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카 온라인>은 ‘1,000 대 1,000 대규모 전쟁’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지난 2008년 12월 17일 오픈 베타(OBT)를 시작했다. 그 후 <에이카>는 2009년 대한민국 게임대상 최우수 게임상을 비롯해 인기상과 기술창작상을 받으며 3관왕을 차지했다.
3관왕에 오른 후 <에이카>는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게임검색 순위에서도 보이지 않고 게임 순위를 따져도 100위권 밖을 벗어났다. 흔히 말하는 성공한 게임과는 거리가 많이 멀어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성범 PM은 당당하게 말한다. “<에이카>는 아직 살아 있다”고. 매주 대규모 전쟁이 이어지고 최근 진출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를 포함해 8개국에 서비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넒은 시장을 위해 준비하며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1년 반 만에 선보이는 대규모 업데이트 ‘에픽2: 엑소더스’를 통해 그동안 <에이카>가 죽은 게임이라는 유저의 인식을 바꾸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이성범 PM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디스이즈게임 남혁우 기자
한빛소프트 사업본부 사업 2팀 이성범 PM.
■ “<에이카>요? 아직 안 죽었습니다”
TIG> 2009년 게임대상에서 3관왕을 차지한 후 지속적으로 하락세였다. 무엇이 문제였다고 생각하나?
이성범 PM: 2010년이 시작하면서 <테라> <블레이드 & 소울> 등 대작들이 직접적으로 공개되면서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게임의 구조적인 문제도 있었다. 예를 들어 <에이카>의 메인 콘텐츠인 대규모 PvP는 최고레벨인 80이 돼야 본격적으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런데 퀘스트로는 50레벨까지만 성장할 수 있었다. 50레벨 이후로는 반복적인 사냥에서 오는 피로와 지루함을 이기지 못한 유저들의 많은 이탈이 있었다.
또, PvP를 해서 이기더라도 경험치을 얻을 수 없어 성장을 위해 메인 콘텐츠를 플레이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는 유저들이 떠나기 전에 게임을 리뉴얼했어야 했는데 타이밍을 놓친 게 컸다.
TIG> 그동안 <에이카>에 대한 소식이 많지 않았다. 많은 유저들이 <에이카>를 지나간 옛 게임으로 생각하는 것도 같다.
국내에서 크게 이슈가 없었을 뿐이지 내부에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일이 있어나고 있다. 또한 <에이카>를 사랑하는 마니아 유저들은 계속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다.
또한 미국, 태국, 유럽과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8개 국가에서 바쁘게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중국 재진출과 함께 세계 곳곳으로 뻗어나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바삐 움직이고 있는데 <에이카>가 죽었다는 말을 듣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TIG> 가장 큰 시장인 중국에서 서비스를 종료한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 중국에서 <에이카>를 선보였을 때 반응이 아주 좋았다. CBT인데도 회원 500만 명 이상에 동시접속자 9만 명 이상이 몰렸다. 당시 내부에서도 최대한 빨리 OBT로 넘어가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우리와 계약을 맺었던 퍼블리셔가 내부 사정으로 문을 닫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가 그들의 농간에 놀아났다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미래가 밝을 것으로 예상했던 <에이카>의 중국 서비스가 그렇게 중단되고 말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지 <에이카>를 잊지 못하고 재오픈을 원하는 중국 유저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심지어 프리서버라도 구현해서 플레이하려는 유저들을 보면서 최대한 빨리 다시 론칭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기존에 서비스를 종료했었다는 과거가 있는 만큼 최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제공하려고 고민 하고있다.
TIG> 다른 국가에서 서비스할 때 어려운 점은 없었나?
국가마다 문화가 다르다 보니 이를 파악하고 맞춰서 서비스하는 게 어려웠다. 예를 들어 대만, 중국, 태국은 PvP를 좋아하고 한국과 성향이 비슷했다. 반면 일본은 PvP를 선호하지 않고 혼자 즐기는 것을 좋아했다. 그리고 미국과 유럽은 PvP, PvE 상관없이 함께 즐기는 것을 선호했다
일본 같은 경우는 <에이카>가 PvP를 강조한 게임인 만큼 의도적으로 PvP를 유도하기도 했었는데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래서 퀘스트나 던전 같은 PvE 콘텐츠를 다양하게 추가했다.
브라질의 경우는 독특하게도 서버마다 강력한 권력을 가진 기득권자에 따라 성향이 엇갈리는 경향이 있었다.
기득권자가 PvP를 좋아하면 PvP가 활발해지고 그렇지 않을 경우는 PvP가 뜸해진다. 이들은 유저에게 운영자보다 강한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데 이를 이용해 원하는 이벤트를 하지 않으면 모든 유저들과 함께 서버에서 나가겠다고 협박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경우는 협박을 들어주지 않더라도 별다른 영향이 없다. 하지만 가끔씩 실제로 유저가 대거 빠져나가는 일이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 “길게 보고, 오래 듣고 서비스하겠다”
TIG> 지난 1년 반 동안 어떤 준비를 했는가?
짧은 기간 동안 몇 명의 이야기만 듣고 서비스를 제공해서는 성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유저가 본질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4개월 동안 홈페이지를 통해 설문의 응답을 받고 운영자가 직접 게임에서 유저에게 찾아가 1:1로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물론 유저들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서 그동안 아무 결과를 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시즌마다 맵이나 콘텐츠 등을 꾸준히 업데이트했다.
TIG> 이번 업데이트의 콘셉트는 무엇인가?
설문과 대화를 통해 얻은 결과를 종합해 보니, PvP는 재미있지만 이를 즐기기 위한 성장 과정이 너무 지루하고 오래 걸리는 게 문제였다. 즉 PvP를 중심 콘텐츠로 내세우다 보니 RPG의 주요 재미인 성장과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더 강해지기 위해서는 레벨을 올려야 하는데 PvP로는 경험치를 얻을 수 없는 식이다.
이제는 PvP를 통해서도 경험치를 얻을 수 있으며 퀘스트도 60레벨까지 추가된다. 적어도 60레벨까지는 단기간에 올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60레벨에 어느 정도 장비가 맞춰지면 초보 유저라도 대규모 PvP에서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초보 유저는 전장에만 참가해 상대를 죽이지 않아도 PvP 보상 아이템인 용맹의 훈장을 얻을 수 있다. 유저는 이를 갖고 아이템을 구입하거나 전용 던전에 들어갈 수 있고, 경험치 아이템을 살 수도 있다.
이외에도 국가적으로 버프 효과를 제공하는 성물을 20개 추가해 5개의 국가가 최대한 평등하게 차지할 수 있도록 했으며, 전쟁의 흥분을 이어갈 수 있는 주사위 던전을 추가했다. 주사위 던전은 PvP가 끝난 후 얻은 용맹의 훈장을 사용해 들어갈 수 있다. 명칭처럼 기존 던전과 달리 보드게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던전에 들어가면 먼저 주사위를 던지는데 나오는 숫자에 따라 층을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방식이다. 일단 층에 도착하면 주변의 모든 몬스터를 전부 쓰러트려야 다음 주사위를 던질 수 있으며 가장 마지막 층까지 오르는 것이 최종 목표다.
TIG> 앞으로의 업데이트 방향은?
게임의 스토리를 따라서 이야기한다면, 그동안은 공중에 떠 있는 섬들의 전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앞으로 공개할 ‘에픽 3’에서는 공중이 아닌 지상으로 내려오게 될 것이다.
기존보다 더 넓은 지역에서 새로운 퀘스트와 몬스터, 콘텐츠를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미 서비스를 시작한 지 3년이 넘은 올드게임이니 적당히 콘텐츠만 추가한다는 식의 업데이트는 하고 싶지 않다. 유저가 바라는대로 또한 그들의 기대를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운 것을 제공하고 싶다.
■ “유저와 함께 ‘살아가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
TIG> 대규모 PvP를 지향하고 있는데 운영 정책에도 다른 점이 있는가?
<에이카>는 최대한 유저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자동사냥을 하거나 사기를 치는 유저를 제재하는 것을 제외하면 별도의 제약이나 규칙은 최소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저레벨 캐릭터가 다른 국가의 고레벨 캐릭터에게 학살당하고 있다고 해서 운영자가 직접적으로 처리하는 일은 거의 없다. 대신 국가의 왕인 먀살과 휘하 리전(길드)이 자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유저가 직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서비스 초기에는 일정한 정책이 정해지지 않아 대규모 전쟁이 수시로 벌어졌다. 상대가 약한 시간을 노리기 위해 24시간 대기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차차 시간이 지나면서 각 서버에서는 길드장들이 모여 매주 정기 미팅을 갖기 시작했다. 미팅을 통해 평일 전쟁 시간을 맞추고 하루는 쉬기 위해 목요일은 전쟁이 없는 날로 선포하는 등 룰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또한 회의를 통해 강력한 다른 길드가 신생 소규모 길드를 공격하는 것을 제한하는 등의 방침을 정하기도 한다.
운영진이 아닌 유저가 만든 이 룰이 지금은 마치 원래 게임의 룰인 것처럼 정해진 상태다. 다만 운영자가 처리해야 하는 부분도 유저들끼리 직접 처리하다 보니 게임 속에서 운영자를 보기 힘들다는 말도 있었다. 한마디로 일 안 하냐는 것이다(웃음).
앞으로는 GM과 PvP를 하거나 이벤트 등을 진행하며 유저와 함께하고 있다는 모습을 자주 보여줄 예정이다.
TIG> 끝으로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유저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이 원하는 방향에 맞는 콘텐츠와 시스템을 업데이트하고, 유저는 게임 속에서 스스로 자유롭게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마디로 유저와 함께 살아가는 게임을 만드는 게 목표다.
또한 지금보다 더 많은 국가에 서비스하고 싶다. 인력과 자금 등 한정된 한계치가 있다 보니 올해의 목표는 현재 600만 명인 전 세계 회원 수를 1,000만 명으로 늘리는 것이다.
더욱 발전된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앞으로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