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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로 e스포츠를 비추는 창작자, '페리오디스타'가 전하는 이야기

[인터뷰] 네이버 게임 메이트 '페리오디스타' 백형찬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이형철(텐더) 2022-01-11 16:24:15

최근 몇 년 사이 영상의 힘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해졌다. 모두가 텍스트보다 영상을 선호하는 상황이 펼쳐졌음은 물론이고 텍스트를 읽는 게 버겁다고 호소하는 이도 적지 않을 정도. 그야말로 '대영상의 시대'가 열린 셈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도 꿋꿋이 홀로 '텍스트' 활동을 이어가는 이가 있다. 네이버 게임 포스트를 통해 e스포츠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현장기를 담아내고 있는 '페리오디스타'(Periodista) 백형찬이다. 그는 모든 걸 혼자 해결해야 하는 불안한 상황임에도 불구, 지난 5년간 쉼 없이 현장을 돌아다니며 생생한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어찌 보면 다소 '무모할' 정도의 행보다.

 

그렇게 서울 모처에서 백형찬 창작자를 만났다. 그저 e스포츠가 좋아서 모든 상황을 감수하고 활동 중이라는 그는 스스로를 e스포츠 산업을 지켜보는 '감시자'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텍스트로 e스포츠를 비추는 감시자, 백형찬 창작자와 함께 텍스트 창작에 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본 인터뷰는 방역 수칙을 준수한 채 진행됐습니다.

 

 

 

# 텍스트로 e스포츠를 비추는 창작자, '페리오디스타'

  

Q. 디스이즈게임: 반갑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A. 백형찬: 네이버 게임 플랫폼에서 e스포츠 개인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는 백형찬이다. 과거 '무관의 제왕'이라는 배틀태그를 쓴 적이 있는데 그걸 영어로 바꾸니 조금 이상해지더라. 그래서 스페인어인 'Periodista'를 닉네임으로 사용하고 있다.

 

 

Q. 텍스트를 중심으로 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는데, 현시대가 '영상'을 중심으로 흘러간다는 걸 감안하면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조금 더 설명을 보태줄 수 있을까.

 

A. e스포츠와 텍스트 쪽에 무게가 실려있을 뿐​ 기본 구조 자체는 스트리머나 유튜버와 비슷하다. 사실 e스포츠 산업에 종사 또는 기여하고픈 마음으로 활동하는 창작자가 꽤 많다. 젠지의 이승용 이사나 '갱맘' 이창석 등 많은 이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전해주고 있다. 텍스트로 e스포츠 산업을 비평하거나 현장기를 다루는 저 역시 그러한 창착자 중 한 명이라고 보시면 된다.

 

2016년 개최된 블리즈컨 (제공: 페리오디스타)

 

Q. 그렇다면 창작자가 되기 전엔 무슨 일을 했나.

 

A. 원래는 무역업에 종사했었다. 그러다 다른 일을 찾아보려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참 쉽지 않더라. 그 과정에서 취미로 작성했던 몇몇 글이 큰 관심을 받았고, 자연스레 창작자의 길에 들어섰다. 산업 관계자분들이 콘퍼런스를 같이 만들어보자고 하는 등 좋은 기회도 주셨다. 그러다 네이버 게임 쪽에서 의뢰가 와서 '네이버 게임메이트'라는 그룹에 합류해 2년째 활동하고 있다. 

 

 

Q. 취미로 하던 창작자 활동을 업으로 삼게 된 결정적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A. 2016년 참관한 블리즈컨이 컸다. 당시 블리자드는 영웅 배지(badge) 스무 개를 모은 사람 중 몇 명을 꼽아서 블리즈컨에 보내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운 좋게 당첨돼서 좋은 기회를 잡았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 가보니 정말 재미있는 게 많더라. 기자님들이 다루지 못했던 현장의 모습도 적지 않았으니까. 그런 요소들을 글로 옮겨본 게 출발점이었다.

 

 

Q. 멋진 경험이었을 듯하다. 하지만 텍스트 창작자를 본업으로 삼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A. 예전에 모 헤드폰 브랜드 카페에서 텍스트 콘텐츠를 전담했던 적이 있다. 당시 반응도 괜찮았었고. 덕분에 텍스트 창작자가 되는 것에도 그리 큰 망설임은 없었다. 잘해왔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도 있었다. 주변 분들도 많이 응원해주신다. 지금은 콘텐츠를 가진 사람이 돈을 버는 시대니까. 물론, 영상이 대세다 보니 그런 부분을 걱정해주시는 분도 더러 있다. (웃음)

  

페리오디스타 네이버 포스트

 

 

# "고정 수입 없음에도 여러 현장 다니는 이유? e스포츠가 좋아서"

  

Q. 새로운 해가 시작된 만큼, 과거를 돌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2021년에는 어떤 활동을 했나.

 

A. 네이버 게임에서 두 개의 e스포츠 연재를 진행했고, 각 지역에 생긴 e스포츠 경기장을 둘러보는 콘텐츠도 작성했다. 개인적으로는 e스포츠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사명감 아닌 사명감이 있어서(웃음), 결과물로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컸다. 그 외에는 산업 콘텐츠 제작이라는 새로운 분야도 경험했다. e스포츠 토크쇼 작가로 참여해 방송 분위기나 흐름 등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Q. 사실 고정 수입이 없는 프리랜서 입장에서 여러 현장을 다닌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잖나. 이렇게까지 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A. 단순하다. e스포츠가 좋았으니까.(웃음) e스포츠 산업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으로서 콘텐츠를 선보이는 것도 있고. 게다가 여러 장소를 다니며 많은 사람을 만나보니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그리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많이 발생하더라. 그런 분들을 재조명하는 것과 동시에 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최대한 많은 현장을 담고자 했다.

 


Q. 그렇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 

 

A. 마지막 OGN 스타리그 '티빙 스타리그'가 생각난다. OGN이 진행하던 옛날 유니폼 수집 이벤트에 당첨돼서 직관하러 갔었는데, 정말 행복했었다. 당시 많은 분이 스타리그가 끝난다는 생각에 힘들어하셨지만, 개인적으로는 '언젠가 돌아오리라' 믿고 있었기에 덤덤히 지켜봤던 기억이 난다. 뭐, 실제로도 아프리카tv를 통해 스타리그가 돌아오기도 했잖나.

 

아쉬웠던 순간을 꼽자면 2016년 고양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 IEM 경기다. IEM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미숙한 운영이 터져 나왔던 거로 기억한다. 갑작스러운 종목 추가로 계획이 바뀌는가 하면 몇몇 경기를 무관중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최선을 다한 건 알고 있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IEM 경기는 다소 미숙한 진행으로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출처: ESL)

 

Q. 프리랜서 신분으로 일하고 있는 만큼, 결국 문제는 '돈'인데... 어떤 형태로 해결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A. 네이버 게임에서 단독으로 선보이는 연재 시리즈를 통해 받는 원고료나 플랫폼 광고(애드포스트)로 수익을 벌고 있다. 또한, 포스트 후원하기를 통해 독자분들의 도움도 받는 중이다. 그 외에는 앞서 말씀드렸던 작가 활동과 같은 외부 활동이나 유료 광고, 혹은 단기적으로 일을 하면서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Q.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자. 블로그 또는 포스트 활동만으로 먹고살 수 있나?

 

A. (망설임 없이) 불가능하다. 방송 작가 또는 매체 기고 등 외부 활동이 없는 한 힘들다. 혹은 도네이션을 통해 큰 손의 후원을 받거나. 냉정히 생각해보자. 요즘 시대에 텍스트에 돈을 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슬픈 현실이다. (웃음) 작년에는 후원해주시는 분도 있었고, 작가 활동도 한 터라 그나마 양호했지만... 현실적으론 조금 불안정한 상황이다.

 

 

Q. '텍스트 창작자'로 살아가는 데 있어 경제적 부분 외에 또 다른 한계를 느낄 때는 언제인가.

 

A. 글을 쓰다 보면 노력에 대한 결과를 예상하는 게 참 쉽지 않다.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였는데 반응이 거의 없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대충 정리했는데 왜 이렇게 많이 보나 싶은 글도 있으니까. 이런 부분들은 항상 어렵게 느껴진다. 

 

산업 관계자들과 팬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는 점도 어려운 부분이다. 관계자들의 문제는 팬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팬들의 불만은 관계자들이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도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가운데 위치한 입장에서 글을 쓰다가 지탄을 받은 적도 있다. (웃음)

 

 

Q. 결국 이러한 한계들은 텍스트가 가진 한계와도 연결되는 것 같다. 영상에 비해 수요가 작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고. 이에 대한 생각도 궁금한데.

 

A. 글쎄... 텍스트와 영상은 각기 다른 장점과 매력을 지니고 있어서 굳이 경계를 나눌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텍스트는 영상에 비해 수명이 길다는 장점이 있기에 여전히 가치는 충분하다고 믿는다. 정보를 기반으로 자기 생각을 담는 형태의 글이라면 더더욱 그런 편이고. 

 

 

Q. 그렇다면 텍스트가 가진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텍스트는 영상에 비해 내용도 많고 보기도 힘들지만, '정보성'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다. 게다가 앞서 언급했듯 수명도 길다. 지금도 산업에 있는 많은 분이 자기 생각을 텍스트로 전달하고 계신다. 이를 잘 활용하면 영상에 비해 e스포츠에 관한 것들을 더 많이 배울 수 있다고 믿는다.

 

텍스트는 수명이 긴 데다, 풍부한 정보성을 담아낸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출처: 페리오디스타 포스트)

 

# "네이버 게임판 종료, 아쉽지만 새로운 도전의 기회 될 것"

  

Q. 본인의 포지션을 뭐라고 생각하나. e스포츠 팬, 프리랜서, 기자 중 해당하는 부분이 있나.

 

A. <오버워치> 리그 뷰잉파티에 간 적이 있는데 당시 관계자분들이 저를 '기자'라고 부르셨다. 이유를 여쭤보니 네이버 메인에 글이 올라와서 그랬다고 하시더라. 아무래도 네이버 메인에 올라오는 글들은 대부분 기자님들이 작성하다 보니 개인 창작자가 썼다 해도 기자로 불리는 경우가 많다. (웃음) 

 

그렇다고 해서 에디터나 작가라고 하기엔 거리가 조금 멀다고 생각한다. 입에 잘 붙지도 않고, 통용되는 범위도 다르다. 따라서 스스로를 소개할 땐 '창작자'라고 말하곤 한다. 활동 범위가 넓다 보니 기자, 에디터, 작가님들이 하시는 일과 겹칠 때가 많기 때문이다.

 

 

Q. 소속 없이 산업 전반을 돌아다니며 직언을 던지는 경우도 많았​던 만큼, 일종의 '감시자' 같은 느낌도 든다.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좋아하는 걸 향해 달리는 부분은 '피터팬'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A. 일반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e스포츠에서도 기업과 팬들의 상식이 어긋날 때가 많다. 덕분에 시간을 들여 응원한 팬들만 상처를 받는 상황도 벌어진다. 이를 주목하다 보니 감시자의 성향이 좀 묻어나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피터팬의 성격도 담겨있는 듯하고.

 

사실 감시자 역할은 기존 미디어가 해야 하지만, 이해관계와 상황으로 인해 여의치 않을 때도 많잖나. 덕분에 커뮤니티나 개인이 내놓는 비평 등이 예전에 비해 조명을 더 많이 받는 경향도 있다고 본다.

  

"팬들이 상처받는 상황을 주목하다 보면 감시자의 성향이 묻어날 때가 있다"

 

Q. 그 와중에 네이버 게임판이 폐지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e스포츠 개인 창작자 입장에서는 여러 감정이 교차할 듯한데.

 

A. 공식적으로는 이달 26일 네이버 게임판 서비스가 종료된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쉽다. 특히 포스트와 블로그 등 개인 채널의 성장 가능성도 줄어든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크다. 개인적으로는 네이버 게임판을 통해 많은 분께 콘텐츠를 알릴 수 있었으니 더욱 그런 감정이 드는 것 같다.

 

다만, 여전히 네이버 게임은 살아있으니 다양한 콘텐츠가 나오리라 본다. 네이버 게임을 통해 게임과 e스포츠 소식을 볼 수 있음은 물론이고 커뮤니티는 '라운지'로 넘어갔으니까. 또한, 네이버 게임 창작자들의 오리지널 시리즈도 계속 확인할 수 있을 거다. 

 

 

Q. 어쩌면 텍스트 일변도였던 노선 변화를 고려해볼 시점처럼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A. 지금 올리던 현장 반응 영상을 조금 짧게 편집해서 여러 채널에 올리는 등 새로운 시도를 계획 중에 있다. 물론, 네이버 게임 메이트 소속 창작자로써의 활동은 계속될 예정이다. e스포츠 관련 글도 작성하고, 새로운 연재 시리즈도 준비하고 있다. 글과 영상을 섞는 등 콘텐츠 유형도 다양하게 꾸릴 생각이다. 

  

네이버 게임판은 사라지지만, 창작자들의 활동은 계속될 전망이다 (출처: 네이버)

 

Q. 여전히 많은 e스포츠 지망생들이 블로그와 포스트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 있다. 그런 분들을 위해 한 마디 건넨다면 어떨까. 누군가는 페리오디스타를 보며 소소한 꿈을 키울 수도 있다.

 

A. 고리타분하지만, 자신을 많이 알렸으면 한다. 5년간 활동하면서 느낀 건 점잖고 조용한 이미지가 잡히면 인지도를 올리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원래는 그렇지 않은데 말이지. (웃음) 따라서 무엇보다 진실한 모습으로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아울러 창작자는 많은 걸 보고 들으며 깨달아야 한다. 설령 e스포츠 창작자라 해도 종목 자체에 매몰되기보다는 다양한 뉴스와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시야를 넓히는 게 중요하다.

 

 

Q. 마지막으로 오랜 시간 글을 읽어주신 독자분들과 e스포츠를 사랑해주는 팬분들께 한 마디 부탁한다.

 

A. 부족한 저에게 많은 기회와 성원을 보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특히 무모한 도전을 지지해주신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이다. 기회가 주어지는 한 끝까지 열심히 e스포츠 산업에 관심을 갖고 현장을 담아내고 싶다. 유명한 사람이 되는 것도 좋지만 할 말은 하되 산업을 바라보는 시선을 넓히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할 생각이다.

 

최근 e스포츠 산업에 관한 콘텐츠가 굉장히 많이 쏟아지고 있다. 취업 준비생은 물론 선수나 사무국에서 일하고 있는 관계자 등이 다양한 경로로 산업에 관한 콘텐츠를 만들고 계신다. 이러한 콘텐츠를 모아서 공유하는 '아카이브 그룹'이나 클럽하우스를 통한 음성 채팅으로 토론이 진행될 때도 있다. 기존 미디어는 물론이고 e스포츠 창작자라는 새로운 그룹의 움직임도 활발한 셈이다.

 

따라서 예전에 비해 e스포츠 이슈를 조금 더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대가 열리지 않았나 싶다. 부디 e스포츠 창작자들에게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진심으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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