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가 걷힌 하늘, 참 파랗다. 햇살을 살짝 머금은 봄바람이 기분을 들뜨게 한다. 어디론지 떠나고 싶은 봄날, “쇠사슬에 묶여 산다”는 불쌍한 한 남자를 만났다.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 자유가 그리운 사람이다. 세상의 부러움이나 시샘은 그의 어깨에 쌓인 수북한 짐을 무시하고 그를 본다. ‘새로운 즐거움’이라는 화두로 '길드워'를 들고 나온 김 대표를 만나, 잠시 어깨에서 짐을 살짝 내려놓고 즐거운 수다를 떨었다. 솔직토크 스타트! /운영자 주
TIG> 수염이 멋있게 난 것 같다. 일부러 기르나?
바빠서 못 깎았다. 뉴스용 사진 찍는다고 며칠 전에 수염을 깎았는데 거울 보니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보고 있는 것 같아 이상했다. 그래서 며칠 면도 안했다.
TIG> 요즘 제일 중점에 두고 있는 일이 뭔가?
한달 동안은 ‘길드워’에 죽고 산다. 매일 죽는 것 같은 느낌이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제품 하나 낼 때마다 산고의 아픔을 느낀다.
TIG> (괜한 딴지) 흠... 임신 해봤나?
간접경험 하는 거지.
TIG> 이제 내성이 생길 때쯤 되지 않았나?
아직 아닌 것 같다. 한달 동안은 쇠로 된 사슬에 묶여있는 느낌이다. 앞으로 게임 많이 나오면 좀 느슨해질 지 모르겠다.
TIG> 요즘 고민은 뭔가?
유저들의 반응이다. ‘정말 좋아할까?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하는데 남들도 과연 그럴까?’ 그런 생각을 한다.
TIG> 좋아할까, 를 고민하는 것보다 좋아하게 만들어야 되는 것 아닌가?
지난 3~4년간 좋아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일했다. 그 마음이 소통될 수 있을지….
TIG> 칙칙한 고민 말고, 뭐 산뜻한 즐거운 일은 없나?
'길드워'가 애초 구상할 때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 프리뷰 이벤트 참가자가 그러더라. 진짜 자기가 원하던 게임이라고. 그런 소리 들으면 아드레날린이 확 돌면서 ‘와 좋아라’ 한다. 개발 막바지 진짜 힘들다. 그럴 때 유저의 격려 들으면 어린애처럼 좋아한다. 그러다가 다시 게임 생각하면 또 고민되고. 왔다갔다 한다. 미친 것 아닐까.
TIG> 아마도. ^^ 게임 말고 요즘 보는 만화나 TV는?
안 본다.
TIG> 어, 원래 만화나 애니메이션 좋아하지 않나?
'길드워' 런칭 후에 볼 거다. 보통 몰아서 보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려서 미뤄두고 있다.
TIG> 바쁠텐데 몸관리 잘해야겠다. 생활이 불규칙적이지 않나?
아니다. 굉장히 규칙적이다.
TIG> 평일엔 그렇다 치자. 주말엔 뭐하나?
게임 하지 뭐하겠나. '길드워' 하지. 요즘은 PvP보다 RPG 쪽을 더 많이 한다. 뒷부분이 최근 업데이트되서. 그런데 많이 하는 게 꼭 좋은 것 같지는 않다. 초보자 경험을 잃어버리니까, 제작할 때 밸런스도 잃어버린다. 그래서 회사 안에서 '길드워 초보자 포커스그룹' 만들어서 초보의 마음을 ‘염탐’하고 있다.
TIG> 디스이즈게임은 봤는가? 허접하지 않나?
매일 본다. 허접하지는 않다. 다른 곳 같다. 그런데 매니아적인 코드가 아직은 팍 느껴지지 않는다.
TIG> 그게 뭔가?
잘 모르겠다. 그것 잘 알면 내가 만들지.
흠…. 두고보자.
TIG> ‘길드워’의 강점과 약점에 말해 달라.
‘새로운 스타일’이라는 점이 강점이자 약점이다. MMORPG는 ‘스타’처럼 한판 대전할 수가 없다. 캐릭터를 성장하는 맛은 있는데, ‘한판’을 할 수가 없다. 그 고민의 산물이 ‘길드워’다. 그 새로운 스타일을 유저들이 얼마나 받아들일지. 그게 강점이자 약점이 아닐까.
TIG> '길드워'에 대한 기대는.
진인사대천명이다. 예상 같은 건 개인적으로 하지 않는다. ‘L2’때도 그랬지만, 게임 개발하면 오픈베타 시작 이후 딱 3일 정도 행복하다. 유저들의 칭찬 들으면 아드레날린이 팍팍 솟는다. ‘이 이야기 들으려고 세상 사는구나’ 하는 생각한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앞으로 유저들에게 즐길 꺼리를 계속 만들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하면서 또 불행해진다.
TIG> 그래도 수치 같은 것 없는가.
어떤 수치적인 결과보다 유저들의 따뜻한 박수만 있으면 만족한다.
TIG> 마케팅 계획은 어떤가.
‘위대한 두뇌 전투’라는 슬로건에 어울리는 대전중심 게임으로 마케팅하겠다. 몇몇 프로보다는 풀뿌리 대전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아마추어 리그에서 유저 중심으로 커나가다가 좀더 잘하는 사람 탄생하는 식으로 가야한다. 그런 점에서 PC방에서 같이 모여 플레이하는 것이 더 재미있는 게임이다. 많은 사람이 같이 즐길수록 재밌어진다.
TIG> 현재 ‘길드워’에 대한 국내외 반응은 어떤가?
아직 대외적으로 서비스하지 않은 상태여서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다만 Early adopter 그룹, 즉 길드워를 먼저 경험한 길드들은 ‘확 빠져드는 요소가 있다’고 한다. 해외 반응도 뜨겁다. 미국에서는 지지난 주에 이미 선주문이 예상치보다 넘어섰다. 유럽에서는 잡지 표지에 많이 나오고 있다. 그쪽에서는 ‘디아블로3’로 제목을 잡더라. 미국과 유럽에선 ‘디아블로’ 유저를 파고드는 것 같다.
TIG> 아레나넷은 말 잘 듣나.
잘 안 듣는다. 보통 개발자들이 그렇다. 나도 개발자 출신이어서 이해한다. (하하)
TIG> 라이선스 요금제를 채택한 이유는?
‘길드워’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길드워’는 대전 중심으로 ‘한판’ 하는 게임이다. 월정액을 하면 더 많이 벌 수도 있겠지만, 요금형태는 게임에 맞아야 한다. 비용부담이 계속 되면 ‘한판’ 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라이선스 요금제를 택했다. 첫 확장팩은 9개월 후에 나오고 그 다음부터는 6개월씩 확장팩을 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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