도가 낮은 편이다. 아무래도 모바일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런 분들께서 모바일에서 이 정도면 만족할 만한 수준을 내고 있다고 본다.
우리도 리듬게임 유저다 보니까 그분들 방향과 비슷한 방향으로 생각 중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라이트한 리듬게임 유저가 있는데, 이런 분들도 함께 만족시키기 위해서 노력 중이다. 게임을 유저분들께 선보이기 전에 회사에서부터 '너무 어렵다', '너무 쉽다'는 식으로 반응이 갈린다. 내부적으로 난이도에 대한 조정이 된 상태에서 출시를 하면, 외부적인 반응도 좋은 편이다.
Q. 유저 피드백을 어떻게 받아들였나?
A. <칼파>의 로드맵을 발표하기 앞서 유저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과연 우리가 하고 싶은 거랑, 유저들이 원하는 게 일치할까'가 이슈였는데, 결과는 똑같았다. 랭킹 시스템 도입, 스토리 추가 해금, 더 많은 음원, 고레벨 난이도 해금 조건 완화 등을 반영했다. <칼파>에는 엄지 모드와 다지 모드가 나누어져있는데, 히든 패턴에도 엄지 모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나왔다. 우리도 내부적으로 준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부분이었다.
Q. 모바일게임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겠다.
A. 그렇다. 그럼에도 '나는 모바일게임 안 해' 하던 분들이 <칼파>를 즐기면서 만족하는 반응이 뿌듯했다. 디바이스적 문제가 분명히 있는데 최근 구글이 발표한 안드로이드 공식 앱플레이어 지원 소식을 눈여겨보고 있다.
Q. 음원 라이선스를 가져오는 과정을 듣고 싶다. 어떤 과정을 거치나?
A. 사운드클라우드 같은 공간에서 서브컬쳐 음악이나 리듬게임 음악을 열심히 찾아본다. <칼파>에 어울리는 곡을 발견하면 계약이 가능한지 연락을 드린다. 뭐라고 정의하기 어려운데, 탑다운 리듬게임으로 잘 맞는 스타일의 곡들이 있다. 듣기 좋으면서 치기도 좋은 곡들.
그중에는 평소 좋아하던 작곡가의 작업도 있고, 그런 분들께 별도로 작곡 의뢰를 청하기도 한다. 아히사(a_hisa) 님의 레이니 왈츠(Rainy Waltz)는 한국에서 잘 알려진 뉴에이지 스타일 곡인데, 그 곡이 전에 리듬게임에 쓰인 적 없는데 <칼파>에 최초로 수록됐다.
Q. 최근 <오투잼>과 <피그로스> 인기 수록곡을 <칼파>에 싣게 됐다고.
A. 먼저 연락드려서 콜라보레이션 느낌으로 곡을 싣기로 했다. 우리가 <오투잼>을 엄청 좋아해서 거기서 가장 좋아하는 15곡을 수록했다. 총 5곡씩 3개 팩이다.1개는 퀘스트를 깨면 무료로 제공하고, 나머지는 유료 팩이다.
<피그로스>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피그로스> 노래 5개와 우리 곡 5개를 각 게임 스타일에 맞춰서 교류했다는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 다른 리듬게임에서 안 갖고 왔는데, 플레이하고 싶은 곡들이 있다. 우리는 이걸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때 빨리 만들고 싶어서 움직인다. 리듬게임 좋아하는 분들이 '역시 얘네들이 잘 아네' 반응해주실 때마다 즐겁다.
케세라게임즈는 <칼파>에서 고전 리듬게임의 명곡들을 재발굴 중이다
Q. 차기작 계획이 있는지 듣고 싶다. <칼파>에는 어떤 요소가 추가될까?
A. 내년 2월 11일, <칼파> 1주년을 맞아서 감사의 의미를 담은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칼파>의 플랫폼 이식도 계속 고민 중이다. <칼파> 외에 또다른 리듬게임도 기획 단계에 있다. 매니아들도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 계획이다.
Q. 끝으로 독자께 한 마디 부탁한다.
A. 우리 게임을 꾸준히 아껴주신 유저분들께 감사를 전한다. 한국의 리듬게임 명가가 되기 위해 달려나가고 있다. 앞으로 리듬게임 하면 생각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