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하면 떠오르는 만화가 있습니다. 바로 <하이큐!!>죠. 최근 <하이큐!!>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하이큐!! 터치 더 드림>이 출시됐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임의 특징은 애니메이션의 음성과 화면을 거의 그대로 옮겨왔다는 것입니다.
<하이큐!! 터치 더 드림>은 출시 직후 구글플레이 스토어와 앱스토어 모두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하기도 했고, 두 마켓에서 모두 평점 4.3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보름 사이 구글플레이 스토어 다운로드 수 10만 회를 돌파하기도 했죠.
그런데 게임을 플레이하다가 개발 유통사 정보를 보고 놀랐습니다. <하이큐!!>는 일본 애니메이션인데 게임은 국내 인디 개발사의 작품이었던 것입니다. 다야몬즈 김동균 대표를 만나 어떻게 이런 게임을 만들게 되었는지, 다야몬즈는 어떤 회사인지 들어봤습니다.
<하이큐!! 터치 더 드림>은 애니메이션을 거의 그대로 이식한 풀 보이스 더빙에, 촘촘한 배구 배틀까지 원작을 잘 살렸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스토리 모드에서는 매 스테이지 전후에 애니메이션 진행과 동일한 스토리가 제공됩니다. 음성은 원작 성우들의 보이스를 그대로 가져왔고, 화면은 캐릭터 이미지 위로 대사가 나오는 방식과 애니메이션 장면들을 번갈아 사용하며 보여줍니다.
주인공 히나타가 카라스노 고등학교에 들어와 카게야마, 츠키시마 등을 만나며 겪는 성장 스토리를 따라갈 수 있습니다. 원작을 접해보지 않은 사람도 스토리 모드를 통해 원작의 이야기를 즐길 수 있죠.
이런 계약을 따낸 과정을 김동균 대표는 "<갓 오브 하이스쿨> 게임으로 일본에 진출했던 <카미스쿠>를 통해서 많은 것들을 배웠어요. <갓 오브 하이스쿨>을 서비스하면서 일본 IP와 콜라보를 많이 해 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 이후 <울트라맨 Be Ultra>를 냈을 때 성적과는 별개로 좋은 평가를 들을 수 있었어요. 신뢰의 단계들이 쌓여서 <하이큐!!>도 시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다야몬즈는 대학교 강의를 하던 시절에 가르치던 학생들을 데리고 <갓 오브 하이스쿨>을 만들던 팀에서 시작됐어요. 과거 YD온라인에 있을 때도 <하이큐!!> IP에 도전했었지만 실패했는데, 결국 지금은 성공했네요. 담당자들과 친구가 되는 노력부터,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인생 마지막 게임이라는 생각으로 사비까지 털어서 올인했어요"라고 전했습니다.
김동균 대표는 "저희가 IP를 고를 때 직원들이 정말 재밌게 보고 좋아하던 작품으로 고르고 있거든요. <하이큐!!>도 그런 애정을 가지고 15명의 인원이 2년 동안 영혼을 갈아 넣었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이큐!! 터치 더 드림>에서는 2.5~3등신 사이의 SD 캐릭터를 볼 수 있습니다. 캐릭터마다 애니메이션 속 장면이 떠오르는 필살기가 있기도 하고, 캐릭터 사이의 관계나 소속 학교 특성 등 다양한 고증이 되어 있습니다.
캐릭터들은 노말(Normal)부터 아이코닉(Iconic)까지 등급이 있고, 뽑기를 통해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료 재화인 날개를 게임 내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제공하기도 하고, 무료 뽑기도 뽑기 종류별로 매일 1회씩 있어서 무과금으로 진행해도 아이코닉 캐릭터를 어렵지 않게 뽑을 수 있었습니다.
독특한 점은 인기가 많은 메인 캐릭터들 외에도 다양한 조연 캐릭터들을 모두 구현했다는 것입니다. 등급이나 인지도에 따른 성능 차이가 존재하긴 하지만 경기의 흐름에 압도적인 영향을 주는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개발사 공식 트위터에서도 사이드 캐릭터들에 대한 소개에도 공을 들이는 것을 볼 수 있었죠.
캐릭터 디자인에 대해 김동균 대표는 "캐릭터 등신 비율 때문에 원작 속 비율 그대로 옮긴 버전부터 SD까지 종류별로 다 만들어봤어요. 그 과정에서 경기 중에 손이 잘 안 보이거나, 뽑고 싶을 만큼 귀엽지가 않은 것들을 제외했습니다. 모바일 게임이다보니 스마트폰 화면 안에서 배틀 전체를 한눈에 보여주기 위해 최적의 비율을 찾느라 고민이 많았어요"라고 전했습니다.
캐릭터 간 밸런스에 대해서는 "특정 캐릭터에 쏠리지 않게 하고 싶었어요. 모든 캐릭터에 관심을 가져보고 덕질을 할 수 있게끔 만들었습니다. 디테일한 밸런스는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들의 스탯과 성향 등을 반영했어요. 하지만 더 디테일한 설정들을 많이 넣어뒀으니 그걸 찾아보시는 재미도 있을 겁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뽑기 확률이 생각보다 낮지 않아요. 일명 잡캐들이 많아서 꽝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쓸모없는 캐릭터는 없습니다. 중복이 나와도 재료로라도 쓰이게 했죠. 그래도 아이코닉 캐릭터는 다 확실한 강점과 필살기를 가지고 있어요. 꾸준히 플레이하시다 보면 다들 드림팀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리세마라도 편하게 만든 편이고요"라고 했습니다.
<하이큐!! 터치 더 드림>의 배틀은 배구를 실시간 턴제로 재해석했습니다. 3대3 매치를 제외하면 한 팀은 6명이고, 캐릭터들에겐 세터, 리베로, 미들 블로커 등의 포지션이 있습니다. 서브, 리시브, 토스, 공격 등 공이 선수에게 닿거나, 득점을 할 수 있는 순간마다 슬로우가 걸리면서 스킬 선택지가 제시됩니다. 배구의 룰을 직관적으로 전달해주기 때문에, 원작 IP와 무관하게 배구 게임으로서의 재미도 지녔습니다.
예를 들어, 서브는 언더핸드, 오버핸드, 스파이크와 대상을 지정해 그 방향으로 날리는 서브 등이 있습니다. 언더핸드 서브는 언더 리시브로 받을 때, 더 유리하게 방어할 수 있는 등 스킬끼리의 상성도 있습니다. 공격도 토스를 올리지 않고 바로 공을 넘기는 투 어택, 페인트, 속공 등 다양한 기본 스킬들이 있죠. 캐릭터 고유의 필살기 등도 있습니다.
캐릭터 사이에도 가위바위보 상성 및 날짜, 매일 자정마다 바뀌는 선수 컨디션 개념도 눈에 띕니다. 어떤 감독을 기용하는지도 경기에 영향을 주죠. 선수들은 경기 중에 실수를 하기도 합니다. 캐릭터 성장 정도가 비슷할 때, 무조건 강한 조합이라는 게 있지 않은 여러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를 가졌습니다.
이에 대해 김동균 대표는 "원작과 배구, 게임성 3가지를 모두 조화롭게 만드는 게 쉽지 않았어요. 실제 배구 룰이 들어가니까, 확률과 변수 등에서 밸런스를 잡는 데만 2년이 걸렸습니다. 스포츠의 특징인 운적인 요소도 필요했고, 멋진 플레이를 해냈을 때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 노력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공의 위치, 높이, 달리는 움직임 등을 유심히 관찰해보시면 모두 경기 흐름 및 전략과 연결되게 설계된 것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라고 덧붙였습니다.
상대팀과 아군의 AI 모두 잘 만들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어떻게 작업했는지 질문했을 때는 "모든 경우의 수를 최적화할 수 있게 한땀 한땀 만들었어요. 오랫동안 밸런스를 잡으면서 수치를 다 조절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수 있게끔 만들었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최근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과거 <슬램덩크>를 보고 자란 세대들의 향수를 자극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슬램덩크>의 제 2의 전성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하이큐!!> 또한 애니메이션 방영 초기와 2021년 도쿄 올림픽 여자배구 활약 당시 국내에서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하이큐!! 터치 더 드림>이 출시한 2023년 2월 1일이 원작 애니메이션과 배구라는 스포츠의 전성기냐고 묻는다면 의견이 갈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동균 대표는 출시 시기에 대해 "처음엔 저희도 언급해주신 특정 시기에 맞춰 출시를 준비했었어요.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진행이 더뎌지면서 출시 목표일이 미뤄졌습니다. 어차피 늦어진 거 최선을 다해 만들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개발했어요"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게임 안에 하이큐 TV 모드가 있어요. 실제 배구 경기처럼 3세트로 진행해서 오늘 펼쳐질 팀들의 매칭이 나와요. 응원봉을 사용하는 걸로 시즌 승패에 예측을 할 수 있는데, e스포츠를 게임 안에서 즐길 수 있게 만든 시스템입니다. 유튜버들이 이 콘텐츠로 방송을 하기도 하고요. 나중에 여유가 되면 대회도 열 생각이에요. 원작의 완결 이후에도 게임 안에서는 새로운 스토리가 계속 이어질 수 있게 하고 싶어요"라고 했습니다.
서비스가 시작된 지 보름이 지났는데 기대만큼 성적이 나오고 있는지 물었을 때는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돈도, 인원도 부족한 상황에서 사실 큰 기대를 할 수는 없었습니다. 마케팅비가 적었으니까요. 하지만 예상보다 더 잘 됐고, 유저들도 많이 플레이해주셨어요. '원작에서 스킨만 가져온 게임이 아니라 진짜 재밌게 즐길 수 있는 하이큐 게임'이라는 장문의 댓글과 평가들이 큰 힘이 됐어요."라고 답했습니다.
다야몬즈는 <하이큐!! 터치 더 드림>의 다양한 업데이트 방향도 알렸습니다. 이에 대해 "실시간 PvP가 조만간 준비될 거예요. 비슷한 레벨의 불특정 다수 유저들과 자동으로 매치되는 방식이 될 겁니다. 방을 만들어서 친구들과 같이 대전하는 모드도 만들 거예요. 그걸 관전, 응원하고 이모티콘을 날릴 수 있는 시스템도 준비 중입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하이큐 게임은 여성 유저들도 많이 사랑해주고 계신데, 마이룸과 신규 코스튬도 준비 중입니다. 아직 오픈이 안 된 학교들도 스토리와 함께 개방될 예정이에요"라고 덧붙였습니다.
일본 서비스와 글로벌 서비스 또한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국내 출시와는 또 다른 전략과 준비 등이 있었는지 질문하자 김동균 대표는 "전략은 다르지 않아요. 하이큐 팬들은 다들 같은 마음으로 작품을 좋아한다고 생각해요. 2월 28일부터 일본 서비스를 시작하고, 그 후엔 글로벌 서비스를 할 계획입니다. 서비스 국가마다 차이가 없게 운영하려고 노력 중이에요"라고 전했습니다.
다야몬즈는 과거에 <5등분의 신부> IP로 <5등분의 신부 다섯쌍둥이는 퍼즐을 5등분 할 수 없어>(이하 5등 퍼즐)라는 퍼즐 게임을 만든 경험이 있습니다. 일본에서 먼저 출시한 이후 국내 서비스를 했을 당시 '애니메이션 원작을 잘 살렸다', '3D 모델링이 잘 됐다' 등 좋은 유저 평가를 받았죠.
앞으로도 일본 애니메이션 IP 및 국내 웹툰 IP로 개발하는 방향성을 이어갈 것인지 물었을 때, 김동균 대표는 "<갓 오브 하이스쿨>로 시작한 팀이다 보니 IP 작업은 계속할 생각이에요. 하나하나 할수록 퀄리티도 좋아지고 노하우도 쌓이고 있고요. 차기작은 네이버 웹툰 <호랑이 형님>으로 만들고 있어요. 지금은 <하이큐!! 터치 더 드림>과 <호랑이 형님>에 집중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5등 퍼즐>과 하이큐 게임으로 다야몬즈를 처음 접하신 분들은 한국 개발사가 만든 것을 모를 수도 있는데, 국내 게이머들에게 다야몬즈는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지 질문했을 때는 "개발을 하는 저희도 모두 유저였으니까, 유저의 입장에서 게임을 만드는 초심을 잃고 싶지 않아요. 갖고 싶게 만들고, 플레이하고 싶게 만드는 유저를 위한 게임을 만드는 회사가 되고 싶어요"라고 했다.
이어 "IP 기반 개발사 중에서도 글로벌 회사로 성장하고 싶어요. 블리자드나 미호요는 자체 IP를 정말 잘 다루고 있잖아요. 한국 IP가 글로벌로 뻗어나갈 때 전혀 위화감이 없는 그런 미래를 꿈꿔봅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을 물었을 때, 김동균 대표는 "2022년에는 매출이 반의 반 토막이 났고 정말 힘들었지만, 하이큐 게임을 결국 성공적으로 런칭했습니다. 15명이 이걸 만들고 퍼블리싱하는 게 사실 말이 안 되는 작업량인데, 다들 본인 게임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일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이렇게 열심히 만든 게임을 사랑해주시는 유저분들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