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는 더 이상 무거운 게임이 아닙니다.”
클라이언트 이야기가 아니다. 게임의 접근성과 난이도 이야기다. 블루홀스튜디오 황철웅 그래픽 팀장과 박현규 게임디자인 팀장은 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몇 번에 걸쳐 <테라>가 ‘어렵지 않은 게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서버 부하 테스트 이후 타겟팅이 어렵다는 판단이 서자 조준점을 대폭 늘렸고, 효율에만 신경 쓰던 직업별 밸런스도 ‘재미’를 맞추는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포스터 등을 통해서도 게임 이미지를 밝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첫 모습과는 많이 다른 ‘라이트한 <테라>’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 박현규 팀장과 황철웅 팀장의 말이다. 그만큼 접근성도 늘었다는 이야기. <테라> 개발을 진두지휘하는 두 팀장에게 오픈 베타 이후 달라지는 <테라>의 모습에 대해 들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왼쪽부터 블루홀스튜디오 박현규 개발팀장, 김강석 대표, 황철웅 그래픽팀장.
■ 오픈 베타에서 가벼워진 <테라>를 만나 보라
최근 장르 명칭을 논타겟팅에서 프리타겟팅으로 바꿨다.
논타겟팅이나 프리타겟팅이니 하는 수식어는 <테라>의 차별화를 위한 도구라고 생각한다. <테라>는 액션 요소를 도입한 MMORPG일뿐, 그 자체가 액션게임은 아니다. 그런데 논타겟팅이라고 부르면 액션게임을 기대하는 유저들이 많았다. 게다가 몇 차례 클로즈 베타테스트를 거치면서 <테라>를 더 라이트하게 개선해 왔다. 록온 스킬이 도입했고, 각종 보정 등도 넣었다.
이런 변화를 반영하고 <테라>의 정체성도 확실히 할 겸해서 지스타 이전에 프리타겟팅이라는 수식어를 제안했다. 솔직히 논(NON)타겟팅 보다는 프리타겟팅이 어감이 더 좋지 않나? 부정적인 이미지도 없어 보이고…(웃음).
서버 부하 테스트 이후 어떤 점들이 달라지나?
밸런스에 중점을 맞췄다. 무엇보다 PvP 밸런스에 집중했다. 서버 부하 테스트 전까지는 PvP에서 세밀한 밸런스까지는 신경 쓰지 못했다. 그래서 이 부분에 많은 신경을 썼다. PvE도 이전까지는 직업별 효율을 토의했다면 서버 부하 테스트 후에는 효율만 아니라 재미의 측면도 보강하기 위해 많이 고민했다.
많은 분들이 게임을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채팅창 등 세부적인 인터페이스도 달라졌다.
지금까지 사제나 궁수 같은 경우 타겟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힐 타겟 방식에 변화가 있었다. 서버 부하 테스트까지는 조준이 가능한 면적이 작은 점이어서 타겟을 확실히 노려야만 했는데, 오픈 베타에서는 조준 면적을 크게 키웠다. 조준점이 적당히 타겟 근처에만 가도 스킬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직업별로도 조준점의 범위가 다르다. 예를 들어 적만 치는 궁수는 조준점이 넓을수록 좋기 때문에 그만큼 넓혔지만, 정확한 상대에게 힐을 줘야 하는 사제는 조준점이 조금 좁다. 만약 2명 이상이 동시에 조준점에 들어올 때를 대비해 나름대로의 우선권도 정했다. 이전보다 원하는 타겟을 겨냥하기 좋을 것이다.
캐릭터별로 크기가 다른데 영향은 없나?
있다. 공격 범위부터 힐을 받기 힘든 것 등 크기에 따라 다양한 장단점이 있다. 다만 크기에 따른 액션의 차이는 아직 감안할 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엘린 창기사는 힐을 받기 어려울 거라는 지적도 있는데, 이는 조준점을 키우는 등 다른 방법으로 고쳐 나가는 중이다.
게다가 작은 덩치는 나중에는 나름대로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용 같은 몬스터가 있는데, 엘린 창기사는 용이 불을 뿜을 때 가까이 붙으면 불이 머리 위로 지나간다.
포스터나 일러스트 등의 분위기가 첫 공개 때보다 많이 밝아졌다.
이전에는 <테라>가 무게감 있던 게임으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클로즈 베타테스트를 거치면서 많이 라이트해졌다. 더 많은 유저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포스터나 이미지도 <테라>가 라이트하고 접근성이 높은 게임으로 보여지도록 콘셉트를 잡았다.
■ “만렙 이후의 콘텐츠는 정치와 인던”
만렙(최고레벨) 이후의 콘텐츠는 어떤 것들이 있나?
일단 만렙 시점에 따라 많이 다르다. 오픈 베타 직후에는 38이 만렙이다. 이후 상용화를 마치고 나면 레벨 제한(캡)이 계속 늘어난다. 우리가 생각하는 만렙은 1차적으로 레벨 50이다. 그 시점에 대표적인 콘텐츠는 ‘정치’와 ‘전장’이 될 것이다.
국산 게임은 만렙 이후 할 게 없다는 이야기가 많다.
<테라>의 만렙 이후에는 생활과 이벤트가 있을 것이다. 생활은 아이템을 파밍하고 인스턴스 던전에 들어가는 등 MMORPG의 기본적인 부분을 뜻한다. <테라>에서도 큰 노력을 들인 많은 던전들이 등장할 것이다.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준비한 것이 이벤트형 콘텐츠다. 이벤트는 (매번 비슷하게 진행되는) 생활 외에도 즐길 수 있는 부분이다. 대표적인 게 <테라>의 정치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테라>에서는 정기적으로 벌어지는 정치 콘텐츠가 이벤트적인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전장은 어떤 시스템으로 구성되나?
5:5 전장은 한 파티와 한 파티의 싸움이다. 맵은 단순한 구조로 시작 지점이나 결투 지점 등에 기물이 있고, 이를 파괴해서 버프를 얻는 등 약간의 전략이 녹아들어 있다. 지휘관이라는 게 존재하며. 지휘관 옆에서 부활할 수 있다.
우리가 활성화를 바라는 것은 10:10 전장인데, 두 파티가 싸운다. 맵은 세 군데 깃발을 빨리 차지하는 깃발 점령전 방식이다. 이곳에서는 지휘관이 광역 대미지를 주는 운석투하나 적의 위치를 알아내는 스캔 등 다양한 스킬로 아군을 도울 수 있다. 이후 전장 규모를 15:15, 20:20 등으로 조금씩 키워 나갈 예정이다.
전장 혜택은 PvP 장비와 길드 버프다. <테라>의 장비는 크게 PvE와 PvP에 좋은 장비로 나뉜다. 그중에서 PvP에 좋은 장비를 전장에서 얻을 수 있다.
길드 단위로 버프를 줄 수 있는 시스템도 있다. 길드 버프는 전장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데 경험치를 올려주는 버프도 있다. 길드끼리 파티를 맺고 버프를 얻기 위해 도전하는 걸 권장한다.
성과 영주 시스템을 앞세운 정치는 ‘소수 유저만을 위한 콘텐츠’가 될 가능성도 있다.
영주의 수가 오픈 베타 이후에만 10명 단위가 될 것이다. 각각 50명이 있는 길드 대표라고 한다면, 영주와 관련된 길드원만 500명이다. 여기에 영주가 되고 싶어 도전하는 길드까지 합친다면 충분히 많은 인원이 정치와 영주 시스템에 참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영주는 다른 게임 같은 경우 무력에 의해서만 선출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무력과 상관없는 유저들은 오랫동안 게임을 즐겨도 영주가 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는데, 우리는 게임을 많이 한 사람은 될 수 있으면 영주가 되도록 시스템적으로 준비 중이다. 무력과 커뮤니티, 즉 투표를 통한 두 가지 방법으로 영주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인맥이 넓은 유저라면 누구든 영주에 도전할 수 있는 만큼 소수만을 위한 콘텐츠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 “인던과 컷신으로 스토리 전달력 강화”
오픈 베타에 맞춰 어느 정도의 콘텐츠를 준비 중인가?
오픈 베타를 위한 빌드 개발은 다 끝났고 다음 콘텐츠를 고민 중이다. 자세한 업데이트 일정은 오픈 베타 후에 공개될 듯하다. 기본적으로는 자잘한 업데이트보다 대규모 업데이트를 지향한다. 특정 시점마다 큰 업데이트를 주기적으로 진행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이에 대한 로드맵은 곧 발표할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오픈 베타에서 유저들이 즐길 수 있는 스토리는 어디까지인가?
음모의 서막이 밝혀지는 첫 대륙까지다. 유저들이 왜 이곳에 왔고, 적은 누구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 기본적인 의문점이 풀리는 수준이 될 것이다.
서버 간 전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오픈 베타에서도 체험이 가능한가?
전쟁의 방향성을 먼저 설명하자면, 서버 내에서는 일단 협력이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유저들이 발키온 연합 안에 소속된 상태기 때문이다. 그래서 <테라>는 서버 내에서는 RvR 구도를 지향하지 않는다.
대신 장기적으로 봤을 때 서버 간의 대립 구도로 확장할 생각이다. 그 일환으로 자기 서버가 아닌 다른 서버와 전쟁을 벌이는 것도 고려 중이다. 아직 진행 중인 부분인 만큼 조금 기다려 줬으면 한다.
유저들에게 스토리를 이해시키기 위해 어떤 요소들을 준비 중인가?
가장 쉬운 방법이 텍스트인데 요즘은 잘 안 읽는다. 그래서 게임적으로 의미 있는 구간에 많은 신경을 썼다. 예를 들어 스토리상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지점에 인스턴스 던전 등을 컷신과 함께 집어넣는 식이다. 스토리에서 중요한 사건이 던전을 중심으로 많이 몰려 있을 것이다. 던전 진입 전과 공략 중에도 다양한 컷신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할 생각이다.
■ “캐릭터 사전선택, 창기사와 사제가 제일 많다”
캐릭터 선점에서 유저들이 선호하는 직업이나 성별이 있나?
아직 진행 중이라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의외로 사제와 창기사가 많았다. 서버 부하 테스트 기간 중에 사제의 조작 난이도에 대한 설왕설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사제가 많더라. 동영상을 통해 호응을 받은 검투사도 많았다. 딜러 계열은 원거리 딜러가 많은 듯하다.
비인기 직업과 인기 직업이 나뉠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할 건가?
밸런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초반부터 우려했던 점 중에 하나다. 특정 직업이 도태되지 않도록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신경 쓰고 있다. 직업별 효율 테스트라는 게 있어서 솔로잉과 파티를 해서 주기적으로 체크한다.
대표적으로 정령사의 경우 고민을 많이 했는데, 서버 부하 테스트 이후에는 새로운 스킬까지 추가했을 정도다. 서버 부하 후 가장 많이 바뀐 직업이 정령사와 궁수일 것이다.
문제가 될 법한 아이디는 어떻게 처리 중인가?
비속어 등 운영적으로 막고 있는 아이디나 게임에 등장하는 실제 인물 명을 제외하면 자유롭게 만들도록 하고 있다. 한 글자 아이디가 가능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름은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전선택 서비스 잠금은 오픈 베타 이후 풀리나?
오픈 베타 이후에는 인원 제한이 조금 완화될 것이다. 지금은 예상치보다 조금 보수적으로 수용하는 중이다.
■ “<테라> 그래픽의 핵심은 ‘조화’다”
그래픽이 MMORPG 중에서 뛰어난 편이다. 중점을 두는 부분은?
조화다. MMORPG가 표현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아졌다. 2007년 초에 게임을 내놨을 때는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콘텐츠들을 넣는 데만 많은 콘텐츠가 필요했다.
그 과정에서 눈에 보이는 조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예를 들어 아만과 바라카, 엘린과 포포리를 놓고 보면 하나의 게임에서 나올 법한 건가 싶을 만큼 이질적이다. 하지만 게임 내에서는 서로 조화를 잘 이룬다.
최근 MMORPG 중 모든 캐릭터들을 쭉 나열했을 때 각 캐릭터의 개성이나 특징이 이 만큼 잘 나타날 수 있는 게임은 거의 유일하지 않나 생각한다.
다이렉트X 11 같은 최신기술을 적용할 생각도 있나?
다이렉트X 11은 윈도우 7, 지포스 400 시리즈 이상 등 아직까지 소수의 기기에서만 지원한다. 많은 유저들이 접하기에는 많이 이른 상황이다. 당장 적용할 생각은 없다.
다만 <테라>는 다이렉트X 9 기반의 언리얼 엔진 3를 쓰면서 엔진에서 지원하지 않는 기능들도 직접 만들어서 사용했다. 이것처럼 앞으로도 그래픽적으로 많은 기술이 지원될 것으로 본다.
엘린 종족을 자세히 보면 귀가 4개다.
엘린은 원래 꼬마 소녀의 콘셉트였다. 포포리와 함께 쌍을 이루는 캐릭터로 원래는 여성형 동물캐릭터였다. 하지만 커스터마이징을 다양하게 만들다 보니 부담을 느꼈고 결국 인간의 모습을 띠게 됐다. 그 과정에서 바뀐 부분과 남아 있는 부분이 엇갈리면서 귀가 4개가 된 듯하다.
개발팀에서 보는 <테라>의 적정 사양은?
지금 시장에서 많이 팔리는 하드웨어를 기준으로 지포스는 GTS 250 정도, 라데온에서는 4850 이상이면 원활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