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VP 배틀 그라운.드와 명예 시스템은 한국 유저들을 다시 한번 WOW에 빠져들게 만들 것입니다."
여린 인상과는 달리, 매우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배틀 그라운드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해 나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먼저 깃발뺏기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게이머들에게 익숙한 깃발뺏기는 누구나 아는 것처럼 상대편의 깃발을 아군 진영으로 가져오면 승리하는 매우 심플한 룰입니다. 현재로써는 양 진영에 15명 내외의 유저가 입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왠지 너무 평범한 게 아니냐는 생각도 들었지만 상대방의 깃발을 빼앗으면 반드시 도보로 이동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유저는 더욱 치열한 PVP를 경험하게 된다는 그의 말을 들어보니 조금씩 감(?)이 오기 시작했다.
◆ 블리자드 스케일 '알터렉 전장'
오크와 드워프의 대립구도를 기본 컨셉으로 한다는 알터렉 전장에 대해, 톰칠튼 씨의 설명이 계속 이어졌다.
"오크, 드워프, 중립 진영으로 나뉘어 구현될 알터렉 전장의 목적은 상대 진영의 요새를 점령하는 것, 즉 상대 진영의 사령관을 사살하면 승리하게 됩니다."
알터렉 전장은 현재 준비중인 배틀 그라운드 중 가장 큰 스케일을 자랑한다. 한쪽 진영에 참여할 수 있는 인원만 30~40명에 이른다는 점을 봐도, 그 규모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상대방 진영의 유저들을 쓰러뜨려 획득한 아이템으로 정령 등을 소환해 전투에 활용할 수도 있고, 필드의 산양이나 늑대를 길들여 우호적인 NPC들에게 장비해 전장에 투입할 수도 있습니다. 또, 그리폰이나 와이번을 활용해 공중 공격도 가능합니다."
배틀 그라운드의 세번째 메뉴는 '아즈샤라 전장'. 알터렉 전장과는 대비되는 나이트엘프와 타우렌의 대결 구도가 기본 컨셉이라는 설명이었다.
"자신들의 고향을 수복하려는 나이트엘프와 영토 확장의 야욕에 불타는 타우렌이 충돌하는 '아즈샤라 전장'은 나이트엘프 진영, 타우렌 진영, 용의 진영으로 구성되어 상대 요새를 점령하면 승리하게 됩니다. 용이 소환되거나 양 진영의 레이드 몬스터로 등장할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것은 조금 기다려 주세요"
뭔가 대단한 것이 숨겨져 있는 듯한 칠튼 씨의 대답에서 '아즈샤라 전장'도 다른 배틀 그라운드에 결코 뒤지지 않는 재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배틀그라운드의 각 전장마다 입장 가능한 인원수는 조금씩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정해진 인원수가 모두 차지 않으면, 시작할 수 없는 것인가?
이 물음에 칠튼 씨는 "기본적으로 정해진 인원수가 모여지면 배틀그라운드가 시작됩니다. 예를 들면 알터렉 전장의 경우, 그라운드에 입장 신청을 한 인원이 최소 30명이 되어야 시작되며 최대 40명까지 입장이 가능하죠"라고 설명했다.
"그라운드로의 입장은 신청한 순서대로 들어가게 되는데 만일 중도에 인원이 빠져 나가 30명 미만이 되도 배틀은 끝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양쪽 진영의 유저가 모두 15명 미만일 경우, 30분 이내에 상대방 사령관을 사살하지 못하면, 게임은 강제 종료됩니다. 양쪽 진영에 계속 유저가 보강되어 15명 이상이 되면 배틀은 유지됩니다."
그러나 15명 미만이 되어 강제 종료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각 배틀 그라운드가 생성된 순서대로 리스트업되어 있어, 유저가 인원이 적은 전장을 선택해서 입장할 수 있습니다. 또, 친구가 플레이하고 있는 전장이 자신의 친구목록 메뉴에 노출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친구의 방에 합류할 수도 있습니다."
칠튼 씨에 따르면 배틀그라운드는 1개 서버에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란다. 예를 들면 최근 캐주얼 게임에서의 방 리스트처럼 참여 유저가 많으면 많을수록 방이 늘어나는 개념인 것이다.
유저들을 배틀그라운드로 유혹(?)하려면 모MMORPG처럼 승리에 대한 보상으로 15일간의 무한정(?) 혜택 정도를 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칠튼 씨의 대답은 단호했다.
"배틀 그라운드에서 승리한 진영에게는 점령한 지역의 광산을 이용한다든지, 상대 진영을 학살한다든지 총 30분간의 자유로운 혜택이 주어집니다. 또 명예점수와 평판점수가 올라가는 보상이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30분마다 리셋되는 배틀그라운드는 몇주간 준비 기간을 거쳐 진행되는 모MMORPG의 점령전과는 달리, 캐주얼 게임처럼 많은 그라운드가 계속 회전 운영되기 때문인 것이다.
이야기는 어느새 명예 시스템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현재 PVP는 특정 클래스가 유리하다는 의견이 대세로, 이는 명예 시스템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줄 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 칠튼 씨는 "현재의 불균형은 이미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보완해 나갈 생각입니다. 그러나 이번 PVP 명예 시스템은 파티 내에서 한 명이 명예 점수를 얻으면 파티원 전원이 정확하게 나눗셈을 해서 가져가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또 파티 보너스도 받게 됩니다"라고 대답했다.
몬스터를 쓰러뜨리면 얻게 되는 파티 보너스는 레벨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파티원이 균등하게 나눠 갖기 때문에 매우 인간적(?)인 배분 방식으로 호평받을 지도 모르겠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명예점수는 자신과 같은 레벨이거나 자신보다 레벨이 높은 상대를 쓰러뜨리면 얻게 된다. 그런데, 레벨 50의 유저가 레벨 60의 유저를 KO시키고 얻는 명예점수가 레벨 60유저가 또 다른 60레벨 유저를 쓰러뜨렸을 때 얻는 명예점수보다 낮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레벨이 높을수록 획득할 수 있는 명예점수의 양이 많습니다. 또, 만렙(60레벨)을 찍은 유저들에게 WOW에 대한 새로운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서 어드밴티지를 준 것입니다.” 그러니까 명예 시스템은 만렙 유저들을 위한 보너스 시스템의 성격이 강한 듯했다.
WOW의 모든 월드에서 자신과 동일 또는 높은 레벨의 상대 진영 유저를 KO시키면 얻게 되는 ‘명예점수’.
상대 진영의 민간인NPC나 상인NPC 등을 살해하면 받게 되는 ‘불명예 점수’도 존재하는 듯하다. 그러나 당분간은 불명예 점수라는 불이익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유저들의 플레이 패턴과 주변 상황을 고려해 획득한 명예점수를 깎든지, 불명예점수를 새롭게 부여하든지 결정될 예정이다.
부정한 방법, 예를 들면 어뷰즈 행위를 통한 명예 시스템을 악용하는 유저에 대한 대안도 충실히 마련해 놓은 상태였다.
“동일한 유저를 계속 살해했을 때 그 횟수를 거듭할수록 획득하는 명예점수가 줄어들고 종국에 가서는 단 1점도 받지 못하게 됩니다. 또 개인유저나 길드단위로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포착되면 GM이 그들의 움직임이 계획적인 것인지 우연히 발생한 것인지를 분석한 후, 악용하는 유저는 계정 차단까지도 고려 중입니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새로운 컨텐츠는 유저의 게임 플레이를 위축시키려는 것이 아니다.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WOW의 새로운 재미를 전달하겠다는 취지인 것이다.
WOW 유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언제나 미리 파악하고 준비하는 톰 칠튼 씨의 눈 속에서 앞으로 뒤따를 무궁무진한 새로운 컨텐츠가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