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2월 진행된 <테라>의 3차 클로즈 베타테스트(CBT)에서 가장 많이 나온 지적은 ‘피로도’였다. 논타겟팅 MMORPG의 특성상 장시간 플레이가 어렵고 피로도 역시 많이 쌓이기 때문이다. <테라>를 만드는 블루홀스튜디오 김강석 대표 역시 3차 CBT 이후 유저 피로도 해소에 가장 많이 공들였다고 말한다.
19개 서버의 캐릭터 사전선택이 마감되고 각종 게시판에도 관련 게시물이 쏟아지는 등 유저들의 관심이 고조된 상황에서 오픈 베타 막바지 준비에 바쁜 김강석 대표를 만났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론칭 적기. 다른 대작 이상의 운영 보여줄 것”
오픈 베타 시작이 2011년 1월 11일이다. 특별한 의미라도 있나?
김강석 대표: 서버 부하 테스트 이후에 오픈 베타가 가능한 일정을 살펴보니 1월 중순 정도였다. 최근 MMORPG들이 주말을 피해서 주중에 오픈하는 게 많은 장점이 있다고 하는데, 그런 점들을 감안해 보니 1월 11일이 가장 적합했다. 숫자가 가진 의미를 기대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걸 염두에 두고 결정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서비스 시기가 좋다고 생각하나?
아주 적기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최초 출시 시점이다. 경쟁 구도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는데, 출시 시기가 겹치지 않는다면 대작 MMORPG는 나름대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1월 11일은 운이 좋은 시기라고 생각한다.
해외도 각 지역에서 어떤 경쟁작과 마주치는지가 출시 시기를 조정하는 데 최대 변수가 될 것이다. 국내에서는 일부러 출시 시기를 고른 건 아니고 게임이 준비됐다고 생각했을 때를 정했다.
오픈 베타테스트 기간은 얼마나 예상하고 있나?
조만간 한게임 통해서 상용화 일정이나 정액 과금 수준을 발표할 것이다. 초기 반응도 오픈 베타 기간을 정하는 데 변수가 될 것이다.
서버당 사전선택 캐릭터 숫자는 얼마나 되나?
사전선택 서비스 캐릭터 생성 제한이 서버당 5,000 명이라는 보도도 있는데, 실제로는 훨씬 많다. 보수적으로 잡고 있지만 조금씩 늘려 나갈 수도 있다.
서버당 동시접속자는 어느 정도로 예상하고 있나?
내부적인 테스트에서 5,000 명까지를 한계로 봤다. 실제 서비스에서 유저들이 쾌적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접속 숫자는 그보다 약간 아래일 거라고 생각한다. 조금은 보수적으로 운영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기대하는 동시접속자의 수치는?
<테라> 정도의 타이틀이면 평가받는 ‘어느 정도의 선’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선을 훌쩍 뛰어넘어야 한다고 본다.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는 건 지금으로서는 주제 넘은 일이 될 듯하다.
서버당 운영팀이 몇 명 정도 배치되나?
구체적인 GM 숫자는 한게임에서 정할 것이다. 블루홀과 한게임 모두 오랫동안 대작 MMORPG의 노하우를 벤치마크해 왔다. 그 결과 GM의 숫자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한게임에서도 아낌없이 지원할 것이라고 본다. 최소한 다른 대작 MMORPG와 차이가 없거나, 더 많은 인력이 배치될 것이다.
■ “프리미엄 아이템은 없다. 정액제에 충실할 것”
정액 요금이 비쌀 거라는 예상이 있다.
비쌀 거라고 예상하는 분들은 <테라>를 좋게 봐주는 건가?(웃음) 유저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과금 수준이라는 게 있다. 한게임과 블루홀 모두 시장을 크게 거스르는 과금은 바람직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정액제 외의 유료 아이템 판매 등도 고려하고 있나?
프리미엄 서비스가 장차 생길 수는 있다. 하지만 수익성이 우선이라기보다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에게 꼭 필요한 기능들이 생기는 것이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아이템 판매나 부분유료화는 아직 고려하지 않았다. 당분간 정액제에만 충실한 운영을 할 것이다.
정액 요금제를 생각하게 된 이유나 계기가 있나?
과금 모델은 어떤 게 좋다고 선을 긋기는 어렵다고 본다. 때문에 한게임과 오랫동안 과금 모델을 놓고 고민했다. ‘<테라>라는 게임에 가장 잘 맞는 모델은 무엇일까?’라는 게 가장 큰 화두였는데 거기에 대한 우리의 대답은 정액제였다.
클로즈 베타테스트 기간에 <테라>의 잠재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 테스터들의 여론도 참고했다. 두 가지를 고려했을 때 한국에서는 정액제로 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부분유료화나 정액제가 아닌 아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을 생각은 없었나?
기획 초기에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싶다는 개인적이 바람이 있었다. 그런데 그게 실현되기 위해서는 파트너십 등의 여러 측면이 필요하더라. 그래서 아직은 장기적인 꿈으로만 남아 있다. <테라>는 게임 내에서도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에 비즈니스 모델에서는 안전하게 가는 정공법을 택했다.
■ “올해 내 일본·북미·유럽 서비스가 목표”
해외 진출 일정은 어떻게 되나?
현지 퍼블리셔와의 최종 협의가 필요하다. 현재 논의된 건 일본이 2011년 상반기에서 여름 정도, 북미나 유럽은 그로부터 한두 달 후에 테스트를 시작하는 것이다. 올해 안에 일본·북미·유럽 3개 지역 출시는 확정적이다. 구체적인 날자는 조금 더 확실해지면 발표하겠다.
북미와 유럽은 거의 동시에 출시할 생각이다. 북미와 유럽 퍼블리셔도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오픈 베타를 준비하고 있다. 현지 유저들의 요구사항이고, 기대사항이기도 하다.
해외에서 서비스할 때도 정액제와 부분유료화를 고민할 수 있나?
해외 지역의 시장마다 비즈니스 모델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북미와 유럽은 정액제로 발표한 상태다.
<아이온>이 국내 MMORPG 1위다. <테라>가 제동을 걸 게임이 될 거라고 생각하나?
<테라>는 어떤 게임에 제동을 거는 게 목표는 아니다. 그것은 결과로 오는 부분이지, 서비스 전부터 이를 목표나 계획으로 삼고 달려갈 생각은 없다. <아이온>이 사랑받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엔씨소프트와의 소송 진행 상황이 궁금하다.
얼마 전 2심을 진행한 걸로 알고 있다. 법률 전문가가 아니라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단할 수 없지만, 재판부에서 현명한 판단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소송에 대해서는 특별히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다.
개발 초기부터 많은 분들이 <테라>가 정상적으로 서비스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데 소송과 관계없이 잘 서비스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소송도 <테라>의 IP(지적재산권)에 대한 민사소송은 아니다.
■ “피로도 감소에 많은 공을 들였다”
지난 테스트에서는 장시간 플레이에 피곤함을 느끼는 유저들이 많았다.
많은 노력을 기울인 부분이다. 솔직히 나도 <테라>를 8시간씩 3일 하니까 어깨가 결리더라(웃음). MMORPG를 하다 보면 몸이 쑤시거나 할 수도 있지만 <테라>는 좀 심한 편이었다. 부지런한 조작과 집중력을 요구하는 게 컸다.
그래서 3차 CBT 이후에 더 라이트하게 바꾸는 데 주력했다. 특히 조작의 빈도를 줄이는 게 큰 화두였다. 스페이스바를 통해 이어지는 스킬을 쉽게 쓰고 근접 계열은 첫 타격이 명중하면 2타, 3타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했다.
피로도만이 아니라 유저들이 짜증을 낼 수 있는 부분은 많이 개선했다. 오픈 베타 이후에도 피드백이 있다면 지속적으로 개선할 것이다. 아주 중요한 화두였다.
마지막 CBT 이후 직원들에게 가장 많이 주문한 사항은?
3차 CBT에서 받은 피드백이 굉장히 많았다. 크게 3개의 이슈가 있었는데, 장시간 <테라>를 즐길 이유가 없다는 게 첫 번째였다. 게임의 줄거리가 되는 스토리나 몰입도 등 성장의 재미나 성취도가 부족하다는 것도 이슈였고, 앞서 말한 피로도 역시 이슈였다.
마지막으로 디테일한 부분들에 신경을 덜 썼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조작감, 채팅창, 폰트, 인터페이스 등 게임의 세세한 부분들에 대한 지적들이다. 이 세 가지 이슈에 맞는 대응전략들을 찾았다. 지스타 이전까지 8~9개월 스텔스 모드로 개발했다(웃음).
18세 이용가 등급을 받았는데 계속 유지할 생각인가?
(등급을 내리거나 확장하는 걸) 검토한 적은 있다. 제작 단계에서 등급 때문에 제작의 자유도에 제약을 받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기획 초기부터 생각했던 게임성을 추구하기 위해서라도 등급 조정이나 확장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만약 청소년층에서 요구가 많다면 그때 가서 생각해도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급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국내 퍼블리셔인 한게임에 대한 소감은?
얼마 전 한게임 정욱 대표로부터 “서비스 성과와 상관없이 우리와 함께해 줘서 고맙다”는 메일을 받았다. 블루홀의 생각도 같다. 계약 후 3년 정도 지났는데 그동안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성공적인 파트너십이었다.
막상 <테라>가 오픈하면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한게임에서 <테라>를 위해 많은 도움을 줬다. 그만큼 기대와 신뢰도 컸다.
개발 기간이 늘어나고, 중간에 많은 욕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개선하고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을 한게임이 묵묵하게 지원해 줘서 고맙다. 남은 기간은 얼마나 민첩하게 라이브 현장에서 대응할 수 있느냐가 남았는데 이는 한게임과 블루홀이 함께 짊어질 숙제라고 생각한다.
NHN이 플레이넷을 운영 중이다. <테라>도 채널링을 고려하고 있나?
아직까지는 플레이넷과 관련해 협의된 건 없다. 본 서비스를 잘하는 게 우선이다. 플레이넷 자체가 출범 단계인 만큼 지켜보면서 NHN에서 제안을 주면 생각해 볼 것이다. 개발자 입장에서야 더 많은 유저들과 만날 수 있는 방법인데 굳이 선을 그을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