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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소셜게임 쇼케이스’ 김윤상을 만나다

소셜게임 쇼케이스 주최자 김윤상 씨 인터뷰

국순신(국서방) 2011-01-05 14:33:07

지난 12 11일 토요일 오전 9. 서울 삼성동 엔씨소프트 R&D센터 지하 강당에 200여 명의 게임 관계자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에게 토요일 오전이란 한 주의 힘든 업무로 지친 심신을 달래고 잠자리에 파묻혀 HP MP를 회복하는 꿀맛 같은 시간이다.

 

그래서 이들이 토요일 아침 일찍부터 깨어 있는 것은 보기 드물다. 이들을 깨운 것은 소셜게임 개발사들이 자신의 게임을 소개하는 소셜게임 쇼케이스’. 트위터와 블로그를 통해서만 홍보된 이번 행사에는 제법 많은 이들이 모였다.

 

쇼케이스를 발표하는 업체 대표 및 직원 50, 게임업계 종사자 및 창업 예정자 60, 투자자 10명 등 150명이 예약했다. 당일 행사장에는 예약자보다 더 많은 200여 명이 참석했다.

 

오전 9시에 시작한 행사는 오후 7시가 훌쩍 넘긴 다음에야 끝났다. 다른 행사에 비해서도 빠듯하게 진행된 경우다. 행사 이후 열린 파티에 100여 명이 참가했고, 술자리가 3차까지 이어질 정도로 성황리에 끝났다.

 

특이한 점은 소셜게임 쇼케이스주최자가 개인이라는 사실이다.

 

개인이 마련한 행사에 게임업계 종사자 200여 명이 몰렸고, 대한민국 소셜게임 일람이라는 책도 등장했다. 물론 개인만의 노력은 아니다. 다수의 자원봉사자와 후원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뜨거웠던 쇼케이스 후 20여 일이 지난 새해, 디스이즈게임이 소셜게임 쇼케이스를 연 김윤상 씨를 만났다.

 

 

소셜게임 쇼케이스가 끝난 후

 

행사 경험도 미천하고 인력도 부족해 준비에만 두 달이 걸렸다. 행사를 마친 소감을 묻는 질문에 김윤상 씨(오른쪽 사진)매우 보람차고 뿌듯했다고 대답했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그는 소셜게임이란 새로운 분야를 알게 됐고, 한국에서 이런 행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열린 행사에 많은 이들이 참여했으니 보람을 느꼈다는 이야기다.

 

또, ‘이런 기회를 자주 만들어 달라’는 소셜게임 종사자들의 요청에 그는 더욱 힘을 얻었다.

 

그가 말한 것은 정신적인 만족이었다. 과연 이것이 전부일까? 그래서 ‘이번 행사를 열어 본인이 얻은 것은 무엇이냐?’는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제가 게임기획자로 일한 지 10년이 됐습니다. 이정도 경력을 쌓은 게임기획자라면 적어도 히트작이라고 할 만한 게임이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으면 인정받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저는 아직 이렇다 할 히트작’이 없어요적어도 이번 행사로 내가 게임업계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걸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게임기획자는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이다. 소셜게임 쇼케이스를 열었다는 사실은 포트폴리오로 직접 활용하긴 힘들다. 그도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나도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는 것은 분명한 결실이다.

 

그의 소셜게임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 3월 그가 주최한 소셜게임 파티도 성공적으로 인기를 얻었다. 한국 소셜게임에서 흥행에 성공한 굵직한 행사를 개인의 힘으로 써내려간 것이다.

 

그가 말한 행사 성공의 비결은 바로 ‘사심이 없다’는 것.

 

제가 이번 행사를 열었을 때 뒤에 무슨 속내가 있을 것이라고 수군거리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어떤 대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지요. 하지만 지난해 3월 주최한 행사를 통해 저에게 반신반의한 소셜게임업체들이 신뢰를 갖게 돼 이번 행사에도 참석했습니다. 솔직히 이번 행사는 저에게 금전적으로 오히려 마이너스입니다.”

 

이번 행사에서 그는 150만 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한다. 물론 SK컴즈, 네이버 등 여러 업체가 후원했지만 개인이 연 행사라는 점에서 후원 규모가 작고 행사 비용 관리에 실수가 생겨 고스란히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그는 더 큰 것을 얻었으니 그 정도의 손실이 오히려 다행이라며 웃었다.

 

소셜게임 쇼케이스 포스터. 지인에게 저녁 식사를 사주면서 얻어냈다.

 

 

■ 소셜게임은 자신에 대한 재도전

 

김윤상 씨는 게임을 좋아하는 4명과 함께 1999년 게임웹진 게임대쉬를 공동으로 발간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20. 재미있는 게임웹진을 만들어 보자는 당찬 포부로 시작했다그의 직책은 편집장이었다. ‘다른 사람이 작성한 원고를 끄적끄적 손보면 될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에 맡았다.

 

재미있는 콘텐츠가 있으면 된다는 초기 생각과 달리, 게임웹진은 순조롭게 일이 진행되지 않았다. 이내 편집장이라는 역할은 점차 그에게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결국 게임웹진은 중단됐다.

 

이후 그는 JCE, 엠드림, 엠게임, 액토즈 등 게임업체를 통해 게임을 조금씩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8년 위메이드에서 그는 신규 게임 TFT 팀장을 맡았다. 그가 맡은 프로젝트는 소셜게임의 특징이 녹아든 게임이었다.

 

이미 시장에는 대작 온라인게임이 많이 나온 상태였습니다. 기존 온라인게임으로 접근하기에는 시장 상황이 만만치 않았죠. 라이트 유저를 대상으로 한 게임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배우기 시작했고, 게임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의 열정에 비해 기획한 신작에 대한 회사의 평가는 냉정했다. 결국 그의 프로젝트는 중단됐다.

 

좌절을 겪은 그는 뭔가 도피처를 찾았다제주도였다. 그는 반년 동안 거기에 머물렀다.

 

프로젝트가 중단됐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만큼 제게 충격이 컸던 거죠. 시간이 지나면서 회사를 탓하기보다 나를 탓하게 됐습니다. 나의 기획에 확신을 가졌지만 실무와 경험이 부족했습니다. 특히 회사와 팀을 설득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많이 느끼게 해줬습니다.”

 

그는 그동안 모은 소셜게임 자료를 그대로 버리기 아까웠다. 한동안 방치했던 소셜게임 자료를 바라보던 도중, 한국에서도 SNS의 물결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소셜게임을 더 가까이서 지켜보기로 결심하고 서울로 돌아왔다.

 

‘소셜게임 쇼케이스’ 발표 자료를 모아 놓은 게임사이트 ‘GameMook’.

 

 

■ 소셜게임 행사 이후에 생긴 고민

 

지난 12 11일 열린 소셜게임 쇼케이스가 끝난 후에 그는 업계 종사자들로부터 큰 격려를 받았다. 그리고 다양한 아이디어도 듣게 됐다. 그의 요즈음 고민은 소셜게임 쇼케이스이후 행사와 연관돼 있다.

 

지식을 공유하고 업체들 사이의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개최하자는 의견, 벤처투자사와 신생회사를 연결해 주는 네트워크 파티를 열자는 의견도 있었다. 이는 소셜게임 쇼케이스를 경험한 업계 관계자들의 기대치가 더 높아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소셜게임이 게임업계에서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에 한두 번의 행사는 트렌드에 편승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의 행사가 잘될 것이라고 쉽사리 장담하긴 힘들다.

 

다음 행사의 방향이 궁금해 그에게 물어봤다.

 

아직 확정된 게 없어 뭐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소셜게임의 시장 규모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을 더 고민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일본 SNS 업체와 한국 개발사의 네트워크 자리를 마련해 주면 어떨까? 이런 것입니다.”

 

돈벌이가 되지 않고, 게임기획자의 이력서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은 일을 그가 계속하는 것은 소셜게임에 남다른 애착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해 보였다. 그에게 소셜게임이란 무엇일까?

 

게임산업의 틀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입니다. 기존 게임산업의 틀을 흔드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클라이언트 기반의 대작 온라인게임 속에서 소셜게임이 하나의 돌파구가 되지 않을까요?”

 

사진 속 골프존 카페테리아는 소셜게임 쇼케이스에서 비즈니스 미팅 장소로 활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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